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서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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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예술원 ‘그들만의 잔치’ 예술인 지원 제도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누군가는 자기 좋아서 자기 일 하는 사람들이 왜 수혜자가 돼야 하냐고 묻는다. 혹자는 “지원 제도는 그게 없었으면 일찌감치 포기하고 다른 길 찾았을 예술가를 희망고문할 뿐이며, 작품활동만으로 생활이 어려운 창작자는 재능이 부족한 사람이므로 얼른 그만두는 편이 낫다”는 비정한 말을 하기도 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동시대에 상품성을 입증해야만 훌륭한 예술일 리 없다. 후대에 그 가치를 인정받은 예술가들의 숱한 사례가 있고, 설령 ‘상품성’이 부족하더라도 작품에 다른 가치가 내재되었을 수 있다. 그리고 ‘좋은’ 작품을 위해서는 숙고하며 작업할 수 있는 여유와 비축된 힘이 필요하다. 시장의 선택을 받거나 집안 사정이 좋거나 기업 후원을 받은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뜻을 펼칠 기회는 고르게 주어져야 하기에 예술 지원이 요구된다. 다만 공공자금으로 예술인을 지원할 때에는, 해당 맥락에 일반 시민도 고개를 끄덕일 가치가 존재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록으로서 가치를 남긴다든지, 공동체 구성원에게 이로운 역할을 한다든지. 최근 공개 비판을 받은 대한민국예술원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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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건보료 재산점수 없애라 “프리랜서입니다. 18년도 연봉 3300만원이었고요, 19년도 딱 2번 수입이 커서 연봉 4500만원으로 측정됐고 20년 코로나로 (본업) 수입 0원 됐습니다. 먹고 살길 없어 차로 ‘쿠팡 플렉스’ 알바해서 연봉 600만원 벌었습니다. 월 70만원 벌었지만 18년도 연봉으로 건보료 매달 28만원 냈고요, 저번 달에는 그나마 있던 차 400만원에 팔았습니다. 먹고살려고요. 지금 알바도 못하는데 19년도 적용으로 건보료 34만원 나왔네요.” “8만원 내던 건보료 18만원 내란다. 비싸서 따졌더니 일용직으로 여기저기 일했다고 다닌 곳마다 서류 떼어오라니 미친다. 재산은 17평 집 한 채, 금융자산은 없다. 코로나로 일거리도 없다. 일하고 싶어도 일거리는 없고 건보료는 자꾸 올라가고 살맛 안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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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내 꿈은 1.5룸 옷장을 새로 들였다. 폭 80㎝, 높이 186㎝. 메이플 색상, 한쪽 문은 전면 거울. 거울이 화룡점정이다. 5.4평 원룸의 가장 깊은 부분을 관통해 맞은편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반사하여 공간을 더욱 환하게 만든다. 실제보다 넓어 보이는 착시효과도 준다. 이 옷장을 고른 스스로가 기특했다. 새 옷장은 삶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감각과 함께 일종의 성취감마저 줬다. 그래, 이건 분명 행복에 가까운 감정이다. 옷장 하나로 행복해지는 나, 비정상인가요? 이 지면을 통해 ‘5평 주택 논쟁’을 소개한 적 있다. 2019년이었다. 어떤 트위터 이용자가 역세권 청년임대주택으로 제공되는 대부분이 5평 내외 원룸이라며 “청년주택에서 행복을 꿈꿀 수 있을까?”라는 자문과 “누구든 좁고 작은 방에 사는 게 괜찮을 리 없다”는 자답을 남겼다. 해당 트윗은 논쟁을 일으켰고, 5.4평 거주자로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정작 본인은 괜찮은데, 타인에 의해 ‘괜찮지 않은’ 존재로 규정당하는 게 지긋지긋했다. 좁고 작은 방에 실제 살고 있는 사람이 그 말을 들으면 상처받을 수 있으며, 좁아도 다른 조건이 충족되면 기쁨과 만족을 얻을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을 썼다. 행복을 느끼고 있는 나를 보니 그때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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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안락사라도 허용하든가 뒤늦게 영화 <노매드랜드>를 봤다. 광활한 대자연의 아름다움은 압도적이었고, 노마드들의 산뜻한 우정이 좋은 기운을 전해줬다. 