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욱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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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윤석열 대통령, 4월의 서늘한 공기를 기억하라 다시, 결국 윤석열이다. 일주일도 남지 않은 총선의 중심에 윤석열 대통령이 섰다. 의지대로 섰다기보다, 자의 반 타의 반 불려나왔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선거 국면 초반 거친 이념적 발언을 전보다 삼가는 등 나름의 로키 행보를 했지만, 윤 대통령은 심판 여론을 벗어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논란이 거셀 때 한숨 돌렸을 터지만, 찰나의 순간이었을 뿐이다. 국민의 대표로서 도저히 적절해 보이지 않는 몇몇 민주당 후보들의 자격 논란도 심판 여론을 누르진 못했다. 유권자의 격노한 민심 앞에 격노의 아이콘이 무기력하게 서 있는 모습에서 권력무상을 곱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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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감별의 쓴맛, 감당할 준비 됐나 정치 현장에서 만났던 많은 사람들로부터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정치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검사·판사 등 법조인 출신, 군 출신, 관료 출신, 민주화운동으로 감옥에 다녀온 운동권 출신들도 예외가 없었다. 화법은 달랐을지언정 모두 공익과 자기희생을 말했다. 기자 역시 일부 정치인들의 진심을 믿었던 순진한 시절이 있었다. 괜찮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좋은 정치인으로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 여의도를 보면서 정치에 품었던 열정과 기대가 부질없었음을 깨닫는다. 공인의식은 간데없고, 사리사욕에 매몰된 정치인들만 득실거린다. 몇몇 사람들이 의원이 된 후 나쁘게 변해가는 과정도 봤다. 열정은 개인적 욕심으로, 한때의 겸손은 특권의식으로 바뀌었다. 부끄러워하지 않고, 국민 무서워하지 않는 정치인들이 혐오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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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김건희 새장’에 갇힌 윤 대통령 과거 정부들을 돌아보면 대통령의 존재는 임기말 옹색해졌다. 발언의 무게는 가벼워지고, 행보에 대한 주목도는 떨어진다. 신문 1면을 장식했던 대통령 관련 뉴스는 정치면 구석에 찌그러지거나, 아예 실리지 않게 된다. 가을이 되면 낙엽이 지듯 임기 후반 대통령의 힘이 빠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임기말을 감안해도, 대통령의 존재감이 급격하게 비정상적으로 사그라드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약화된 국정동력, 내부 권력투쟁, 스캔들의 덫에 걸린 전직 대통령들은 쓸쓸하게 물러났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의 처지는 말년이 초라했던 이전 대통령들보다 훨씬 심각하다. 집권 2년도 안 돼 임기말에나 벌어질 법한 사건들이 주변에서 한꺼번에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윤 대통령은 자신의 위기상황을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 ‘임기말 증후군에 시달리는 대통령’에 대한 글을 준비하던 차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사퇴 파동이 터졌다. 지지율 하락, 인사 실패, 가족 스캔들 등에 시달리던 윤 대통령이 내부 권력투쟁에 휘말린 것이다. 레임덕의 마지막 퍼즐이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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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이런 식의 투명한 정부는 달갑지 않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2월의 일이다.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 후임으로 현명관 마사회장이 내정됐다는 기사가 조선일보 1면에 실렸다. 기자들은 오전 내내 진위 여부를 물었지만 청와대 수석도 비서관들도 입을 닫았다. 청와대의 침묵을 언론이 긍정의 사인으로 해석하려던 차에 ‘현명관이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점심 무렵부터 나왔고, 그날 오후 1시쯤 이병기 국정원장이 비서실장에 내정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후일 사석에서 ‘우리도 몰랐다’고 실토했다. 박근혜 정부의 폐쇄적 국정운영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지만 대통령 주변 취재가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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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선택은 국민이 한다 선거는 모든 걸 걸고 하는 도박게임 같다고들 한다. 영화 <타짜>에서 봤듯 현실도박의 세계에서 진 편은 여차하면 손목이라도 건다. 승패가 갈린다는 점에서 선거도 다를 게 없다. 패한 쪽은 고통스러운 수습 과정을 거쳐야 한다. 선거에 패한 지도부의 총사퇴는 뒷감당의 기본이다. 잘나가던 도박꾼이 한번의 패배로 몰락하듯, 선거 지휘에 실패해 중심에서 밀려난 주요 정치인들은 셀 수 없었다. 그게 게임의 룰이고 정치의 법칙이다. 말 많고 탈 많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끝났다.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의 기상천외한 재도전은 대패로 끝났다.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당선인에게 17.15%포인트 차이로 졌다. 일찌감치 표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등 개표 과정은 싱거웠지만, 이번 선거의 정치적 의미는 어느 전국단위 선거 못지않게 풍부했다. 내년 4월 총선의 승부처인 수도권 선거의 전초전,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라는 성격이 있었고, 민주당에 대한 민심도 엿볼 수 있었다. 선거 결과에서 보듯 국민들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했다. 민주당의 승리보다 여권의 패배가 도드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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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윤 정부의 폭주를 멈추는 방법 윤석열 정부는 이명박 정부를 보면 안다. 이명박의 사람들이 주변에 모여든 것을 시작으로, 윤 대통령은 이명박의 길을 따르고 있다. “우리는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라는 허황된 자신감, 정권에 대한 험한 여론을 언론 탓으로 돌리는 나쁜 습관은 이명박 정부 때 질리도록 봤다. 공영방송 경영진을 내쫓고 방송국 주류를 친정부 인사들로 바꾸려는 행태도 재연될 참이다. 방송장악 기술자는 그때나 지금이나 이동관으로 같다. 이명박의 사람들은 ‘잃어버린 10년’을 외치더니, 윤 대통령과 주변 인사들은 뭐든 문재인 정부를 탓한다. 