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우
논설위원
주간경향 편집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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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우의 정치人 17대 ‘그때 그 초선’, 백팔번뇌는 계속되고 있다 2004년 3월 중순, 17대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당사를 영등포 폐청과물공판장으로 이전했다. 당시 박영선 대변인이 “쓰레기 더미에서 장미꽃을 피우겠다”고 논평할 정도로, 이곳은 페인트칠이 군데군데 벗겨진 낡은 건물이었다. 야당인 한나라당도 천막당사 이전으로 맞섰다. 총선 한 달 전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탓에 한나라당에는 역풍이 세게 불었다. 이회창 대선자금 수사로 ‘차떼기 당’ 오명까지 뒤집어쓴 한나라당은 컨테이너 건물에서 정치개혁을 약속했다. 영등포 폐청과물공판장 당사 대 천막당사가 맞붙은 17대 총선은 ‘누가 더 몸을 낮추나’라는 읍소 경쟁이었다. 그만큼 기성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분노가 컸다. 총선 결과 초선들이 대거 국회에 등장했다. 초선은 모두 187명으로 무려 62.5%를 차지했다. 그야말로 정치판을 갈아엎는 대형 물갈이가 이뤄졌다. ‘초보운전’에 빗대 ‘초보국회’라는 말도 나왔지만 어느 때보다 유권자들은 정치개혁을 염원했고, 초선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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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우의 정치人 MZ세대 정치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 중인 한국 대표팀이 지난 10일 한·일전 참패 후 졸전을 벌였다고 비난받고 있다. MZ세대 스타선수인 강백호는 전날 호주와의 경기에서 2루타를 치고 환호 세리머니를 하다 주루사해 또다시 표적이 되고 있다. 얼마 전 일본 프로팀과의 평가전에서 보인 무성의한 ‘산책주루’와 2020 도쿄 올림픽 당시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아무 생각 없이 껌을 씹은 일까지 재소환되고 있다. 한마디로 이전 세대가 보여준 투지를 MZ세대 선수들에게서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저변이 약한 한국 야구가 그동안 국가대표 경기에서 일본과 맞설 수 있었던 데는 선수들의 투지가 큰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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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우의 정치人 안철수, YS처럼 호랑이를 잡을 수 있을까 2014년 3월 치러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창당대회에서 안철수 의원이 당대표가 됐다. 자신이 창당한 새정치연합을 이끌고 민주당과 합당하면서 공동대표가 된 것이다. 하지만 9년 뒤, 안 후보는 이제 그 반대편에 있는 보수정당의 당대표가 되기 위해 3·8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 중이다. 이처럼 민주당 계열의 정당에서 보수당의 대표로 전신해 성공한 인물로는 김영삼 전 대통령(YS)이 있다. 보수 독재정권에 맞서 신민당 총재를 지낸 YS가 1990년 민주정의당 등과 3당 합당을 결행하자, 세인들은 군사정권과의 야합이라고 비난했다. YS는 “호랑이굴에 들어가서 호랑이를 잡겠다”는 말로 자신의 행보를 합리화했다. 호랑이를 잡는다는 말은 한낱 변명으로 들렸고 실현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다. 하지만 YS는 뚝심으로 밀고 나가 민주자유당의 당권을 쥐었고, 마침내 1992년 대선에서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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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우의 정치人 ‘민심 1위’ 유승민과 ‘당심 1위’ 나경원의 선택 국민의힘 3·8 전당대회를 향한 당 안팎의 시선이 유승민 전 의원과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집중되고 있다. 두 사람의 출마가 최대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러 여론조사에서 유 전 의원은 전체 지지율에서 1위를 차지했고,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나 부위원장이 1위를 달렸다. 그런데 이들 민심 1위, 당심 1위 후보들이 선뜻 출마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당원투표 결과를 100% 반영하는 당헌·당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30% 반영이 없어지면서 이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던 유 전 의원이 불리해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100% 당심 반영으로 기세를 올리던 나 부위원장의 출마가 암초에 부딪혔다. 지난 5일 신년기자간담회에서 저출생 대책으로 제시한 ‘대출 탕감’ 방안에 대해 대통령실이 이례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는 나 부위원장의 전대 출마를 달갑지 않게 여기는 윤석열 대통령의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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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우의 정치人 오기의 동문회 정치, 이상민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지난 9월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 건의를 거부한 바 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이에 야당은 이 장관 탄핵소추안 카드까지 꺼내들 기세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보이콧할 것처럼 격앙하고 있다. 