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민
논설위원
최신기사
-
오창민 칼럼 ‘수도권 반도체론’이 말하지 않는 것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전북 새만금 지역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통령실이 “강제로 뽑아서 옮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기업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표현도 썼다. ‘반도체 입지’ 논쟁이 수도권 반도체론자들의 승리로 기우는 듯하다. 반도체 산업은 기업 간 경쟁을 넘어 국가 대항전의 모습을 띠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거둔 경이로운 실적은 반도체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지원 필요성을 보여준다. 그런데 국가가 땅을 대고 국민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반도체 공장을 수도권에 짓는 게 최선인지 여전히 의문이다. 수도권 반도체론자들은 새만금의 단점과 용인의 비교 우위를 강조한다. 그러나 그들은 반도체 공장의 수도권 집중이 가져올 부작용과 수도권 입지 자체의 한계와 문제에 관해선 말하지 않는다. 경북이나 전남 등 다른 비수도권을 대안으로 제시하지도 않는다.
-
여적 ‘집값 조작’이라는 범죄 한국인에게 아파트는 평생의 목표이자 재산 목록 1호다. 가족과 생활하는 안식처일 뿐 아니라 사회적 지위와 평판까지 드러낸다. 사람들이 아파트를 사기 위해 영혼까지 끌어모으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아파트 시장은 공정하지 않다. 중고차 시장처럼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매수자가 턱없이 불리하다. 파는 사람은 물건의 시세와 장단점 등을 속속들이 알지만 사는 사람은 그렇지 못하다. -
오창민 칼럼 영어학계의 수능 쿠데타 한국의 초·중등 교육은 200개 남짓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문항에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학 이론으로 보면 학교 수업(교육과정)이 몸통이고 수능(평가)은 꼬리지만, 교육 현실은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사교육은 물론이고 공교육 자체가 수능 문제 풀이에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무엇을 얼마나 가르칠지 결정하는 교육과정 개편을 흔히 권력투쟁에 비유하지만, 수능에 무슨 과목을 어느 정도 어떤 방식으로 반영할지 정하는 일도 그 못지않다.
-
여적 “너 때문에 다 망쳤다” “너 때문에 다 망쳤다.”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당시 분노한 김건희가 윤석열에게 했다는 말이다. 김건희가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 게 많았는데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해 모두 망가졌다는 취지라고 한다. 조은석 내란특검은 김건희의 비상계엄 연루 의혹을 부정했다. 그 근거 중 하나가 이 발언이다. 특검은 김건희가 계엄에 가담했다면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것으로 봤다. 김건희는 그날 계엄과 관련된 모임에 참석한 사실도 없다고 한다. 성형외과에 가는 등 행적도 계엄과는 동떨어졌다. 박지영 특검보는 “김건희를 보좌한 행정관과 성형외과, 관저 모임에 참석한 군인들도 조사했으나 김건희가 계엄에 관여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
여적 ‘총알받이’ 평가원장 한국에서 대학 입시만큼 휘발성이 강한 소재도 없다. 대통령 등 권력자 입장에선 대입 관리가 엄청난 ‘리스크’이고, 잘해야 본전이다. 특히 대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공정성과 엄밀성, 예측 가능성이 생명이다. 단 한 명이라도 불합리하게 이득을 보거나 손해를 입으면 안 되고, 출제·채점 과정에 털끝만 한 오류도 있어선 안 된다. 그래서 정부는 수능을 ‘외주화’하고 있다. 대기업이 위험한 업무를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것과 비슷하다. 대입 정책을 총괄하고 제도를 운용하는 부처는 교육부지만, 수능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관장한다. -
여적 징역 15년 구형된 ‘V0 김건희’ ‘V0 김건희’의 1심 결심 공판이 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민중기 특별검사는 “헌법 질서 내에서 누구도 법 위에 설 수 없고 누구도 법 밖에 존재할 수 없는데 김건희만은 대한민국 법 밖에 존재해왔고 대한민국 법 위에 서 있었다”며 징역 15년과 벌금 20억원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김건희는 일반 국민은 상상하기 어려운 특권적 행태를 보여왔다고 했다. -
오창민 칼럼 송미령 장관은 왜 살려줬나 윤석열의 비상계엄과 내란 행위에 가담한 공직자들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벌해야 한다. 정치적 중립을 어기고 국민을 배신한 공직자는 솎아내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하는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는 뜬금없다. TF는 김민석 총리가 발의했다. 대통령 직속 기관 및 독립기관을 제외한 49개 전체 중앙행정기관 소속 공직자를 상대로 내란 가담자를 조사한다. TF 활동 기한은 내년 1월 말까지다. 12·3 비상계엄 직전 6개월부터 직후 4개월까지 10개월간 불법계엄 모의·실행·정당화·은폐 행위를 한 공직자를 가려낸다.