친서민 행보라며 시장에서 ‘오뎅 꼬치’를 먹었던 이명박처럼, 윤 대통령은 노량진 시장을 찾아 우럭탕·전어구이·꽃게찜 점심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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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두목과 지도자,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리더는 무오류한 존재가 아니다. 업무 능력이 기본이지만 실수와 실패를 인정하는 솔직함과 용기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큰 조직이든 작은 조직이든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리더들을 많이 봤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이 있다. 잘한 건 자기 공이고, 잘못된 것은 아랫사람의 무능과 게으름 탓이다. 그러나 남에게 떠넘기는 것도 한두번이다. 책임져주지 않는 리더를 누가 따르겠는가. 동서고금의 일화, 리더십에 대한 책들은 책임감을 지도자의 주요 자질로 꼽는다. 이런 면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좋은 리더와 거리가 멀다. 재난, 사건·사고, 정책 혼선이 빚어질 때마다 ‘내 책임이다’라는 말을 윤 대통령과 권력 주변에서 듣지 못했다. 윤 대통령이 일선 공무원을 향해 분노를 터뜨렸다는 뉴스만 쏟아졌다.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귀책 사유를 물으면, 법적 책임 등을 이유로 침묵했다. 이번 호우 참사라고 다를까. 윤 대통령이 “사무실에 앉아만 있지 말고 현장에 나가달라”며 공무원들을 닦달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그럴 줄 알았다’고 생각했다. 윤 대통령이 ‘지하차도’ 참변을 언급하지 않고, 현장을 찾지 않은 것도 예견했던 바다. 아랫사람 책임으로 돌리고, 참사에 거리를 두는 것은 대통령의 재난 대응 공식처럼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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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범죄도시’ 주연의 꿈 윤석열 대통령은 범죄영화라도 찍는 듯 국정을 운영하는 것 같다. 사회 곳곳에 도려낼 대상을 ‘이권 카르텔’로 낙인찍고, 이를 때려잡는 것을 통치 기조로 삼은 듯하다. 툭하면 이뤄지는 압수수색, 구속은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 불가피한 과정이다. 집권세력 시각에서 보면 노동계, 방송계, 정치권 등 사회 전반에 카르텔이 암약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마약 카르텔이 횡행하는 남미라도 된다는 말인가. 검사 시절 조폭 때려잡듯, 강력한 한 방으로 카르텔을 도려내고 정의사회를 실현하겠다고 윤 대통령은 꿈꾸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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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상상력의 실종과 싸구려 정치 정당 취재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선배에게 따끔한 말을 들었다. 술자리에서 정치 현안에 대한 가벼운 토론이 벌어졌다. 선배들의 대화를 듣다가, 무심코 “~는 그런 거 아닌가요?”라고 했다. 그러자 한 선배가 이런 말을 했다. “정치는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야.” 술이 확 깼다. 당시 대화 주제가 어떤 것이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선배의 충고는 틀리지 않았다. 지켜볼수록 정치는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해관계와 지지층이 다른 정치세력들이 현안에 대해 부딪치고 합의점을 만드는 과정은 간단할 수 없었다. 법으로 어찌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정치의 영역인 만큼 경험과 많은 정보, 정치적 상상력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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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정치도 사람이 하는 것이다. 좋은 사람에게서 좋은 정치가 나온다. 한때 정치인들의 이력, 진보냐 보수냐를 좋은 정치를 가르는 기준으로 여겼다. 가령 보수 정치인은 기득권에 찌든 수구세력이며, 민주화운동을 했던 진보 정치인은 기성 정치인보다 나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여의도 국회를 지켜본 결과, 좋은 정치인을 경력이나 소속 정당으로 재단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좋은 정치인들은 한결같음, 타인에 대한 배려, 말의 품격, 책임감 등을 지녔다. 타고난 품성도 있겠지만, 공인 의식을 갖고 스스로 단련한 결과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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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민주당은 어쩌다 웰빙정당이 됐나 굵직굵직한 정치 이슈에 가려졌지만, 최근 눈길이 갔던 뉴스는 더불어민주당 최대 의원 모임이라는 더좋은미래(더미래) 소속 의원들이 임시국회 회기 중인 지난 2일 베트남으로 워크숍을 떠났다는 것이다. 논란이 되자, 더미래 측은 “당의 진로와 총선 준비, 진보의 재구성 방안을 준비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러나 당 진로와 총선 준비 논의를 왜 베트남에 가서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었던 관광업계 활성화를 위한 깊은 뜻이라도 있었던 것인가. 더미래 측은 귀국 후 “민주당의 신뢰 회복, 혁신, 단결이 가장 중요한 당면 과제라는 인식을 공유했다”고 했다. 베트남까지 가서 난상토론해 얻은 결과가 고작 이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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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웹소설과 청년 정치인 웹소설(web novel)은 웹을 통해 연재되는 소설을 말한다. 좁혀 말하면 ‘네이버 시리즈’ ‘카카오 페이지’ 등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하이틴 로맨스·추리·판타지·무협 등 장르소설을 일컫는다. 젊은 독자층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빠른 전개는 기본이고, 짧고 직관적인 표현에 대화체가 많이 실린다. 편당 5000자 이내의 짧은 분량으로 연재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엔 ‘B급 문학’으로 여기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스마트폰이 문화 콘텐츠 소비의 주요 플랫폼이 되면서 MZ세대 사이에서 이용자가 크게 늘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4년 200억원대였던 웹소설 시장은 2021년 6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최근 인기를 끈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과 <김비서가 왜 그럴까> <구르미 그린 달빛> 등도 원작이 웹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