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창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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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입학생 없는 초등학교 막냇동생을 들쳐 업은 어머니와 한참을 걸어 학교란 곳에 처음 갔다. 하얀 가재 손수건을 왼쪽 가슴에 차고 신주머니를 들었다. 동네 공터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넓은 운동장이었지만, 아이들이 너무나 많았다. 벽보에서 이름을 찾아 ‘1학년 7반’ 알림판을 든 선생님 앞에 가서 섰다. 맨 처음 배운 것은 ‘앞으로나란히’, 선생님을 따라 병아리 떼처럼 줄지어 들어간 교실은 ‘콩나물시루’였다. 남자는 1번, 여자는 51번부터 번호를 매겼다. 나는 33번이었다. 그래도 오전·오후반으로 나누는 ‘2부제’ 수업은 안 한다고 어머니가 기뻐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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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딥시크, ‘제2의 스푸트니크’ 충격 설 연휴 동안 인공지능(AI) 분야에서 경천동지할 사건이 일어났다. 직원 200명, 설립 18개월 된 중국 기업 ‘딥시크’가 세계 최고 가성비를 가진 챗GPT ‘R1’을 선보인 것이다. R1은 미국 수학경시대회 테스트에서 79.8% 정확도를 기록, 기존 최고인 오픈AI의 o1(79.2%)을 앞섰다. 놀라운 것은 R1의 개발비용이 경쟁사의 20분의 1 미만이고, 반도체도 중국산 저사양 제품만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딥시크 R1은 실리콘밸리를 넘어 전 세계 자본시장을 강타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첨단 반도체 수요가 줄 것이라는 전망에 엔비디아 주가가 지난 27일 17% 폭락했다.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를 납품하는 SK하이닉스 등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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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노쇼’의 기준 자영업자들은 대량 주문이나 단체회식 예약을 받으면 본능적으로 노쇼(No-Show·예약 후 연락 두절)를 걱정한다. 약속 시간이 됐는데 예약자가 나타나지 않고 연락도 안 되면 말 그대로 ‘멘털’이 무너진다. 금전적 피해도 막대하지만 배신감에 치를 떨게 된다. 배달 앱을 이용하면 노쇼 걱정은 덜지만 수수료가 든다. 최근 충북 지역에선 군 간부를 사칭한 노쇼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달 14~25일 충주 지역 음식점 6곳에서 “군인이 수십인분의 음식을 주문한 뒤 잠적했다”는 내용의 112신고가 접수됐다. 이런 것은 범죄 행위다.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처벌을 할 수 있고, 손해배상과 위자료를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낼 수도 있다. 주문자가 지정한 시간과 장소에 자영업자가 음식을 준비했다면, 주문자는 취식이나 수령 여부에 관계없이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주문자를 상대로 소송을 걸기는 쉽지 않다. 승소하겠지만 변호사비가 더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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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사상계 복간 사상계(思想界)는 1950~1960년대 지성인의 필독서였다. 장준하 선생(1918~1975)이 사재를 털어 1953년 4월 창간한 사상계는 해외 문예사조의 수입 통로였고 지식인들의 활동 무대였다. 국내 정치적으로는 민주·양심 세력을 대변했다. 꺾이지 않는 필봉은 4·19혁명 기폭제가 됐고, 5·16쿠데타 이후엔 박정희 독재에 맞섰다. 장준하 선생은 인간에 대한 믿음이 투철했다. 그는 사상계 창간호 권두언에서 “인간은 복잡하고도 명료한 언어를 사용하며, 개념적 추상적 논리적인 사고 능력을 갖고 있고, 그 목적 실현을 위한 의지적이며 적극적인 활동과 반성 능력을 소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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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수능 국어 1등급 받은 AI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국어 과목은 통합 교과 성격이 강하다. 많은 정보가 담긴 글을 1~2분 안에 읽고, 의미 파악은 물론이고 추론까지 해야 한다. 고교 교사들에 따르면 국어를 잘하는 학생은 수학·영어·탐구 영역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는 경우가 많지만, 반대 사례는 그만큼 안 된다고 한다. 인공지능(AI)이 수능 국어 영역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보였다. 지난 9월 출시된 오픈AI의 챗GPT o1-프리뷰 모델이 올해 수능 국어에서 97점(원점수)을 얻었다. 