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욱
문화에디터 겸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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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가죽 롱 코트 북한에는 ‘김정은표 가죽 롱 코트’가 있다. 더블 버튼과 벨트,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길이의 코트다. 1980~1990년대 홍콩 갱 영화 주인공이 입던 코트를 연상시키는 스타일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12월 리모델링한 삼지연군 읍지구 준공식 때 입고 나오면서 알려졌다. 벨트를 꽉 조인 채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은 김 위원장의 현장지도 사진 등이 노출되면서, 가죽 코트는 김 위원장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옷차림과 제스처를 흉내내는 등 후광효과를 노리던 김 위원장이 권력기반을 굳힌 뒤 독자노선을 걷겠다는 메시지를 ‘의상’을 통해 표출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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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이따위 실용주의 정치는 ‘마이너스의 손’임에 틀림없다. 왜 좋다는 것은 다 긁어모아놓고, 쓸모없는 탱자로 만드는가. 사람이든, 가치든….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정치인은 여의도에 발을 딛기 전 자신들의 분야에서 괜찮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예컨대 보수정권 시절 논란이 됐던 많은 인사는 능력 있는 법조인들이었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을 막지 못했다고 비판받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일 잘하는 검사였다고 한다. 검찰총장 시절 권력에 맞섰다는 이유로, ‘상식과 공정’의 상징으로 떠받들어졌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무식이 탄로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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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우주 광고 할리우드 거장으로 꼽히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SF 명작영화 <블레이드 러너>(1982)는 강렬한 도입부로 유명하다. 201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밤, 비행자동차가 대형 동영상 광고 앞을 지나쳐 날아가는 장면이다. 특히 하늘 높이 떠 있는 대형 광고가 주는 시각적 충격은 대단했다. 당시로선 기술적 배경이 불분명한 상상에 가까웠겠지만, 광고효과 극대화에 목매는 미래 시대의 트렌드를 제대로 내다본 것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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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마녀 사면 매부리코와 주걱턱, 짙은 눈썹과 거무스름한 피부, 뾰족한 손톱 등 기이한 외모를 지닌 노파. 때론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며, 동물로도 변신하는 등 갖가지 요술을 부린다. <백설공주> <헨젤과 그레텔> 등 서양 동화에 등장하는 마녀의 이미지다. 가끔 선한 마녀도 있지만, 주인공을 함정에 빠뜨리는 나쁜 마녀가 훨씬 많이 나온다. 하지만 마녀는 당초 사악한 존재나 이미지가 아니었다. 출산이나 질병 치료 등을 하고, 점을 치는 등 주술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중세를 거치면서 부정적인 의미가 강화됐다. 마녀는 사탄과의 계약을 통해 하수인이 되는 대신 신비한 능력을 부여받는다. 여기에 악마와 음행을 하면서 신앙을 해치는 나쁜 존재로 낙인찍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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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백두혈통 곁가지 곁가지는 원가지에서 돋아난 작은 가지다. 어떤 사안이나 사물에서 덜 중요하거나 본질적이지 않은 부분을 비유적으로 일컫는다. 그래서 풍성한 결실을 거두려면 곁가지를 쳐줘야 한다거나 이야기가 곁가지로 흘렀다는 말에서처럼 긍정적인 뜻으로 쓰이는 경우가 드물다. 곁가지라는 말은 가계를 일컬을 때도 쓰인다. 적통이 아닌 방계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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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적은 내부에 있다 탄핵 이후 보수야당에서 기억나는 것은 딱 세 장면이다. 새누리당→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국민의힘으로 이어지는 당명 변경,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8월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무릎 꿇고 울먹이며 사죄한 일, 36세 이준석 대표가 지난 6월 국민의힘 대표로 선출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건들은 일회성 이벤트로 그쳤다. 국민의힘은 여전히 무능·무사안일하고, 윤석열 후보는 잇단 실언으로 자질 논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수혁신의 열망으로 선출된 이준석 대표는 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들의 패싱 논란에 반발해 당무를 거부한 채 칩거하고 있다. 자식과 마누라 빼고 다 바꾸겠다던 보수야당에서 바뀐 것은 이름뿐이다. 국민의힘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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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녹색평론 휴간 녹색평론을 처음 접한 때는 2009년 초여름이었다. 