그 또한 삶의 선택지 중 하나이며, 각자 자기 기질에 맞는 선택을 하여 끝내 삶을 사랑하라는 영화의 메시지에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다만 그게 ‘미국 백인 중산층’ 출신이 아니어도 가능한 삶일지, 의문을 지울 수 없다. 노마드 캠프에 흑인은 없다. 일자리 구하기가 흑인에게 더 난도 높다는 사실과, 노마드로 미 대륙을 누비다 경찰의 과잉 대응을 마주할 확률이 높다는 배경이 있을 것이다. 또한 한국 노인에게는 아마존의 ‘캠퍼포스(Camper Force)’ 같은 일자리마저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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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누구나 작가 되는 세상 “요즘에도 경향신문에 글 써?” 대뜸 A가 내게 물었다. 그렇다고 답하자 옆에 있던 B가 “신문에 글 쓰고 있었어?”라며 놀랐고, 함께 있던 C는 B에게 “최서윤, 작가잖아. 작가 같아 보이진 않지만”이라고 말했다. 비아냥댄 것 같은데, 기분 탓일 수 있으니 확실히 하고자 C에게 물어봤다. “작가 같은 게 뭐지? 작가에 편견 같은 거 있나?” 나의 물음을 C는 ‘듣씹(듣고 씹기)’했다. 두 번 물어보기 구차해서 C의 면면을 떠올리며 추측했다. 그는 이런 말을 한 적 있다. “요즘에는 개나 소나 작가잖아. 책 하나 내고 강연 다니고.” 작가에 대한 확고한 상이 있고, 거기 ‘합격’ 못한 이들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고는 누군가의 성취를 욕하며 씩씩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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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이대남’이라는 집단에서 벗어나기 30대 중반인 자로서, 이제 20대 때 감정은 떠올려야 하는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때의 불안과 공포, 분노가 생생하다. 모든 것이 절망적이고 자신을 믿을 수 없는 시기였다. 2008년 금융위기의 그늘로 인한 구직의 어려움, 터무니없어 보이는 집값은 막막함을 부추겼다. 최악은 잦은 주기로 갱신된다. 한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2020년 하반기 구직자들이 느낀 구직난 수준은 5년래 가장 심각했다. 그 와중에 종합주택 매매가격지수, 전세가격지수 모두 가파르게 상승했다. 20대의 공포와 절망감이 더욱 커지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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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이건 세입자가 너무했네 ‘이건 세입자가 너무 했네’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지인의 회사가 사무실로 쓰기 위한 건물을 매입하며 생긴 일을 전해 듣고 그랬다. 건물주가 6월에 오를 세금에 부담을 느껴 급하게 내놓은 매물이었다. 건물 가격이 많이 올라 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 양도세의 부담이 커질 것이 빤했다. 급매물 특성상 시세보다 저렴해 회사 대표는 이 건물을 사기로 했다. 문제는 건물의 용도변경 때문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집을 비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 중에는 계약기간이 남은 이들도 있었다. 계약기간 중 이사 요구는 임차인의 주거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그래서 이때 임대인이 보증금과 별도로 ‘이사비’를 지원하는 것이 관례다. 실질적인 용역비용 및 중개수수료에 더해, 옮길 곳을 알아보는 과정의 시간소모와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보상하는 것이다. 비용은 법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계약 조건과 협상 주체 재량에 따라 적으면 수십만원, 많게는 수백만원에 이른다. 임차인 계약갱신요구권 도입 이후에는 1000만원까지 지불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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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있는 놈이 더하다 ‘노후대비’라는 말을 들을 때면 부정적인 감정이 먼저 떠오른다. 원룸촌에서의 경험 때문일 것이다. 다가구주택으로 구성된 원룸촌 집주인 대부분은 이미 노후의 삶을 살고 있거나 노후대비로 주택 임대업을 하는 중장년층이었다. 집도 노후해서 살면서 크고 작은 불편을 자주 겪었다. 그렇다고 임차료가 낮은 편도 아니었다. 나는 품질 좋고 교통편의성 높으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청년공공주택의 ‘대량’ 공급이 필요하다고 봤다. 물론 많은 집주인들은 환영하지 않았다. 