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창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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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장하준의 ‘대선 제안’ 전 세계 모든 나라들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 모두 힘을 합쳐 ‘반트럼프’ 전선을 구축하면 좋겠지만 다른 나라가 어떻게 나올지 알 수가 없다. 트럼프의 전략은 ‘디바이드 앤드 룰(divide and rule)’이다. 협상 대상 국가들이 하나로 뭉치지 못하게 하고, 나라별로 따로 협상해 이득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첫 번째 협상 대상이 된 것은 좋은 소식이 아닌 것 같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14일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유예에 따른 대미 협상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 인도와 같은 3개국과는 ‘즉각 협상을 진행하라’고 밑에 지시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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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트럼프의 ‘시장 조작’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2023년 10월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다. 사건 발생 전 이스라엘 상장지수펀드(ETF)에 공매도가 급증했다. 누군가 테러 발생을 미리 알고 주가 하락에 투자해 돈을 벌었음을 의미한다. 2001년 9·11 사태 직전엔 일부 항공사 주식에 ‘풋옵션’ 매수가 있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풋옵션은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파생상품이다. 요즘 금융시장은 대형 사건 발생이나 주요 정책을 1분 전에만 미리 알아도 막대한 부를 챙길 수 있다.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미국의 관세정책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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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관세·계엄의 ‘작용 반작용’ 공을 벽에 던지면 벽도 공을 똑같은 힘으로 튕겨낸다. 작용·반작용의 원리, 이른바 뉴턴의 제3 법칙이다. 한 물체가 다른 물체에 힘을 가할 때, 그 힘과 정확히 같은 크기의 힘이 반대 방향으로 발생한다는 우주 속 자연계 섭리다. 연료를 태우면 로켓은 가스를 분사한다. 그 반작용으로 로켓은 추진력을 얻어 공중으로 치솟는다. 중력은 반작용이 없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것도 잘못된 지식이다. 지구가 사과를 당기는 것과 같은 크기로 사과도 지구를 당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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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민 칼럼 한덕수·최상목이 더 나쁘다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상목은 두뇌 회전이 빠르다. 명문대 출신에 머리 좋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관료 조직에서도 단연 독보적이다. 지난달 30일 일요일 오후 최상목이 갑자기 1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안을 들고나왔다. 미국 국채 보유 사실이 들통나 수세에 몰린 뒤 취한 첫 행동이었다. ‘디테일’은 추경의 규모에 있었다. 야당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줄기차게 30조원 이상을 주장했다. 대형 산불이 나기 전에도 최소 15조~20조원 필요하다는 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분석이었다. 야당은 셈이 복잡해졌다. 액수가 적지만 정부가 추경을 하겠다고 적극적으로 돌아선 게 어딘가. 그러나 최상목의 추경안은 먹기엔 양이 적고, 버리기엔 아까운 ‘계륵’이었다. 그렇게 최상목은 자신에 대한 비난 여론을 희석하고, 추경 지연과 민생 악화 책임을 야당에 떠넘기는 일석이조의 신공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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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겸, 겸, 겸’ 침실 겸 거실 겸 부엌인 원룸에서, 아침 겸 점심을 먹는다. 돈도 아낄 겸 운동도 할 겸 걸어서 출퇴근한다. 한 공간을 여러 용도로 사용하고, 하나의 행동으로 여러 목적을 이루면, 흔한 말로 일석이조요 꿩 먹고 알 먹고다. 그래서일까. 정부가 18일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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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민 칼럼 헌재가 윤석열을 구해줄 명분이 없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심판은 기본적으로 정치재판이다. 국회와 대통령 간 권력 투쟁의 산물이다. 탄핵 사유가 객관적 증거에 의해 뒷받침돼야 하고, 소추위원(검사 격)과 피청구인(피고인 격) 간 대결이라는 점에서는 형사재판의 모습을 띤다. 탄핵심판에 임하는 윤석열의 전략도 ‘투 트랙’이었다. 지난 25일 마지막 11차 변론에서 윤석열은 12·3 비상계엄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며 국회를 공격했다. 탄핵소추를 의결한 거대 야당 등을 적으로 규정하고, 간첩이 활개 치는 세상이라며 색깔론도 꺼냈다. 윤석열은 부상당한 군인들은 있었지만 일반 시민은 단 한 명의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다. 정치인 체포 시도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불법 압수수색, 언론사 단전·단수에도 사과나 반성은 일절 없었다. 