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가면 벗은 북한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나는 ‘북한비핵화는 사망했다’는 선고에는 관심이 없다. 김정은 정권이 북한비핵화 프로그램 ‘설치’를 거부하고, 기존에 깔려 있던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과 같은 비핵화 관련 프로그램마저 일찌감치 삭제했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도, 놀랄 일도 아니다. 북한 핵 문제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이라면 능히 예상할 수 있는 북한의 선택지였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북한은 작년 1월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국방과학 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을 제시한 이후 핵잠수함 설계연구,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활공체) 개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명중률 제고, 수중 발사 핵전략무기, 다양한 전술핵무기 개발, 군사정찰 위성 운용, 무인정찰기 개발 등의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핵무기의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는 김정은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의 길이 되었으며, 경제·외교적 유폐로 아사 위기에 몰린 젊은 독재자가 맞닥뜨리게 될 미래를 암울하게 보여준다.

문재인 정부는 내내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는 인식 아래 대화를 통한 해결을 모색했다. 마치 “희망이 없는 자에게만 희망이 있다”는 심정으로 북한과 김정은을 대했다. 싱가포르, 하노이,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들을 대좌시키는 데 중재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지지자들에게는 그 대좌들이 벅찬 감동과 희열을 줬겠지만, 반대편에 있던 사람들에게는 아슬아슬한 순간들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전쟁 직전의 위기를 해결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퇴장하면서 받아든 비핵화 성적표는 초라하다. 비핵화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간 간극을 끝내 봉합하지 못했다.

다음 달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바꾸겠다고 한다. 윤 당선인은 공약으로 ‘위협이 상존하고 있을 때 취할 수 있는 조치’로 선제타격론을 내걸었다. 사실 선제타격은 예방전쟁과 달리 ‘자위(自衛)’에 해당하고, 국제법적으로 유효하다. 윤 당선인의 외교·안보 구상을 미국 측에 설명한 한·미 정책협의대표단이 백악관과 핵무기를 포함한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협의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명박 정부 때 만들어졌으나 유야무야된 ‘확장억제전략 협의체’도 재가동될 것으로 전망된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 역시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의 어떠한 공격에 대해서도 확실한 억지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는 조치를 취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독자적 핵무장’은 아직 한국 국가안보 정책결정자들의 어휘는 아니다.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한 윤 당선인 역시 핵무장에는 반대 입장이다. 그렇다면 북핵을 두고 한·미가 강화된 억지력을 준비할 것은 확실해 보인다. 여태껏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핵을 가진 김정은 정권을 다루는 방식은 ‘무시와 배제’였다. 그렇다고 북한이 언제까지나 무시당하고 배제되는 것을 참고 있을 이유가 없다. 다시 강 대 강이다.

나는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와 별개로 미국과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농축과 관련해서 의미가 있는 결과물이 나오길 기대한다. 핵무장은커녕 원자력을 평화적으로 이용하겠다는 것마저 미국이 거부하는 것은 동맹의 정신에도 부합하지 않다. 해서 윤석열 정부가 취할 농축 협상의 원칙들로 첫째, 농축 문제를 한·미 간 여타 현안과 연계하지 않으며, 둘째, 농축의 타당성 검토는 외교적 대응과 학술적 대응으로 병행하고, 셋째, 국제규범상 허용되어 있는 농축의 주권적 권한과 글로벌 비확산 원칙을 현실에 맞게 재조정하며, 마지막으로 농축의 평화적 이용을 분명히 하면서 동북아 비핵지대화 구상 차원에서 국제기구의 접근 역시 보장하는 일이다. 미국이 한국의 (저)농축조차 금지할 경우 자칫 한국을 잘못된 목적지까지 지름길을 통해 데려다 놓을까봐 우려되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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