여당은 이 장관이 물러나면 마치 윤석열 정부가 무너질 듯이 옹위에 나섰다. 한낱 정무직 장관 자리를 놓고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 통과조차 뒤로 미뤄놓은 채 격돌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윤석열 정부에서 이 장관의 위상이 상상 그 이상임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충암고 선후배인 윤 대통령과 이 장관 사이에 얼마 전 상징적 모습이 연출됐다. 지난달 윤 대통령이 캄보디아로 출국하는 공항에서 이 장관의 어깨를 두드려 준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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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우의 정치人 조국·한동훈, 왕의 남자가 가는 길 커피를 들고 가는 사진 한 장만으로도 화제가 된 정치인이 있다. 대권주자로 거론될 정도인데도 수행원 도움 없이 한 손에는 서류 가방을, 다른 한 손에는 커피를 들고 간다. 지금 ‘잘나가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모습인가 하면 한때 ‘잘나갔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그랬다. 패션에서 정치 스타일까지 콘셉트가 비슷해 두 사람은 늘 비교대상이 된다. 무엇보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윤석열 현 대통령과 대단히 가까운 관계라는 공통분모를 가졌다. 가히 ‘왕의 남자’로 불릴 만하다. 두 사람은 자기가 속한 진영이 좋아할 만한 정치적 스타일을 갖고 있다. 상대 진영의 비판에 전혀 굴하지 않는 직설적 화법이 그것이다. 조국 전 장관은 한때 소셜미디어에서 진보 진영의 이론가로 평가받았다. 한 장관 역시 논리적 반박이나 직선적 언사에서는 조 전 장관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양 진영에서 두 사람을 향한 팬덤이 만들어진 이유다.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정치 영역에 들어간 이후에는 특유의 거침없는 논리 전개를 구경할 일이 드물어졌지만, 한 장관은 장관이 된 이후에도 그 스타일을 바꾸지 않았다. 조 전 장관이 여의도 정치의 문법을 어느 정도 감안하려는 태도를 보인 반면, 한 장관은 ‘반여의도’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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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열하일기가 태어난 곳, 지금은 갈 수 없는 땅 ‘연암협’ 찾았다 조선 최고의 기행문 <열하일기>는 황해도의 깊은 산골 ‘연암협’에서 태어났다. 동네 앞에 ‘제비바위(연암·燕巖)’가 있다고 해서 붙여진 산골짜기 마을. 연암 박지원이 처음 발견하고 너무 좋아 자신의 거처로 삼았던 곳이다. 박지원의 호(號) ‘연암’은 이곳에서 따왔다. 연행에 나선 연암은 북경에서 열하로 가던 도중 아홉개 하천을 건너면서 연암협을 흐르는 시내를 떠올렸다. 그리고 담헌 홍대용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험하고 동떨어진 곳이지만 마음속으로 한 번 이곳을 좋아하게 되자 어떤 곳과도 바꿀 수가 없게 됐다”고 표현했다. 연암이 연암협이라는 곳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잘 알 수 있다. 연암은 중국 북경을 떠나기 전 이곳에 살았고, 연행에서 돌아온 뒤에는 이곳에서 <열하일기>라는 불후의 문장을 남겼다. 조선시대 농업정책을 논한 <과농소초>도 이곳에서 썼다. 연암이 이곳에 거처한 기간은 약 10년을 헤아린다. 하지만 38선 분단 이후 북한에 속하게 된 이곳은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그렇게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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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정의당, 당명 개정 등 재창당 필요…진보정당 2세대 시대 열어야” 제1당부터 제3당까지 모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다. 그중에서도 제3당인 정의당은 말 그대로 비상 상황이다. 지난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참패한 데다 당의 존재감도 미약해졌다. 지난 6월 비대위 체제가 출범한 이유다. 최근엔 ‘비례대표 국회의원 사퇴 권고’ 당원 총투표를 앞두고 또 한번 뒤숭숭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국회 정의당 대표실에서 지난 22일 이은주 정의당 비대위원장(53)을 만났다. 인터뷰 직전 비대위 회의를 마친 이 비대위원장은 “당원을 빼고 다 바꿔야 할 정도의 위기”라며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당명 개정을 포함해 재창당 수준의 결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록 비대위가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새로운 노선의 강령과 새로운 당명의 탄생을 예고하는 발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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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예보관이 비 맞으면 안된다고 해서 작은 우산 갖고 다녀” 장마가 물러가고 폭염과 열대야의 계절이 왔다. 