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욱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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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윤석열과 이명박, 그리고 민주당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좋아한다지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갈수록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를 닮아가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이념을 넘어선 실용주의를 이야기한다. 돈 되는 것은 무엇이든 한다는 이명박식 실용주의와 철학 부재를 덮으려는 윤석열식 실용주의가 같을 수는 없으나 근본적으로는 큰 차이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윤 후보는 선거의 가장 큰 대의가 정권교체라고 했는데, 이씨도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낙인찍으면서 2007년 대선을 치렀다. ‘이핵관’으로 통했던 이명박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그랬듯 윤 후보 측근 세력은 ‘윤핵관’으로 호가호위 논란을 일으켰다. 이씨는 재임 내내 법치주의를 외쳤는데, 공교롭게도 검찰총장 출신인 윤 후보 역시 법치주의를 앞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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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짝퉁 장터 수년 전까지 해외 직구족이 가장 애용하던 전자상거래 업체는 미국의 아마존이었다. 국내에 없는 제품을 구할 수 있는 데다 배송 중 물건이 분실·파손될 경우 새 상품을 보내주는 등 서비스가 남달랐다. 그런데 최근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알리익스프레스’가 부상하면서 아마존 인기가 시들해졌다. 알리익스프레스에는 ‘이 가격에 어떻게 이런 제품을 팔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물건이 수두룩하다. 물론 품질이 제각각이고 불량품이 배송돼도 보상받기 쉽지 않다는 단점도 있다. 불량품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하면서도 알리를 끊지 못한다는 이용자들이 많은 까닭이다. 그야말로 로또를 사는 심정으로 알리 사이트를 뒤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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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베를린영화제의 한국 1951년 시작된 독일 베를린국제영화제는 프랑스 칸영화제(1946), 이탈리아 베니스국제영화제(1932)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다. 다른 영화제와 비교할 때 독립영화와 작가주의 영화 등을 평가하며, 제3세계 영화 등에 높은 관심을 쏟는 것으로 유명하다. 냉전 시기 분단의 현장인 베를린에서 열리는 영화제답게 이념적·정치적 소재를 다룬 작품도 많이 소개했다. 칸이나 베니스보다 젊고 진보적 이미지를 갖는 것은 이 때문이다. 잉마르 베리만의 <산딸기>, 장뤼크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 구로사와 아키라의 <라쇼몽>, 샤트야지트 레이의 <대도시> 등이 이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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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핀란드화(化) 북유럽의 핀란드에는 아픈 과거사가 있다. 스웨덴과 제정 러시아의 식민지배를 오래 받았던 핀란드는 1917년 러시아 혁명 후 독립을 이뤄냈다. 그러나 1939년 소련의 침공으로 ‘겨울전쟁’을 치렀다. 하지만 핀란드는 인근 서방국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했다. 소련에서 독립하는 데 도움을 준 독일과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핀란드는 국토의 10% 이상을 넘겨주며 소련과 우호협력 원조 조약을 체결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1991년 소련이 붕괴할 때까지 그 눈치를 봐야 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도 가입하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소련에 불편한 뉴스를 자체 검열했다. 소련의 환심을 얻기 위해 대선을 늦추는 일까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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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도박판 대선의 ‘타짜’ 후보들 선거는 자주 스포츠 게임에 비유된다. 승패를 놓고 다투는 게임이나, 당선을 놓고 경쟁하는 선거의 본질은 다르지 않아서다. 스포츠 게임은 운동능력에 좌우되고, 선거의 영역에선 정치적 수싸움이 결과를 좌우한다. 스포츠가 정통파의 영역이라면 선거는 기교파의 세계라고나 할까. 선수 데이터가 축적된 스포츠 게임은 가끔 이변을 연출하지만 대개 예측 가능한 결과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선거도 후보나 정당의 언행과 이념성향, 지지층 등을 기반으로 한 전망이 대체로 맞아떨어졌다. 데이터에 의존하는 현대 스포츠가 과학인 것처럼 선거도 과학의 영역이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돌연변이다. ‘역대급 비호감’이라는 것 빼놓고는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데이터는 부실하거나 부족하고, 구도는 어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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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가죽 롱 코트 북한에는 ‘김정은표 가죽 롱 코트’가 있다. 더블 버튼과 벨트,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길이의 코트다. 1980~1990년대 홍콩 갱 영화 주인공이 입던 코트를 연상시키는 스타일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12월 리모델링한 삼지연군 읍지구 준공식 때 입고 나오면서 알려졌다. 벨트를 꽉 조인 채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은 김 위원장의 현장지도 사진 등이 노출되면서, 가죽 코트는 김 위원장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옷차림과 제스처를 흉내내는 등 후광효과를 노리던 김 위원장이 권력기반을 굳힌 뒤 독자노선을 걷겠다는 메시지를 ‘의상’을 통해 표출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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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이따위 실용주의 정치는 ‘마이너스의 손’임에 틀림없다. 