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욱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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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지지를 강요하지 마라 여의도 국회를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내린 결론이 있다. 한국 정치의 본질은 투쟁이며, 대화와 타협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라는 것이다. 제한된 권력을 두고 여러 세력이 다투는 정치의 특성 탓도 있겠지만, 한국의 정치토양은 특히 척박하다. 영원할 줄 알았던 보수의 시대는 탄핵으로 허물어졌지만, 좀 다를 줄 알았던 진보세력도 민주를 외쳤던 과거를 잊은 듯 독주한다. 요즘의 정치세계는 ‘너 죽고 나 살자’는 살벌한 서바이벌 게임의 룰에 의해 움직여지는 듯하다. 그럼에도 이런 난장판 선거는 예상하지 못했다. 대선판이 여야 유력 주자와 연관된 대형 스캔들로 온통 뒤덮였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얽힌 대장동 개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냥한 고발 사주 의혹은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 당장 막바지에 이른 더불어민주당 경선은 대장동 의혹을 연일 문제 삼는 이낙연 전 대표와, 같은 편끼리 너무하다는 이 지사 항변만 부각된다. 감동의 경선 드라마를 원했던 여권 수뇌부의 속은 쓰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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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중국의 ‘애국주의’ 영화 영화 예술은 파급력이 크다는 점 때문에 체제의 정치적 선전도구로 쓰여왔다. 독재자들이 특히 영화의 선전 효과에 주목했다. 히틀러가 괴벨스에게 독일영화연구소 설립을 지시, 나치 선전 영화를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1934년 나치의 뉘른베르크 전당대회를 기록한 레니 리펜슈탈의 다큐 <의지의 승리>는 이 분야의 최고 작품으로 통한다. 세계 3대 영화제의 하나인 베니스 영화제도 1932년 무솔리니 체제하에서 시작됐다. 군사독재 시절인 1960~1970년대 국내에서 수많은 반공영화가 제작됐다. 거장 임권택 감독도 반공영화를 여러 편 찍었다. 북한에서 지금도 체제를 선전하는 영화들이 만들어지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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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정치혐오, 언제까지 부추길 건가 아무리 낡고, 국민 기대에 못 미치는 정치판이라지만, 과거 대통령 선거 때는 최소한의 기본 선은 있었다. 어렴풋하게나마 선거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이 있었고, 유력 후보들이 내세운 국가비전을 둘러싼 토론도 벌어졌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는 사상 첫 평화적 정권교체, 권위주의와 군부독재 잔재 타파 등의 대의가 있었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탈권위주의와 지역구도 타파를 내세워 바람을 일으켰다. 하다못해 이명박 전 대통령도 “(나처럼) 부자 만들어 드릴게요”라는 메시지로 표심을 홀리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마음에도 없는 ‘경제민주화’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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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아바의 새 항해 좋은 노래는 늙지 않는다. 팝이든 가요의 영역에서든 좋은 노래들은 시대를 관통해왔다. 가사의 깊이나 멜로디의 세련됨이 요즘 노래 못지않기 때문이다. 비틀스, 롤링스톤스, 밥 딜런 등 레전드 가수들의 노래는 요즘도 라디오에서 심심찮게 들린다. 한국에선 ‘100대 명반’의 머리에 늘 랭크되는 들국화 1집에 실린 모든 곡들, 요절한 유재하와 김현식의 노래, 고 이영훈 작곡가가 만든 이문세의 노래들이 시대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1972년 결성된 스웨덴 혼성그룹 아바는 이런 면에서 빼놓을 수 없다. 작곡을 맡았던 비욘 울바에우스, 베니 안데르손, 여성 보컬 애니프리드 린스태드, 앙네타 펠트스코그로 이뤄진 아바의 팝음악은 감미로운 멜로디에 따라부르기 쉬운 가사여서 짙은 중독성이 있다. 