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민
논설위원
최신기사
-
경향의 눈 검사가 와도 사교육은 못 잡는다 육군 소장에서 일약 최고 권력자가 된 전두환이 민심을 얻기 위해 들고나온 정책이 과외(사교육) 전면 금지였다. 박정희 정권 때 실시한 중학교 무시험제와 고교 평준화도 따지고 보면 사교육을 줄이기 위한 방편이었다. 해방 이후 한국의 교육정책 역사는 사교육과의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방송(EBS)에서 학원 강사를 불러 대학수학능력시험 강의를 하고, EBS 교재와 연계해 수능 문제를 출제한 것도 모두 사교육을 줄이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윤석열 정부도 사교육을 잡겠다고 나섰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6조원으로 전년보다 10.8% 증가해 2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학생 수는 4만명이 줄었는데 사교육비는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영향이라고 해도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입시 개편 같은 교육정책으로 사교육 줄이기는 불가능하다. 특히나 경쟁을 지향하는 ‘이주호 교육부’ 체제에서는 사교육이 늘망정 줄지는 않을 것이다.
-
여적 14도짜리 소주 자장면을 짜장면이라 불러야 맛과 의미가 통하는 것처럼 그 시절 소주는 ‘쏘주’였다. 초보는 입안에 소주 한 모금도 머금기 어려웠다. 억지 권유를 받아 눈을 감고 잔을 꺾으면 절로 ‘캬~’ 소리가 났다. 소주는 원래 곡주를 끓여 만드는 증류식 술이다. 일제강점기에 곡식 대신 공장에서 주정을 만들어 여기에 물과 향료를 섞어 희석식으로 소주를 대량생산하기 시작했다. 1924년 국내 최초로 선보인 ‘진로’의 알코올 도수는 35도. 그러던 것이 1965년 30도, 1973년엔 25도로 낮아져 20년 넘게 유지됐다. 이런 독한 소주를 노동자들은 전쟁 같은 밤일을 마친 뒤 새벽 쓰린 가슴 위로 들이부었다.
-
사회 혁신을 위한 신진연구자 컨퍼런스 개최 성공회대와 한남대, 한신대, 한양대 신진연구자들의 ‘대학공동 사회혁신 신진 연구자 컨퍼런스(이하 신진연구자 컨퍼런스)’가 오는 24~25일 충북 괴산 자연드림 파크에서 진행된다. 신진연구자 컨퍼런스는 사회혁신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적경제를 연구하고 있는 연구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활동할 필요성이 증가해 서로의 연구를 나누며 앞으로의 미래를 고민해보고자 준비됐다. 컨퍼런스는 1부와 2부로 나누어 진행된다. 1부에서는 연구자들이 3가지의 주제로 나누어서 본인이 연구한 것을 발표하고 토론을 한다. 2부에서는 네트워킹의 장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고 협업과 연대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
경향의 눈 학생인권조례 폐지 안 된다 서울학생인권조례가 시행 11년 만에 폐지 위기에 처했다. 보수 성향의 종교단체와 학부모단체 회원들이 낸 조례 폐지 청구가 상임위 심의를 거쳐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면 이달 중으로도 학생인권조례는 폐지될 수 있다. 현재 서울시의회는 학생인권조례에 비판적인 국민의힘이 의석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2011년 경기, 2012년 서울이 도입한 이후 현재 광주·전북·충남·제주·인천에서 시행하고 있다. 학생인권을 보장해 학생들이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이루게 하자는 취지다. 헌법·법률·명령보다 하위 규범이지만 학생들의 학교생활과 일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학생인권조례의 근거는 헌법과 교육기본법,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이다. 학생인권조례는 두발과 복장 규제, 체벌, 일괄적 소지품 검사를 금지하고 성별과 종교,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학생을 차별할 수 없도록 하면서 학생들 인권 신장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여적 무지개 초등학교 3학년 때 일이다. 선생님이 한 친구의 그림을 보더니 “과학 공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친구의 그림은 일종의 풍경화였다. 풀밭이 펼쳐져 있고, 산이 있고, 산 뒤로 해와 무지개가 있었다. 그날 선생님은 우리들을 수돗가로 모아놓고 큰 대야에 물을 떨어뜨리면서 인공 무지개를 만들었다. 선생님은 “무지개는 햇빛이 물방울에 반사·굴절된 것이다. 무지개는 해를 등져야 보인다. 그래서 아침 무지개는 서쪽에 뜨고, 저녁 무지개는 동쪽에 뜨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지개와 해를 나란히 그린 친구는 얼굴이 붉어졌다. 선생님 덕분에 무지개의 섭리를 터득했지만 우리들의 동심은 파괴됐다. 무지개는 실체가 없는 광학 현상이므로 무지개를 향해 달려가도 잡을 수 없다는 것도 알았다. 선생님은 대신 “우리가 세차게 비를 맞고 있을 때 누군가는 우리 머리 위에 걸린 무지개를 볼지 모른다”고 말했다.