한 문제만 틀리고 모두 맞힌 것이다. 80분 시험에서 AI가 총 45개 문항을 푸는 데 걸린 시간은 35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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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한강 노벨상 ‘특별사면’ 빌린 책을 제때 반납하는 것은 도서관 이용의 기본 에티켓이지만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도서관은 그럴 때 연체 기간만큼 대출을 제한한다. 공공재인 도서관 장서를 사회 구성원들이 편리하고 공평하게 이용하게 하려는 의도다. 연체료를 물리기도 한다. 1책당 1일 100원씩 연체료를 부과하는 식이다. 돈을 내면 연체 기간에 관계없이 바로 책을 빌릴 수 있다. 하지만, 연체료는 부작용이 적지 않다. 돈만 내면 대출 기한을 어겨도 된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다. 일수 이자처럼 불어나는 연체료가 겁나 이용자가 아예 도서관에 발길을 끊을 가능성도 있다. 중학생 때 이후로 도서관에 한 번도 가지 않은 사람의 사연을 들었다. 책 읽기를 좋아했지만 중3 시절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요즘은 도서관들이 연체료 제도를 폐지하는 추세다. 연체료를 받아도 총금액이 대출 자료의 시가를 초과할 수 없게끔 규정을 두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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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진보 교육감 교육감과 교육부 장관은 선출직과 임명직이라는 근본적 차이가 있다. 장관은 당장 내일이라도 대통령이 경질할 수 있지만, 교육감은 법적으로 임기가 보장된다. 직급은 장관이 높아도 권한과 역할은 교육감이 결코 밀리지 않는다. 교육 백년대계 얼개를 짜는 일은 장관 몫이지만, 학생과 학부모 피부에 닿는 정책은 교육감이 대부분 입안하고 집행한다.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서 진보 성향의 정근식 후보가 당선돼 17일 공식 취임했다. 정 신임 교육감은 50.24% 지지를 얻어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조희연 전 교육감 득표율(38.10%)을 앞질렀다. 정 교육감 취임으로 2014년 이후 4번 연속 진보 교육감이 수도 서울의 초·중등 교육을 이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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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초등의대반’ 방지법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있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일제히 학원 수업과 과외를 딱 끊는 것이다. 이렇게만 되면 수많은 난제가 풀린다. 부모는 돈을 아끼고, 아이들은 공부 부담을 덜 수 있다. 입시가 공정해지고, 계층 이동 사다리도 복원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걱정하는 강남 집값도 잡을 수 있다. 그러나 남들이 사교육을 그만둔다는 믿음이 없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사교육을 포기하지 못한다. 게임이론에 등장하는 ‘죄수의 딜레마’를 떠올리게 한다. 교육 주체들이 스스로 합리적 결정을 할 수 없을 땐 공권력을 동원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1980년 전두환 정권의 ‘과외 전면 금지’ 조치와 박근혜 정부에서 제정된 ‘선행학습금지법(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이다. 그러나 전자는 너무 강압적이어서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았고, 후자는 처벌 조항이 없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로 선행학습금지법은 물러 터졌다. 학교에서 선행교육을 금지했을 뿐 정작 사설학원은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학원의 선행학습 유발 광고와 선전을 금지했지만 처벌 규정은 없다. 사교육자들의 기본권과 학부모의 교육권 침해 등으로 위헌 시비가 일 것을 우려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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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풍년이 서러운 농심 들판마다 곡식 익는 소리가 들린다. 풍부한 일조량과 고온 덕에 벼 이삭이 유달리 더 통통해 보인다. 태풍이 막판 변수지만 이변이 없는 한 대풍이 예상된다. 사과와 배도 올해는 작황이 좋다고 한다. 그러나 농민들 얼굴엔 수심만 가득하다. 자식처럼 키운 벼를 트랙터로 갈아엎는 사례가 속출한다. 추석을 겨냥해 재배한 조생종 벼 가격이 지난해보다 20% 가까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다음달 중·만생종이 쏟아지면 쌀값은 더 떨어질 것이다. 역대 최대 폭락을 기록한 2022년보다 더 낮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 10일 쌀값 안정대책을 발표했다. 햅쌀 10만t을 시장에서 격리해 사료로 쓰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가축에게 햅쌀을 먹이다니, 전대미문의 정책이다. 