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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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칼럼 북·중·러 관계와 북한 상황 바로 읽기 역사적으로 북방정책은 대한민국의 안보 증진과 경제발전에 크게 공헌한 대표적인 외교정책이다. 북방정책은 1988년 노태우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과 중국, 소련 등 사회주의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 추구를 천명한 ‘7·7선언’에서 시작되었다. 이를 계기로 한국은 1990년 9월에는 소련, 1992년 8월에는 중국과 외교관계를 맺었다. 북한의 군사동맹인 중·소와의 수교로 인해 우리의 안보환경은 획기적으로 개선되었으며 북방교역의 증대는 한국 경제발전의 견인차가 되었다. 수교 후 30년간 대중무역 흑자 총액이 같은 기간 우리나라 무역 흑자 총규모와 맞먹을 정도로 북방협력은 한국 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그러나 전통의 북방정책은 지금 윤석열 정부의 천둥벌거숭이 가치외교에 짓눌려 존재마저 희미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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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칼럼 젊은 비대위원장의 ‘종북타령’과 ‘북풍’의 유혹 선거 판세가 어려워지고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드디어 여당이 ‘종북타령’을 시작했다. 지난 19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번 선거에서 지면 “종북세력이 이 나라의 진정한 주류를 장악하게 될 것”이라며 해묵은 색깔론을 꺼내 들었다. 그러나 보수 집권 세력이 야당을 향해 ‘양치기 소년’처럼 선거 때마다 ‘종북타령’을 하다 보니 이제는 국민 대다수가 그 말을 믿지 않는다. 여권의 ‘종북타령’이 안보에 민감한 국민 정서를 이용한 혹세무민의 선거 전술이라는 것은 이미 증명되었다. 과거 보수세력은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의 개선을 주장하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후보에 ‘친북’ ‘빨갱이’ ‘용공’이라는 딱지를 붙여서 매도하였다. 그들은 이들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안보가 위험해지고 사회가 혼란에 빠진다고 선동하며, 마치 나라를 북한 김정일에 바치기라도 할 것처럼 위기의식을 조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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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칼럼 스스로 내친 북방, 자초한 외교안보 위기 윤석열 정부 출범 2년도 채 되지 않아 한반도 정세와 주변국 관계가 급격히 악화하였다. 대북 강경책과 가치외교를 내세운 윤 정부가 지난 2년간 남북관계와 외교 분야에서 벌인 일들을 보면 정말 ‘쌓기는 어려워도 무너지는 것은 순간’이라는 말을 절감한다. 탈냉전 후 지난 30여년간 역대 정부가 공들여 쌓아 올린 북방외교의 성과와 남북관계가 윤 정부에 의해 무너져 내렸다. 대한민국의 외교안보정책은 대체로 한반도 평화를 증진하여 국민의 안전을 도모하고, 주변 국가들과 선린관계를 증진하여 경제발전 등 국가번영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목적으로 추진된다. 윤석열 정부건, 문재인 정부건, 그 실행 수단이 대화건, 대결이건 상관없이 이러한 목표는 대동소이하다. 그런데 윤 정부는 남북관계를 극단적으로 악화시켜 국민이 전쟁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고, 중국·러시아와 대립하면서 스스로 한국 경제의 지도를 좁히며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더하게 하는 방향으로 역주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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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칼럼 김정은의 ‘헤어질 결심’, 의미와 대처방향 연초부터 북한의 새로운 대남노선이 한반도에 전운을 몰고 왔다. 북한 지도자 김정은은 “불신과 대결만을 거듭해온 쓰라린 북남관계사를 냉철히 분석한 데 입각”했다며 기존 통일정책을 포기하고 영구분단을 기정사실화하면서 한반도에 “가장 적대적인 두 국가가 병존하고 있다”고 선언하였다. 이는 한반도의 현재와 미래 모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으로 깊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대남노선 전환의 의미는 대략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북한은 ‘남한과의 통일’을 지향하지 않고 ‘남남’으로 살아가겠다고 공식 선언하였다. 그동안 남북이 공유해온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는 남북관계 인식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다. 이러한 반전은 윤석열 정부와 격렬하게 대립하면서 감정적으로 표출된 양 보이지만, 기실 북한이 꽤 오랫동안 준비해온 것이다. ‘우리민족제일주의’ 대신에 ‘우리국가제일주의’를 대대적으로 고창하고, 남한을 ‘대한민국’이라 호명한 것 등이 두 개의 국가론을 다지는 포석이었다. 김정은은 남북한 간 체제의 차이와 역량 격차가 극명한 속에서 장기적으로 ‘백두혈통 정권’의 지속을 위해 이 길을 택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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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칼럼 대통령이라는 자리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윤석열 정부처럼 스스로 국가 기강을 어지럽히고 국정운영을 엉망으로 하는 정권은 경험하지 못했다. 엄연한 삼권분립 민주공화국에서 대통령이 집권여당을 떡 주무르듯 농단하는 뉴스가 넘쳐나고, 국회의원 선거 차출을 위해 3개월짜리 장관, 6개월짜리 차관이 양산되고 있다. 곳곳에서 부실한 국정운영으로 국민의 삶이 각박해지고 나라가 어려움에 빠지고 있다. 상투적인 비난이 아니다. 최근 외교안보 분야 뉴스만 봐도 그 예가 차고 넘친다. ‘박빙 승부와 역전승’을 예고하며 국민 기대를 부풀려 놓고 ‘29 대 119’라는 외교적 참변으로 끝난 엑스포 부산 유치 작전, 정보부서 책임자급 간부 대부분을 대기·교육·지원 근무 등 형식을 통해 떠돌이 신세를 만들어 놓고 주야장천 권력투쟁에 몰두한 국가정보원 수뇌부, 항일 독립영웅 홍범도 장군을 욕보이더니 끝내 영토 보존의 신성한 의무마저 망각하고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표현한 얼빠진 국방부, 마치 거친 상대방을 다루는 특별한 비방이나 있는 듯이 한껏 목청을 높이고 힘을 과시했으나 결과적으로 ‘언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해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위험한 상황’으로 내몰린 남북관계! 이러고도 나라가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