비영어권 그룹임에도 ‘아이 해브 어 드림(I have a dream)’ ‘맘마미아(Mamma Mia)’ ‘더 위너 테익스 잇 올(The Winner Takes It All)’ ‘댄싱 퀸(Dancing Queen)’ 등 수많은 영어 히트곡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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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역선택의 함정 여의도 정치판에서 선거철마다 등장하는 ‘역선택’은 원래 경제학 용어다. 정보 불균형으로 파는 쪽보다 사는 쪽에 불리한 계약이 이뤄지는 상황을 일컫는다. 예를 들면 중고차 시장에서 중고차 판매자는 구매자에 비해 그 차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자신의 차에 문제가 있다면 책정된 중고차 시장가격에 만족하면서 시장에 자신의 차를 내놓게 된다. 반면 좋은 차를 가진 사람은 차의 성능에 비해 평균적으로 책정된 시장가격이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에 차를 시장에 내놓지 않으려고 한다. 결국 시장에는 질이 안 좋은 차가 상대적으로 더 많아지므로 구매자는 품질이 낮은 상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것이 ‘역선택(adverse selection) 이론’이며 이런 시장을 ‘레몬(lemon) 마켓’이라고 한다. 역선택 결과로 시고 맛없는 레몬만 시장에 나오게 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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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정의당의 대선 2002년 대선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첫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이 후보를 낸 첫 번째 선거였다. 당시 민노당 권영길 후보는 “살림살이 나아지셨습니까”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냈고, 100만표에 약간 못 미치는 96만여표(3.9%)를 얻었다. 당시 국회의원 한 명 없던 ‘원외정당’ 민노당은 주요 정치세력으로 부상했다. 앞서 진보진영과 노동운동이 결집한 국민승리21 후보로 1997년 대선에 출마해 30만여표(1.2%)를 얻는 데 그쳤던 권 후보는 2002년 대선을 계기로 진보정치의 간판이 됐다. 마침내 민노당은 2004년 총선에서 10석을 얻으며 원내로 진입했고, 노회찬·심상정 등 스타 정치인들의 활약으로 제3 정치세력으로서 위상을 굳혔다. 이후 수 차례 합당·분당 등 곡절을 겪었지만 원내에선 정의당이 진보정당의 맥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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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다큐멘터리 ‘노회찬 6411’ 서울 구로동에서 출발해 강남구 개포동에 이르는 6411번 버스는 고 노회찬 의원 때문에 유명해졌다. 그는 2012년 7월 진보정의당 대표 수락연설에서 이 버스 첫차 승객인 여성 청소노동자들을 호명하며 “이분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름이 있었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다. 한 달에 85만원 받는 이분들이야말로 투명인간”이라며 “대한민국을 실제로 움직여온 수많은 투명인간들을 위해 존재할 때, (진보정당은) 일말의 의의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설은 깊은 울림을 일으켰다. 이후 6411번은 노회찬 버스로 통했고, 정의당은 약자들이 배제된 한국 민주주의를 바꾸겠다며 ‘6411 정신’을 주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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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윤석열도, 김동연도 ‘대통령의 사람들’ 설마설마했을 것이다. 