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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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뿔은 미국에, 꼬리는 중국에 잡힌 ‘암소’ 결국 언제 발표하느냐는 시간의 문제였지 인식의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아시아 순방(11월3~14일)을 마치고 일주일도 지나기 전인 지난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끝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 다시 올려놓았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 냉각탑을 폭파하고 핵 검증에 합의하자 2008년 10월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했던 미국이 ‘해외에서 불법 화학무기를 사용한 암살’(김정남 독살 사건을 에둘러 표현)과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망 등을 내세워 9년 만에 재지정한 것이다. 미국 재무부는 트럼프의 재지정 발표 하루 만에 북한의 불법적 핵과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으로의 불법적 자금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개인 1명과 기관 13곳, 선박 20척을 제재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트럼프 정부는 지난 1월 출범 이후 지금까지 총 6차례에 걸쳐 46개 기관과 개인 49명, 선박 20척을 대북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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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북핵을 억지하는 현실적 방법 ‘코리아 패싱’이 아닌 ‘배싱 노스 코리아(bashing North Korea)’ 시즌이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하자 국제사회는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북한 때리기에 나섰다. 당장이라도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것처럼 보인다. 언론은 당국자 이름은 슬그머니 뒤로 감춘 채 김정은을 정조준한 참수(斬首)작전까지 여과 없이 보도하고 있다. 관련 부대까지 창설한다고 하니 김정은 제거작전을 단순히 공포 마케팅쯤으로 가볍게 넘길 일도 아닌 듯싶다. 비슷한 사례가 없지 않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과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의 최후 모습들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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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자수자강의 숙제 분단 이후 한반도가 지니는 지정학적 의미는 강대국들 간 이른바 ‘그레이트 게임’(great game)에서 특정 국가에 의한 한반도의 독점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과 북으로 분단된 한반도를 두고 미국과 중국이 펼치는 힘겨루기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4일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와 강제적인 기술이전 요구 등 부당한 무역관행을 조사토록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사실상 무역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중국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중국 상무부는 15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다자간 무역 규칙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좌시하지 않겠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을 제소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그러자 극우 성향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나서서 “중국과의 경제 전쟁은 모든 것이고, 우리는 모두 그에 미친 듯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미·중 패권 경쟁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한반도에서 그들이 (북핵 문제 등으로) 우리를 툭툭 치고 있지만 그건 단지 곁가지(sideshow)에 불과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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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새 정부의 북핵 해법 문재인 정부에 대한 김정은의 ‘간보기’는 예상보다 빨랐다. 14일 새벽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발사한 것이다.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즉각 소집했다. 취임 후 첫 휴일에 벌어진 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어떤 경로를 택할 것인가. 일반적인 관측은 북한이 예측하기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운 상대이지만 인내심을 갖고 대화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는 흐름으로 가닥이 잡힐 것이라는 점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할 때 참여정부의 큰 기조가 그랬다. 냉정하고 차분한 대응이었다. 당시 참여정부는 ‘기계적인 상호주의’를 배격했다. 상호주의가 본질적으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해석되므로 북한의 무력도발에 우리도 무력으로 대응해야 된다는 논리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대신, 우리가 신뢰를 가지고 대하는 만큼 북측도 합리적으로 행동해야 함을 강조했다. 북의 도발에 용인할 수 있는 것과 용인할 수 없는 것이 있음을 에둘러 나타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