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정훈
변호사
최신기사
-
정동칼럼 6인의 규칙, 재판관의 절제 1956년부터 1990년까지 미국 연방대법관을 지낸 윌리엄 브레넌은 대법관실에 신임 로클럭(재판연구원)이 들어오면 “헌법에서 가장 중요한 규칙이 무엇인가?”라는 퀴즈를 냈다. 로스쿨을 갓 졸업한 젊은 로클럭들은 적법 절차, 평등 보호, 언론의 자유, 투표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앞다투어 얘기했지만 브레넌 대법관의 정답은 ‘5인의 규칙’이었다. 아무리 헌법상 원칙과 기본권이 중요해도 이를 연방대법원의 구속력 있는 법정의견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과반수인 대법관 5명의 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뜻이다.
-
정동칼럼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건의 변론 동영상은 헌법재판소 웹사이트에 모두 공개돼 있다. 변론 종결 후 한 달이 지나도록 선고가 이뤄지지 않으며 평의 진행 및 선고 예상에 관해 억측이 난무하고 있지만, 적어도 변론 과정에 대하여는 그럴 일이 없다. 헌법재판관 그리고 소추위원과 피소추인이 심판정에서 한 발언과 행동을, 언론 매체의 개입을 거치지 않고, 국민들이 스스로 보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정동칼럼 인권의 최전선 트럼프 2기 정부가 공격 대상으로 삼은 소수자 집단은 트랜스젠더다. 지난 21일 전미 주지사협의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재닛 밀스 메인 주지사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트럼프는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자부 스포츠 참가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령했는데,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이끄는 메인주가 이에 따르지 않으면 연방정부 지원을 끊겠다며 위협했다. 이에 대해 밀스 주지사가 ‘법정에서 보자’고 맞받아치며 화제에 올랐다.
-
정동칼럼 회의하고 의심하는 유권자 이 모든 사태의 시발점이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한마디였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심경이 복잡하다. 역사에 만약이란 없다. 하지만 2013년 10월21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나온 그 한마디가 아니었으면, 검사 윤석열이 전 국민에게 이름을 알리고,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쳐 검찰총장이 되고, 이를 발판으로 대통령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면 혹시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와 그 이후의 악몽 같은 사태도 없지 않았을까 싶은 것이다.
-
정동칼럼 여성의 발자취를 지우려는 사람들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 다이브는 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12월14일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당시 여의도 집회 참가자를 분석했다. 연령대별로는 20대가 21%로 가장 많았고, 성별로는 여성이 61.1%로 남성을 크게 앞섰다. 성별·연령대별로 세분해 측정한 결과, 20대 여성이 17.9%, 30대 여성이 12%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20대 여성의 적극적 참여가 20대 그리고 여성 전체의 비율 상승을 견인했다고 할 수 있다. 20대 여성의 참여 비율은 직전 주인 12월7일 집회에서도 가장 높았다.
-
정동칼럼 푸른 잎과 빨간 단풍과 하얀 눈 2024년은 기후변화를 일상에서 하지만 매우 극적으로 체험했던 해로 기억될 것 같다. 서울의 경우 7월21일부터 8월23일까지 34일 연속으로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 근대적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장 열대야 기록을 경신했다. 9월에는 추석인데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을 겪었다. 11월에도 낮 기온 20도를 넘기는 날이 꽤 있었고 한국의 전통 아닌 전통인 ‘수능 추위’마저 사라졌다.
-
정동칼럼 뭐 하려고 대통령을 하는데? 미국의 36대 대통령 린든 존슨은 미국 정치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미국의 연방 선출직인 대통령, 부통령, 상·하원 의원을 모두 역임한 단 4명 중 하나다. 초선 상원의원일 때 벌써 민주당 원내대표가 되었다. 1960년 대선에서 부통령이 되지만 케네디 측근들의 견제를 받아 정치인생이 끝난 줄로 생각했다. 그런데 케네디 암살에 따라 대통령직을 승계하고 1964년 대선에서 압승하며 권력의 정점에 오른다. 하지만 베트남전으로 인한 지지율 하락으로 1968년 대선에서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재선 포기를 선언한다.
-
정동칼럼 먹고사는 문제 임신중지권은 이번 미국 대선의 주요 쟁점 중 하나다. 한국의 관점으로는 체감이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임신중지권 이슈의 영향력은 지난 선거에서 실증되었다. 대통령 임기 중 첫 중간선거는 정권 심판 구도로 치러지고 집권당이 보통 패배한다. 클린턴, 오바마, 트럼프 모두 중간선거에서 하원 수십석을 잃고 하원의장을 야당에 넘겨주는 일을 겪었다. 2022년 중간선거에서 바이든 역시 같은 운명을 맞을 것처럼 보였다.
-
정동칼럼 여성에게 자유를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는 “망치를 든 사람에게는 모든 문제가 못으로 보인다”는 말을 남겼다. 성평등을 위한 조치에 매번 반대하고 젠더 갈등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지지층을 모아 국회 진입까지 성공한 정치인과 정당에 이 말이 적용될 수 있겠다. 텔레그램 딥페이크 사건은 젠더 간의 대립이라는 관점으로 볼 문제가 아니다. 동의를 받지 않고 다른 사람의 얼굴 사진을 가져다 다른 사진이나 동영상에 합성하여 성착취물을 만드는 행위가 사회적으로 용인될 리 없다. 교육을 해서 지식과 윤리의식을 심어주거나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야 그게 위법이라는 점을 인식할 수 있는 사례도 아니다. 처벌법규 구성요건의 미비점 때문에 일부 사례의 경우 지금은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 하더라도, 개인의 인격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위법행위라는 점에 대해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
정동칼럼 모두의 공연 얼마 전 피아노 리사이틀에 갔는데, 앞쪽 움직임과 소리가 공연장에서 통상 발생하지 않는 종류였다. 궁금해서 중간 휴식시간에 가보니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공연장 환경에서 훈련시키는 중이었다. 안내견을 동반해 공연에 오는 사람을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이 내내 부끄러웠다. 안내견의 움직임은 사실 공연 도중 울리는 휴대전화 벨소리를 비롯해 사람들이 벌이는 온갖 행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수준이었다.
-
정동칼럼 1964년 민권법을 다시 생각한다 지난 7월2일, 미국 정부와 사회는 민권법 제정 60주년을 기념했다. 인종, 피부색, 종교, 성별, 출신 국가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 1964년 민권법은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입법이다. 2019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의 제목 ‘그린 북’은 인종차별이 혹독했던 남부에서 흑인들이 그나마 이용할 수 있었던 숙박시설 등을 정리해 놓은 책을 말한다. 민권법 시행에 따라 노예해방 선언 후 100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공중이용시설의 인종분리가 철폐된다.
-
정동칼럼 어느 군 통수권자의 경험담 6월6일은 한국에서는 현충일이지만, 미국과 유럽의 경우 1944년 6월6일 개시되어 제2차 세계대전의 분수령이 된 노르망디 상륙작전 이른바 디-데이(D-Day) 기념일로 지킨다. 올해는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을 맞아 지난 6일 대규모 기념식이 현지에서 열렸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서방 25개국 정상이 참석하여 유럽을 억압에서 해방한 희생을 기억하고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속하는 러시아에 대항하여 결속을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