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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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녹취록의 효과 14대 대선을 3일 앞둔 1992년 12월15일, 부산 ‘초원복집’ 대화 녹취록이 공개됐을 때 세인들은 대선 승부가 당연히 민주자유당 김영삼 후보(YS)의 패배로 귀결될 줄 알았다.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이 부산시장과 지검장, 경찰청장 등 지역기관장들을 초원복집으로 불러모은 뒤 “부산, 경남, 경북까지만 딱 단결하면 안되는 일이 없다” “우리가 남이가”라고 말하는 것이 육성으로 폭로됐던 것이다. 지역감정을 노골적으로 부추긴 데다 관권 선거를 획책하는 장면이 백일하에 드러났으니 유권자들이 분노할 것으로 예상한 것은 무리가 아니었다. 통일국민당 정주영 후보를 돕던 사람들은 밤새 흥분 속에 녹취록을 풀면서 대역전극을 떠올렸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의 YS 지지자들이 위기감에 똘똘 뭉쳤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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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근 칼럼 백기완 선생의 마지막 소원 한가위 연휴 내내 고열에 시달린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대거리(인터뷰) 도중 수시로 말을 쉬었다. 인터뷰에 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더니 통일에 대해 묻겠다고 하자 “그렇다면 내가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한마디 해야지”라고 말했다. 지난달 “마지막 소원이 있는데, 고향에 가서 어머니를 뵙고 싶어”라고 한 말이 떠올라 청한 인터뷰였다. 9·19 평양공동선언 1주년을 맞아 남북통일의 전망에 대해서도 듣고 싶었다. “내가 열세 살 때 서울에 온 지 이제 80년이 다 되어가. 마지막으로 고향(황해도 은율)에 가서 어머니를 뵙고 싶어. 늙으신 어머니를 등에 업고 구월산 마루턱을 냅다 뛰면서 소리 지를 거야. 이 못난 백기완이도 효도 한번 한다고. 어머니가 지금껏 살아계시면 110살이 넘었지. (문익환 목사가 1990년대 초 방북했을 때 백 선생 누님에게서 모친이 타계했다는 말을 들었지만 백 선생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만약 돌아가셨다면 어머니 산소라도 찾아 뵙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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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가을태풍, 슈퍼태풍 최근 태풍과 허리케인, 그리고 사이클론 등 열대성 저기압에서 가장 눈에 띄는 흐름은 그 규모의 대형화이다. 미국 연구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40여년 동안 최대풍속이 시속 200㎞가 넘는 태풍이 두 배 정도 증가하고, 시속 250㎞ 넘는 슈퍼태풍은 약 세 배 증가했다고 한다. 태풍의 이동속도도 늦어지면서 태풍이 비를 퍼붓는 시간이 길어지고, 피해 지역 또한 넓어지고 있다. 카리브해에서 슈퍼태풍 소식이 빈번이 들려오는 것이 이런 흐름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이런 대형화에 동반하는 것이 태풍이 가장 위력을 발하는 지점 즉 최대 에너지 지점의 북상이다. 지난 30년 사이 태풍의 최대 에너지 지점이 적도 부근에서 약 160㎞ 더 북쪽으로 올라갔다고 한다. 일본과 한국이 그 지점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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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트럼프와 그린란드 북대서양과 북극해 사이에 위치한 세계 최대의 섬 그린란드. 하지만 초록의 땅이라는 이름과 현실은 딴판이다. 남북으로 2670㎞, 동서로 1200㎞, 면적 217만㎢의 넓은 땅(호주의 3.5분의 1)이지만 85%가 빙상으로 덮여 있다. 서기 985년 노르웨이인 에리크가 정주했을 때 잠깐 경작이 가능해 그린란드라고 이름을 붙였지만 이후 다시 추워져 동토가 되었다. 에리크가 이런 이름을 붙인 이유도 푸른 초원이 있다고 하면 사람들이 더 많이 올까 해서였다. 