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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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말ㅆ·미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쓴다 속담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쓴다’를 많은 사람들이 떵떵거리고 살려면 개고생쯤은 참아야 한다로 알고 있습니다. 아닙니다. 이 속담의 본디 뜻은 천하고 힘들게 벌더라도 쓸 때는 훌륭하고 값지게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개들이 분풀이 욕설에 발길질 당하고도 다시 꼬리쳐 밥 얻어먹듯, 간·쓸개 다 빼놓고 오만 꼴 참아가며 모으고 아끼고 잘 굴려 수십억, 수백억원 자산가가 됩니다. 이 중 다수는 돈의 노예로 전락해 더욱 탐욕스레 돈만 긁어모으겠지만, 모을 만큼 모았으니 이제부터는 베풀고 살련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후자가 바로 정승같이 쓰는 분들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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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말ㅆ·미 반달 같은 딸, 온달 같은 사위 의사, 검사, 변호사 사위를 얻으려는 집에 뚜쟁이가 그럽니다. “사짜 사위 얻으려면 적어도 열쇠 세 개는 준비하셔야죠.” 사로 끝나는 유망 직종 사람을 사위 삼자면, 그에 어울릴 혼수로 아파트, 병원(사무실), 고급차 열쇠, 최소 3개는 미리 약속해야 가망이라도 있다는 언질입니다. 재물을 논하는 혼인은 오랑캐 풍습이라지만 그걸로 가문의 영광을 꾀하는 자들은 늘 있기 마련이죠. 옛날도 다를 리 없습니다. 자기 딸 미색이 백 리 너머 칭송 자자하니 그걸로 어떻게 한밑천, 한자리 갖고자 하는 욕심이 고개를 듭니다. 그래서 중신 통해 세력가나 재산가들을 저울질하기 시작하죠. ‘여기는 인품과 학식은 높은데 벼슬이 한미하군, 저기는 거기보다 재산도 많은데 재물을 더 내놔보라 할까?’ 연신 콧노래입니다. ‘반달 같은 딸 있으면 온달 같은 사위 삼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자기에게 좋은 것이 있어야 그에 걸맞은 것을 바랄 수 있다는 뜻이죠. 동그스름 차오른 반달처럼, 희고 갸름한 얼굴은 미인의 상징입니다. 그런 딸을 두었다면 꽉 찬 보름달 사위도 능히 바랄 만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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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말ㅆ·미 공든 탑이 무너지랴 “잇몸이 건강해야 이가 바로 섭니다!” 어떤 잇몸약 광고 카피가 이랬지 싶습니다. ‘공든 탑이 무너지랴’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힘써 공들인 것은 헛되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도대체 탑의 어느 곳에 공을 들인다는 것일까요? 석가탑의 미끈함일까요? 아니면 미륵사지 석탑 같은 웅장함일까요. 답은 첫 문장에 나왔습니다. 탑을 세울 때 먼저 공들이는 부분, 바로 기초입니다. 집 지을 때 땅 파고 콘크리트 부어 기초공사 하듯 탑 세울 때도 지반부터 다졌습니다. 접착제 없이 부재의 하중만으로 견디도록 쌓아 조립하기 때문에 땅이 조금만 기울어져도 탑이 무너질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판축(板築) 기법이라 해서 토목공사의 흙막이공법처럼 땅을 깊게 파고 사방에 지지 기둥 박고 두꺼운 나무판들 끼워 흙이 무너지지 않게 버틴 뒤, 그 안에 진흙이나 펄, 잔자갈 같은 입자가 고운 것들을 한 켜씩 섞어 넣고, 밀도를 높이기 위해 아름드리 목재 달구로 쿵쿵 쳐 켜켜이 다지기를 수도 없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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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말ㅆ·미 검둥개 돼지 편 오래된 무협영화의 한 장면입니다. 젊은 승려 둘이 다친 새를 품에 안고 벌레를 잡아 먹이려 합니다. 주지스님이 이를 보고 어찌 불가에서 살생을 하느냐 나무라죠. 그러자 새와 벌레를 안기고 젊은 승려 둘은 줄행랑을 놓습니다. 다친 새와 잡힌 벌레 사이에서 한참 고민하던 주지스님은 결국 새에게 벌레를 먹입니다. “그래도 큰 걸 살리는 게 낫겠지.” 주지스님의 판단으로 벌레를 죽여 새를 살렸습니다. 