유정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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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최고의 레스토랑이 남긴 질문 파인 다이닝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확산되며 레스토랑이나 셰프가 추앙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식재료의 풍미를 극한까지 끌어올린 창의적 요리, 그림 같은 플레이팅,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섬세한 기술과 장인정신은 찬사를 받기에 충분하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레스토랑 ‘노마’ 그리고 이를 이끈 셰프 레네 레제피는 그 정점에 오른 상징적 존재였다. 미쉐린 3스타를 획득했고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에서 다섯 번이나 1위에 올랐다. 덴마크는 미식의 변방이었지만, 지역에서 조달한 농산물, 채집과 발효를 기반으로 그들이 선보인 ‘뉴 노르딕 요리’는 파인 다이닝의 흐름을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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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체험의 언어들 모두가 예상했던 것처럼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 유행은 금세 끝났다. 소셜미디어를 보면, 두쫀쿠가 한창 떠오를 때도 다들 한마디씩 얹었고, 두쫀쿠 열풍이 꺼지자 왜 지속 가능하지 않았는지 분석들을 했다. 우선 ‘먹어보지 않았지만’ 혹은 ‘앞으로도 먹을 생각은 없지만’으로 시작하는 글이 꽤 있다. 먹지 않을 것이라며 먹을 것에 대해 하는 얘기라니, 두쫀쿠가 두바이산도 아니고 쿠키도 아닌 것만큼 이상하다. 젊은층이 쓰는 소셜미디어가 아니라 나 같은 아저씨들이 주로 수요 없는 긴 글을 공급하는 어느 소셜미디어라 그럴지 모르겠다. 두쫀쿠를 핑계로 유행에 관한 본인의 가치관을 설파하고 싶었으리라 이해하며 넘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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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국가의 범죄에 대한 판단 법치주의 국가의 기초를 구성하는 원칙 중 하나는 사적 제재의 금지와 국가의 형벌권 독점이다. 그런데 국가 자체가 범죄를 하는 경우, 범죄자들이 국가 권력을 장악해 국가 조직을 범죄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 어려운 문제가 생긴다. 막강한 공권력을 보유한 국가의 범죄는 사인의 범죄와 국면이 다르다. 사인의 범죄로 피해자의 삶에 지울 수 없는 상흔이 남는 경우도 있고 전보다 사회가 덜 안전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개인이 살면서 심각한 범죄 피해를 당할 확률보다는 그러지 않을 확률이 더 높다. 범죄 문제에서 피해자 탓을 하면 안 되지만, 예컨대 소매치기 같은 잡범의 경우 개인이 주의를 기울이면 회피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국가가 국민을 범죄의 대상으로 삼는 경우는 다르다. 개인이 어떻게 해도 빠져나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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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경쟁과 패자 최근 노래와 요리로 영역은 다르지만 경연 방식으로 진행되는 예능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보고 있다. 노래는 <싱어게인 4>, 요리는 <흑백요리사 2>다. 경연인 만큼 라운드마다 생존자와 탈락자가 가려진다. 참가자들은 경연에서 이기기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해 최선을 다한다. 패배해서 도전을 멈추게 되는 가수 또는 셰프는 웃으면서 경쟁자에게 축하를 보내지만 다른 한편으로 마음이 쓰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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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위법성의 인식, 악의 평범성 작년 12월3일 비상계엄의 밤에 국회가 모든 절차를 지키면서도 지체 없이 계엄 해제를 의결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을 것이다. 국회를 장악하려는 군과 경찰에 맞서 국회의사당을 사수한 보좌관과 직원들, 계엄 선포 소식을 듣자마자 여의도로 달려가 국회를 지킨 시민들이 없었다면, 계엄 해제 의결을 하기 전에 국회의원들이 끌려 나갔을지 모른다. 알지도 못하는 분들에게 큰 빚을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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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어느 법무부 장관의 뒷모습 1981년부터 1986년까지 프랑스의 법무장관을 지낸 로베르 바댕테르가 10월9일 파리에 있는 판테온에 안장되었다. 그의 안장식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비롯해 프랑스 정계의 전현직 주요 인사가 모두 참석한 국가적 행사로 엄수되고 프랑스 전역에 생중계되었다. 한국에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바댕테르는 프랑스에서 사형제도를 폐지한 역사적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변호사로 활동하며 교도소 인질 사건을 벌인 피고인을 변호했는데, 최선을 다한 변호에도 불구하고 그 의뢰인은 1972년 사형이 확정되어 집행되었다. 