-
경향의 눈 대통령의 ‘반도체 올인’ 반도체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관심과 애정은 각별하다. 동원 가능한 인적·물적 자원을 반도체에 쏟아붓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새해 벽두부터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 확대 방안을 꺼내들었다.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대기업은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늘리는 것이 골자다. 방안대로라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앞으로 매년 수조원의 세금을 추가로 절감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백년대계라는 교육 정책도 반도체 연구·생산 인력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6월 국무회의에서 “반도체는 국가안보 자산이자 우리 산업의 핵심이고, 교육부의 첫 번째 의무는 산업 발전에 필요한 인재 공급”이라고 역설하자 교육부는 한 달 만에 부처 합동으로 반도체 인재 양성 방안을 내놓았다. 향후 10년간 반도체 인재 15만명을 육성하고 대학의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했다. 특히 그동안 엄격하게 정원이 통제된 수도권 대학에서 1300명의 증원을 허용했다. 학과를 신증설하려면 교원과 건물, 땅, 수익용 재산 등이 필요한데 반도체학과는 교원만 확보하면 가능하도록 예외를 뒀다.
-
경향의 눈 1인당 GDP 4만달러, 그 허망함에 대하여 올해 당신 가족의 소득은 얼마인가. 당신이 맞벌이든 외벌이든 1억8200만원을 벌어야 4인 가구 기준으로 평균에 해당한다.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약 3만5000달러. 원·달러 환율 1300원을 적용하면 4550만원이다. 당신 가족은 배우자와 자녀까지 4명이므로 이 금액에 ‘곱하기 4’를 해야 하고, 그렇게 산출된 금액이 1억8200만원이다. 그런데 4인 가구 소득이 1억8200만원이면 우리 사회에선 고소득층 아닌가. 통계청의 ‘2022년 가계금융복지조사’ 소득 10분위 현황을 보면 지난해 소득 상위 10% 4인 가구의 연 소득이 1억9042만원이다.
-
경향의 눈 남욱 가라사대 ‘대장동 3인방’ 가운데 한 명인 남욱 변호사의 폭로가 장안에 화제다. 1년 전에 남씨는 말했다. “A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라고. 그런데 이제 와서 남씨는 말을 완전히 뒤집었다. “A는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 그땐 A가 대통령이 될지 몰라 그렇게 말하지 못했다”고. A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지난 21일 구속기간 만료로 풀려난 남씨는 법정에 출석해 증언을 쏟아냈다. “2015년 2월부터 천화동인 1호 지분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실 지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김만배씨에게서 들어서 알았다”는 것이다. 2013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전달한 3억5200만원에 대해 남씨는 “(유 전 본부장이) 본인이 쓸 돈이 아니고 높은 분들한테 드려야 하는 돈이라고 얘기했다”고 했다. ‘높은 분들’은 “정진상(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과 김용(민주연구원 부원장)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
여적 봉화 광산 사고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가려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사건이 있다. 경북 봉화군의 아연 광산 매몰 사고다. 지난달 26일 일어났으니 열흘째를 맞았다. 4일 당국은 고립 광부 2명의 생존 확인 및 구조 진입로 확보 작업을 벌이고 있다. 광부들이 있을 곳으로 추정되는 지점 부근까지 구멍을 뚫는 데는 성공했다. 구멍에 내시경을 넣어 살펴보니 다행히 물이나 토사가 차 있지는 않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생존 신호는 없고 속절없이 시간만 흐르고 있다. 사고 당시 갱도 내부에서는 총 7명이 레일 관련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토사가 밀려와 수직 갱도 아래로 쏟아지며 출구를 막아버렸다. 지하 30m 지점에 있던 5명은 탈출했으나 작업반장 A씨(62)와 보조작업자 B씨(54)는 지하 190m에서 고립됐다. 이 광산에서는 2개월 전인 지난 8월29일에도 비슷한 사고가 났다. 지하 50m에서 채석 작업을 하던 광부 2명이 광석 더미에 미끄러지면서 매몰됐다가 1명은 구조됐지만 다른 1명은 사고 발생 6시간여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두 사고의 작업 현장은 같은 수직 갱도를 사용하고, 수평 갱도만 다르다고 한다.
