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정
서울 미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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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안과 밖 이젠 내신의 문제를 살펴야 할 때 기말고사 기간이다. 중간고사를 치른 지 두 달 만이다. 진부한 얘기겠지만 학생들 시험 부담이 말도 못하게 크다. 학생만큼은 아니겠지만 학교(교사)의 고사 부담도 엄청나졌다. 더 완벽하고 치밀하게 치러야 한다는 압박감이 이만저만 아니다. 정규 고사만큼은 아니지만 수행평가 또한 점점 그렇게 돼가고 있다. 내신(중간고사+기말고사+수행평가)이 입시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은 박근혜 정부의 입시정책이 낳은 결과다. 그러나 내신 또한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은 현실이 입증하는 듯하다. 우선 입시경쟁이 전혀 완화되지 않았다. 전국적 경쟁은 완화됐겠지만 학교 친구들 간의 경쟁이 훨씬 더 치열해졌다. 사교육 문제도 마찬가지다. 수능 사교육은 감소됐겠지만 대신 내신 사교육이 증가했다. 객관식 시험의 폐해 또한 전체적으론 전혀 극복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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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안과 밖 학폭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 학교폭력(학폭)을 소재로 한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이 종영했다. 학폭은 이제 대중문화가 주목하는 사회문제다. 학폭법(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은 2004년에 제정됐지만 2012년에 제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2012년엔 개정됐을 뿐이지만 그 개정 폭이 그 어느 때보다 컸고, 법이 현실에서 강하게 작동하여 사람들이 법의 존재를 피부로 느끼게 됐다. 나는 2012년의 학폭법에 긍정적이다. 시계를 10년 전으로 돌려 당시의 중·고등학교 생활지도를 생각해보자. 두발단속, 복장단속이 생활지도의 거의 모든 것이었다. 두발과 복장에 관한 한 학교규율은 정말 치밀하고 집요했다. 그다음이 흡연이었다. 학폭에는 얼마나 주의를 기울였나? 거의 무관심했다. 두발-복장-흡연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 두발단속과 복장단속에 대한 병적인 집착, 학폭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 만약 이런 일이 오늘의 학교에서 일어난다면? 절대 용납 못할 것이다. 그러나 당시엔 많은 사람이 용납했다. 물론 지금은 달라졌다. 오늘의 학교는 학폭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인다. 학생들도 그것을 느낀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2012년의 학폭법을 떠나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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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안과 밖 혼란 속 ‘외고·자사고 정책’ 문재인 정부의 교육공약인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어떻게 하는 것이 좋았을까? 최선은 외고·자사고의 존립 근거가 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0조, 제91조의3 등의 개정을 통해 일반고로의 전환을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이다. 다른 정치세력이 반발하지 않을까? 이 공약은 정치권의 합의 수준이 상당히 높았다. 유승민·심상정 후보의 공약이기도 했다. 또 시행령 개정이라 그 권한이 정부에 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면 외고·자사고를 그대로 두면서 공약의 취지를 살리는 길은 없었을까? 학생 선발을 일반고처럼 오로지 추첨으로만 하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안철수 후보의 대선공약이었다. 이도저도 다 버겁다면? 공약 이행을 포기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성과를 내지 못한 채 국민에게 피로감만 줄 바엔 차라리 후일을 도모하는 게 낫다. 그런데 정부는 어떻게 했나? 정부의 전략은 무엇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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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안과 밖 불안을 먹고 사는 입시 ‘학종’ 언제 올지 모르는 시내버스는 불안하다. 그러나 도착시간을 알면 불안이 해소된다. 버스 도착시간을 알려주는 서비스가 호응을 받는 이유다. 언제 바뀔지 모르는 입시제도는 불안하다. 미리미리 알고 있어야 불안을 덜 느낀다. 입시제도 3년 예고제가 지지받는 이유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불안을 부르는 입시다. 다른 입시도 마찬가지라 하지만 다른 입시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입시운영 자체가 불확실성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교과 성적, 즉 내신은 학종의 중요한 구성요소다. 그런데 내신은 학종 전체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일까? 도대체 그것은 학종의 최종합산점수에 얼마만큼,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 것일까? 아무도 모른다. 대학과 대학의 입학사정관은 절대 말해주지 않는다. 말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면 애매하고 모호하게 추상적으로만 말할 뿐이다. 