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진
고려대 교수·경제학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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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국민들이 그렇게 우습게 보이나 이렇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2016년 12월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이 발생하고 나서, 많은 국민들이 거의 매주 탄핵촉구 촛불시위에 나설 때 외친 말은 ‘이게 나라냐’였다. 매서운 칼바람을 맞아가며 탄핵촛불시위에 동참한 많은 국민들은 당리당략을 뛰어넘었고, 이념과 정파를 떠나 국민들은 ‘최소한의 염치’를 알았다. 그랬기에 일부 수구세력들의 극렬한 저항을 뚫고 대한민국은 불가능해 보이던 탄핵의 강을 건널 수 있었다. 부족주의 진영논리를 극복한 결과다. 정확히 5년이 지난 지금, 코로나19가 2년째 전 세계를 할퀴고 있는 와중에 우리는 새로운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다, 그런데 이 대선경쟁에 선 양강후보들 그리고 그 지지자들에게는 최소한의 염치도 없어 보인다. ‘공정’이라는 말의 의미는 오염된 지 오래다. 두 후보에 대한 본인, 가족, 주변인사들의 비리의혹과 도덕성 시비가 연일 터지는데도 양쪽은 내로남불이다. 자신의 비리와 의혹을 물타기 하기 위한 목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기획된 비리의혹도 다반사이다. 묘서동처(猫鼠同處)라 했던가? 편향된 평론가들과 지식인인 체하는 이데올로그들도 서로서로 한편이 되어 후안무치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 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선을 넘어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혐오감을 극한까지 밀어붙여 보려는 기세들이다. 예측건대 이번 대선의 투표율은 역대 최저가 될 가능성이 높고 당선자도 역대 최저의 득표율로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어느 쪽이 당선되더라도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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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미래가 보이지 않는 대선 경쟁 대선이 100여일 남았다. 주요 정당의 대선 후보들도 모두 확정되었다. 2년간 지속되던 전염병으로부터 심각한 타격을 입은 세계경제는 서서히 회복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도 예상 밖의 선전을 하였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선진국은 회복세이지만 대부분의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들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인플레이션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내년은 매우 중요하다. 코로나19가 할퀴고 간 상처로부터 회복하고 국민적 통합을 이루어야 할 중차대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수요진작과 공급부양의 쌍끌이 경제전략을 구사하고, 평생역량 개발에 대한 투자와 적극적인 일자리 정책으로 빠르고 공정한 회복을 지향해야 할 시기이다. 자산불평등과 자산양극화의 폐단을 줄여야 할 시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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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문제는 자산불평등이야, 바보들아 대선을 앞두고 모두가 ‘양극화 해소’와 ‘불평등 완화’를 정책기치로 내걸고 있다. 여야의 대선 후보들은 도대체 어떤 양극화 해소와 불평등 완화를 염두에 두고 있는가? 상위 25%가 순자산의 75%를 점유하고 하위 50%는 겨우 10%의 순자산만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에서, 천문학적 예산을 들여 한 달에 현금 몇만원씩 모두에게 똑같이 나눠주면 자산불평등과 이로 인한 기회불평등이 해소되리라고 생각하는 후보가 있는가 하면, 자산 및 기회불평등의 적극적 시정 없이 시장에 맡겨두거나 약간의 임금조정만 하면 불공정이 개선되리라고 생각하는 후보도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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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대장동의 ‘오징어 게임’ 최근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에서 대박을 쳤다. <오징어 게임>은 빚으로 벼랑 끝에 몰린 456명의 ‘밑바닥 인생’들이 456억원이라는 일확천금을 두고 목숨을 건 경쟁에 참가하는 데스 게임물이다. 데스 게임물은 그동안 여러 나라에서 여러 형태로 제작되었지만 <오징어 게임>의 관전 포인트는 한국식 변주이다. 딱지치기, 달고나뽑기, 구슬치기 같은 추억의 놀이들, 암호로 사용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각 인물의 절절한 신파적인 사연까지, 모두 우리에게 친숙한 것들이다. <오징어 게임>은 출연자들의 의상, 세트, 조명을 비롯해 많은 부분을 비현실적으로 설정함으로써 시청자에게 드라마의 내용은 현실이 아님을 강조한다. 게임의 진행도 외딴 무인도, 매우 인공적인 세트 안에서 진행시킨다. 하지만 비현실 속의 <오징어 게임>은 한국 자본주의의 민낯을 너무도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보여준다. 