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창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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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3% 주담대의 명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3%대까지 떨어졌다. 16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3.63~5.79%,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3.97~6.79%를 기록했다. 올 초만 해도 5~8% 수준이던 금리가 4개월여 만에 2%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주담대 금리 하단 3.63%는 2021년 9월 말(3.2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당시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0.75%였고 현재는 3.50%이다. 기준금리는 2.75%포인트 올랐는데 주담대 금리는 그때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는 셈이다. 주담대 금리 하락의 ‘8할’은 윤석열 정부의 관치금융이 영향을 미쳤다. 이자 장사로 사상 최대 수익을 거둔 은행권에 대통령이 한마디 쓴소리하자 은행들은 금리 낮추기 경쟁을 벌였다. 금리 하락은 ‘영끌족’ 등 대출자들에게 무척이나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이다. 당장 가계대출이 들썩여 우려된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4월 한 달 새 2조3000억원 늘었다. 주지하듯,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의 최고 위험요인이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부채는 1749조원이다. 여기에 전 세계 유일하게 한국에만 있는 전세보증금 1058조원을 포함하면 실질적인 가계부채 규모는 3000조원에 육박한다.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렸는데도 가계부채가 줄지 않는다면 통화 긴축 효과는 반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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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있으나 마나 한 선행학습규제법 미국 아이오와에서는 5분 이상 키스하는 것이 불법이고, 플로리다에서는 수영복 차림으로 대중 앞에서 노래하면 안 된다. 캔자스에서는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으면 처벌된다. 인터넷에 떠도는 미국의 ‘웃기는 법’ 사례들이다. 외국인이 보기에는 이보다 더 황당한 규제가 한국에 있다. 중학교 2학년 학생이 학교에서 3학년 공부를 하면 위법이 될 수 있다. 한 자릿수 덧셈을 가르치도록 교육과정이 편성된 초등 1학년 학생에게, 교사가 2학년 과정인 구구단을 지도해도 안 된다. 이른바 ‘선행학습규제법’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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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클럽 준강간 2017년 5월5일 A씨는 서울 홍익대 근처 클럽에서 처음 만난 B씨와 술을 마셨다. 이후 정신을 잃었다가 경기도의 모텔에서 나체 상태인 자신을 발견했다. 몸에는 성폭행 피해 흔적이 있었지만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수사기관에 신고했지만 검찰은 범죄를 증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그해 11월 B씨의 강간, 준강간, 유사강간, 간음유인 등 혐의에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시민단체 163곳이 참여하는 공동대책위가 ‘가장 보통의 준강간’이라고 명명한 사건의 시작이다. 준강간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인 사람을 간음하는 성범죄다. 강간죄와 같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준강간 사건은 당사자가 술에 취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피해자는 술에 취해 저항할 수 없는 상태에서 강간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가해자는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다며 무죄를 주장한다. 그런데 피해자는 심신상실 상태이므로 범행 과정을 기억하지 못한다. 피해자가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진술하면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로 보기 어려워 범죄 자체가 성립하지 않고 오히려 무고로 엮일 수 있다. 클럽·헌팅포차 같은 곳에서 술을 마신 뒤 피해를 당했다면 사회의 시선 때문에 신고하는 일부터 난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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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신줏단지 된 재정준칙 사람들은 빚이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착하고 성실한 사람일수록 더욱 그렇다. 나랏빚에 대한 생각도 비슷하다. “나랏빚이 1000조원을 넘어섰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18일 발언에 시민들 가슴이 철렁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가계와 국가 경제는 질적으로 차원이 다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저서 에서 “정부 예산이 한 가구의 예산과 흡사하다는 신화를 깨야 한다”고 말했다. 장하준 교수도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정부 재정을 가계 살림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개인의 지출과 달리 정부의 지출은 거시경제 전체에 대대적인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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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암 백신’ 소식 암은 여전히 무섭다. 과거에 비해 치료술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건강검진으로 조기에 진단받는 확률이 높아지고 있어도 그렇다. 한국에서만 하루 평균 226명이 암으로 목숨을 잃는다. 각고의 노력 끝에 완치 판정을 받아도 재발하는 사례도 많다. 그런 암 환자와 가족에게 희망을 주는 소식이 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암과 심혈관질환, 자가면역질환 등을 예방·치료하는 백신이 2030년까지 개발될 것이라고 한다. 제약회사 모더나의 최고의학책임자(CMO) 폴 버튼 박사는 한발 더 나가 “모든 종류의 질병 영역에 대한 백신을 5년 정도 안에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버튼 박사 말대로 소아암이나 혈액암 등을 예방·치료하는 백신이 수년 안에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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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검찰주의자들의 ‘멋진 신세계’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등장으로 모든 것이 달라지고 있다. 최고의 시절이고 최악의 시절이다. 지혜의 시대이고 어리석음의 시대다. 어떤 이에겐 희망의 봄이지만 다른 이에겐 절망의 겨울이다. 목청 높은 권위자들은 작금의 상황을 양극단으로만 평가하며 헌법과 현실의 불일치를 비판한다. 