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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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칼럼 ‘미국 우선주의’ 시대, 한국의 국익 표현하기 트럼프 대외정책의 핵심은 미국의 국익을 무조건 제일의 가치로 내세우는 ‘미국 우선주의’로 요약된다. 지난주 워싱턴 한·미 협의가 보여주듯이 미국 우선주의의 파고는 이미 우리나라의 문턱을 넘어섰다. 관세폭탄과 미국이 요구하는 각종 산업협력 문제가 협의 테이블에 올랐으며, 방위비 분담금도 머지않아 논의될 것이다. 새로운 정부가 30여일 후에 출범하는 상황에서 대미 협의에 나서는 과도 시기의 대표단은 스스로 한계를 잘 알고 신중하게 처신하리라 본다. 대미 협상이 불가피하다면 새 정부가 공고한 한·미 동맹의 바탕 위에서 솔직하고 우호적인 의견 교환을 통해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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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칼럼 ‘윤석열 대통령’과 전작권 환수론의 역설 작전통제권은 한 나라의 군사주권을 상징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 용어 대신 ‘전시에 군대의 작전을 지휘하고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의미하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이라는 용어를 흔히 쓴다. 이는 1987년 대통령 선거 당시 민정당의 노태우 후보가 작전통제권 환수를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됐음에도, 공약 실천 과정에서 작전통제권 환수를 꺼리는 분위기에 밀려 궁여지책으로 작전통제권을 전시와 평시로 나누면서 나온 말이다. 무언가 환수했다는 명분을 찾기 위해 평시작전통제권이라는 말을 만들었고 1994년 12월 한미연합사로부터 이를 되찾아왔다. 그러나 작전통제권의 요체가 전쟁 발발에 대비하는 것인 만큼 평시작전통제권 환수는 빛 좋은 개살구만도 못하다. 정작 전작권 환수가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그동안 많은 이들이 자주 국가로서 군사주권의 온전한 행사를 위한 작전통제권의 환수를 추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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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칼럼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과 핵 잠재력 며칠 전 TV로 생중계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의 막장 정상회담을 보면서 안보 불안에 시달리던 많은 국민이 조기 대선 후 치러질 한·미 정상회담의 모습을 근심스럽게 그려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합리적인 ‘정상인’을 대통령으로 뽑는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한국은 외부의 침략을 자기 힘으로 막아낼 능력이 없는 그런 나라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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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칼럼 북핵 정책의 재검토 필요성과 방향 북한 핵 문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많은 이들이 애를 썼지만, 결국 실패로 끝났다.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였으며, 2022년에 이를 영구히 포기할 수 없다는 점을 법률로 확정하였다. 북한의 핵 개발 저지를 위해 미국이 택한 제재와 ‘전략적 인내’는 북한 경제에 성장 지체를 안겨준 것 외에 효과가 없었다. 그나마 최근 북한은 러시아와의 전방위 협력을 강화하며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사실상 무력화시키면서 경제에서 새로운 출로를 찾았다. 미국이나 서방이 북한의 핵무기를 포기시킬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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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칼럼 마음에 국가가 없는 모리배의 퇴장을 위하여 절대다수의 법률가들이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이 위헌·위법의 내란 행위라고 말하며, 검찰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기소장만 보아도 윤석열의 내란 범죄는 충분히 입증된다고 한다. 이런 법률적 맥락에 더해서 나는 헌법재판소가 ‘탄핵 기각이 모든 친위쿠데타는 발생 시점에서 절대 실패할 수 없다는 반역사적·반국민적 판례를 남기는 것’이라는 사실을 모를 리 없으므로 반드시 윤석열 파면을 결정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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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칼럼 가짜 ‘자유민주주의 정권’의 자폭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로 온 국민이 경악한 12월3일 밤, 안위를 걱정하는 전화와 문자를 받았다. 하지만 막상 내 가슴을 크게 억누른 것은 다가올 시대착오적인 폭압에 대한 공포나 분노가 아니라 ‘나라가 망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다. 특히 경제에 대한 걱정이 컸다. 어렵게 쌓아온 민주주의의 퇴행도 참담했지만, 그것은 우리가 싸워서 되찾을 수 있다. 그러나 경제는 한 번 무너지면 회복이 어렵다. 그래서인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국회의원들과 이를 막으려는 계엄군의 국회 난입을 TV 생중계를 통해 초조하게 지켜보면서 단톡방에 처음 올린 나의 문자는 “오늘 중으로 진압이 안 되면 나라 경제 거덜난다”였다. 나의 예를 들었지만, 그날 많은 국민이 2024년 문명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믿기 어려운 이 망동을 보며 이와 비슷한 걱정을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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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칼럼 트럼프의 취임과 남북관계의 진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년 만에 백악관으로 돌아왔다. 