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욱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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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항복하라! ‘김건희 유니버스’의 빌런군단 이 이야기는 영화가 아니라 현실, 아니 영화 같은 현실이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악당이다. 이들의 언행은 조폭영화의 주먹들보다 막장스러우며, 이들의 만행은 공포영화의 사건들보다 기괴하다. 할리우드 상업영화에서 흔히 보는 것처럼 악당이 개과천선했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현실이다. 이들은 더 악한 빌런군단으로 흑화했고, 급기야 내란을 시도해 대한민국을 큰 혼란에 빠뜨렸다. 빌런군단의 얼굴마담은 윤석열이다. 특징은 국정과 주정의 혼동이다. 시도 때도 없는 어퍼컷과 욕설 그리고 광기, 1시간이면 혼자 59분을 떠드는 대화법은 그만의 장기다. 숙취로 제때 출근 못하는 날엔 빈 차를 위장 출근시키는 비기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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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윤석열과 그 잔당들의 죄, 국민에게 고함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윤석열과 그 잔당들의 죄를 고합니다. 지금까지 윤석열은 취임 이후 국회가 의결한 법안에 대해 25번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으며, 지난 6월 22대 국회 출범 이후에도 11번의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이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유례없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건국 이후에 전혀 유례없던 상황입니다. 윤석열은 자신과 부인 김건희를 둘러싼 각종 스캔들과 의혹을 덮기 위해 수차례 특별검사법을 거부하고, 국회 개원식에 불참하는 등 정치와 국회를 마비시켰습니다. 새해 예산 처리에 앞서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국회 시정연설에도 불참하는 등 대통령으로서 본질적 기능도 하지 않았습니다. 윤석열은 급기야 민주화 이후 45년 만에 반헌법적 비상계엄을 선포해 전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었습니다. 국정은 대혼란에 빠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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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강시정권인가, 각시정권인가 윤석열 정권은 사실상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았다. 악재는 악재로 덮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정난맥은 극에 달했다. 3류 정치 브로커라는 명태균씨는 대통령 부부의 치부를 연일 들춘다. 권위 잃은 대통령의 메시지는 헛웃음을 낳는다. 대통령이 그나마 성과로 내세웠던 체코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 계약은 절차가 보류됐다. 급기야 대통령의 공천개입 정황을 뒷받침하는 통화 육성까지 공개됐다. 내세울 성과는 없고, 방어해야 할 쟁점들은 날마다 쌓여간다. 이 정도면 통치불능 지경이다. 지지율 20%짜리 대통령에게 비상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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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흰 수건을 던질 때가 됐다 아무리 여론에 둔감한 윤석열 대통령이라도 지금쯤 눈치챘을 것이다. 자신이 망토를 두르지 않았음을. 그러나 깨달음은 너무 늦게 왔다. 주변을 둘러봐도 망토는커녕 나뭇잎 한 장 찾을 수 없다. 바닥으로 추락한 지지율, 느슨해진 국정 장악력을 회복할 길은 없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창피함과 당황스러움을 감내하기보다 손바닥으로 자신의 눈을 가렸다. 정신승리를 택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스스로를 개혁 완성을 위해 험한 길도 마다 않는 지도자로 포장한 듯하다. 윤 대통령이 틈날 때마다 “사회 내부에 암약하는 반국가세력에 맞서 나라를 지키자”고 주장하는 것이 정신승리의 징후다. 최근엔 ‘반대한민국세력’이라는 알쏭달쏭한 말까지 등장했다. 윤 대통령이 말하는 반국가세력이나 반대한민국세력은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이나 세력들을 지칭한 것일 터다. 짐작건대 온갖 기득권 세력의 저항에 맞서 묵묵히 국정수행을 하는 자신을 불순한 세력들이 흔들고 있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일 것이다. ‘숭고한 지도자’ 서사를 완성하려면, 반대편은 반국가세력이 되어야 마땅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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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대통령님 몰라봬서 죄송합니다’ 태극기의 반성 우리는 태극기세력입니다. 고백건대 윤석열 대통령님을 오랫동안 가짜 보수라고 생각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하는 등 보수진영을 초토화시킨 대통령님은 믿을 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문재인 정부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과 부딪친 것은 약속대련으로 봤습니다. 검찰총장 윤석열이 문재인 정부와 결별한 것으로 꾸미고 국민의힘에 위장취업해 보수의 남은 뿌리마저 뽑으려 한다는 것이 우리 쪽 다수의 의심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말씀과 인사 등을 보면서 대통령님이야말로 진정한 태극기임을 알게 됐습니다. 그동안 몰라봬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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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윤석열과 한동훈, 누가 더 큰 배신자인가 되짚어보면 윤석열 정치의 출발이 배신이었다. 검찰총장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와 맞서는 모습을 연출하면서 ‘공정과 상식’ 이미지를 얻고, 그 덕에 대통령까지 됐다. 자신을 발탁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배신이었지만 당시엔 권력에 굴하지 않은 정의와 용기로 포장됐고, 그의 부족한 정치적 자질과 정책적 역량, 성마른 성격은 가려졌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집권 이후 자신에게 권력을 안겨준 공정과 상식의 가치를 내다버렸다. 자신과 아내 보호에만 급급하는 지극히 사적인 행보는 결기로 포장됐던 검찰총장 윤석열의 행동들이 정치적 계산에 따른 배신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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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윤석열 대통령, 4월의 서늘한 공기를 기억하라 다시, 결국 윤석열이다. 