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민
논설위원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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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재필삼선’ 권하는 사회 2019년 10월22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을 했다. 당시 최대 이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입시부정 의혹이었다. 예상대로 대통령은 국민이 가장 가슴 아파하는 것이 교육의 불공정성이라며,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실태조사를 추진하고 고교 서열화 해소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덧붙였다.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겠습니다.” 대통령이 입시제도에 관해 말할 수 있지만 큰 줄기나 방향 정도이지 ‘정시 비중 상향’이라고 콕 찍어서 얘기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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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2052년, 노인공화국 2052년 9월1일 오늘, 대한민국은 ‘노인공화국’이다. 노인의, 노인에 의한, 노인을 위한 정치가 지배하고 있다.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의 심정으로 그는 여의도행 5호선 낡은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당초 목표대로라면, 그는 이번주 내에 두 명의 국회의원을 더 ‘처리’해야 한다. 급진 청년들의 조직 ‘새벽’을 이끌고 있는 그는 젊은 세대의 희망이다. 90세가 넘은 의원들이 그의 1차 타깃이다. 20세기 산업화 시대에는 유권자의 90%가 노동자이자 산업 현장의 역군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경제활동을 하는 노동자와 정치적 유권자가 다르다. 투표권을 가진 사람의 과반이 65세 이상 노인이다.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에서 실버 파워는 대세가 된 지 오래다. 노인들 개인은 무력할지 몰라도 강한 결속력으로 무장한 그들의 힘은 막강하다. 사회의 생산력에는 기여하는 바가 없으면서도 정책 결정을 독점하고 있다. 노인 복지를 최우선시하고, 노인이 될 60대를 위한 정책을 그다음으로 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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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잭슨홀 미팅 잭슨홀(Jackson Hole)은 미국 와이오밍주 그랜드 티턴 국립공원 아래에 있는 인구 1만명의 작은 관광 도시다. 지명에 붙은 ‘홀(구멍)’은 깊고 큰 골짜기라는 의미이다. 해발 1940~2100m에 자리잡은 도시 전체가 험준한 산에 둘러싸여 있다. 이 도시가 1년 중 3일간 전 세계의 경제 수도가 된다. 이른바 ‘잭슨홀 미팅(Jackson Hole Meeting)’ 때문이다. 공식 명칭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경제정책 심포지엄’으로 미국 내 12개 연방은행 중 하나인 캔자스시티연방은행이 매년 이맘때 개최한다. 1978년 농업 학술대회로 시작해 1982년부터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주최 측이 당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인 폴 볼커를 연단에 세운 덕분이었다. 낚시광인 볼커는 행사 후 잭슨홀의 아름다운 풍광에서 송어 낚시를 즐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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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18세 강제 자립 우리나라에서 부모에게 버려진 보호대상아동은 매년 4000명에 이른다. 그렇다고 그들은 보육원에서 계속 지낼 수는 없다. 언젠가는 자립해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그 나이를 18세로 정했다. 아동이 건강하게 태어나 행복하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복지를 보장한 아동복지법의 적용 대상을 18세 미만으로 하기 때문이다. 18세가 되면 성인으로 간주돼 보호 대상에서 원칙적으로 제외하는 것이다. 소정의 지원금을 받고 보육원을 나가야 한다. 지난 21일 광주 광산구 한 대학교 강의동 건물 뒤편 바닥에서 A군(18)이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올 초 대학에 합격한 뒤 광주 북구의 보육원에서 나와 대학 기숙사에서 생활해 왔다. 사회복지사를 꿈꾸던 그가 남긴 쪽지에는 ‘아직 읽지 못한 책이 많다’는 짧은 글이 적혀 있었다. 그는 세 살 때 부모에게 버려져 보육원에서 생활하다 올 초 자립했다. 자립지원금을 포함해 700여만원을 받았는데, 기숙사비와 생활비 등으로 500여만원을 쓰는 바람에 돈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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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법제처의 추락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확대한 ‘한동훈 법무부’의 시행령이 검찰 수사권을 축소한 법률(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에 위배된다는 지적은 이완규 법제처장에게 우이독경이고 마이동풍인 모양이다. 