그러자 검찰주의자들이 되레 개헌안을 들고나온다. 그들의 주장을 간추리면 아래와 같다. 우선 정당제를 규정한 헌법 제8조를 수정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당민주주의 훼손이라는 비판까지 무릅쓰면서 여당인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했다. 내년 총선에 검사를 여당 후보로 공천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제8조를 다음과 같이 고치면 윤 대통령의 행동은 시빗거리가 안 된다.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검찰적이어야 하며, 검사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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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다디단 단비 긴 가뭄 끝에 비가 내린다. 말 그대로 다디단 단비다. 전남 함평과 순천 등 전국 대부분의 산불은 자연 진화됐다. 소방관과 산림 공무원들도 숨 돌릴 여유가 생겼다. 도서 벽지 주민들의 목마름도 잠시 해소됐다. 완전 해갈까지는 멀었지만, 거북등처럼 갈라진 남녘 저수지에도 물이 스며들고 있다. 비는 부자와 빈자를 가리지 않고 똑같이 적신다. 까만 농부의 얼굴에 오랜만에 희색이 돈다. 화마에 놀란 인왕산의 풀과 나무도 기지개를 켠다. 일찍 핀 꽃은 비바람에 지겠지만 이파리는 푸르름을 더할 것이다. 극심한 가뭄에도 하루 수십번씩 수세식 변기 물을 내리며 사는 도시인들은 단비의 정서와 의미를 알기 어렵다. 세속적인 셈법으로 경제 효과가 수천억원이라고 하면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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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서울에 집 가진 ‘지방 국회의원’ 경향신문이 지방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 202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66명이 서울에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고가 아파트를 소유한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역구인 대구 수성구에 전세를 살고 서초구 반포동에 아파트를 보유했다. 정진석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지역구인 충남 공주시엔 전세를 얻고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를 갖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도 대동소이하다. 박광온 의원(경기 수원정)은 강남구 도곡동, 조응천 의원(경기 남양주갑)은 강남구 대치동 등에 아파트를 보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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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검사 사외이사’ 경향신문이 30대 그룹 주요 상장사 180곳을 조사해보니 새로 선임한 사외이사 8명 중 1명이 전직 검사라고 한다.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최근 삼성SDS 사외이사로 간 것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대검 차장을 지낸 강남일·구본선 변호사는 각각 HL만도와 한화시스템의 사외이사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이동열 전 서울서부지검장(대한전선·현대위아), 차경환 전 수원지검장(롯데케미칼·현대건설기계), 권순범 전 대구고검장(고려아연), 이상호 전 대전지검장(이마트)도 주요 기업 사외이사에 내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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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스마트폰 뱅크런 ‘뱅크런’은 은행(bank)에 돈을 찾기 위해 달려간다(run)는 의미다. 은행이 부실하다는 소문이 나면 창구는 예금을 빼내려는 사람들로 아수라장이 된다. 현금자동입출금기 앞에도 예금자들이 장사진을 이룬다. 그런데 뱅크런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은행으로 달려가는 사람은 소수이고 스마트폰을 통해 예금 인출 경쟁이 벌어진다. 가상통화 급락 과정에서 발생하는 ‘코인런’은 더 심하다. 돈을 찾으러 갈 물리적 공간은 물론 하소연을 들어줄 직원조차 없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초고속으로 파산한 배경에 스마트폰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분석했다. SVB의 유동성 위기가 실리콘밸리 업자들이 많이 쓰는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전파되자 사람들은 곧바로 스마트폰 뱅킹앱에 접속해 터치 패드 두드리기 경쟁을 벌였다는 것이다. 불과 36시간 만에 420억달러(약 55조원)가 빠져나갔다. 아주 잠깐이라도 뉴스를 놓치거나 디지털 금융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돈을 찾을 기회조차 얻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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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KBS 수신료 분리 징수 어린 시절 집에 텔레비전이 생겼을 때 뛸 듯이 기뻤다. 그러나 TV를 켤 때는 반드시 창문을 닫아야 했다. 수신료 징수원에게 TV의 존재를 들키면 안 되기 때문이었다. 온 가족이 고교 야구를 시청하던 일요일이었다. 응원하는 학교가 홈런을 치는 바람에 소리를 질렀고, 언제 어떻게 왔는지 수신료 징수원이 창문을 두드렸다. 징수원들은 귀가 유난히 밝았고, 직업정신이 투철했다. 아이들에게 사탕을 주며 TV가 있는 친구의 집을 묻기도 했다. 1994년부터 전기요금 고지서를 통해 TV 수신료를 걷어가면서 한국에서는 징수원이 사라졌다. 그러나 일본은 여전히 공영방송 NHK 수신료 징수원들이 활약하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1Q84>의 남자 주인공 덴고의 아버지가 바로 그 징수원이다. 악착같이 수신료를 받아가는 아버지 탓에 덴고는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가 되고 NHK라는 별명이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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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검사가 와도 사교육은 못 잡는다 육군 소장에서 일약 최고 권력자가 된 전두환이 민심을 얻기 위해 들고나온 정책이 과외(사교육) 전면 금지였다. 박정희 정권 때 실시한 중학교 무시험제와 고교 평준화도 따지고 보면 사교육을 줄이기 위한 방편이었다. 해방 이후 한국의 교육정책 역사는 사교육과의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방송(EBS)에서 학원 강사를 불러 대학수학능력시험 강의를 하고, EBS 교재와 연계해 수능 문제를 출제한 것도 모두 사교육을 줄이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윤석열 정부도 사교육을 잡겠다고 나섰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6조원으로 전년보다 10.8% 증가해 2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학생 수는 4만명이 줄었는데 사교육비는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영향이라고 해도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입시 개편 같은 교육정책으로 사교육 줄이기는 불가능하다. 특히나 경쟁을 지향하는 ‘이주호 교육부’ 체제에서는 사교육이 늘망정 줄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