오죽하면 이런 정책까지 낼까 생각하면서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동물도 양질의 사료를 먹어야 한다는 데 이의를 달 생각은 없지만 쌀 한 톨이 귀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시골 농협 창고마다 가득 쌓여 있는 묵은쌀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이렇게 쌀이 남아도는데도 국내 생산량의 10%가 넘는 40여만t을 매년 의무적으로 수입하고 있으니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서 공산품 수출 국가들이 최소시장접근(MMA) 물량만큼 농산물을 수입하기로 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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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짝퉁’ 평가원 “김 대리 어딘가?” “지금 ‘거래처’인데요.” “그래, 수고하게.” ‘거래처’라는 술집 이름에 직장 상사가 속아 넘어간다는 에피소드 한 도막이다. 비슷한 일이 교육계에서 일어나고 있다. ‘한국학력평가원’, 일개 사설 출판사이지만 공공기관을 연상케 한다. ‘평가원’으로 축약하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주관하고 교육과정·교수학습·교육평가 분야의 연구를 수행하는 국책연구기관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헷갈린다. 이 회사가 최근 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만들었다. 교육부 검증을 통과했지만 친일 인사와 이승만 독재 옹호, 일본군 위안부 축소 서술 등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19세기 서구 열강의 제국주의는 ‘우세한 경제력과 군사력’ 등으로 표현해 강대국의 논리를 반영했다는 지적도 받는다. 세월호 참사의 국가적 책임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비판, 예전 국사 교과서 내용을 표절했다는 의혹에도 휩싸여 있다. 집필자 중 한 명은 이주호 교육부 장관 보좌역으로 활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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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네 발의 ‘군사 로봇’ 육군 특전사와 전방 사단에 킬러 로봇이 시범 배치됐다. 개처럼 생긴 이 로봇은 주야간 카메라가 장착돼 감시·정찰 임무를 수행하고, 총기 등을 달아 전투용으로도 쓰인다. 시속 4㎞ 이상의 속도로 움직이며, 20㎝ 높이 계단도 오르내릴 수 있다고 한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로봇은 병력이 투입되기 전에 건물 내 적의 위협을 확인하고, 적을 제압하거나 대응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고 했다. 군사 로봇도 총이나 칼처럼 인간이 만든 무기의 일종이다. 그러나 인공지능(AI) 기술을 탑재할 땐 스스로 타깃을 정해 공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무기와 차원이 다르다. 처음에는 군견처럼 현장 군인의 결정과 명령을 따르겠지만, 신속한 판단과 대응이 필요한 작전 상황을 고려하면 결국 자율적으로 인간 표적을 공격하도록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실제로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군사 로봇이 이런 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어느 나라도 킬러 로봇 개발·제작에 제약이 없다. 기술력과 자본만 있으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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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서울대의 ‘마르크스 경제학’ 폐강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전하면 스스로 모순에 의해 쓰러질 것이라는 카를 마르크스(1818~1883)의 예언은 실현되지 않았다. 1990년대 동구권의 몰락으로 자본주의는 사회주의와의 체제 경쟁에서 승리했다. 마르크스가 떠받들던 노동자들의 혁명성과 계급성도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노동자들은 자본주의하에서 이뤄진 생산력 발전 덕분에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민주주의에 기반한 정당·선거제도를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여전히 문제가 많다. 무엇보다 빈부 격차와 양극화를 키운다. 땡볕에서 일하는 농민과 새벽 버스에 몸 싣는 노동자, 모두 열심히 일하지만 평생 가난을 벗어나기 어렵다. 부자는 매일 골프를 쳐도 통장에 다달이 이자가 쌓인다. 이런 자본주의 해악을 구조적으로 가장 잘 설명하는 이론이 마르크스 경제학이다. 전쟁과 제국주의, 다국적 기업의 독과점과 갑질, 기후 위기에도 멈추지 않는 환경 오염, 여성·청년 착취 등도 마르크시즘은 간명하게 설명한다. 19세기 유럽에서 활약한 마르크스는 2024년 한국의 쿠팡이나 티메프 같은 정보통신기업 존재를 상상조차 못했지만, 이들 기업에서 일어난 노동 착취나 그림자 금융 폐해를 <자본론> 등 저작물을 통해 너무나도 정확히 예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