법무부의 시행령 개정 작업이 법으로 규정한 40일 이상의 입법예고 기간조차 거치지 않고 급속 추진되고 있지만, 이 처장은 “제때 정비해 사법체계 혼란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법무부를 옹호했다.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법무부 산하 인사정보관리단 신설은 입법예고 기간이 단 이틀이었는데, 이 역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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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소주성의 퇴장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소주성) 정책의 지향점은 명료했다. 노동자들의 소득을 늘리면 소비가 증가하고, 이에 맞춰 기업 투자와 생산도 늘며, 그 과정에서 경제가 성장해 다시 노동자들의 소득이 증가하는 선순환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출발점은 최저임금 인상이었다. 2017년 정부 출범 첫해 최저임금을 16.4% 올려 시간당 7530원으로 결정했다. 17년 만에 최대 인상률로 2020년까지 1만원으로 만드는 것이 당시 대통령과 여당의 목표였다.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 청년 등에겐 희망이 생겼지만 자영업자들은 반발했다. 임금 인상 효과가 나타나기도 전에 ‘을’과 ‘병’의 갈등이 불거졌다. 치킨집 주인은 얼마 되지 않는 소득을 배달원에게 나눠주든지 아니면 해고하든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반면 키오스크(무인기기) 관련 기업의 주가는 강세를 보였다. 연말이 되자 회사 근처 식당에서는 서빙하던 직원들이 한두 명씩 사라졌다. 동네 아파트 반상회마다 경비원 감축이 안건으로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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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검찰이 만든 ‘김학의 무죄’ 2013년 3월 엘리트 검사 김학의가 박근혜 정부 첫 법무차관에 임명됐다.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경찰이 건설업자 윤중천의 별장 성접대 동영상을 확보했는데 여기에 김이 등장한다는 것이었다. 동영상에는 한 남성이 사각 팬티 차림으로 여성을 끌어안은 채 가수 박상철의 ‘무조건’을 부르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누가 봐도 김이 틀림없었다. 경찰은 별장에서 각종 음란물과 쇠사슬, 채찍 등을 발견했다. 김이 별장에 왔다는 참고인 진술과 김을 접대했다는 피해 여성의 진술도 확보했다. 경찰은 김의 출국금지를 2차례 신청했지만 검찰은 모두 기각했다. 경찰이 추가 증거를 확보해 김과 윤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은 김의 체포영장은 기각하고, 가벼운 혐의를 적용해 윤의 구속영장만 법원에 청구했다. 경찰은 김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지만 검찰은 동영상 속 피해자를 파악할 수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이듬해인 2014년 동영상 속 피해자가 검찰에 직접 고소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동영상 속 여성과 피해자가 동일 인물임을 확인할 수 없다며 또다시 단죄에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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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대통령의 재난 지휘소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의 행적’에 의문이 제기되자 김기춘 비서실장은 “어디서나 보고를 받으시고 지시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대통령 계시는 곳이 바로 대통령 집무실”이라고 했다.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도 10일 라디오에 나와 “대통령이 계신 곳이 곧 상황실”이라고 말했다. 기록적 폭우로 서울 강남 일대가 침수돼 윤석열 대통령이 서초동 사저에 고립되는 바람에 재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반박한 것이다. 일견 맞는 말이다. 대통령 있는 곳이 집무실이고 상황실이다. 대통령이 타면 그 비행기가 ‘공군 1호기’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24시간 365일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모든 시간을 집무실이나 상황실에서 보낼 수는 없다. 대통령도 사생활이 있고, 휴가도 가야 한다. 그러나 중요 사안이 발생하면 최단 시간에 정위치해서 참모들의 보고를 받고 신속하게 지시를 내릴 수 있어야 한다. 김기춘 비서실장의 설명과 달리 박근혜씨는 2014년 4월16일 오전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고, 오후 5시15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방문할 때까지도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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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반지하의 장애가족 수도권에 폭우가 쏟아진 9일 새벽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다세대주택 반지하에서 40대 자매와 10대 여아 1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모두 익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자매 중 언니는 발달장애인이었다. 