적반하장 격으로 대통령 직무에 복귀하면 개헌과 정치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다분히 탄핵심판의 정치적 성격을 염두에 둔 전략적 발언이었다. 세력을 규합해 33.3% 이상 지지율을 만들어 헌재의 산술적인 탄핵 가결선(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 찬성)을 무너뜨리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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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입학생 없는 초등학교 막냇동생을 들쳐 업은 어머니와 한참을 걸어 학교란 곳에 처음 갔다. 하얀 가재 손수건을 왼쪽 가슴에 차고 신주머니를 들었다. 동네 공터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넓은 운동장이었지만, 아이들이 너무나 많았다. 벽보에서 이름을 찾아 ‘1학년 7반’ 알림판을 든 선생님 앞에 가서 섰다. 맨 처음 배운 것은 ‘앞으로나란히’, 선생님을 따라 병아리 떼처럼 줄지어 들어간 교실은 ‘콩나물시루’였다. 남자는 1번, 여자는 51번부터 번호를 매겼다. 나는 33번이었다. 그래도 오전·오후반으로 나누는 ‘2부제’ 수업은 안 한다고 어머니가 기뻐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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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딥시크, ‘제2의 스푸트니크’ 충격 설 연휴 동안 인공지능(AI) 분야에서 경천동지할 사건이 일어났다. 직원 200명, 설립 18개월 된 중국 기업 ‘딥시크’가 세계 최고 가성비를 가진 챗GPT ‘R1’을 선보인 것이다. R1은 미국 수학경시대회 테스트에서 79.8% 정확도를 기록, 기존 최고인 오픈AI의 o1(79.2%)을 앞섰다. 놀라운 것은 R1의 개발비용이 경쟁사의 20분의 1 미만이고, 반도체도 중국산 저사양 제품만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딥시크 R1은 실리콘밸리를 넘어 전 세계 자본시장을 강타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첨단 반도체 수요가 줄 것이라는 전망에 엔비디아 주가가 지난 27일 17% 폭락했다.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를 납품하는 SK하이닉스 등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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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노쇼’의 기준 자영업자들은 대량 주문이나 단체회식 예약을 받으면 본능적으로 노쇼(No-Show·예약 후 연락 두절)를 걱정한다. 약속 시간이 됐는데 예약자가 나타나지 않고 연락도 안 되면 말 그대로 ‘멘털’이 무너진다. 금전적 피해도 막대하지만 배신감에 치를 떨게 된다. 배달 앱을 이용하면 노쇼 걱정은 덜지만 수수료가 든다. 최근 충북 지역에선 군 간부를 사칭한 노쇼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달 14~25일 충주 지역 음식점 6곳에서 “군인이 수십인분의 음식을 주문한 뒤 잠적했다”는 내용의 112신고가 접수됐다. 이런 것은 범죄 행위다.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처벌을 할 수 있고, 손해배상과 위자료를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낼 수도 있다. 주문자가 지정한 시간과 장소에 자영업자가 음식을 준비했다면, 주문자는 취식이나 수령 여부에 관계없이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주문자를 상대로 소송을 걸기는 쉽지 않다. 승소하겠지만 변호사비가 더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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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사상계 복간 사상계(思想界)는 1950~1960년대 지성인의 필독서였다. 장준하 선생(1918~1975)이 사재를 털어 1953년 4월 창간한 사상계는 해외 문예사조의 수입 통로였고 지식인들의 활동 무대였다. 국내 정치적으로는 민주·양심 세력을 대변했다. 꺾이지 않는 필봉은 4·19혁명 기폭제가 됐고, 5·16쿠데타 이후엔 박정희 독재에 맞섰다. 장준하 선생은 인간에 대한 믿음이 투철했다. 그는 사상계 창간호 권두언에서 “인간은 복잡하고도 명료한 언어를 사용하며, 개념적 추상적 논리적인 사고 능력을 갖고 있고, 그 목적 실현을 위한 의지적이며 적극적인 활동과 반성 능력을 소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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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수능 국어 1등급 받은 AI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국어 과목은 통합 교과 성격이 강하다. 많은 정보가 담긴 글을 1~2분 안에 읽고, 의미 파악은 물론이고 추론까지 해야 한다. 고교 교사들에 따르면 국어를 잘하는 학생은 수학·영어·탐구 영역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는 경우가 많지만, 반대 사례는 그만큼 안 된다고 한다. 인공지능(AI)이 수능 국어 영역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보였다. 지난 9월 출시된 오픈AI의 챗GPT o1-프리뷰 모델이 올해 수능 국어에서 97점(원점수)을 얻었다. 한 문제만 틀리고 모두 맞힌 것이다. 80분 시험에서 AI가 총 45개 문항을 푸는 데 걸린 시간은 35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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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한강 노벨상 ‘특별사면’ 빌린 책을 제때 반납하는 것은 도서관 이용의 기본 에티켓이지만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도서관은 그럴 때 연체 기간만큼 대출을 제한한다. 공공재인 도서관 장서를 사회 구성원들이 편리하고 공평하게 이용하게 하려는 의도다. 연체료를 물리기도 한다. 1책당 1일 100원씩 연체료를 부과하는 식이다. 돈을 내면 연체 기간에 관계없이 바로 책을 빌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