일주일도 남지 않은 총선의 중심에 윤석열 대통령이 섰다. 의지대로 섰다기보다, 자의 반 타의 반 불려나왔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선거 국면 초반 거친 이념적 발언을 전보다 삼가는 등 나름의 로키 행보를 했지만, 윤 대통령은 심판 여론을 벗어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논란이 거셀 때 한숨 돌렸을 터지만, 찰나의 순간이었을 뿐이다. 국민의 대표로서 도저히 적절해 보이지 않는 몇몇 민주당 후보들의 자격 논란도 심판 여론을 누르진 못했다. 유권자의 격노한 민심 앞에 격노의 아이콘이 무기력하게 서 있는 모습에서 권력무상을 곱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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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감별의 쓴맛, 감당할 준비 됐나 정치 현장에서 만났던 많은 사람들로부터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정치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검사·판사 등 법조인 출신, 군 출신, 관료 출신, 민주화운동으로 감옥에 다녀온 운동권 출신들도 예외가 없었다. 화법은 달랐을지언정 모두 공익과 자기희생을 말했다. 기자 역시 일부 정치인들의 진심을 믿었던 순진한 시절이 있었다. 괜찮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좋은 정치인으로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 여의도를 보면서 정치에 품었던 열정과 기대가 부질없었음을 깨닫는다. 공인의식은 간데없고, 사리사욕에 매몰된 정치인들만 득실거린다. 몇몇 사람들이 의원이 된 후 나쁘게 변해가는 과정도 봤다. 열정은 개인적 욕심으로, 한때의 겸손은 특권의식으로 바뀌었다. 부끄러워하지 않고, 국민 무서워하지 않는 정치인들이 혐오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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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김건희 새장’에 갇힌 윤 대통령 과거 정부들을 돌아보면 대통령의 존재는 임기말 옹색해졌다. 발언의 무게는 가벼워지고, 행보에 대한 주목도는 떨어진다. 신문 1면을 장식했던 대통령 관련 뉴스는 정치면 구석에 찌그러지거나, 아예 실리지 않게 된다. 가을이 되면 낙엽이 지듯 임기 후반 대통령의 힘이 빠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임기말을 감안해도, 대통령의 존재감이 급격하게 비정상적으로 사그라드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약화된 국정동력, 내부 권력투쟁, 스캔들의 덫에 걸린 전직 대통령들은 쓸쓸하게 물러났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의 처지는 말년이 초라했던 이전 대통령들보다 훨씬 심각하다. 집권 2년도 안 돼 임기말에나 벌어질 법한 사건들이 주변에서 한꺼번에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윤 대통령은 자신의 위기상황을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 ‘임기말 증후군에 시달리는 대통령’에 대한 글을 준비하던 차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사퇴 파동이 터졌다. 지지율 하락, 인사 실패, 가족 스캔들 등에 시달리던 윤 대통령이 내부 권력투쟁에 휘말린 것이다. 레임덕의 마지막 퍼즐이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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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이런 식의 투명한 정부는 달갑지 않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2월의 일이다.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 후임으로 현명관 마사회장이 내정됐다는 기사가 조선일보 1면에 실렸다. 기자들은 오전 내내 진위 여부를 물었지만 청와대 수석도 비서관들도 입을 닫았다. 청와대의 침묵을 언론이 긍정의 사인으로 해석하려던 차에 ‘현명관이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점심 무렵부터 나왔고, 그날 오후 1시쯤 이병기 국정원장이 비서실장에 내정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후일 사석에서 ‘우리도 몰랐다’고 실토했다. 박근혜 정부의 폐쇄적 국정운영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지만 대통령 주변 취재가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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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선택은 국민이 한다 선거는 모든 걸 걸고 하는 도박게임 같다고들 한다. 영화 <타짜>에서 봤듯 현실도박의 세계에서 진 편은 여차하면 손목이라도 건다. 승패가 갈린다는 점에서 선거도 다를 게 없다. 패한 쪽은 고통스러운 수습 과정을 거쳐야 한다. 선거에 패한 지도부의 총사퇴는 뒷감당의 기본이다. 잘나가던 도박꾼이 한번의 패배로 몰락하듯, 선거 지휘에 실패해 중심에서 밀려난 주요 정치인들은 셀 수 없었다. 그게 게임의 룰이고 정치의 법칙이다. 말 많고 탈 많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끝났다.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의 기상천외한 재도전은 대패로 끝났다.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당선인에게 17.15%포인트 차이로 졌다. 일찌감치 표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등 개표 과정은 싱거웠지만, 이번 선거의 정치적 의미는 어느 전국단위 선거 못지않게 풍부했다. 내년 4월 총선의 승부처인 수도권 선거의 전초전,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라는 성격이 있었고, 민주당에 대한 민심도 엿볼 수 있었다. 선거 결과에서 보듯 국민들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했다. 민주당의 승리보다 여권의 패배가 도드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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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윤 정부의 폭주를 멈추는 방법 윤석열 정부는 이명박 정부를 보면 안다. 이명박의 사람들이 주변에 모여든 것을 시작으로, 윤 대통령은 이명박의 길을 따르고 있다. “우리는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라는 허황된 자신감, 정권에 대한 험한 여론을 언론 탓으로 돌리는 나쁜 습관은 이명박 정부 때 질리도록 봤다. 공영방송 경영진을 내쫓고 방송국 주류를 친정부 인사들로 바꾸려는 행태도 재연될 참이다. 방송장악 기술자는 그때나 지금이나 이동관으로 같다. 이명박의 사람들은 ‘잃어버린 10년’을 외치더니, 윤 대통령과 주변 인사들은 뭐든 문재인 정부를 탓한다. 친서민 행보라며 시장에서 ‘오뎅 꼬치’를 먹었던 이명박처럼, 윤 대통령은 노량진 시장을 찾아 우럭탕·전어구이·꽃게찜 점심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