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욱
문화에디터 겸 문화부장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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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녹색평론 휴간 녹색평론을 처음 접한 때는 2009년 초여름이었다. 지인으로부터 1년 정기구독권을 선물받은 것이 시작이었다. 마침 이명박 정권의 4대강사업에 대한 비판이 나오던 시기여서 관심이 갔던 것도 사실이다. 뽁뽁이도 없는 우편봉투에서 재생지로 제본된 책을 꺼냈던 기억이 생생하다. 초라한 외형이었지만 책이 다루는 범위와 깊이는 상상을 뛰어넘었다. 환경 서적이 아니라 현대문명 사회가 지속 가능하지 않음을 경고하는 문명비판서였다. 12년 넘게 이 잡지를 구독하면서 세상을 보는 시각이 조금은 넓어졌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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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미국 국무부 수뇌부는 장관과 2명의 부장관, 6명의 차관으로 구성된다. 차관 아래 차관보는 한국 외교부로 치면 국장급이다. 그런데 차관 업무 범위가 넓어 개별국가에 대한 현안들은 차관보들이 직접 챙긴다. 그러다보니 미·중·일 관계를 비롯해 한반도 문제를 담당하는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정권의 정통성이 취약하던 1960~80년대 한국 정부에 대한 동아·태차관보의 위상은 대단했다. 발언 한마디 한마디가 큰 뉴스거리였다. 국무장관 이름은 몰라도 동아·태차관보 이름은 귀에 익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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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금강불괴(金剛不壞) 그 무엇으로도 파괴되지 않는다는 금강불괴는 원래 불교용어다. 원적(圓寂) 후에도 몸이 썩지 않을 정도로 수행의 경지가 최고에 이른 경우를 지칭했다. 그런데 이 말이 무협소설에 도입되면서 무술 수련에 의해 몸이 금강석처럼 단단해진 초절정 고수를 일컫는 말이 됐다. 금강불괴를 성취한 주인공은 그 피부가 쇠보다 단단하고 고무보다 질기며, 칼을 맨몸으로 튕겨내고, 도끼에 찍혀도 상처를 입지 않는다. 실제 금강불괴를 자칭하는 무술가도 있다. 중국 소림사의 금강불괴신공을 익혔다는 이종격투기 선수 일룽은 경기 중 가드를 내린 채 상대 주먹을 받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무협지에 나오는 신묘한 수준의 금강불괴는 아니다. 두들겨 맞으면서도 버텨내는 맷집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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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제발 그만해. 이러다가는 다 죽어” 저는 자유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시민입니다. 태극기 아니에요. 합리적 보수를 지향합니다. 요즘 조바심이 나 견딜 수가 없어요. 내년 3월 대선에서 좌파세력인 더불어민주당에 패한다면 이 나라가 어디로 갈지 걱정이 됩니다. 얼마 전까지 대선 승리를 낙관했습니다. 지난 4월7일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했고, 무엇보다 여당에 우호적이던 서울 전 지역구의 표심도 야권에 기운 게 확인됐기 때문이지요. 조국 사태로 만천하에 드러난 여권의 위선과 내로남불에 대한 사람들의 염증은 대단했고요. 이대로라면 내년 대선에서 보수 부활은 문제없을 거라고 확신했어요. 특히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물론 한때는 그를 저주했어요.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로 이명박 정부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고, 박근혜 정부 위기를 초래하지 않았습니까. 실체도 불분명한 국정농단이라는 죄목을 씌워 박 전 대통령을 감옥에 넣었죠. 그러나 윤 전 총장이 문재인 정부의 위선과 내로남불에 결기 있게 맞서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윤 전 총장이 지난 3월4일 총장직에서 사퇴했을 때 남긴 말을 기억합니다.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쌓인 울분으로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어요. 미움과 사랑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옛말도 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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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남북 산림협력 북한의 산림 황폐화는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으로 가속화했다. 북한 주민들은 초근목피로 연명하기 위해, 또 땔감을 얻기 위해 산의 나무를 훼손할 수밖에 없었다. 소나무 뿌리나 관솔 등으로 송탄 휘발유나 윤활유까지 만들어 부족한 자원을 메웠다. 방북했던 생태학자 마거릿 파머는 “북한 삼림에는 생명이 없다”고 그 실상을 전한 바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5년 산림 파괴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나무가 여전히 주요 연료재인 데다 병충해도 계속되기 때문이다. 국내 위성 천리안이 2014년 가을 찍은 영상을 보면 남한지역은 영토의 대부분이 울창한 산림에 둘러싸여 있는 반면, 북한은 자강도, 양강도, 함경북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산림을 찾기 힘들 정도로 황폐화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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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개미지옥 개미지옥은 명주잠자리의 애벌레인 개미귀신이 먹이인 개미를 잡기 위해 만든 모래 함정을 일컫는다. 깔때기 모양의 모래 함정에 굴러떨어진 개미는 탈출하려고 발버둥치지만 끝내는 빨려들어 먹히고 만다는 것이다. 개미가 빠져나올 만하면 개미귀신은 아래의 모래를 퍼올려 다시 미끄러져 내리게 한다. 먹잇감에 소화액을 주입해 녹인 뒤 즙을 먹는다. 개미귀신이 집게로 개미를 붙든 채 패대기치는 인터넷 동영상 속 개미지옥의 모습은 끔찍하기까지 하다. 명주잠자리라는 성체의 이름·생김새와는 딴판이다. ‘ant lion’이라는 이름을 괜히 붙인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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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깐부 50대 이상 중장년층 가운데 상당수는 어린 시절 딱지치기나 구슬치기 할 때 쓰던 ‘깐부’라는 말을 기억한다. 