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정
서울 미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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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안과 밖 문재인 정부의 떠넘기기 교육정책 입시는 나쁜 놈들의 세계다. 존재하는 것은 온통 나쁜 입시들일 뿐, 착한 입시란 존재하지도 않는다. 현재 대학입시에서 중요하게 활용되고 있는 핵심요소는 무엇일까. 내신(학생부교과), 수능, 논술고사, 구술면접고사, 학생부비교과 등을 꼽는 데 대체로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이들 모두는 하나같이 나쁜 입시들이다. 내신은 경쟁의 성격이 매우 잔인한 입시다. 경쟁의 대상자가 오로지 학교 친구들이다. 또 주입식 암기식 공부를 유발하는 정도가 매우 심한 입시다. 수능은 전국의 학생을 단일한 시험으로 줄 세우는 획일적 입시다.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적 사고력을 기르지 못하는 선다형 객관식 시험이다. 문제풀이 학습을 과도하게 유발하는 입시다. 논술고사와 구술면접고사는 학교수업과의 괴리가 매우 큰 입시다. 학교수업과 크게 동떨어져 사교육을 유발하는 정도가 매우 심하다. 입시불평등을 가장 크게 심화시키는 입시다. 학생부비교과는 오랫동안 입시의 희생양이었지만 입시의 영역으로 들어온 후엔 교육적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 그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입시로서의 비교과는 학생과 교사와 학부모에게 끝없이 위선과 거짓을 강요한다. 또 부모와 학교가 입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부모와 교사가 학생의 조력자 역할을 넘어 학생과 함께 뛰는 선수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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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안과 밖 ‘수능·EBS 연계’ 헌재 결정 유감 지난 2월22일 헌법재판소는 ‘수능시험의 EBS 교재 연계 출제에 관한 사건’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각하를 선고했다. 문항 수의 70%를 EBS 교재 및 강의와 연계한다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의 출제원칙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선고다. 헌재의 기각 결정 자체는 얼마든지 존중할 수 있다. 타당한 결정이라고 인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헌재의 선고문까지 존중하기는 어렵다. 헌재가 제시한 기각 결정의 가장 중요한 논거는 수능시험과 EBS 교재 연계가 ‘학교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경감’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특히 학교교육을 정상화한다는 것은 완전한 거짓이다. 수능·EBS 연계는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기는커녕 오히려 비정상화했다. 이전의 학교교육이 정상이라는 게 아니라 비정상이었던 것을 한층 더 비정상으로 만들었다는 얘기다. 사교육 경감 효과가 대단했다면 눈감아 줄 수도 있겠지만 수능·EBS 연계로 인한 사교육 감소 효과는 거의 없거나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헌재의 논거는 사실을 왜곡하거나 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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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안과 밖 교장공모제 확대보다 급한 일 입시 위주 교육을 저차원적 교육, 입시를 넘어선 교육을 고차원적 교육이라 거칠게 단순화해보자. 주입식·암기식 교육을 저차원 교육, 창의력·사고력을 기르는 교육을 고차원 교육이라 해보자. 저차원적 교육을 넘어 고차원적 교육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나에겐 이 당연한 과제가 사치스러운 일로만 여겨질 때가 많다. 학교의 현실 때문이다. 좀 심하게 단순화해 학교의 문제점을 드러내자면 학교는 교육기관이 아니다. 저차원적 교육에서 보든 고차원적 교육에서 보든 학교는 교육기관이라기보단 사무행정기관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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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안과 밖 적절함에 대한 단상 그 자체로서 나쁜 것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것이 나쁜 경우 대개 그것은 그것이 너무 적거나 많은 데서 비롯된다. 그 자체로서 나쁜 게 아니라 너무 과소하거나 과대해서 나쁠 뿐이다. 입시교육만 해도 그렇다. 그것도 사실 따지고 보면 너무 과도해서 문제인 것이지 적절하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심지어 주입식·암기식 교육도 너무 지나쳐서 문제인 것이지 적절하다면 오히려 좋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적절한 수준을 맞추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지루하고 고단한 과정을 거쳐야 겨우 그 근처에 다가갈 수 있다. 또한 적절함에 대한 탐색은 인간의 영혼을 매료시키지 않는다. 인간의 영혼을 자극하는 것은 대개 과소함이나 과대함으로의 편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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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안과 밖 학생부의 딜레마 학생부(학교생활기록부)는 교과 더하기 비(非)교과다. 내신 더하기 비(非)내신이라 하는 게 더 정확할 수 있겠다. 교과 우수상, 교과 세부능력특기사항 등이 교과로 분류되지 않고 비교과, 즉 비(非)내신으로 분류되니 말이다. 학생부 비교과는 교사가 쓴 기록물이다. 아닌 것도 있지만 대체로 그렇다. 다른 입시전형과 구별되는 학생부종합전형의 특징은 무엇일까? 비교과가 입시에 반영된다는 것이다. 학생부 비교과를 쓰는 데서 비롯되는 어려움은 그 성격이 다른 것과 현저히 다르다. 학생부를 쓸 때 교사는 아주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운동경기에 비유해서 말하자면, 심판과 선수라는 양립할 수 없는 두 개의 역할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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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안과 밖 학생부종합은 입시종합 아니오, 절대 그렇지 않아요. 학생부종합전형에서도 역시 제일 중요한 건 시험입니다. 물론 비교과 활동도 중요하지요. 하지만 시험 성적이 더 중요합니다. 학종이라고 해서 시험으로 줄세우기를 안 하는 게 아닙니다. 시험 성적이 아닌 다른 것으로 줄을 세우는 것이지요. 이걸 시험으로 줄을 세우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큰일납니다. 어쩌면 학종이야말로 시험을 가장 중시하는 입시일지도 몰라요. 자녀가 목표로 삼은 대학들이 어디라고 했죠? 아이쿠, 그러면 4개 시험을 준비해야 합니다. 첫째, 학교 시험. 예, 내신이라고도 하고 학생부교과라고도 하지요. 