덴마크가 해마다 세입의 절반이 넘는 5억6000만달러(6800억원)의 예산을 지원하면서 경제체제를 유지토록 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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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근 칼럼 군, 틀을 깨는 안보 전략이 필요하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모든 것이 명확해진다. 지난해 12월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가 동해상에서 광개토대왕함을 겨냥한 위협 비행이 시작이었다. 일본은 위협비행을 하고도 적반하장 격으로 우리에게 사격 예비동작으로 레이더를 쏘았다고 했다. 한 달 뒤 일본은 다시 보란 듯이 이어도 인근에서 대조영함 위를 초근접 위협 비행했다. 영상을 공개한 끝에 초계기에 조사된 레이더 주파수를 내놓으라고 하자 일본 측은 도리어 한국 측에 주파수를 내놓으라는 상식 밖 주장을 폈다. 억지 주장에 물타기로 국제사회를 향해 자신들이 피해자인 양 홍보했다. 심지어 국내에서도 우리 군이 먼저 실수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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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근 칼럼 정치권, 정말 군을 이렇게 이용할 건가 북한 어선의 삼척항 입항에 해군 2함대사령부 허위 자수 사건으로 군이 몰매를 맞고 있다. 시민들의 실망감과 배신감은 이해가 간다. 군은 경계 실패와 거짓 해명, 그리고 기강 해이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지난달 15일 북한 어선이 삼척항에 도착한 이후 하루도 거르지 않고 군을 두들기는 것은 과도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권과 언론은 물론 심지어 정부 내에서조차 군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한 것이 정치권이다. 여야 모두 안보를 걱정한다면서도 필요에 따라 이리저리 군을 끌어대고 있다. 과거 군사독재 정부가 군을 정권의 기반으로 활용한 것과 반대 방향으로 군을 이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한 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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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백색 테러 ‘백색 테러(white terror)’는 극우 또는 우익에 의한 테러로, 좌익 세력에 의한 테러인 ‘적색 테러(red terror)’와 대비된다. 백색 테러는 프랑스 혁명기인 1795년 혁명파에 대해 왕당파들이 가한 보복 행위를 지칭한 것이 기원이다. 테르미도르의 반동으로 자코뱅파의 거두 로베스피에르가 이끌던 공포정치가 끝나자 전국 각지에서 자코뱅파에 대한 왕당파의 조직적, 비조직적 테러가 자행됐다. 당시 유럽에서는 신분과 파당을 나타내는 코케이드(cockade·모표)를 모자에 꽂고 다니는 게 유행했는데, 왕당파들이 흰색 코케이드를 달고 다닌 것에서 ‘백색’이라는 말이 유래했다. 당시 프랑스 부르봉 왕가의 표장이 흰 백합이었던 것이다. 1871년 자유를 요구하는 민중의 파리코뮌이 실패로 돌아간 뒤 1주일간 베르사유 정부에 의해 또 다른 백색 테러가 자행된다. ‘파리의 다리 아래에는 강물이 아니라 시신이 흐를’ 만큼 그 결과는 참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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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멕시코 국경의 비극 미국과 멕시코를 가르는 리오그란데 강가에서 숨진 한 부녀가 지구촌을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미국으로 가기 위해 강을 건너다 변을 당한 엘살바도르 난민 오스카르 알베르토 마르티네스 라미레스(25)와 딸 발레리아(2)가 그들이다. 멕시코 기자의 카메라에 잡힌 이 부녀의 모습이 가슴을 미어지게 한다. 아빠는 마지막 순간까지 딸의 머리를 자신의 티셔츠 안에 넣어 감싸고, 딸 역시 필사적으로 아빠의 목을 팔로 감고 있었다. 4년 전 지중해를 건너다 배가 뒤집어지는 바람에 숨진 3살짜리 시리아 난민 아기 아일란 쿠르디를 연상시킨다. 