그런데 만일 새와 벌레 모두 사람이라면 어떨까요. 누군가의 인생과 생사여탈을 그 크기와 효용성에 맞춰 결정한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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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말ㅆ·미 가을 뻐꾸기 소리 전화가 없던 시절 여자 친구를 불러내려면 ‘미션 임파서블’을 방불케 할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동네에 눈이 많으니 으슥한 밤에 만나야 하지만, 벼락같이 뛰어나올 애인 아버지가 안에 있으니 전전긍긍입니다. 그래서 전통적인 수법을 씁니다. 언제든 내뺄 준비를 해놓고 창문 아래서 두 손 입에 모아 최대한 뻐꾸기 소리를 냅니다. ‘뻐꾹뻐꾹’ 계속 신호를 날립니다. 뻐꾸기가 밤에도 가끔 울기에 그 집 식구들은 무심히 흘려들을 겁니다. 하지만 몸은 가족과 있으되 귀는 창문에 붙은 아가씨라면 단박에 애인 뻐꾸기란 걸 알아채겠죠. 이제 여자 친구가 몰래 빠져나오기만 하면 미션 클리어. 이성을 꾀어내거나 ‘작업’을 거는 걸 속된 말로 ‘뻐꾸기를 날린다’고 하는데, 이런 은밀한 연애작전에서 유래한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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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말ㅆ·미 인왕산 차돌을 씹어 먹더라도… 불판에 차돌박이를 굽노라면 화강암에 점점이 줄줄이 박힌 차돌(석영)과 ‘인왕산 차돌을 씹어 먹더라도 처가살이는 안 한다’는 속담이 떠오릅니다(직업병이지요). 이 속담은 자존심 상하고 불편해 처가살이는 남자가 할 게 아니라는 말과, 그럼에도 오죽하면 처가살이를 하겠냐 자조하는, 두 가지 뜻을 가집니다(경복궁 서쪽에 있는 인왕산은 바위산이고, 그 바위는 우리나라에 흔한 화강암입니다). 이 속담은 분명 조선 후기에 생겨났을 겁니다. 왜냐하면 조선 중기까지는 오히려 처가살이가 흔했으니까요. 이순신 장군도 처가살이 하면서 처가의 돈으로 무과 준비를 했고, 신사임당도 거의 친정살이를 했습니다. 당연히 그 남편은 강릉에서 처가살이를 했고요(사임당의 아버지는 처가살이가 가능한지를 보고 사윗감을 골랐다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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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말ㅆ·미 가풍 알려거든 그 집 종에게 물어라 흔히 그 사람을 제대로 알려면 술 취한 모습을 보라든가 긴 여행을 가보라는 말을 합니다. 그러면 그 본모습과 바닥을 볼 수 있다고요. 하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안 해도 알아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식당과 주유소에서 그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보면 됩니다. 배가 고파 동물적으로 바뀔 때 식당 종업원을 어떻게 대하는지, 폼 나게 차 몰고 들어가서 주유해주는 사람에게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를 보십시오. 그때의 그 모습이 화가 났거나 기분 안 좋을 때, 그리고 내 상황이 어렵거나 내가 그 사람보다 아래에 섰을 때, 장차 영락없이 내게 취할 행동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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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말ㅆ·미 가면이 천리 영화 <마스크>가 있습니다. 소심하고 비루한 주인공이 신기한 가면을 얻어 전혀 다른 자아가 되고 만화적 초능력으로 종횡무진 뜻대로 활개 치는 이야기입니다.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가면’을 뜻하던 ‘페르소나’는 일상에서 상황과 집단에 따라 다른 얼굴을 해야 하는 우리의 사회적 가면들도 뜻합니다. 또한 페르소나는 맡은 역할에 온전히 몰입한 배우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사람들은 지금의 한심한 사회적 얼굴 아래 거칠거나 야한 배역으로 살고픈 욕망도 깊이 숨기고 있을지 모르겠네요. 목욕탕에 불이 나 급히 알몸으로 뛰쳐나와야 할 때 어디를 가려야 될까요? 얼굴입니다. 