이들이 겪었을 참담함과 공포, 절망을 상상하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도로에 가득 찬 빗물이 폭포수처럼 집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전기가 끊겨 칠흑처럼 어두웠을 것이다. 부엌에선 하수가 역류하고, 화장실 변기는 푹푹 소리를 내며 오물을 내뿜었을 것이다. 이웃 주민은 “도로에 물이 허벅지까지 차면서 반지하 현관은 이미 문을 열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성인 남성 2명이 방범창을 뜯어내고자 했지만 몇 초 만에 물이 차올랐다”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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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대한민국 교육정책은 시민이 결정한다 주식시장은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2025년부터 만 5세로 낮추는 학제개편안의 부작용을 곧바로 간파했다. 정책 발표 후 처음으로 개장한 지난 1일 사교육 업체들의 주가는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정부는 공교육을 살리고 학부모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이라고 강조했지만 수용자들의 판단은 정반대였다.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보충설명을 하고 공론화의 장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윤석열 정부의 1호 교육정책은 결국 학부모와 교사들의 반발로 나흘 만에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지금이 학제 개편을 논의할 시기라는 점은 분명하다. 초·중·고교와 대학을 어떻게 둘지, 각급 학교에 몇 살에 들어가 몇 년씩 다니게 할지 등을 정해놓은 학제는 공교육의 기본틀이다. 한번 정하면 오랜 시간 변화 없이 유지되기 때문에 사회 구성원들의 생애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 학제는 ‘6(초등학교)-3(중학교)-3(고등학교)-4(대학교)’가 기본이다. 70여년 전 미 군정기에 도입됐다. 이 시스템이 우리 학생들에게 과연 최선이고 미래에도 여전히 유효할지에 관해서는 진지한 고민과 토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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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검사 회의, 총경 회의 국가공무원법은 ‘공무원은 노동운동이나 그 밖에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법원은 세월호 참사 때 시국선언을 한 교사 32명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국민적 슬픔과 정권에 대한 실망이 컸다는 사정을 고려해도 공무원들의 집단 행위는 유죄라는 것이다.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전 울산중부경찰서장)이 대기발령됐다. 회의에 참석한 총경 50여명도 감찰을 받고 있다. 그러나 집단 행위를 해도 처벌받지 않는 공무원이 있다. 검사들이다. 지난 4월18일 전국의 고검장 6명은 대검청사에서 긴급회의를 연 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집단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다음날엔 부장검사들과 일선 평검사까지 긴급회의를 열고 총궐기하다시피 하며 위력을 과시했다. 2020년 12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징계할 때도 그랬다. 검사들의 집단적 의사 표시는 거의 상습적이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검찰 인적 청산 발언과 2005년과 2011년 검경 수사권 조정, 2012년 대검 중수부 폐지 방침 때도 검사들은 지역·직급별로 회의를 열고 성명을 발표했다. 검찰 내에서도 집단 행위는 검사에게만 허용된다. 내부 통신망에 공무원 노조 결성을 독려하는 글을 올린 검찰 수사관은 직위해제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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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헌재와 대법원의 ‘자존심 싸움’ 대법원 판결을 헌법재판소가 뒤집을 수 있을까. 헌재가 뒤집은 결정을 대법원은 받아들여야 할까. 대법원이 헌재 결정을 수용하지 않으면 소송을 낸 사람은 또 어디 가서 판단을 구해야 할까.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국회는 법을 만들고, 정부는 법을 집행하고, 법원은 법을 해석한다. 민사·형사·행정에 관한 재판권은 사법부인 법원에 있다. 재판은 삼심제이고,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면 그것으로 끝난다. 하지만 대한민국에는 헌재라는 기관이 있다. 헌법상 기본권을 법률 절차를 거치고도 구제받지 못하거나, 부당한 공권력에 인권을 침해받았다고 판단할 때 시민은 헌재에 헌법소원을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