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욱
문화에디터 겸 문화부장
최신기사
-
경향의 눈 윤식당의 MSG ‘검찰식구’ ‘윤식당’이 유명해진 것은 윤석열 주방장 개인의 인기와 무관치 않다. 배우 주현씨와 닮은 듯한 넉넉한 풍채는 인심 좋은 동네 형님을 떠올리게 했다. 세련된 ‘셰프’ 표현보다 주방장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렸다. 윤 주방장은 “내 요리는 심플하고 적은 재료 가지고 쉽게 만들어 먹는 요리”라며 김치찌개, 김치볶음밥, 계란말이, 파스타 등 한식과 양식을 넘나드는 요리를 만들었다. 시그니처 메뉴는 자신이 가장 좋아한다는 대구식 소고기뭇국이었다. 온도, 습도, 불의 세기 등을 미묘하게 계산한 그의 요리를 두고 최현석 셰프의 ‘분자요리’ 못지않다는 아첨 섞인 평가도 나왔다. 예능감도 있는 편이다. 단골손님들에게 주현씨 성대모사를 곧잘 선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네이비색 카디건 차림에 앞치마를 두르고 ‘석열이형네 밥집’이라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여러 요리를 뚝딱 만들었다. 윤 주방장이 본격적으로 방송을 탄다면 백종원씨를 따라잡는 건 시간문제라고들 했다.
-
경향의 눈 대혼돈의 멀미버스 코로나19로 인한 극장가 침체에도 흥행한 마블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선 ‘멀티버스’(다중우주)라는 개념이 나온다. 서로 다른 일이 일어나는 여러 개의 우주가 존재하고 있으며, 모든 사람은 다른 우주에 분신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분신의 성격과 환경, 선택은 다르다는 전제하에 이야기가 전개된다. 영화를 보면서 직업병이 도졌다. 실제 다른 차원이 존재한다면 그곳의 정치권은 어떤 모습일까를 상상해봤다. 영화 속 다른 차원이 실제와 달랐듯 다른 차원의 정치권 모습도 현실과 다르지 않을까.
-
여적 대통령의 예능 소통 정치가 연예 프로그램과 연계되기 시작한 것은 1988년 노태우 정부 들어 정치 풍자가 허용되면서부터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최병서 등 개그맨들이 정치인 성대모사를 하는 수준에 그쳤다. 정치인의 본격적인 예능 출연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서 출발했다는 게 정설이다. 1996년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 이경규가 간다>는 야당 총재였던 DJ의 일산 자택을 찾았다. DJ로서는 민주 투사 이미지를 탈피할 기회였다. 훗날 많은 사람들은 이 장면들을 보고 “DJ가 위험한 빨갱이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딱딱한 이미지의 정치인들이 대중적 호감도를 얻는 데는 예능 출연만 한 게 없다.
-
경향의 눈 ‘송영길들’과 ‘윤호중들’, 사라진 책임정치 지독히도 변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얘기다. 오만과 위선, 내로남불로 탄핵당한 세력에게 5년 만에 정권을 내줘 놓고도 제대로 반성하고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개혁을 내세워 사회적 합의가 덜 된 현안들을 밀어붙이는 행태도 그대로다. 0.73%포인트 차 패배가 0.73초의 반성으로 이어진 것인가. 민주당 주변을 배회하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말은 책임지지 않는 인사들의 ‘정신승리’ 주문(呪文)일지 모른다.
-
여적 86그룹의 용퇴 86그룹은 1960년대생으로 1980년대 대학을 다니며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정치인을 통칭한다. 1990년대 후반 30대의 청년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으며 386으로 통했던 이들은 ‘486’을 지나 이제 ‘586’이 됐다. 이들이 등장할 때 386이란 호칭은 훈장(勳章)과도 같았다. 수많은 희생을 치르면서 끝내 1987년 민주화의 동력을 만들어낸 그들에 대한 시민의 신뢰는 두터웠다. 기득권에 찌든 정치를 일소하리라는 기대를 품게 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들은 각 당의 미래를 짊어질 ‘새 피’로 불렸다. 실제 이들은 더불어민주당 전신인 새천년민주당에선 정풍운동을 뒷받침했고,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에선 보수개혁을 외쳤다. 민주당에는 맏형 격인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우상호·김민석·이인영·임종석·송영길 등이 포진했고, 보수당에는 원희룡 등이 도드라졌다. 이들 외에도 전국 각 대학의 총학을 이끈 인물들이 뒤이어 정계에 진출해 대세를 형성했다.
-
여적 김앤장 관료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은 변호사뿐 아니라 전직 고위관료들을 영입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등 힘 있는 경제 부처에서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전문 영역을 다루는 부처까지 영향력 있는 퇴직자들이 나오면 고문이나 자문·전문위원 등으로 불러들인다. ‘김앤장 관료’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김앤장에 들어간 전직 관료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는 상세히 알려진 바가 없다. 그러나 이들이 로비스트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추정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자신이 근무했던 부처의 인맥 등을 활용해 김앤장 의뢰인을 돕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의뢰인을 위해 입법 로비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앤장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김앤장의 대정부 관계는 따라올 경쟁자가 없다. 그 힘은 변호사가 아닌 행정부·국회·청와대 출신들에게서 나온다”고 밝힌 바 있다. 김앤장 측은 이에 대해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여 종합적 법률 서비스를 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라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문제는 그런 나라에서는 로비가 합법화돼 있다는 점이 우리와 다르다.