내가 누군지만 모르게 한다면 알몸과 치부가 드러난들 무슨 상관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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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말ㅆ·미 뱁새가 황새걸음을 하면 가랑이가 찢어진다 지나친 욕심이나 허황된 꿈보다 자기 능력과 분수를 알고 그에 맞춰 삶을 살아가라는 속담이 ‘뱁새가 황새걸음을 하면 가랑이가 찢어진다’입니다. 그런데 왜 꼭 뱁새와 황새가 짝을 이뤄 등장할까요. 이유는 둘 다 ‘걷는’ 새이기 때문입니다. 황새걸음은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걷는 걸음이라는 뜻인데, 황새는 정말 그렇게 크고 육중하게 걷습니다. 크다는 뜻의 순우리말 ‘한’이 붙은 ‘한새’에서 유래한 만큼, 껑충한 백로조차 씨름선수 다리를 붙든 어린애처럼 작아 보일 정도로 황새는 정말 엄청 큽니다. 크고 위압적인 날갯짓 서슬에 웬만한 큰 개도 꼬리 끼고 내빼지요. 반면 뱁새는 참새보다 작습니다. 하지만 뱁새는 달리기 선수입니다. 참새, 까치처럼 모둠발로 종종거리지 않고 두 다리 엇갈려 걷고 필요하면 무서운 속도로 뛰어가는 새입니다. 나무도 수직으로 타고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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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말ㅆ·미 처서가 지나면 풀도 울며 돌아간다 이때부터 벌레와 풀의 생육이 멈춘다는, ‘처서가 지나면 풀도 울며 돌아간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그렇게 덥다가도 양력 8월23일쯤 처서(處暑) 무렵이면 더위가 한풀 꺾여 주저앉으며 새벽엔 잠자리마저 선득합니다. 기온이 떨어지며 풀들도 한해살이를 마감하게 되는데, 풀꽃이 이울고 비틀려 돌아가는 걸 의인화해서 울며(泣) (땅속으로) 돌아간다(歸)고 재치 있게 표현한 속담이지요. 그리고 이때부터 무르던 씨앗이 차츰 영글기 시작하므로 처서가 지나고 얼마쯤부터 슬슬 벌초가 시작됩니다. 풀이 생장을 멈추고 풀씨가 덜 영글었을 때 벌초하면, 풀이 더 자라지 않아 성묘 때 웃자란 풀을 만나지 않으며 영글지 못한 씨는 다음해 봄에 풀싹을 내지 못해 일거양득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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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말ㅆ·미 가는 손님은 뒤통수가 예쁘다 이런 우스개가 있습니다. 한 손님이 와서 며칠 묵었다 돌아가려니 마침 이슬비가 부슬부슬 내립니다. 바깥양반이 운치 있게 그럽니다. “더 있으시라고 이슬비가 내리는군요.” 그러자 안주인이 후다닥 우산 들고 뛰어나옵니다. “아유, 곧 가랑비 되겠어요!” 이슬비가 더 있으라는 거면 가랑비는 그만 가라는 거죠. 언제나 손치레에 힘든 건 안주인이니까. 손님이란 적당히 돌아갈 때를 알아야 한다는 속담이 ‘가는 손님은 뒤통수가 예쁘다’입니다. 옛날엔 상투 틀어 올려 뒤통수가 더욱 도드라지게 둥글었겠죠. 이제나 저제나, 대관절 언제 가나 싶던 손님이 드디어 저만치 돌아가니 그 뒷모습이 ‘보시기에 참 좋았더라’ 아니겠습니까. 분위기 파악 못하고 눌러앉는 객이 오죽하면 이런 속담까지 나왔을까요. 게다가 먹고살기 힘들던 옛 시절에, 아침저녁 손님상 내려면 뻔히 뒤로 누구누구 돌아가며 굶었을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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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말ㅆ·미 더위 먹은 소 달만 봐도 헐떡인다 소는 덩치에 안 어울리게 사람보다 더위를 많이 탑니다. 소는 영상 25도만 넘어가도 스트레스를 받는다죠. 그래서 새벽같이 나가 서둘러 일하고는 한낮에는 소를 나무 그늘 밑에 매어 둡니다. 그럼에도 햇볕에 지친 소는 여름밤 달빛만 보고도 헐떡거렸다 합니다. 그래서 나온 속담이 ‘더위 먹은 소 달만 봐도 헐떡인다’입니다. 아마도 달을 보고 그런 게 아니라, 밤사이 최저 온도가 25도 이상, 즉 열대야라서 그랬을 거라 짐작됩니다. 옛날엔 온도계가 없어 몰랐겠죠. 오늘은 입추. 40도를 넘던 기록적인 폭염이 다소 꺾인 느낌이지만 여전히 한낮 온도는 35도를 육박합니다. 계속되는 열대야로 다들 기진맥진해서 전기요금 폭탄이고 뭐고 일단 살고나 보자 아껴둔 에어컨 틀어 숨통을 틉니다. 요금 인하 얘기가 있지만 정부도 사실 국민들이 바라는 게 가정용 전기의 누진제 폐지임을 알긴 알 겁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라 자랑하면서 언제까지 관공서 냉방온도 28도에 에어컨 놔두고, 선풍기 더운 바람으로 버티라는 건지요. 누진제 폐지한대도 전기 펑펑 쓰지 못할 참 궁색한 살림들인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