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욱
문화에디터 겸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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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김앤장 관료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은 변호사뿐 아니라 전직 고위관료들을 영입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등 힘 있는 경제 부처에서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전문 영역을 다루는 부처까지 영향력 있는 퇴직자들이 나오면 고문이나 자문·전문위원 등으로 불러들인다. ‘김앤장 관료’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김앤장에 들어간 전직 관료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는 상세히 알려진 바가 없다. 그러나 이들이 로비스트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추정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자신이 근무했던 부처의 인맥 등을 활용해 김앤장 의뢰인을 돕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의뢰인을 위해 입법 로비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앤장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김앤장의 대정부 관계는 따라올 경쟁자가 없다. 그 힘은 변호사가 아닌 행정부·국회·청와대 출신들에게서 나온다”고 밝힌 바 있다. 김앤장 측은 이에 대해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여 종합적 법률 서비스를 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라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문제는 그런 나라에서는 로비가 합법화돼 있다는 점이 우리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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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황홀경과 점령군, 그리고 반면교사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은 신랄한 인물평으로도 유명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에 대해 역량이 부족하거나 믿을 수 없다고 했다. 당연히 주관이 개입됐겠지만, 보는 눈이 있는 김 전 위원장인지라 설득력 있는 평가로 들렸다. 그런 김 전 위원장이 최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대해 “모든 것이 쉽게 될 것같이 (하는) 인상이 있다”며 “대통령에 당선되면 황홀감에서 벗어나는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린다. 황홀경에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내지 않는 것이 성공하는 대통령의 첩경”이라고 했다. 청와대 이전 논란을 두고는 ‘정력낭비’라고 했다. 황홀경·황홀감·정력, 에두르지 않는 표현에 놀랐다. 총괄선대위원장에서 중도하차하는 등 두 사람의 편치 않은 관계를 감안해도 발언이 자극적이었다. 윤 당선인의 성공을 빈다고 했지만, 행간에 회의적인 분위기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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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부패호랑이 호랑이는 용맹한 동물의 상징이지만, 잡귀와 액운을 막아주는 벽사(僻邪)의 존재로도 여겨졌다. 집 안 곳곳에 까치호랑이 그림을 붙여놓은 이유이다. 김탁환 작가의 <밀림무정>에 등장하는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 ‘흰머리’는 사냥꾼들 사이에서도 건드려서는 안 될 영물로 묘사된다. 올해 호랑이의 해를 맞아 코로나19 퇴치를 기대하는 심리 기저에는 호랑이를 영물로 여기는 사고가 깔려 있을 터이다. 호랑이는 또 교활하다는 인상도 갖고 있다.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바위나 낙엽을 밟는가 하면 냇가를 따라 이동하면서 발자국을 없애고, 늘 사냥꾼 등 뒤에서 달려들어서 생긴 이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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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배우의 힘 지금은 K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2000년 이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대중문화 수준은 높지 않았다. 영화 수준은 더욱 그랬다. 뻔한 에로영화와 무술영화, 청춘영화 등이 경쟁적으로 극장에 걸렸고, 스토리도 아귀가 맞지 않는 영화도 부지기수였다. 한국영화 1세대 프로듀서인 신철 ‘신씨네’ 대표가 지난해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1980년대) 한국영화들을 보면서 ‘관객들 보라고 영화를 만드신 건가’ ‘망하려고 작정한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할 정도였다. 그런 한국영화의 도약을 선도한 것은 거장들이었다. 임권택·이창동 감독 등이 잇따라 해외영화제에서 수상하면서 한국영화는 알려지기 시작했고, 제작시스템에서도 질적 변화를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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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윤석열과 이명박, 그리고 민주당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좋아한다지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갈수록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를 닮아가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이념을 넘어선 실용주의를 이야기한다. 돈 되는 것은 무엇이든 한다는 이명박식 실용주의와 철학 부재를 덮으려는 윤석열식 실용주의가 같을 수는 없으나 근본적으로는 큰 차이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윤 후보는 선거의 가장 큰 대의가 정권교체라고 했는데, 이씨도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낙인찍으면서 2007년 대선을 치렀다. ‘이핵관’으로 통했던 이명박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그랬듯 윤 후보 측근 세력은 ‘윤핵관’으로 호가호위 논란을 일으켰다. 이씨는 재임 내내 법치주의를 외쳤는데, 공교롭게도 검찰총장 출신인 윤 후보 역시 법치주의를 앞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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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짝퉁 장터 수년 전까지 해외 직구족이 가장 애용하던 전자상거래 업체는 미국의 아마존이었다. 