노후대비를 위해 대학가에 주택을 마련해놨는데, 기숙사나 공공주택이 생기면 자신의 이익이 침해당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들에겐 청년들이 저렴하고 괜찮은 주거시설에서 안전하게 지낼 수 있을지 여부는 안중에 없어 보였다. 오직 자신의 손해가 걱정일 뿐. 거칠게 요약하면 ‘본인의 노후가 청년들의 현재보다 더 중요하다’ 정도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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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지역가입자 건보료, 작작 올려라 정말 해도 너무한다. 코로나19 시국으로 소득이 줄었는데, 건강보험료는 올해 또 올랐다. 지난해 물가상승률 0.5%를 훌쩍 뛰어넘는 2.89%의 건강보험료율 인상률이 있었고, 전년도의 ‘일시적’인 소득까지 모두 보험료 산정 기준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를 조정하기 위해서는 스쳐 지난 회사마다 일일이 해촉증명서를 발급받은 뒤 건강보험공단에 제출해야 한다. 인세의 경우는 방법이 없다. 대부분의 책은 1쇄보다 증쇄의 판매량이 적기 마련인데, 이 때문에 인세가 작년보다 대폭 줄어도 올해의 건강보험료는 줄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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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교양 여행 게임 교양을 쌓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많은 사람들이 대학이나 언론에서 선정한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이나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목록을 참고한다.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게임’ 리스트도 끼워줬으면 좋겠다. 교양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어떤 존재이며 나는 어떤 인간이 되어야 할지, 더 나은 공동체와 세계는 어떤 모습일지 고민하게 만드는 지식이고, 공감의 반경을 넓히게끔 돕는 문화적 자양분이다. 그리고 ‘위쳐3’는 교양 있는 게임이다. ‘더 가디언’이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게임 TOP50’ 중 TOP5를 차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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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부캐의 권리 ‘부캐’란 용어가 올해 주목받았다. 본래 온라인게임에서 주로 쓰인 말이다. 이미 육성한 캐릭터가 있지만, 새 캐릭터를 다른 종족이나 특성으로 키울 때 쓰였다. 이제는 유명 연예인이 기존과 다른 이름으로, 새 영역에서 색다른 이미지로 활동하는 일을 설명할 때도 쓰인다. 부캐 육성은 자신에게 덧씌워진 선입견에서 벗어나 해방감을 얻을 수 있는 효율적 수단이다. 점잖고 단정한 이미지였던 연예인도 부캐를 키우면 맘껏 깐족거릴 수 있다. 부캐라는 이름 아래 대중은 이를 관대하게 볼 것이다. 부캐는 연예인의 개성을 확장시켰고, 매너리즘에 빠진 이에게는 새로운 활력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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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MBTI로 과학자 약 올리기 저명한 과학자이자, 친애하는 페이스북 친구가 성격 유형 검사인 MBTI 열풍을 걱정하는 글을 포스팅했다. MBTI가 과학적 근거가 빈약한 지표이기 때문이라 했다. MBTI는 이분법으로 나눠(I/E, S/N, F/T, P/J) 지표를 정하는데, 이것으론 정확한 결과를 도출하기 어렵다. 예컨대 I 성향이 51%인 사람과 90%인 사람 모두 I로 분류돼버리는 게 정확한가? 이처럼 이분법으로 나누는 방식은 우리 성격이 스펙트럼의 한 지점에 위치하고, 그 지점이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가릴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밖에도 많은 문제점이 지적됐고, 문제의식에 동조하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그중엔 MBTI에 진심인 사람들을 비웃으며 우월감을 전시하는 댓글도 있었다. 순간 충동을 느꼈다. 이해하지 못한 척 엉뚱한 댓글을 달아 약 올리고 싶은 충동이었다. MBTI 검사가 ‘과학적’이지 않다는 데 동의하지만, 그럼에도 나름의 효용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그곳의 지배적 분위기에 반항하고 싶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