지인으로부터 1년 정기구독권을 선물받은 것이 시작이었다. 마침 이명박 정권의 4대강사업에 대한 비판이 나오던 시기여서 관심이 갔던 것도 사실이다. 뽁뽁이도 없는 우편봉투에서 재생지로 제본된 책을 꺼냈던 기억이 생생하다. 초라한 외형이었지만 책이 다루는 범위와 깊이는 상상을 뛰어넘었다. 환경 서적이 아니라 현대문명 사회가 지속 가능하지 않음을 경고하는 문명비판서였다. 12년 넘게 이 잡지를 구독하면서 세상을 보는 시각이 조금은 넓어졌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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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미국 국무부 수뇌부는 장관과 2명의 부장관, 6명의 차관으로 구성된다. 차관 아래 차관보는 한국 외교부로 치면 국장급이다. 그런데 차관 업무 범위가 넓어 개별국가에 대한 현안들은 차관보들이 직접 챙긴다. 그러다보니 미·중·일 관계를 비롯해 한반도 문제를 담당하는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정권의 정통성이 취약하던 1960~80년대 한국 정부에 대한 동아·태차관보의 위상은 대단했다. 발언 한마디 한마디가 큰 뉴스거리였다. 국무장관 이름은 몰라도 동아·태차관보 이름은 귀에 익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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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금강불괴(金剛不壞) 그 무엇으로도 파괴되지 않는다는 금강불괴는 원래 불교용어다. 원적(圓寂) 후에도 몸이 썩지 않을 정도로 수행의 경지가 최고에 이른 경우를 지칭했다. 그런데 이 말이 무협소설에 도입되면서 무술 수련에 의해 몸이 금강석처럼 단단해진 초절정 고수를 일컫는 말이 됐다. 금강불괴를 성취한 주인공은 그 피부가 쇠보다 단단하고 고무보다 질기며, 칼을 맨몸으로 튕겨내고, 도끼에 찍혀도 상처를 입지 않는다. 실제 금강불괴를 자칭하는 무술가도 있다. 중국 소림사의 금강불괴신공을 익혔다는 이종격투기 선수 일룽은 경기 중 가드를 내린 채 상대 주먹을 받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무협지에 나오는 신묘한 수준의 금강불괴는 아니다. 두들겨 맞으면서도 버텨내는 맷집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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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제발 그만해. 이러다가는 다 죽어” 저는 자유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시민입니다. 태극기 아니에요. 합리적 보수를 지향합니다. 요즘 조바심이 나 견딜 수가 없어요. 내년 3월 대선에서 좌파세력인 더불어민주당에 패한다면 이 나라가 어디로 갈지 걱정이 됩니다. 얼마 전까지 대선 승리를 낙관했습니다. 지난 4월7일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했고, 무엇보다 여당에 우호적이던 서울 전 지역구의 표심도 야권에 기운 게 확인됐기 때문이지요. 조국 사태로 만천하에 드러난 여권의 위선과 내로남불에 대한 사람들의 염증은 대단했고요. 이대로라면 내년 대선에서 보수 부활은 문제없을 거라고 확신했어요. 특히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물론 한때는 그를 저주했어요.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로 이명박 정부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고, 박근혜 정부 위기를 초래하지 않았습니까. 실체도 불분명한 국정농단이라는 죄목을 씌워 박 전 대통령을 감옥에 넣었죠. 그러나 윤 전 총장이 문재인 정부의 위선과 내로남불에 결기 있게 맞서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윤 전 총장이 지난 3월4일 총장직에서 사퇴했을 때 남긴 말을 기억합니다.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쌓인 울분으로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어요. 미움과 사랑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옛말도 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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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남북 산림협력 북한의 산림 황폐화는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으로 가속화했다. 북한 주민들은 초근목피로 연명하기 위해, 또 땔감을 얻기 위해 산의 나무를 훼손할 수밖에 없었다. 소나무 뿌리나 관솔 등으로 송탄 휘발유나 윤활유까지 만들어 부족한 자원을 메웠다. 방북했던 생태학자 마거릿 파머는 “북한 삼림에는 생명이 없다”고 그 실상을 전한 바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5년 산림 파괴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나무가 여전히 주요 연료재인 데다 병충해도 계속되기 때문이다. 국내 위성 천리안이 2014년 가을 찍은 영상을 보면 남한지역은 영토의 대부분이 울창한 산림에 둘러싸여 있는 반면, 북한은 자강도, 양강도, 함경북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산림을 찾기 힘들 정도로 황폐화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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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개미지옥 개미지옥은 명주잠자리의 애벌레인 개미귀신이 먹이인 개미를 잡기 위해 만든 모래 함정을 일컫는다. 깔때기 모양의 모래 함정에 굴러떨어진 개미는 탈출하려고 발버둥치지만 끝내는 빨려들어 먹히고 만다는 것이다. 개미가 빠져나올 만하면 개미귀신은 아래의 모래를 퍼올려 다시 미끄러져 내리게 한다. 먹잇감에 소화액을 주입해 녹인 뒤 즙을 먹는다. 개미귀신이 집게로 개미를 붙든 채 패대기치는 인터넷 동영상 속 개미지옥의 모습은 끔찍하기까지 하다. 명주잠자리라는 성체의 이름·생김새와는 딴판이다. ‘ant lion’이라는 이름을 괜히 붙인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