국내에 없는 제품을 구할 수 있는 데다 배송 중 물건이 분실·파손될 경우 새 상품을 보내주는 등 서비스가 남달랐다. 그런데 최근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알리익스프레스’가 부상하면서 아마존 인기가 시들해졌다. 알리익스프레스에는 ‘이 가격에 어떻게 이런 제품을 팔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물건이 수두룩하다. 물론 품질이 제각각이고 불량품이 배송돼도 보상받기 쉽지 않다는 단점도 있다. 불량품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하면서도 알리를 끊지 못한다는 이용자들이 많은 까닭이다. 그야말로 로또를 사는 심정으로 알리 사이트를 뒤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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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베를린영화제의 한국 1951년 시작된 독일 베를린국제영화제는 프랑스 칸영화제(1946), 이탈리아 베니스국제영화제(1932)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다. 다른 영화제와 비교할 때 독립영화와 작가주의 영화 등을 평가하며, 제3세계 영화 등에 높은 관심을 쏟는 것으로 유명하다. 냉전 시기 분단의 현장인 베를린에서 열리는 영화제답게 이념적·정치적 소재를 다룬 작품도 많이 소개했다. 칸이나 베니스보다 젊고 진보적 이미지를 갖는 것은 이 때문이다. 잉마르 베리만의 <산딸기>, 장뤼크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 구로사와 아키라의 <라쇼몽>, 샤트야지트 레이의 <대도시> 등이 이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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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핀란드화(化) 북유럽의 핀란드에는 아픈 과거사가 있다. 스웨덴과 제정 러시아의 식민지배를 오래 받았던 핀란드는 1917년 러시아 혁명 후 독립을 이뤄냈다. 그러나 1939년 소련의 침공으로 ‘겨울전쟁’을 치렀다. 하지만 핀란드는 인근 서방국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했다. 소련에서 독립하는 데 도움을 준 독일과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핀란드는 국토의 10% 이상을 넘겨주며 소련과 우호협력 원조 조약을 체결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1991년 소련이 붕괴할 때까지 그 눈치를 봐야 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도 가입하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소련에 불편한 뉴스를 자체 검열했다. 소련의 환심을 얻기 위해 대선을 늦추는 일까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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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도박판 대선의 ‘타짜’ 후보들 선거는 자주 스포츠 게임에 비유된다. 승패를 놓고 다투는 게임이나, 당선을 놓고 경쟁하는 선거의 본질은 다르지 않아서다. 스포츠 게임은 운동능력에 좌우되고, 선거의 영역에선 정치적 수싸움이 결과를 좌우한다. 스포츠가 정통파의 영역이라면 선거는 기교파의 세계라고나 할까. 선수 데이터가 축적된 스포츠 게임은 가끔 이변을 연출하지만 대개 예측 가능한 결과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선거도 후보나 정당의 언행과 이념성향, 지지층 등을 기반으로 한 전망이 대체로 맞아떨어졌다. 데이터에 의존하는 현대 스포츠가 과학인 것처럼 선거도 과학의 영역이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돌연변이다. ‘역대급 비호감’이라는 것 빼놓고는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데이터는 부실하거나 부족하고, 구도는 어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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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가죽 롱 코트 북한에는 ‘김정은표 가죽 롱 코트’가 있다. 더블 버튼과 벨트,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길이의 코트다. 1980~1990년대 홍콩 갱 영화 주인공이 입던 코트를 연상시키는 스타일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12월 리모델링한 삼지연군 읍지구 준공식 때 입고 나오면서 알려졌다. 벨트를 꽉 조인 채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은 김 위원장의 현장지도 사진 등이 노출되면서, 가죽 코트는 김 위원장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옷차림과 제스처를 흉내내는 등 후광효과를 노리던 김 위원장이 권력기반을 굳힌 뒤 독자노선을 걷겠다는 메시지를 ‘의상’을 통해 표출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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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이따위 실용주의 정치는 ‘마이너스의 손’임에 틀림없다. 왜 좋다는 것은 다 긁어모아놓고, 쓸모없는 탱자로 만드는가. 사람이든, 가치든….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정치인은 여의도에 발을 딛기 전 자신들의 분야에서 괜찮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예컨대 보수정권 시절 논란이 됐던 많은 인사는 능력 있는 법조인들이었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을 막지 못했다고 비판받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일 잘하는 검사였다고 한다. 검찰총장 시절 권력에 맞섰다는 이유로, ‘상식과 공정’의 상징으로 떠받들어졌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무식이 탄로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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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우주 광고 할리우드 거장으로 꼽히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SF 명작영화 <블레이드 러너>(1982)는 강렬한 도입부로 유명하다. 201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밤, 비행자동차가 대형 동영상 광고 앞을 지나쳐 날아가는 장면이다. 특히 하늘 높이 떠 있는 대형 광고가 주는 시각적 충격은 대단했다. 당시로선 기술적 배경이 불분명한 상상에 가까웠겠지만, 광고효과 극대화에 목매는 미래 시대의 트렌드를 제대로 내다본 것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