많은 이들이 그가 한국에 내밀 과도한 계산서를 우려하지만, 한편으론 그가 전운이 감도는 한반도를 안정시키는 데 절실히 필요한 대화를 공언했기에 어느 정도 기대도 있다. 물론 상황은 녹록지 않다. 북·미관계는 트럼프가 비핵화 협상을 벌였던 1기 재임 시절과 많이 달라졌다. 그사이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이 더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비핵화 협상 중단을 선언하고 2022년 9월 핵무기 보유를 법제화하였다.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의 핵을 놓고 더는 흥정할 수 없게 불퇴의 선을 그어놓은 여기에 핵 무력정책의 법화가 갖는 중대한 의의가 있다”고 천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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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칼럼 미 대선 결과와 한반도 미국의 대통령 선거전이 예측불허의 박빙으로 흐르고 있다. 흔히 공화, 민주 양당의 대외정책에 큰 차이가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세계 최강 대통령을 뽑는 자리다 보니 세계인의 촉각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번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비극적인 소모전 늪에 빠졌고 중동 정세마저 전운이 짙어지자, 평화를 갈구하는 많은 이들이 미 대선을 더 주시하는 것 같다. 같은 맥락에서 극단적인 갈등의 악순환에 빠진 남북관계 속에서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한국인들도 미국의 대선에 큰 관심을 둔다. 그리고 이처럼 관심이 커진 것은 기존 워싱턴의 문법을 거부하는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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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칼럼 국경에서 본 2024년 여름 북한 풍경 북한을 연구하면서 될 수 있으면 매년 북·중 국경 일대를 답사하려 했다. 올해도 늦은 8월에 국경답사를 다녀왔다. 북한을 직접 방문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고 신뢰할 만한 북한 관련 통계자료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국경답사는 북한의 실상을 파악할 차선의 대안이다. 물론 북·중 국경에서 한두 차례 북한을 바라본다고 해서 이 사회의 실상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 주민들의 말과 생각을 읽을 수 없기에 국경에서 보는 북한은 마치 풍경화나 풍속도를 보는 느낌이다. 따라서 이 풍경화를 뚫고 들어가 북한 사회의 내면을 읽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방법의 하나가 시계열 분석이다. 매년 혹은 2~3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북·중 국경의 풍경을 시계열로 비교 관찰하면 무엇이 달라지고, 무엇이 지속하고 있는지를 발견하게 되고 이를 통해 북한을 객관적으로 해석할 힘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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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칼럼 ‘압도적 힘에 의한 평화’, 가능한가? 윤석열 정권이 이렇게 빨리 나라를 위험에 빠뜨릴 줄 몰랐다는 탄식이 곳곳에서 흘러나온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도 한반도 평화가 무너지는 속도가 어지러울 지경이다. 윤 정권 출범 후 남북 간에는 갈등이 깊어지면서 상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할 시스템마저 붕괴하였으며, 한반도 안보정세의 주요 변수인 중국, 러시아와 한국의 관계는 최악의 상황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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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칼럼 북한의 생존전략 변화와 북·러 조약 지난달 19일 북한과 러시아는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맺었다. 이 조약에서 양국은 오래전 폐기했던 군사동맹 부분을 복원했으며, 최초로 포괄적이며 구체적인 경제협력에 합의하였다. 그런데 이 조약에 대한 세간의 분석은 군사적 위협을 집중 조명할 뿐, 북한의 미래와 관련해서 지니는 의미나 안보 면에서 역설적으로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여지 등은 제대로 다루지 않은 느낌이다. 따라서 이 부분을 살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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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민족차별, 일본의 ‘두 얼굴’ “콜럼버스, 나폴레옹, 베토벤이 함께 여행을 떠난다. 이들은 우연히 원숭이(유인원) 가족을 만난다. 원숭이에게 피아노와 말 타는 법을 가르친다. 그리고 자신들이 탄 인력거를 끌게 한다.” 일본의 인기 밴드 미세스 그린 애플(Mrs. GREEN APPLE)이 발표한 신곡 ‘콜럼버스’의 뮤직비디오 줄거리다. 인종차별을 옹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비판에 뮤직비디오는 발표 다음날 공개가 중지됐다. 콜럼버스는 항해자가 아닌 식민주의자로 재평가받고 있다. 미세스 그린 애플은 “비참한 역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의도는 없었다”라고 사죄했고, 소속 음반사도 “역사와 문화적인 배경에 대한 이해가 모자란 표현”이었다고 사과했다. 각 방송사는 이들의 출연을 취소하고, 신문사는 사설과 기사를 통해 일제히 문제를 제기하는 등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처럼 일본 사회는 차별에 때로는 매우 민감하다. 하지만 이러한 사태를 사전에 막지 못한 이유는 인종차별적 표현에 대한 일본 사회의 둔감함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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