-
경향의 눈 황홀경과 점령군, 그리고 반면교사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은 신랄한 인물평으로도 유명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에 대해 역량이 부족하거나 믿을 수 없다고 했다. 당연히 주관이 개입됐겠지만, 보는 눈이 있는 김 전 위원장인지라 설득력 있는 평가로 들렸다. 그런 김 전 위원장이 최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대해 “모든 것이 쉽게 될 것같이 (하는) 인상이 있다”며 “대통령에 당선되면 황홀감에서 벗어나는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린다. 황홀경에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내지 않는 것이 성공하는 대통령의 첩경”이라고 했다. 청와대 이전 논란을 두고는 ‘정력낭비’라고 했다. 황홀경·황홀감·정력, 에두르지 않는 표현에 놀랐다. 총괄선대위원장에서 중도하차하는 등 두 사람의 편치 않은 관계를 감안해도 발언이 자극적이었다. 윤 당선인의 성공을 빈다고 했지만, 행간에 회의적인 분위기가 느껴졌다.
-
여적 부패호랑이 호랑이는 용맹한 동물의 상징이지만, 잡귀와 액운을 막아주는 벽사(僻邪)의 존재로도 여겨졌다. 집 안 곳곳에 까치호랑이 그림을 붙여놓은 이유이다. 김탁환 작가의 <밀림무정>에 등장하는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 ‘흰머리’는 사냥꾼들 사이에서도 건드려서는 안 될 영물로 묘사된다. 올해 호랑이의 해를 맞아 코로나19 퇴치를 기대하는 심리 기저에는 호랑이를 영물로 여기는 사고가 깔려 있을 터이다. 호랑이는 또 교활하다는 인상도 갖고 있다.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바위나 낙엽을 밟는가 하면 냇가를 따라 이동하면서 발자국을 없애고, 늘 사냥꾼 등 뒤에서 달려들어서 생긴 이미지다.
-
여적 배우의 힘 지금은 K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2000년 이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대중문화 수준은 높지 않았다. 영화 수준은 더욱 그랬다. 뻔한 에로영화와 무술영화, 청춘영화 등이 경쟁적으로 극장에 걸렸고, 스토리도 아귀가 맞지 않는 영화도 부지기수였다. 한국영화 1세대 프로듀서인 신철 ‘신씨네’ 대표가 지난해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1980년대) 한국영화들을 보면서 ‘관객들 보라고 영화를 만드신 건가’ ‘망하려고 작정한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할 정도였다. 그런 한국영화의 도약을 선도한 것은 거장들이었다. 임권택·이창동 감독 등이 잇따라 해외영화제에서 수상하면서 한국영화는 알려지기 시작했고, 제작시스템에서도 질적 변화를 이뤄냈다.
-
경향의 눈 윤석열과 이명박, 그리고 민주당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좋아한다지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갈수록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를 닮아가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이념을 넘어선 실용주의를 이야기한다. 돈 되는 것은 무엇이든 한다는 이명박식 실용주의와 철학 부재를 덮으려는 윤석열식 실용주의가 같을 수는 없으나 근본적으로는 큰 차이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윤 후보는 선거의 가장 큰 대의가 정권교체라고 했는데, 이씨도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낙인찍으면서 2007년 대선을 치렀다. ‘이핵관’으로 통했던 이명박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그랬듯 윤 후보 측근 세력은 ‘윤핵관’으로 호가호위 논란을 일으켰다. 이씨는 재임 내내 법치주의를 외쳤는데, 공교롭게도 검찰총장 출신인 윤 후보 역시 법치주의를 앞세우고 있다.
-
여적 짝퉁 장터 수년 전까지 해외 직구족이 가장 애용하던 전자상거래 업체는 미국의 아마존이었다. 국내에 없는 제품을 구할 수 있는 데다 배송 중 물건이 분실·파손될 경우 새 상품을 보내주는 등 서비스가 남달랐다. 그런데 최근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알리익스프레스’가 부상하면서 아마존 인기가 시들해졌다. 알리익스프레스에는 ‘이 가격에 어떻게 이런 제품을 팔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물건이 수두룩하다. 물론 품질이 제각각이고 불량품이 배송돼도 보상받기 쉽지 않다는 단점도 있다. 불량품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하면서도 알리를 끊지 못한다는 이용자들이 많은 까닭이다. 그야말로 로또를 사는 심정으로 알리 사이트를 뒤진다는 것이다.
-
여적 베를린영화제의 한국 1951년 시작된 독일 베를린국제영화제는 프랑스 칸영화제(1946), 이탈리아 베니스국제영화제(1932)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다. 다른 영화제와 비교할 때 독립영화와 작가주의 영화 등을 평가하며, 제3세계 영화 등에 높은 관심을 쏟는 것으로 유명하다. 냉전 시기 분단의 현장인 베를린에서 열리는 영화제답게 이념적·정치적 소재를 다룬 작품도 많이 소개했다. 칸이나 베니스보다 젊고 진보적 이미지를 갖는 것은 이 때문이다. 잉마르 베리만의 <산딸기>, 장뤼크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 구로사와 아키라의 <라쇼몽>, 샤트야지트 레이의 <대도시> 등이 이 영화제에서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