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도, 김동연도 ‘대통령의 사람들’

이용욱 논설위원

설마설마했을 것이다. 올 초부터 여권 인사들은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거취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여권 후보로 4·7 보궐선거 서울시장에 출마해달라는 제의를 거부한 그가 야권 주자로 대선판에 뛰어들 것이란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이 반문재인을 내건 정치행보를 예고한 터에 김 전 부총리까지 이탈하면 여권의 체면은 말이 아니게 된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5월 “저는 문재인 정부 초대 부총리” 등 김 전 부총리가 했다는 말을 공개한 것도 그를 묶어놓으려는 의도가 있었을 터다.

이용욱 논설위원

이용욱 논설위원

그러나 설마설마는 현실이 됐다. 김 전 부총리는 윤석열, 최재형과 다른 길을 가겠다면서도 정치교체를 이야기하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그는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인상,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거론하며 “진보의 가치를 추구한다고 하면서 진보의 가치를 훼손한 것이 가장 안타깝다”고 했다. “정책의 이념화” “소통·공감 부족” 등 거친 말도 서슴지 않는다. 경제부총리까지 지낸 사람이 문재인 정부 핵심 정책의 총체적 실패를 이야기하는데, 이보다 더한 비판과 차별화 행보가 있을까. 그는 제3지대를 언급하지만, 종국엔 야권 후보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은 반문재인이면 만사형통인 양 행동한다. 검찰과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시켰다는 원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윤 전 총장은 출마선언을 하며 “부패하고 무능한 세력의 집권 연장과 국민 약탈을 막아야 한다” “더 이상 이들의 기만과 거짓 선동에 속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최 전 원장은 문재인 정부 정책을 ‘행태’로까지 표현하고, 현 정권의 각종 정책을 좌시할 수 없었다는 것을 출마 명분으로 내세웠다. 눈 뜨고 코 베인다는 정치판이고, 아무리 관료가 영혼이 없다지만, 금도라는 게 있다. 더구나 ‘문재인 심판’ 구호만으로 국가를 경영할 수도 없는 법이다.

결국 두 사람은 자질 논란에 휩싸였다. 윤 전 총장은 “(후쿠시마) 방사능 유출은 기본적으로 안 됐다” “120시간 노동” “대구 민란” 등 실언을 쏟아냈다. 최 전 원장은 출마선언 때 현안에 대해 “준비된 답변이 없다”고 했다가 왜 출마했느냐고 비판받았고, 선거운동 기간이 아님에도 대구 서문시장에서 마이크를 잡고 발언해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에도 휩싸였다. 두 사람 지지율은 하락하거나 정체 국면인데, 좌충우돌 행보가 자초한 것이다.

만약 이들이 몰락한다면 사필귀정일까.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1월 원전 감사를 강행한 최 전 원장을 비난했던 장면이 떠오른다. 임 전 실장은 최 전 원장을 향해 “집을 잘 지키라고 했더니 안방을 차지하려 든다”고 했다. 앞서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8월 최고위원에 출마하면서 “개가 주인을 무는 꼴”이라고 윤 전 총장을 비판했다. 이 비유를 현 상황에 대입한다면 집 지키던 개 세 마리가 주인을 향해 짖는 꼴이다. 비정상적이고, 이 정도면 주인 잘못이 없는지도 돌아보는 게 인지상정이다. 이런 개를 택한 것도 주인이다.

그러므로, 여권은 현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천성이 배은망덕하고 자질 없는 개들이라고 비난만 할 게 아니라, 짖을 빌미를 준 것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 위선, 무능에 분노해 출마를 강행했다는 이들을 아직까지 상당수 국민들이 지지한다. 두 사람은 어쩌다보니 민심이반의 파도에 올라탄 것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설사 이들이 추락해도, 민심은 여권 밖의 또 다른 인물을 찾아 떠돌 가능성이 크다. 각종 조사에서 정권유지론보다 정권교체론이 높게 나오는 게 그 징후다.

여권이 윤석열을 때리고, 최재형을 비판하고, 김동연을 욕해봐야 소용없다. 위선과 내로남불에 대한 반성이 우선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내로남불의 강을 건넜다”고 했지만, 동의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대선 주자들이 조국 사태 책임론을 놓고 다투는 게 여권의 현실이다. 반려인으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개는 집 지키는 소유물이 아니라 교감 대상이다.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 정부를 향해 짖는 개는 계속 나올 수 있다. 칼럼을 쓰는 도중에 문재인 정부 북핵외교 실무를 총괄했던 이도훈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겸 6자회담 한국 수석대표가 윤석열 캠프 정책자문단에 합류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주인에게 짖는 개는 네 마리가 됐다. 여권은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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