구체적 숫자는 절대 말해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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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안과 밖 이도 저도 아닌 입시 ‘학종’ 드라마 <SKY캐슬>이 주목한 입시 학생부종합전형이 주는 부담은 그야말로 종합적이다. 최대 4종류의 시험, 수많은 학교활동, 자소서, 면접…,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학종이 초래한 교육 윤리의 타락 또한 이만저만이 아니다. 작은 위선에서 심각한 거짓까지…, 그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종 주창자들은 어떤 이유로 학종을 옹호하는 것일까? 가장 자주 접하는 그들의 주장 3개를 살펴보자. 첫째, 학종이 강북이나 지방의 평범한 인문계고에 유리하다는 주장. 과연 그럴까? 현존 입시 중 평범한 일반고에 유리하다고 할 만한 전형은 사실상 학생부교과전형(교과전형) 하나뿐이다. 그 정도가 다른 전형에 비해 현저히 크다. 할당제 입시를 제외한다면 이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혹자는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지균) 같은 예외적 사례를 들어 반박하고 싶을 수 있겠다. 하지만 서울대 지균은 학종으로 보기 어려운 입시다. 서울대 지균의 본질은 학종이 아닌 할당제에 있다. 그리고 지균은 학교에 할당된 두 장의 추천티켓을 대부분 내신 1·2등(또는 문과 1등, 이과 1등)이 갖는다는 점에서 교과전형 성격이 강하다. 서울대는 왜 교과전형 성격의 할당제 입시를 굳이 학종으로 분류할까? 주류 학종인 일반전형이 평범한 일반고에 현저히 불리한 입시란 사실을 물타기 하려는 속셈이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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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안과 밖 ‘학생 죽음’ 대하는 교육부 방식 이런 글을 쓴다는 것은 불편한 일이다. 불편함을 넘어 죄스러운 일이다. 학생들의 죽음이지 않은가. 꽃다운 나이의 아이들이 저렇게 억울하게 죽지 않았는가. 그런데 그 책임이 학교에 있지 않고, 그 잘못이 교사에게 있지 않다는 글을 쓰려 하다니…. (어떻게 또 전혀 없을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런데 지금 내가 느끼는 이런 감정은 최근 며칠 사이 전국의 교사들이 느낀 감정이기도 할 것 같다. 최근 며칠간 교사들은 학생들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서로를 향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그게 왜 학교 책임이지? 그게 왜 교사들 잘못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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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안과 밖 사교육종합전형, 학종 어떤 입시가 가장 많은 종류의 사교육을 유발할까? 학종이다. 어떤 입시에 가장 많은 사교육비가 들어갈까? 특기자전형 등을 예외로 한다면 역시 학종이다. 그것은 현존하는 입시전형의 구성요소만 살펴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학생부교과전형, 학생부종합전형, 수능전형, 논술전형을 위주로 살펴보자. 이들 전형의 구성요소는 다음과 같다. ⓛ내신 ②수능 ③경시대회시험 ④구술고사 ⑤논술고사 ⑥학생부비교과 ⑦자기소개서 ⑧면접 ⑨추천서 ⑩고교등급제 ③은 일반적으로 학생부비교과로 분류된다. 하지만 과목별로 존재하는 경시대회시험은 명백히 또 하나의 학교시험이다. 따로 떼어내야 이해가 쉽다. ④또한 시험이다. 면접형식으로 진행되어 면접과 혼동하기 쉽지만 보통의 면접과는 다르다. 그것은 일종의 대학별 고사다. ⑩은 정부가 금지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은밀히 존재하고 있다. 만약 고교등급제의 존재를 고려하지 않고 학종 입시지도를 하는 교사나 입시전문가가 있다면 그는 철저히 무능한 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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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안과 밖 위선의 입시, 학종 어떤 이들에게 학종은 비판의 대상을 넘어 분노의 대상이다. 금수저 전형, 깜깜이 전형이라서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최악의 입시부담을 주는 전형이라 그런 것도 아닌 듯하다. 사람들의 학종에 대한 분노는 다분히 윤리적인 감정이다. 그들은 학종이 초래한 교육윤리의 타락에 분노하는 것이다. 방금 말한 교육윤리의 타락은 시험문제 유출 사건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 아니다. 시험지를 훔치는 일은 명백한 범죄지만 그것은 극소수의 예외적 현상이다. 사람들이 학종에 분노하는 것은 그보다 더 폭넓게 존재하는 비윤리적 행위들 때문이다. 학원이나 부모가 학생부에 기록될 스펙을 만들어주다시피 하는 일, 학원에서 작성한 것을 그대로 학생부에 기록해 주는 일, 학원에서 써준 자기소개서를 학생이 쓴 것처럼 위장하는 일, 학교가 성적우수자에게 스펙을 몰아주는 일…. 이런 것들 때문이다. 이것들은 결코 일부의 예외적 현상이 아니다. 그리고 보통의 사람에게 상당한 충격을 주는 일이다. 얼마 전 만난 내 친구는 학종 컨설팅학원(그 친구의 말로는 스펙 학원)을 운영하는 후배로부터 들은 내용을 말해주며 이렇게 탄식했었다. “와, 그거 완전 사기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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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안과 밖 괴물 학종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부정적인 학부모가 현저하게 많은 듯하다. 몰라서가 아니라 알 만큼 알기에 그런 것 같다. 왜 그럴까? 우선 학종 주창자들의 얘기와는 달리 학종이 주는 시험 부담이 엄청나게 크다. 