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우
논설위원
주간경향 편집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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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유배지’ 연수원 조선시대 제주도는 대표적 유배지였다. 한양에서 거리로도 멀 뿐만 아니라, 바다를 건너야 하기 때문에 ‘한양 정치’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으로 여겨졌다. 제주도는 추사 김정희가 유배 간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곳에서 추사는 ‘세한도’라는 걸작을 남겼다. 이 그림에 그려진 황량한 한겨울 풍경만 보더라도 추사가 엄동설한 유배지에서 얼마나 힘든 생활을 했는지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2020년 1월16일자에는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에 대한 기사가 실렸는데, 조선시대 유배지였던 제주도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된다. 문재인 정부의 울산시장 선거 관여 의혹을 수사한 박찬호 검사를 제주도로 보내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의혹을 수사한 한동훈 검사를 또 다른 유배지 부산으로 보냈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제주도를 유배지로 묘사한 것이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검찰에서는 ‘법무연수원’이 새로운 유배지로 부상했다. 이 기사에 등장하는 한 검사 이력만 봐도 알 수 있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잘나가던 한 검사는 부산고검으로 갔다가 법무연수원으로 다시 발령받는다. 한직이라고 할 수 있는 고검에 비해, 법무연수원은 검사에게 수사 자체를 못하게 하는 만큼 진짜 ‘유배지’라 부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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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간첩조작 피해’ 유우성 “보복 기소한 검사가 검찰수장 되면 밑의 검사들이 뭘 배우겠냐” 윤석열 정부가 검찰 출신 인사들을 중용하면서 2013년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이 소환되고 있다. 이 사건을 담당했던 ‘그때 그 검사’들이 윤석열 정부에서 ‘잘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시원 당시 검사가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임명됐고, 조작 사건이 무죄로 선고된 뒤 ‘보복 기소’를 지휘했던 이두봉 인천지검장이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조작 사건의 피해자인 유우성씨(41)에게는 약 10년 전의 그 사건이 악몽이다. 대법원 무죄 확정을 받았음에도, 그를 간첩으로 몰고 보복 기소했던 검사들이 출셋길에 오르면서 악몽은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26일 만난 유씨는 이두봉 검사장이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된다고 하자 “그런 사람을 법을 지키는 수장으로 세우게 되면 그 밑에서 일하는 검사들은 무엇을 보고 배우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시원 전 검사의 공직기강비서관 임명에 대해서는 “ ‘오빠가 간첩’이라는 자백을 강요한 검사가 발탁됐다는 소식에 여동생이 통곡하고 충격에 지금도 많이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유씨는 “지금이라도 (간첩조작 사건에 대해) 스스로 사과하고 그 자리에서 사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건 관련 전·현직 검사들이 윤석열 정부에서 출세 가도를 달리면서 유씨 남매에게 ‘간첩조작 사건’은 과거완료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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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마흔두번째 5·18민주화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묘지의 정문인 ‘민주의문’으로 유가족과 함께 걸어서 입장했다. 보수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이 문을 통과한 것이다. 앞서 이날 아침 윤 대통령은 KTX특별열차편으로 장관, 대통령실 참모진, 국민의힘 의원 100여명과 함께 광주에 도착했다.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 인사들이 모두 기념식에 참석해 오월정신을 기렸다. 마지막에는 모두가 맞잡은 손을 함께 흔들거나 불끈 쥔 주먹을 들어올리며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모처럼 마음을 하나로 모은 행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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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아·가·패’ 인사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후 청와대 인사비서관실에서 흥미로운 자료가 나왔다. 장차관급 89명 인사를 분석한 결과 서울대 출신이 44명, 고려대 출신이 12명이라는 것이었다. 결론은 이러했다. “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인맥이 주를 이룬다는 일부 주장은 맞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가 극구 부인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소영’이라는 기발한 조어는 사람들의 뇌리에 박혀 잊혀지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 인사를 시기별로 분석한 한 기사에는 서울시장 같은 창업기에는 능력에 따라 사람을 썼지만, 대통령에 당선된 수성기에는 경력에 따라 자리를 준 것으로 나타나 있다. 