내가 살려면 경쟁자를 가차없이 짓밟아야 하는 승자독식, 일확천금을 위해 비열한 짓을 넘어 목숨까지 거는 수많은 ‘게임의 말’들, 그리고 그러한 데스게임을 재미있다는 듯이 쳐다보며 때로는 판돈을 거는 VIP들 등등. ‘(게임장) 밖에 나와보니 여기가 더 지옥이야’라든지 ‘당신은 아직도 사람을 믿나?’라는 드라마 속 대사는 처절하다. <오징어 게임>은 드라마에 등장하는 수많은 어릴 적 골목놀이들이 사실은 한국 사회를 살아나가기 위해 필요한 적자생존의 논리를 배우게 만드는 게임이었음을 상기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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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소득보장 넘어 양질의 삶 보장으로 지난 19일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의 주관으로 ‘소득보장체계 혁신방안 정책토론회’가 개최되었다. 세 명의 전문가가 소득보장의 세 가지 대안(기본소득, 부의 소득세, 최저소득보장제)에 대해 각각 발표하고 다섯 명이 토론을 하였다. 근래 보기 드문 우수한 토론회였고 우리나라의 소득보장체계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질 높은 대안모색이 이루어졌다. 그간 기본소득에 대한 정치적 공방은 많았지만 논의의 건설적인 진전은 별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일차적 이유는 이재명 지사 측에 있다. 비판의 표적을 끊임없이 움직여서 무엇이 정책의 핵심인지 애매하게 만들어 버리고 논쟁을 희화화시켜 버렸기 때문이다. 획일적 현금지급은 차등적 소득보장에 비해 소득재분배 효과가 작아 가성비가 낮다고 비판하면 기본소득은 소비를 진작시켜 성장을 촉진하는 분배적 성장정책(오리너구리)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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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섹스, 거짓말…’ 같은 민주당 경선 민주당 대선 경선이 난장판이다. 민주당의 양강이라고 할 수 있는 이낙연과 이재명 후보 간에 후자의 여성문제로 치고받고 하더니 급기야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 ‘당신은 그때 무엇을 했느냐’고 서로 적통논쟁을 하기도 한다. 지금이 왕조시대인 줄 아는가 보다. 최근에는 한반도 5천년 역사까지 거론하며 ‘백제열패론’으로 전장이 바뀌었다. 아침 출근길 차 안의 라디오에서 주현미씨가 부르는 ‘백마강’이란 노래가 흘러나온다. 백마강에 고요한 달밤아 고란사의 종소리가 들리어 오면 구곡간장 찢어지는 백제꿈이 그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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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획일이 공정하다는 착각 공정이라는 단어가 한국사회의 화두가 된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만큼 세인들의 주목을 받은 시기도 없을 듯하다. 코로나19로 어떤 이들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고통을 감수하는데 다른 이들은 서민이 10년 걸려도 모으기 힘든 재산을 부동산투기로 1년 만에 축적하고, 어떤 이들은 사력을 다해도 얻지 못하는 특혜와 자리를 다른 이들은 부모찬스, 권력찬스로 쉽게 얻으니 참으로 불공정한 세상이다. A는 ‘공정과 상식’을, B는 ‘공정과 성장’을, C는 ‘공정과 경쟁’을 이야기한다. D는 법치를, E는 능력주의를, F는 필요원칙을 공정이라 한다. 가히 공정의 백화제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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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본소득과 조삼모사 윤형중씨에게 반론한다 오세훈 시장과 이재명 지사 간에 안심소득과 기본소득을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던 6월2일, 나는 이에 대한 관전평(‘안심소득과 기본소득, 오해와 진실’)을 경향신문에 기고하였다. 내 글이 불편했던지 이 지사는 ‘조삼모사’라는 표현에 민감하게 반응하였고, 이 지사 쪽 교수들의 신문 투고도 줄줄이 이어졌다. 그 와중에 노벨상의 권위에 기대려다 망신을 당하기도 하였다. 지난 6월 11일에는 한국기본소득네트워크의 윤형중씨가 ‘기본소득과 안심소득 온당한 비교를 하려면’이라는 글을 경향신문에 기고하여 내 글을 비판하였다. 윤씨는 내 비교가 온당치 않은 이유로 두 가지를 들었다. 첫째, 안심소득제에는 재원마련 방안이 없는데 내가 안심소득제를 마이너스 소득세로 오인하였다는 것이다. 둘째, 나는 안심소득과 기본소득을 재분배 효과와 재원 규모라는 두 가지 잣대로 비교했는데 양 제도의 순비용의 합은 같기 때문에 내 비교는 착시라는 것이다. 내 글에는 오인도 착시도 없다. 윤씨야말로 내 글의 요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본인 자신의 말이나 예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조차 모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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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안심소득과 기본소득, 오해와 진실 안심소득과 기본소득을 둘러싸고 오세훈 시장과 이재명 지사 간에 연일 공방이 치열하다.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간의 공방이라 국민들의 관심이 크고 양쪽의 편가르기도 심하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재원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이지 않다. 이 때문에 정책의 핵심은 가려지고 진영논리와 인신공격만 무성하다. 오 시장의 안심소득은 중위소득 이하의 사람에 대해 중위소득과 실제소득 간 차이의 50%를 지급해주는 정책이다. 