당시 터키 관광지 해안가 모래밭에 천진난만한 자세로 엎드려 있는 쿠르디의 모습에 전 세계인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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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근 칼럼 제주2공항 반대론에 동의할 수 없는 이유 퀴즈 하나. 전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하늘길은? 서울~제주노선이다. 지난 4월 영국의 항공교통시장 조사기관 OAG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올 2월까지 이 구간 운항 횟수는 7만9460회였다. 매일 219편이 이 구간을 오간 셈인데, 심야와 새벽을 제외하면 5~10분마다 비행기들이 두 공항에서 뜨고 내렸다. 2위인 호주의 멜버른~시드니 구간이 5만400회인 것에 비교하면 그 빈도를 짐작할 만하다. 실제 오산 공군작전사령부의 레이더 화면을 보면 서울과 제주 상공에 점으로 표시되는 비행기들이 착륙하기 위해 꼬리를 문 채 선회하는 모습이 확인된다. 이륙 풍경 역시 다를 게 없다. 지난해 설을 쇠고 귀경할 때 비행기가 뜨는 데만 40분 넘게 걸렸다. 앞뒤로 비행기 7대가 줄지어 기다리다 활주로로 들어서는 진풍경이 연출돼 동영상에 담은 적이 있다. 공항에 도착한 뒤 청사를 한 바퀴를 빙 돌아 밖으로 나가노라면 여행지에 도착한 흥분은 이미 반감된다. 최근 방문한 공항 중 가장 번잡한 곳이 바로 내 고향 제주 공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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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VAR의 위력 단언컨대, 이렇게 심장을 쫄깃하게 한 축구 경기는 지금까지 없었다. 36년 전 박종환 감독이 이끄는 청소년 축구대표팀이 멕시코에서 4강 신화를 쏘던 때도 이 정도로 승부가 극적이지는 않았다. 이날 최고의 패배자는 생중계를 보다 승부가 기울었다며 성급히 TV를 끈 시청자였다. 주인공은 당연히 젊은 태극전사들이다. 이강인, 오세훈 등은 더 이상 틀에 짜맞춘 전술로 무장한 ‘한국형’ 전사가 아니었다. 높은 수준의 기술에 창의력까지 장착한 ‘발칙한’ 전사들이었다. 하지만 이날 승부의 또 다른 주역은 비디오판독(VAR·Video Assistant Referee)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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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스칸디나비아클럽 한국 전쟁이 발발하자 덴마크는 유엔 회원국 가운데 가장 먼저 의료 지원 의사를 밝혔다. 곧바로 최고의 의료진을 병원선 ‘유틀란디아호(Jutlandia)’에 태워 보냈다. 스웨덴과 노르웨이도 따로 의료진을 파견했다. 이들 스칸디나비아 3국 의료진의 활약은 눈부셨다. 연인원 5000명의 의료진은 쉴 새 없이 전상자와 민간인을 치료했다. 이런 노력은 전쟁이 끝난 뒤에도 이어졌다. 한국과 이들 3국은 1958년 유엔한국재건단(UNKRA)과 공동으로 서울에 국립의료원을 세웠다. 유엔의 지원사업 중 가장 모범적인 사례였다. 이때 병원 측은 고향 음식을 그리워하는 3국 의료진을 위해 구내 음식점과 휴게시설을 마련했다. 국내 최초 뷔페 식당, 스칸디나비아클럽의 탄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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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근 칼럼 문 대통령이 군 개혁 고삐 좨야 할 이유 문재인 정부 2주년을 맞아 국방부를 출입한 이래 20년 이상 알고 지내는 예비역 장성들에게 현 정부의 군 정책에 대한 평가를 요청했다. 김영삼(YS), 김대중(DJ), 노무현 대통령 임기 동안 영관급과 장성으로 복무한 터라 역대 정부와 비교해보고자 한 것이다. 반응은 비슷했다. 한마디로 “문재인 정부의 군 정책과 취지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제대로 된 군의 목소리가 없다”고 했다. 원인 분석도 거의 같았다. “인재를 넓게 뽑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굳이 비교하면 하나회를 척결한 YS 때보다 덜 개혁적이고, 호남인맥에 편중됐다던 DJ 때보다도 유능하지 못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