말로는 능력만 보겠다고 했지만 고소영 내각으로 비판받은 이유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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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입각세(入閣稅)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3월25일, 김덕중 국세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낙연 당시 민주통합당 의원이 후보 지명 날짜를 김 후보자에게 물었다. 3월15일이었다. 지명일 이후 김 후보자가 뒤늦게 낸 세금은 306만여원이었다. 이 의원은 “장관이나 정부 고위직으로 지명이 되면 그때부터 부랴부랴 지각 납부하는 그런 세금을 ‘입각세’라 이름 붙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고위공직자에게만 부과되는 ‘입각세’라는 기상천외한 항목이 대한민국 세법에 ‘비공식 등재’되는 순간이었다. 입각하지 않았으면 낼 필요도 없었겠지만, 입각을 위해 내야 하는 세금인 만큼 이만큼 적절한 표현이 없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박근혜 정부 초대내각에서) 현오석 경제부총리 후보자의 ‘입각세’ 건수가 가장 많았다고 지적됐다. 당시 박 대통령은 ‘지하경제 양성화’를 추진했는데, 공교롭게도 탈세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경제부총리·국세청장 후보자가 청문회를 앞두고 입각세를 내는 신고식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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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민주당 최대 문제는 온정주의…여의도란 섬에 갇혀 겁내는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가 시작되면 시선은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26)에게 향한다. 민주당에서 금기시하던 언어들이 그의 모두발언에서 나온다.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에 올인하는 당에 일침을 놓는가 하면, 송영길 전 대표나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거침없이 비판한다. ‘이준석 돌풍’에 비견할 ‘박지현 돌풍’을 예감하게 한다. 그 돌풍은 지난 대선 막판 이재명 선대위에 합류해 2030 여성의 지지를 이끌어내면서 시작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지난 2일 민주당사에서 마주한 박 위원장의 모습이 다소 낯설게 느껴졌다. TV에서 접해온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과 느낌이 사뭇 달랐다. 하지만 목소리와 거침없는 태도는 예상한 그대로였다.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가 뭐냐고 묻자, 박 위원장은 “온정주의”라고 바로 정리했다. “여의도라는 섬에 갇혀 있다”고 덧붙였다. 섬에 갇힌 민주당을 국민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맡았다는 뜻이다. 박 위원장은 당내 이견을 놓고 “(비대위에서) 싸우고 있다”고 표현했다가 “논쟁하고 있다”고 바꿨다. 싸우든 논쟁하는 중이든 그의 정치는 민주당에서 적잖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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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국민투표 정확히 53년 전인 1969년 4월28일, 프랑스의 샤를 드골 대통령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바로 전날 실시한 개헌(지방행정 및 상원 개혁안) 찬반 국민투표에, 드골 자신의 신임 여부를 결부시킨 결과였다. 유권자 52.4%가 반대함으로써 드골의 마지막 승부수는 빗나갔다. 1958년 대통령에 선출된 이후 사퇴할 때까지 드골은 11년 동안 모두 다섯 번의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드골은 수세에 몰릴 때마다 국민투표를 실시해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해나갔는데, 마지막에 발목이 잡혔다. 바로 그해 한국에서도 국민투표가 실시됐다. 4년 중임제의 재선 대통령이었던 박정희는 추가 집권을 위해 3선 연임 개헌안을 국민투표(10월17일)에 부쳤다. 박 전 대통령은 네 번(처음은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시절)의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1975년 마지막 국민투표에서는 유신체제와 대통령 재신임 여부를 함께 물었다. 역대 여섯차례의 국민투표 중 유일하게 개헌과 무관한 투표였다. 관권을 총동원한 끝에 찬성 73.1%로 재신임됐지만, 4년 후 비극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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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왕(王)장관 2010년 8월16일, 임기 반환점을 막 돌고 있던 이명박(MB) 대통령이 장차관급 인사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오찬 자리를 마련했다. MB는 이 자리에서 “내가 임명한 사람 중에 왕씨는 없는데…”라고 농담투로 말했다. 박영준 지식경제부 제2차관을 언론이 ‘왕차관’으로 부르며 비판하자 못마땅하게 여긴 것이다. 당시 박 차관은 실세 중의 실세였다. MB의 친형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 출신으로 청와대 직책이 기획조정비서관일 때부터 ‘왕수석’으로 통했다. 