왜 좋다는 것은 다 긁어모아놓고, 쓸모없는 탱자로 만드는가. 사람이든, 가치든….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정치인은 여의도에 발을 딛기 전 자신들의 분야에서 괜찮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예컨대 보수정권 시절 논란이 됐던 많은 인사는 능력 있는 법조인들이었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을 막지 못했다고 비판받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일 잘하는 검사였다고 한다. 검찰총장 시절 권력에 맞섰다는 이유로, ‘상식과 공정’의 상징으로 떠받들어졌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무식이 탄로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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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우주 광고 할리우드 거장으로 꼽히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SF 명작영화 <블레이드 러너>(1982)는 강렬한 도입부로 유명하다. 201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밤, 비행자동차가 대형 동영상 광고 앞을 지나쳐 날아가는 장면이다. 특히 하늘 높이 떠 있는 대형 광고가 주는 시각적 충격은 대단했다. 당시로선 기술적 배경이 불분명한 상상에 가까웠겠지만, 광고효과 극대화에 목매는 미래 시대의 트렌드를 제대로 내다본 것임에는 틀림없다. 우주관광 시대의 개막 등 관련 기술이 발전하면서 영화에서나 볼 법하던 이런 광고들이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업들이 초소형 인공위성 ‘큐브셋’을 활용해 밤하늘에 광고를 띄우는 ‘우주 광고’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스타트업 ‘스타트로켓’은 2019년 반사판을 탑재한 큐브셋을 쏘아올린 뒤 반사판들을 태양빛에 반사하는 방식으로 기업광고 등을 띄우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지상 업체들은 큐브셋을 특정 문구나 기업 로고에 맞게 원격 조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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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마녀 사면 매부리코와 주걱턱, 짙은 눈썹과 거무스름한 피부, 뾰족한 손톱 등 기이한 외모를 지닌 노파. 때론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며, 동물로도 변신하는 등 갖가지 요술을 부린다. <백설공주> <헨젤과 그레텔> 등 서양 동화에 등장하는 마녀의 이미지다. 가끔 선한 마녀도 있지만, 주인공을 함정에 빠뜨리는 나쁜 마녀가 훨씬 많이 나온다. 하지만 마녀는 당초 사악한 존재나 이미지가 아니었다. 출산이나 질병 치료 등을 하고, 점을 치는 등 주술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중세를 거치면서 부정적인 의미가 강화됐다. 마녀는 사탄과의 계약을 통해 하수인이 되는 대신 신비한 능력을 부여받는다. 여기에 악마와 음행을 하면서 신앙을 해치는 나쁜 존재로 낙인찍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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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백두혈통 곁가지 곁가지는 원가지에서 돋아난 작은 가지다. 어떤 사안이나 사물에서 덜 중요하거나 본질적이지 않은 부분을 비유적으로 일컫는다. 그래서 풍성한 결실을 거두려면 곁가지를 쳐줘야 한다거나 이야기가 곁가지로 흘렀다는 말에서처럼 긍정적인 뜻으로 쓰이는 경우가 드물다. 곁가지라는 말은 가계를 일컬을 때도 쓰인다. 적통이 아닌 방계라는 뜻이다. 북한에서는 김일성 주석 직계가족을 ‘백두혈통’이라고 부르며 최고존엄으로 대한다. 그리고 백두혈통 내 후계 경쟁에서 밀려난 사람을 곁가지라고 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이다. 자유분방한 행동으로 아버지의 눈 밖에 나 국외를 떠돌던 그는 2017년 2월 대낮에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출입국장에서 북한의 사주를 받은 동남아인들에 의해 독살됐다. 이복동생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배후에 있음은 불문가지다. 김일성 주석과 둘째부인 김성애 사이에서 태어난 김평일 전 체코대사도 곁가지에 해당된다. 그는 형 김정일과의 권력투쟁에서 밀려난 뒤 1979년 유고 주재 북한대사관 부무관으로 임명되면서 평양을 떠났다. 헝가리·불가리아·핀란드·폴란드·체코대사 등 40여년 동안 유럽을 떠돌다가 2019년 북한에 소환됐다. 김 주석을 가장 닮은 외모에 어머니 지원까지 받은 김 전 대사의 국내 체류가 김정일 위원장에게 부담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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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적은 내부에 있다 탄핵 이후 보수야당에서 기억나는 것은 딱 세 장면이다. 새누리당→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국민의힘으로 이어지는 당명 변경,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8월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무릎 꿇고 울먹이며 사죄한 일, 36세 이준석 대표가 지난 6월 국민의힘 대표로 선출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건들은 일회성 이벤트로 그쳤다. 국민의힘은 여전히 무능·무사안일하고, 윤석열 후보는 잇단 실언으로 자질 논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수혁신의 열망으로 선출된 이준석 대표는 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들의 패싱 논란에 반발해 당무를 거부한 채 칩거하고 있다. 자식과 마누라 빼고 다 바꾸겠다던 보수야당에서 바뀐 것은 이름뿐이다. 국민의힘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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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녹색평론 휴간 녹색평론을 처음 접한 때는 2009년 초여름이었다. 지인으로부터 1년 정기구독권을 선물받은 것이 시작이었다. 마침 이명박 정권의 4대강사업에 대한 비판이 나오던 시기여서 관심이 갔던 것도 사실이다. 뽁뽁이도 없는 우편봉투에서 재생지로 제본된 책을 꺼냈던 기억이 생생하다. 초라한 외형이었지만 책이 다루는 범위와 깊이는 상상을 뛰어넘었다. 환경 서적이 아니라 현대문명 사회가 지속 가능하지 않음을 경고하는 문명비판서였다. 12년 넘게 이 잡지를 구독하면서 세상을 보는 시각이 조금은 넓어졌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