학생부교과전형만큼은 아니지만 학종에서도 이게 아주 중요합니다.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학기마다 있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잘 준비해야 합니다. 당연히 수행평가도 중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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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안과 밖 더 행복해지자, 얘들아 교육 문제를 주제로 글을 쓰다 보면 나도 모르게 저지르게 되는 일이 있다. 학생의 고통을 실제 이상으로 과장하는 것이다. 일부러 의도한 것은 아니다. 글쓰기 과정상의 필연적 현상이다. 잘못이라 할 것까진 없지만 굳이 잘못이라 한다면 이것은 나만이 하는 잘못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도 많이 하는 잘못이다. 하지만 적잖은 사람들이 이러한 과장된 표현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이런 말을 하면 깜짝 놀라는 분들이 계시다.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률이 생각보다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닙니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핀란드보다 오히려 낮아요. 우리나라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자살률 1위였던 것은 노인 자살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청소년 자살률 때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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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안과 밖 수능 절대평가제가 불편한 이유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교육의 당위를 생각하면 절대평가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입시의 현실을 생각하면 상대평가의 손을 들어줘야 할 것 같다. 당위와 현실의 충돌,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까? 어려운 문제다. 그런데 나는 이러한 논의 구도 자체가 불만스럽다. 어째서 절대평가 논의의 주된 대상이 수능이란 말인가? 대학입시에는 세 개의 중요한 시험이 있다. 학교시험, 수능시험, 대학별시험이다. 현재로선 세 개의 시험이 모두 상대평가다. 세 시험 모두 당위보다 현실을 우선시했다. 균형추가 지나치게 한쪽으로 기울었다. 당위와 현실 사이의 균형을 찾기 위해 절대평가제를 도입한다면 어떤 시험에 먼저 적용해야 할까? 전부 도입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한 개의 시험에만 도입할 수 있다면 그것은 어떤 시험이어야 할까? 두말할 나위 없이 그것은 대다수 아이들의 삶과 가장 가까운 시험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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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안과 밖 ‘교원성과급제’ 소모적 논쟁 교총과 전교조가 한목소리를 냈다. 지난 6월22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다. 조선일보가 24일 사설에서 이들을 싸잡아 비판했다. 쟁점이 무엇일까? 교원성과급제도다. 교총과 전교조가 폐지를 주장하고 조선일보는 이를 비판했다. 이들이 직접 논쟁한 것은 아니지만 이것을 굳이 논쟁이라 부른다면 이 논쟁은 가짜다. 허구 위에서 진행된 논쟁이다. 교총과 전교조의 논거는 무엇인가? 성과급제도가 과도한 경쟁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쟁이 교육에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를 비판하는 조선일보의 논거는 무엇인가? 성과급제도가 교사들로 하여금 더 나은 수업을 하게 만드는 제도라는 것이다. 그런데 교사들이 이런 경쟁을 싫어하기 때문에 교총과 전교조가 성과급제도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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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안과 밖 고교학점제의 조건 “고등학교의 고교학점제를 실시하겠습니다. 교사가 수업을 개설하고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수강하는, 완전히 다른 교실이 열릴 것입니다.”(문재인 대통령 2017년 3월22일) 학점제가 시행되면 완전히 다른 교실이 열릴 수 있을까? 그렇다. 단 제대로 된 학점제여야 한다. 무늬만 학점제라면 어렵다. 그런데 제대로 된 학점제냐, 무늬만 학점제냐는 무엇으로 구별할 수 있나? 교사별(수업별) 평가제와 절대평가제의 시행 여부다. 교사별 평가제는 동일 과목이라도 교사마다 평가가 달라지는 제도다. 이게 시행돼야 수업의 다양성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진다. 지금처럼 교사가 달라도 시험이 동일해야 하면 교사들이 수업의 내용과 수준을 서로 일치시켜야 한다. 결국 수업이 획일화된다. 이래선 학생 선택권이 실질적 의미를 갖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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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안과 밖 위대한 교육공약 학교 공부를 아예 포기해버린 학생이 얼마나 될까? 우려할 정도로 많다. 정도가 제일 심한 과목이 수학이다. 고등학생은 수학 포기자가 60%나 된다. 수학 포기 학생을 뜻하는 ‘수포자’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수포자에게 수학 수업은 어떤 시간일까? 자거나 떠들거나 멍하니 있는 시간이다. 그러다가 교사에게 야단맞는 시간이다. 무의미한 시간이다. 수학을 잘하는 학생들에게 그 시간은 가치 있는 시간일까? 그렇지도 못하다. 그들에게 그 시간은 어수선하거나 느슨해서 지적 만족감을 느끼기 어려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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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안과 밖 학종에 대한 미련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까? 지금 모습으로선 오래 못 갈 것만 같다. 약점이 너무 많다. 그래도 사라진다면 미련이 클 것 같다. 왜? 예전에 수업준비를 하다가 답답한 마음에 페이스북에 이런 하소연을 올린 적이 있다. “EBS 수능특강, 문제풀이 책이라 재미가 없을 수밖에 없긴 하지만,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수업 준비하는 동안 육두문자를 수십 번 내뱉을 뻔했다. 내가 이렇게 죽도록 재미가 없는데, 도대체 애들은 어쩌란 말이냐!” EBS 교재가 아니더라도 문제풀이 수업이 재미있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교과서를 분석하고 해설하는 수업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변화를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하지만 학종으로 인한 변화는 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