-
여적 최상목의 ‘선택적 기억’ 최상목 전 부총리가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로 기소된 전직 총리 한덕수 재판에 지난 17일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한덕수에게 뼈 때리는 증언을 했다. 12·3 비상계엄 당시 한덕수가 윤석열에게 반대 의사를 표시한 걸 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제가 있는 동안에 그런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대통령실에 모여 있던 국무위원들에게 자신이 했던 말도 공개했다. “‘어떻게 된 거냐. 누가 알았냐. 왜 여기 앉아 계시냐. (윤석열의 계엄 선포를) 만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했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과 나눈 대화나 이들의 언행에 관해서도 증언했다. 윤석열 앞에서 “‘안 된다. 절대로 안 된다. 다시 생각해달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도 했다. 매우 비상한 기억력이다. -
여적 국어 불수능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올 입시의 주요 변수 중 하나는 지난해보다 국어가 어렵게 출제됐다는 점이다. 작년보다 두 문제 정도를 더 틀려도 1등급(상위 4%)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대형 입시학원들은 올해 국어(언어와 매체) 표준점수 최고점이 140대 중후반으로 상승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엔 139점이었고, 역대급으로 어려웠던 재작년엔 150점이었다. ‘불수능’과 ‘물수능’의 기준은 통상 140점이다. 국어는 1교시 과목이다. 국어가 어려우면 수능 전체에 대한 수험생들의 체감 난도가 확 올라간다. 1교시를 잘 치렀다고 생각하면 다음 시험에도 자신감이 생기지만, 망쳤다고 생각하면 불안감이 커진다. 올해도 1교시 뒤 ‘멘붕’에 빠졌다는 수험생이 적지 않았다. -
여적 유치원 아닌 ‘영어유치원’ 유아 대상 영어 사교육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교육당국이 단골로 내놓는 정책이 있다. ‘영어유치원’ 사용 금지령이다. 유아 영어학원이 유치원 명칭을 사용하면 과태료를 부과하고 시설 폐쇄까지 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교육부는 유아교육 정보가 유통되는 온라인 카페와 언론 등에도 영어유치원이라는 표현이 나오면 정정하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
여적 깐부동맹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치킨집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갓 튀긴 닭고기를 놓고 ‘소맥’ 러브샷을 했다. 세상 눈이 쏠린 친목 자리는 화제도 만발했고, 금세 그 치킨집 이름을 따 ‘깐부동맹’이라 불렸다. 보유 재산 250조원, 세계 9위 부자인 황 CEO는 그래픽처리장치(GPU)로 명실공히 세계를 지배하는 AI 혁명의 주인공이다. 그는 자신을 찾아온 어린이의 티셔츠에 큰 글씨로 사인해줬고, 시민들과 소탈하고 정겨운 대화를 나눴다. 이 회장은 “행복이란 게 뭐 이렇게 맛있는 것을 먹고, 그런 것 같다”며 웃었고, 정 회장은 한·미 관세협상 타결로 자동차 관세가 15%로 인하된 것에 “이제 우리가 잘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여적 ‘대통령 변호처’ 된 법제처 대한민국 대통령 임기는 5년이다. 연임이나 중임할 수 없다. 국민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헌법은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제70조)”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조원철 법제처장은 지난 24일 국정감사장에서 “국민이 결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대통령 임기를 4년 연임제로 개헌할 경우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적용되느냐”는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대한 답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