어쩌면 악명 높았던 죽음의 트라이앵글을 넘어선다. 죽음의 트라이앵글 당시 학생들이 준비해야 하는 시험은 최대 세 종류였다. 그러나 학종은 네 종류나 된다. ①내신 ②수능(수능최저학력) ③구술면접고사 ④교과 경시대회 시험이다. 그런데 ④도 시험인가? 그렇다. 경시대회 중 영어, 수학, 국어, 사회, 과학 등의 경시대회는 명백한 시험이다. 물론 네 종류의 시험 중 2~3개만 반영하는 대학도 많다. 하지만 그것은 별다른 위로가 되지 못한다.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저학년일수록 다수의 대학을 염두에 두고 공부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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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안과 밖 학생에 짐 지우는 외고·자사고 정책 헌법재판소가 지난 6월28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81조 5항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적어도 올해에는 외고·자사고·국제고에 지원했다 떨어진 학생들이 예전처럼 희망하는 일반고에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자사고에 국한된 결정이지만 실제로는 외고·국제고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제81조 5항은 지난해 12월 개정된 것으로 외고·자사고·국제고 지원자의 일반고 지원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헌재의 결정은 당연하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은 대선공약(외고·자사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을 이행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정부와 교육부가 짊어져야 할 부담을 전부 학생들에게 전가하는 방식이다. 학생들을 난처하게 만들어 목적을 이루려는 방식이다. 정부의 시행령 개정은 외고·자사고·국제고에 지원하려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한 것이나 다름없다. “너희들 외고·자사고·국제고에는 갈 생각을 하지 마. 지원했다 떨어지면 너희가 원하는 다른 학교에는 절대 못 가게 될 거야. 떨어지면 정원 미달인 학교에 보낼 거야. 집에서 멀리 떨어진 학교에 가게 될 수도 있어. 그러니 외고·자사고·국제고에는 갈 생각을 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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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안과 밖 학교에서 벌어지는 두 가지 인권침해 10년 전쯤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지금의 학부모들이 중·고등학교 학생이던 시절로 돌아가 보는 것도 좋겠다. 현재의 윤리의식과 인권감각으로 당시의 학교를 살펴보자. 교사·교장이 학생에게 가하는 수많은 인권침해 사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2010년 경기도에서 처음 제정된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이 교사·교장에게 당하는 인권침해를 방지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지금도 그때처럼 많을까? 그렇지 않다. 현저히 감소했다. 지역과 학교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학생의 인권상황은 놀랄 만큼 개선됐다. 또다시 시계를 10년 전쯤으로 돌려보자. 학생이 다른 학생에게 가하는 인권침해, 즉 학교폭력 사례를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다. 학교폭력이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어 국가 차원에서 해결 방안이 모색된 것은 2012년 즈음이다. 그 이후로 학교폭력은 급속하게 감소했다. 통계수치로만 보면 증가했을 수 있지만 통계상의 증가는 학교폭력이 감소했어도 나타날 수 있다. 과거에는 학교폭력으로 인식되지 않던 학생들 사이의 작은 갈등까지도 학교폭력 사안으로 다루어지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학교폭력예방법의 개정이 필요한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수 학생이 소수 학생을, 힘센 학생이 약한 학생을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학교폭력은 현저히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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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안과 밖 대입제도개편, 숙의자료가 중요하다 현 중3 학생부터 적용되는 2022학년도 대입제도는 사실상 국가교육회의가 결정한다. 정확히는 국가교육회의 산하의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 산하의 공론화위원회 산하의 시민참여단이 결정한다. 하청에 재하청을 주는 방식에 대한 시시비비는 뒤로 미루자. 주사위는 던져졌다. 지금은 시민참여단이 최선의 결정을 할 수 있도록(또는 최악의 결정만은 피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을 때다. 지금으로선 시민참여단에 제공하는 ‘숙의자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제로 공론화위원회는 지난 16일 “시민참여단이 대입제도에 대해 잘 모를 수 있어 숙의자료를 충분히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공론화위원회는 정말 중요한 숙의자료를 확보했을까. 확보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쩌면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 어떤 자료를 말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