이 사건의 경험으로 인해 그는 사형 위기에 처한 피고인을 변호하는 일과 사형제도 폐지 운동에 앞장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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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보통 사람들에게 설명해라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한다. 사법권의 독립 혹은 사법부의 독립이라는 표현이 헌법에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나 그 개념에 관한 논란은 접어두자. 사법개혁 논의와 관련해 지난 9월24일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을 접견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사법부의 독립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재판이 독립돼 있어야만 국민 모두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지켜지고 또 그래야 판결의 신뢰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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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 정치와 종교의 분리는 근대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원칙이다. 프랑스는 헌법 제1조에서 ‘라이시테’ 즉 비종교성을 규정한다. 미국 수정헌법 제1조는 국교 금지와 종교의 자유를 규정한다. 전자의 경우 종교를 사적 신앙으로 한정해 공적 영역에 대한 침투를 금지하는 데 초점이 있다면, 후자의 경우 종교의 자유에 좀 더 강조점이 있다. 예컨대 무슬림의 신념에 따른 히잡 착용이 프랑스에서는 법적 규제 대상이 되지만 미국에서는 개인의 종교적 표현이니 규제할 문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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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더 큰 권력이 주어졌을 때 노예해방 이후 100년이 지나서야 흑인의 투표권을 실제로 보장한 1965년 투표권법은 1964년 민권법과 함께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입법이다. 지난 8월6일이 투표권법 제정 60주년이었는데, 미국의 정권이 교체됐음을, 역대 어느 정부와도 다른 트럼프 2기라는 점을 실감했다. 작년 7월2일 민권법 60주년은 바이든 정부가 성대하게 기념했지만, 올해 투표권법 60주년은 연방 차원에서 기념하지 않았고 미국 사회도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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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내가 모르는 부분이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며 여러 분야에서 제도 개혁이 진행되고 있다. 법치국가에서 제도 개혁은 결국 법의 문제이기에 여러 법률가들이 관여하거나 외부에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제도 개혁 과정에서 그 분야의 실무를 해본 경험이 있는 전문가의 의견은 물론 들어야 한다. 하지만 전문가의 의견에도 한계는 분명하다. 전문 분야는 오랜 생업이라는 말과 다르지 않기에 이해관계와 편견을 피할 수 없다. 사람은 원래 자기 일이 가장 무겁게 느껴지는 법이다. 나 같은 경우, 이혼소송에서는 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변화가 있더라도 남의 일처럼 넘길 수도 있지만, 공정거래위원회나 금융감독원 청사에 출입하는 행정 절차는 조금만 까다로워져도 불편함을 호소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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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공화국에 ‘왕은 없다’ 지난 주말인 14일 미국에서는 매우 대조적인 성격의 두 행사가 동시에 진행되었다. 하나는 트럼프 정부가 워싱턴에서 벌인 군사 퍼레이드였다. 명목은 미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1기 때부터 대규모 열병식을 원했다는 사실과 행사 날짜로 잡힌 6월14일이 그의 생일이라는 점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다른 하나는 시민들이 미국 전역에서 참여한 ‘미국에 왕은 없다’ 집회였다. 트럼프의 독재적 행태에 반대 의사를 표시하기 위한 집회와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졌다. ‘노 킹스’(No Kings)라는 구호는 영국 왕의 자의적 지배에 반발해 독립한 미국의 기원을 떠올리게 했다. 대선 토론에 손바닥에 임금 왕(王) 자를 쓰고 나왔다가 파면으로 끝난 그 사람이 떠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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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어느 대법관의 뒷모습 1990년부터 2009년까지 미국 연방대법관을 지낸 데이비드 수터가 지난 8일 85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수터’라는 이름은 공화당과 보수 진영에는 악몽이다. 1990년 조지 H W 부시 대통령에 의해 임명됐지만 대부분의 중요한 사건에서 진보 진영과 의견을 같이했기 때문이다. 수터가 임명된 직후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임신중지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재검토할 기회가 왔다. 보수파의 기대와 달리 그는 1992년 플랜드 페어런트후드 대 케이시 사건에서 임신중지를 헌법상 기본권으로 재확인했다. 판결 이유에서 “선례 구속의 원칙은 안정된 사회가 요구하는 법치에 필요하다. 개인의 성품과 마찬가지로 법원의 정당성도 오랜 시간에 걸쳐 스스로 형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1973년에 숙고해 내린 대법원 판결을 20년도 되지 않아 뒤집을 수 없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