놀이자산을 함께 관리하던 가장 친한 친구를 일컫는 은어다. 친구와 깐부를 맺고 다른 깐부 동맹의 딱지와 구슬을 싹쓸이하는 건 남다른 재미였다. 기원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평안도 방언이라는 설, 소규모 재즈밴드를 뜻하는 캄보(combo)가 미8군을 통해 민간에 퍼졌다는 설 등이 있다. 지역이나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깜보·깜부 등도 같은 뜻으로 통했다. 1986년 만들어진 영화 <깜보>는 배우 김혜수·박중훈의 데뷔작으로 회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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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지지를 강요하지 마라 여의도 국회를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내린 결론이 있다. 한국 정치의 본질은 투쟁이며, 대화와 타협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라는 것이다. 제한된 권력을 두고 여러 세력이 다투는 정치의 특성 탓도 있겠지만, 한국의 정치토양은 특히 척박하다. 영원할 줄 알았던 보수의 시대는 탄핵으로 허물어졌지만, 좀 다를 줄 알았던 진보세력도 민주를 외쳤던 과거를 잊은 듯 독주한다. 요즘의 정치세계는 ‘너 죽고 나 살자’는 살벌한 서바이벌 게임의 룰에 의해 움직여지는 듯하다. 그럼에도 이런 난장판 선거는 예상하지 못했다. 대선판이 여야 유력 주자와 연관된 대형 스캔들로 온통 뒤덮였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얽힌 대장동 개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냥한 고발 사주 의혹은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 당장 막바지에 이른 더불어민주당 경선은 대장동 의혹을 연일 문제 삼는 이낙연 전 대표와, 같은 편끼리 너무하다는 이 지사 항변만 부각된다. 감동의 경선 드라마를 원했던 여권 수뇌부의 속은 쓰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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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중국의 ‘애국주의’ 영화 영화 예술은 파급력이 크다는 점 때문에 체제의 정치적 선전도구로 쓰여왔다. 독재자들이 특히 영화의 선전 효과에 주목했다. 히틀러가 괴벨스에게 독일영화연구소 설립을 지시, 나치 선전 영화를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1934년 나치의 뉘른베르크 전당대회를 기록한 레니 리펜슈탈의 다큐 <의지의 승리>는 이 분야의 최고 작품으로 통한다. 세계 3대 영화제의 하나인 베니스 영화제도 1932년 무솔리니 체제하에서 시작됐다. 군사독재 시절인 1960~1970년대 국내에서 수많은 반공영화가 제작됐다. 거장 임권택 감독도 반공영화를 여러 편 찍었다. 북한에서 지금도 체제를 선전하는 영화들이 만들어지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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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정치혐오, 언제까지 부추길 건가 아무리 낡고, 국민 기대에 못 미치는 정치판이라지만, 과거 대통령 선거 때는 최소한의 기본 선은 있었다. 어렴풋하게나마 선거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이 있었고, 유력 후보들이 내세운 국가비전을 둘러싼 토론도 벌어졌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는 사상 첫 평화적 정권교체, 권위주의와 군부독재 잔재 타파 등의 대의가 있었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탈권위주의와 지역구도 타파를 내세워 바람을 일으켰다. 하다못해 이명박 전 대통령도 “(나처럼) 부자 만들어 드릴게요”라는 메시지로 표심을 홀리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마음에도 없는 ‘경제민주화’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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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아바의 새 항해 좋은 노래는 늙지 않는다. 팝이든 가요의 영역에서든 좋은 노래들은 시대를 관통해왔다. 가사의 깊이나 멜로디의 세련됨이 요즘 노래 못지않기 때문이다. 비틀스, 롤링스톤스, 밥 딜런 등 레전드 가수들의 노래는 요즘도 라디오에서 심심찮게 들린다. 한국에선 ‘100대 명반’의 머리에 늘 랭크되는 들국화 1집에 실린 모든 곡들, 요절한 유재하와 김현식의 노래, 고 이영훈 작곡가가 만든 이문세의 노래들이 시대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1972년 결성된 스웨덴 혼성그룹 아바는 이런 면에서 빼놓을 수 없다. 작곡을 맡았던 비욘 울바에우스, 베니 안데르손, 여성 보컬 애니프리드 린스태드, 앙네타 펠트스코그로 이뤄진 아바의 팝음악은 감미로운 멜로디에 따라부르기 쉬운 가사여서 짙은 중독성이 있다. 비영어권 그룹임에도 ‘아이 해브 어 드림(I have a dream)’ ‘맘마미아(Mamma Mia)’ ‘더 위너 테익스 잇 올(The Winner Takes It All)’ ‘댄싱 퀸(Dancing Queen)’ 등 수많은 영어 히트곡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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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역선택의 함정 여의도 정치판에서 선거철마다 등장하는 ‘역선택’은 원래 경제학 용어다. 정보 불균형으로 파는 쪽보다 사는 쪽에 불리한 계약이 이뤄지는 상황을 일컫는다. 예를 들면 중고차 시장에서 중고차 판매자는 구매자에 비해 그 차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자신의 차에 문제가 있다면 책정된 중고차 시장가격에 만족하면서 시장에 자신의 차를 내놓게 된다. 반면 좋은 차를 가진 사람은 차의 성능에 비해 평균적으로 책정된 시장가격이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에 차를 시장에 내놓지 않으려고 한다. 결국 시장에는 질이 안 좋은 차가 상대적으로 더 많아지므로 구매자는 품질이 낮은 상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것이 ‘역선택(adverse selection) 이론’이며 이런 시장을 ‘레몬(lemon) 마켓’이라고 한다. 역선택 결과로 시고 맛없는 레몬만 시장에 나오게 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