날씨가 사람들의 일상을 압도하는 시기다. TV와 라디오를 통해 낮 최고기온과 아침 최저기온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일부 지역에서 사상 첫 ‘6월 열대야’를 겪은 만큼 올해 무더위가 혹여 2018년의 사상 최고 폭염 수준으로 가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막바지 장마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22일 서울 신대방동 기상청을 찾았다. 김명규 기상청 총괄예보관(38)은 “2018년과 비슷한 강도의 폭염은 나타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예상했다. 일기예보의 오보 가능성에 대해 김 총괄예보관은 “기상청은 최대한 근거를 가지고 과학적으로 산출된 자료들이 주는 시그널에 최대한 충실할 수밖에 없다”고 ‘원칙론’으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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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환노위와 민주당 1953년 처음 제정된 근로기준법의 법정 노동시간이 주 48시간에서 주 44시간으로 4시간 줄어든 것은 1989년이었다. 무려 36년이 걸렸다. 13대 국회의 노동위원회가 이해에 근로기준법을 개정한 결과이다. 이 노동위에는 1988년 4월 총선에서 처음 당선된 초선의 ‘삼총사’가 있었다. 부산 동구에서 통일민주당 의원으로 당선된 노무현, 서울 관악을에서 평화민주당 의원으로 당선된 이해찬과 같은 당으로 서울 중랑갑에서 당선된 이상수 의원이었다. 이인제 통일민주당 의원까지 포함해 4총사로 부르기도 했다. 이들은 노동 관련 입법뿐 아니라 국정감사에서도 날카롭게 정부의 노동정책을 비판해 당국자들을 벌벌 떨게 했다. 노동위를 주목하는 시선이 늘면서 이들의 정치적 위상도 덩달아 높아졌다. 보좌진도 쟁쟁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이광재 민주당 의원·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화영 전 의원 등이 공동 보좌진 등으로 이들의 의정 활동을 뒷받침했다. 유시민 전 장관의 정곡을 찌르는 보도자료가 기자들 사이에서 회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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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배상금에 두 번 죽은 셈…나와 가족에 가해진 국가폭력 지금도 안 끝나” ‘최악의 사법살인’이라는 인민혁명당(인혁당) 재건위 사건 피해자인 이창복씨(84)에게 지난 20일 뜻밖으로 희소식이 전해졌다. 정부가 법원의 화해 권고를 받아들여 이씨가 물어야 할 국가배상금 반환 지연손해금(지연이자)을 받지 않기로 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법원이 결정한 것을 정부가 뒤집으면 배임죄에 걸린다”면서 내내 미뤄온 일을 윤석열 정부가 한 것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가지급 이후의 판례 변경이라는 이례적 사정으로 이른바 ‘줬다 뺏는’ 과정이 생겼다”며 “그래서 법무부가 소송 수행청인 국정원과 깊이 논의해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인혁당 재심 판결로 무죄를 확정받은 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가지급금을 받았지만 2년 뒤 대법원은 판례를 바꿔 받은 돈 중 4억9000만원을 반환하라고 했다. 연 20%의 높은 연체이자율 때문에 토해내야 할 돈은 그 사이에 원금 외에 이자만 9억6000만원으로 늘어났다. 시민단체에서는 박정희 정권이 인혁당 재건위 사건을 조작해 피해자들에게 고문을 가하더니, 이제는 국가가 ‘빚고문’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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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정치인의 악수 2019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는 ‘악수 패싱’이 정치적 논란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1야당 대표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악수했으나, 문 대통령을 뒤따르던 부인 김정숙 여사는 손을 내민 황 대표를 건너뛰었다. 당시 야당에선 이를 두고 ‘악수 패싱’이라 비난했다. 청와대는 김 여사가 문 대통령과의 간격이 벌어져 급하게 뒤따르다 악수를 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정치현장에서 일상과도 같은 악수를 하지 않았을 때, 그 자체가 하나의 정치적 행위로 비치게 되는 사례다. 정치인에게 악수는 생활 그 자체이다. 선거 때는 한 표를 얻기 위해 악수를 해야 하고 정치적 행사에서는 수많은 악수가 의례적으로 오간다. 조금 전 악수를 했더라도, 다른 행사에서 만나면 정치인들은 또 악수를 한다. 사이가 좋지 않은 정치인이나 정적(政敵)을 만나더라도 악수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의례다. 껄끄러운 관계에 놓인 정치인이 만나면 사진기자들은 이들이 악수하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셔터를 누른다. 2017년 3월 미국 백악관에서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기자들의 요청에도 악수를 하지 않아 화제가 됐다. 이처럼 정치판에서는 악수를 하는 것보다 하지 않는 것이 화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