예컨대 중위소득이 100이고 실제소득이 30이면 그 차이의 50%인 35를 지급해준다. 안심소득제에서는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보조금액은 50%씩 삭감되고 소득이 중위소득보다 큰 사람은 지급받지 못한다. 반면 이 지사의 기본소득은 모두에게 똑같은 액수를 획일적으로 지급한다. 표면상 선별 대 보편이 대립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두 제도의 이런 차이는 겉보기일 뿐이다. 양자의 차이가 보수 대 진보의 차이는 더더욱 아니다. 예컨대 오세훈식 안심소득은 ‘보편적’ 기본소득에 비선형 소득세를 결합한 방식으로 설계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은 영국의 진보경제학자인 제임스 미드가 제안한 바 있다. 마찬가지로 이재명식 기본소득도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평균소득 이하의 사람들에게 일정비율로 보조금을 삭감하는 ‘선별적’ 제도의 한 변형으로 설계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은 미국의 보수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이 제안한 바 있다. 정책은 그 효과가 중요한 것이지 누가 주장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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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미래 꿈나무들에게 사회적 상속을! 대한민국의 자산불평등과 이로 인한 기회불평등은 심각한 수준이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나타난 가구 순자산의 10분위별 점유율을 보면 상위 10%가 전체순자산의 43.7%를 점유하는 반면 하위 10%는 점유율이 -0.3%이다. 하위 10%는 자산보다 부채가 많다는 말이다. 상위 30%가 74.4%를 점유하고 있는 반면 하위 50%는 10.1%를 점유할 뿐이다. 내 추계에 의하면 피케티의 베타라고 불리는 국부를 기준으로 한 자산-소득 비율을 보면 1966년 443%이던 것이 꾸준히 상승하여 2019년에는 851%가 되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한국 사회에서는 자산불평등보다 소득불평등이 훨씬 더 중요하다면서 피케티가 틀렸다고 단언했지만 내가 보기에 정작 틀린 것은 피케티가 아니라 장하성 실장이다. 어쩌면 많은 청년들을 졸지에 벼락거지로 만들어버린 것도 이러한 초기의 잘못된 정책판단이 불러온 예견된 참사일지도 모른다. 자산불평등의 시정이 소득불평등의 시정보다 더 시급하고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과제라는 것은 일반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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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부동산과 촛불민심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은 민생이고 욕망이고 정치이고 복마전이다. 대략 인구의 반은 부동산 유산계급이고, 나머지 반은 부동산 무산계급이다. 부동산 유산계급은 보유부동산의 위치에 따라 강남클래스와 비강남클래스로 나뉜다. 부동산은 가계자산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뿐 아니라 가장 중요한 자산증식 수단이기도 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부동산가격의 등락은 전 국민의 관심사이고 정치적 시한폭탄이다. 부동산가격이 오르면 부동산 무산계급이나 비강남클래스가 분노하고, 부동산가격이 내리면 부동산 유산계급이나 강남클래스가 불만스러워한다. 부동산가격이 올라서 보유세가 좀 오르면 ‘가진 것은 강남에 집 한 채뿐인’ 불쌍한 노인들에게 세금폭탄을 퍼붓는다고 난리이고 양도소득세를 낮춰 먹튀를 활성화하라고 아우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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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혁신, 인공지능과 일자리 자본주의사회에서 발전과 성장의 동력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혁신’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인구도, 저축도 성장의 궁극적 동력은 아니다. 혁신에 의해 좋은 투자기회가 많이 창출되어야 인구와 저축이 일자리와 투자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성장이 추동된다. 그런데 혁신은 때로는 기존의 산업구조와 생산방식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킨다. 그래서 슘페터는 혁신을 ‘창조적 파괴자’라고 한 바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라 종종 불리는 최근 시기의 가장 중요한 혁신은 아마도 인터넷이나 인공지능일 것이다. 그런데 인터넷이나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앞으로 인간노동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것이며 극단적으로는 생산현장에서 사람이 하던 일을 인공지능 로봇이 대신할지 모른다는 우려와 공포가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다. 로봇이라는 말은 체코어로 원래 노예를 뜻하는 말인데 혁신으로 인해 노예가 주인을 쫓아내버릴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엄습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러한 경향을 저지하기 위하여 로봇세나 디지털세를 도입하고, 동시에 이러한 경향으로부터 나타나는 소득불안정에 대한 대안으로 기본소득을 나누어줘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