-
여적 읍참마속과 Incident 읍참마속(泣斬馬謖). 큰 목적을 위해 자기가 아끼는 사람을 버린다는 뜻이다. 군령을 어기고 멋대로 전투를 지휘하다 참패한 마속을 제갈량이 눈물을 머금고 참형했다는 데서 유래한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대해 사과하며 이 고사성어를 인용했다. 윤 청장은 참사 전 시민들의 112신고가 다수 있었지만 현장 대응은 미흡했다면서 “읍참마속의 각오로 감찰과 수사를 벌이겠다”고 말했다. 경찰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부하들을 엄벌하겠다는 의미지만 윤 청장이 대국민 사과에 이 표현을 쓴 것은 부적절하다. 가족을 잃고 비탄에 빠진 유족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입힌 것 아닌가.
-
경향의 눈 검찰에 불이 나면 검찰은 억울하겠지만 일반인들은 검찰이 승자 편이라고 여긴다. 만약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겼다면 검찰의 입장과 태도는 지금과 사뭇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검찰 수사의 표적이 된 이 대표도 위기지만, 검찰도 심각한 신뢰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부질없는 상상을 해보자.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 같은 평행세계가 있다. 이곳에서는 지난 3월9일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를 0.73%포인트 차로 누르고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됐다. 이미 김건희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으로 검찰청 포토라인에서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폭로 같은 것은 애초 존재하지 않는다. 대장동 세력이 검찰의 회유에도 사실을 감추고 인내하며 여전히 자신들만의 의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자 2011년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에게 부산저축은행 자금 1100억원을 대출받도록 알선한 브로커 A씨의 육성이 느닷없이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당시 A씨의 변호인은 박영수 전 특검이고, 이 사건의 주임검사는 윤석열 대검 중수2과장이다. 검찰은 화천대유 최대주주 김만배씨의 친누나 B씨를 조사하는 카드도 언제든 쓸 수 있다. B씨는 2019년 4월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의 부친 윤기중씨 소유 단독주택을 19억원에 매입한 장본인이다.
-
다담솔루션 “층간소음 해결 신기술 인증 획득” 건축자재(건식온돌) 개발업체 다담솔루션이 층간소음을 줄이는 신기술로 산업자원부 인증(NET)을 받았다고 5일 밝혔다. 다담솔루션에 따르면 기존 기술은 슬래브(아파트 맨바닥) 위에 온돌을 시공하고 온돌 내에 완충재를 삽입해 증간소음을 줄이는 방식이다. 건물의 슬래브를 타격했을 때와 온돌을 타격했을 때 각 주파수별 음압이 반대되는 경우 층간소음이 줄어들지만, 중첩되는 경우에는 층간소음이 줄지 않거나 증폭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국제표준은 층간소음을 1옥타브 간격으로 측정·평가하지만 1옥타브 안의 다양한 주파수별 크기(dB)를 알 수 없어 효과적인 대응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