올 초부터 여권 인사들은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거취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여권 후보로 4·7 보궐선거 서울시장에 출마해달라는 제의를 거부한 그가 야권 주자로 대선판에 뛰어들 것이란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이 반문재인을 내건 정치행보를 예고한 터에 김 전 부총리까지 이탈하면 여권의 체면은 말이 아니게 된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5월 “저는 문재인 정부 초대 부총리” 등 김 전 부총리가 했다는 말을 공개한 것도 그를 묶어놓으려는 의도가 있었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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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고난의 행군 2 김일성 북한 주석은 1962년 제3기 최고인민회의에서 “모두가 이밥(흰쌀밥)에 고깃국을 먹으며 기와집에서 비단옷을 입고 사는 부유한 생활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천리마운동을 독려하며 한 이 말은 이후 북한의 목표가 되었다. 이는 단순한 호언장담이 아니었다. 한국전쟁이 끝난 뒤 10년이 흐른 당시 북한은 비교적 순조롭게 국가를 재건하고 있었고, 체제 경쟁에서 남한을 앞서고 있었다. 하지만 이 말은 실현되기는커녕 거꾸로 되었다.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 소련과 동구권 국가들이 잇따라 붕괴하면서 북한의 경제는 흔들렸다. 무상지원과 물물교환 형태의 유상지원 등 뒷배 역할을 해온 사회주의 동맹의 부재는 북한을 고립으로 내몰았던 것이다. 여기에 홍수와 냉해 등 자연재해가 수년간 겹치고 이어지면서 식량난이 덮쳐 식량배급제가 무너졌다. 그 결과 김 주석이 사망한 1994년 여름부터 북한은 5년여간 ‘고난의 행군’에 들어가 수십만명이 굶어죽었다. 실제 아사자 숫자는 알 수 없는데, 수백만명에 이른다는 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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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불량식품 40대 후반 이상이라면 초등학교 앞 문구점에서 팔던 쫀드기에 얽힌 추억이 없을 수 없다. 밀가루·옥수수분말·설탕·베이킹파우더 등 재료는 특별한 게 없지만, 겨울철 문방구나 교실의 연탄난로에서 구워먹던 쫀드기 맛은 다른 군것질거리가 흉내낼 수 없었다. 쫀드기의 여름철 맞수는 동네 구멍가게에서 파는 하드였다. 과일색소와 첨가제 등이 들어간 설탕물을 얼린 하드의 청량감은 포기할 수 없는 맛이었다. 비위생적, 세균 덩어리 등의 말이 어린이들 귀에 들어올 여지가 없었다. 그러던 쫀드기나 하드는 1980년대 들어 불량식품으로 전락했다. 위생적인 환경에서 만들어진 과자와 아이스크림이 쏟아지면서 쫀드기·하드에 들어간 색소와 첨가물이 유해하다는 인식이 번졌다. ‘내 몸에 들어가는 음식’에 민감해질수록 불량식품이 설 자리는 좁아졌다. 유기농, 글루텐 프리, 콜레스테롤 제로,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등 식품의 안전성을 강조하는 인증마크의 등장은 먹거리에 까다로워진 세태를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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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파파게노 효과 연예인 등 유명인의 극단적 선택은 전염성이 있다. 2003년 홍콩 배우 장국영이나 2008년 배우 최진실이 삶을 마감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같은 방식으로 그들과의 동행을 택했다. 이런 모방자살을 베르테르 효과라고 하는데 이 표현은 1774년 출간된 독일의 볼프강 폰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유래한다. 주인공 베르테르는 사랑에 실패한 뒤 스스로 생을 포기했는데, 이 소설이 인기를 얻으면서 젊은층에서 모방자살이 유행처럼 번졌고, 정확히 200년 뒤인 1974년 미국 사회학자 데이비드 필립스는 이런 현상을 베르테르 효과라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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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훅의 정치, 잽의 정치 잽보다 훅이다. 구석구석을 찌르는 유효타로 차곡차곡 점수를 쌓는 것보다 강력한 한방의 타격이 더 큰 법이다. 권투를 제외하고 정치만큼 이 말이 잘 맞아떨어지는 영역이 있을까. 불굴의 도전정신, 정치감각, 역경의 인생 스토리 등은 정치의 세계에서 강력한 훅이 된다. ‘훅의 정치’의 반대편에는 ‘잽의 정치’가 있다. 정책 내공, 일관된 삶의 궤적과 메시지 등을 통해 조용히 내공을 쌓아나가는 정치인들이 이 범주에 포함된다. ‘알고 보면 좋은데 안 뜬다’ ‘저평가 우량주’…. 애석하게도 대다수 잽의 정치인들은 우량주였음에도 저평가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