총리실 국무차장이 되자 ‘왕차관’으로 호칭이 바뀌었다. ‘만사형통(萬事兄通·모든 일은 형님을 통하면 된다)’하던 시절이니 그가 하는 일은 곧 이 의원, 나아가 MB의 뜻이 실린 것으로 간주됐다. 당연히 정부 전체가 왕차관의 입만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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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관사 테크 조선시대 한 고을의 수령이 공무를 보는 중심 건물 동헌(東軒)은 외아(外衙)라고도 불렀다. 수령의 가족이 거주하는 공간인 내아(內衙)와 분리했는데, 중앙에서 지방으로 발령받은 수령에게는 필수 공간이었다. 지금의 관사(官舍)에 해당한다. 동헌이라는 말도 내아의 동쪽에 위치한 데서 유래했다. 여러 선진국과 달리 한국에서 유독 관사가 많은 것은 이런 역사적 배경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중앙이나 지방정부는 물론이고 학교와 군부대까지 관사를 운용하는 기관이 여전히 많다. 관사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수년 전부터는 이런 구설을 피하기 위해 지자체 단체장들의 관사 사용을 포기하고 시민에게 개방하는 일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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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정치에 이젠 가슴 안 뛴다…지역주의 뛰어넘기는 후배들의 몫”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60)이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586 용퇴론’의 연장선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그는 “개인의 문제로 바라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다른 ‘부산 출생 586’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에 대해 물어보자 “그의 가족이 전혀 문제가 없다고 보지 않으며 이에 분노하는 여론은 일정 부분 이유가 있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하지만 가족 전체를 매도하는 상황으로 간 여론 심판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표했다. 인터뷰하던 시점에 공교롭게도 ‘독수리 오형제’의 한 명인 김부겸 국무총리 정계 은퇴설이 흘러나왔다. 김 전 장관은 “제가 정치를 그만둔다고 하니 김 총리에게서 전화가 와 ‘자신도 비슷한 생각’이라고 이야기했다. 21대 총선 패배 때 상실감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역시 최근 부산지역 선거에서 잇달아 패한 아쉬움이 인터뷰 내내 묻어나왔다. 부산에서의 정치를 ‘절반의 성공’이라고 표현했지만, 지역주의 정치에 맞서던 시절의 기개는 아직 살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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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안철수의 총리 고사 지난 대선이 한창 정점으로 치닫던 2월20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 최종 결렬을 선언했다. 끝까지 완주하겠다며 거리유세에 나섰지만, 기자들은 여전히 단일화에 대해서만 질문했다. 결렬을 분명히 선언한 입장에서는 억울할 만도 했다. 안 후보는 “사람들은 선거할 때마다 (내가) 도중에 그만뒀고, 철수했다고 한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매번 ‘철수’한다는 왜곡된 이미지가 덧씌워졌을 뿐,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양보한 것을 제외한 나머지 ‘철수’는 진정한 철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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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돌아온 포켓몬빵 동네 슈퍼가 하나둘씩 사라지고 그 자리에 편의점이 들어섰다. 음료수를 사기 위해 편의점에 갔더니, 문짝에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포켓몬빵 품절.’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마스크가 없다고, 최근에는 자가검사키트가 없다고 고지한 자리에 붙어 있다. 손님들이 “그거 없느냐”고 하도 물어대니 대답하기 힘들어 붙여놓은 쪽지일 터이다. 그런데 그 품목이 예전의 ‘포켓몬빵’?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제빵회사 샤니는 경쟁사인 삼립의 ‘국진이빵’에 맞서 ‘포켓몬빵’을 출시해 대히트를 기록한다. 당시 선풍적 인기를 끌던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 덕분이었다. 특히 붙였다 뗐다 할 수 있는 ‘띠부띠부씰 스티커’는 빵보다 더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이 빵은 ‘디지몬빵’ 같은 다른 캐릭터의 빵으로 대체됐다. 샤니와 삼립이 한 회사가 된 SPC삼립이 최근 포켓몬빵을 다시 만들고 있다. 포켓몬 게임의 인기 덕분에 다시 추억의 그 빵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는 것이다. 16년 만에 돌아온 포켓몬빵이 띠부띠부씰과 더불어 다시 한번 과거의 인기를 재현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스티커를 획득했다고 자랑하는 사진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희귀 스티커를 팔고사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SPC삼립은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지만 편의점 수요에 응하지 못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