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현
미국 솔즈베리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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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새해엔 목소리 담을 ‘여의도’가 되길 기원한다 2011년의 TV 쇼 <나는 가수다>는 충격적이었죠. 유명 가수들이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감동적이었습니다. 논란도 많았죠. 예술도 경쟁에 몰아넣어야 속이 시원하겠냐는 비난과 탄식이 나왔습니다. 10여년이 지난 오늘, 음악 경연 프로그램은 너무 흔해졌습니다. 워낙 경쟁이 만연한 사회가 됐으니, 그걸 탓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경쟁에 살아남기 위해 고음과 큰 음량을 과시하는 풍토는 여전합니다. 그래서인지 조용한 발라드곡에도 소리 지르는 부분이 꼭 들어갑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큰 목소리로 계속 소리를 질러대는 대표적 정치인입니다. 수탉의 새벽 울음처럼 온갖 주장이 뒤섞인 트위터로 아침을 열죠. 일국의 대통령이 했다고 믿기 힘든 주장, 뻔한 거짓말, 선동을 이어갔습니다. 워싱턴포스트 분석에 따르면 하루 평균 50여개의 거짓말을 한다죠. 전담팀이 애를 써도 다 분석하기 벅차다는 고백마저 나옵니다. 게다가 이 허황한 주장 대부분이 자기 권력과 사리사욕을 위한 말들이었습니다. 그런 탓에 대통령 리더십은 완전히 실종됐고 그 여파는 코로나19 사태에서 극명히 드러났죠. 세계 최고 의료기술, 최대 경제규모를 갖고도 코로나19 방역을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습니다. 전 세계 4%에 불과한 미국 인구가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의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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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바이든 정부’ 출범 전 남북이 해야 할 것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 각료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여성, 비유럽계가 대거 발탁되고 있죠. 워싱턴에서 관료로, 정치인으로 잔뼈가 굵은 이들이 대부분입니다. 연방준비위원장을 지낸 재닛 옐런이 첫 여성 재무장관으로, 국토안보부 부장관을 지낸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가 첫 중남미계 국토안보부 장관으로 발탁됐습니다. 국가정보국장, 중앙정보국장, 유엔대사 임명자 모두 여성으로 해당 분야 전문가들입니다. 민주당 대선 후보, 국무장관, 오랜 상원의원이었던 존 켈리가 기후특사로 임명됐습니다. 미국을 제자리로 돌려놓겠다는 바이든 당선자의 의지가 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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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트럼프와 음모론 ‘어두운 공생’ 2016년 미국 대선 직후에 에드거 웰츠는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수도 워싱턴까지 약 580㎞ 거리를 운전했습니다. 도착한 곳은 동네 피자가게. 자동소총을 들고 가게로 들어간 그는 지하실을 찾으며 총을 발사했습니다. 갇혀 있는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서였죠. 좌파 지도자들이 유아 성학대를 일삼고 그 가게 지하에서 아이들을 거래한다는 글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가게에 아이들은커녕 지하실도 없었죠. 어이없는 해프닝으로 끝났습니다. 이후 웰츠는 잘못을 시인하고 유죄판결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음모론은 사라지지 않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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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썩어 헐거워진 미국이라는 거목 얼마 전 마당에 있던 고목이 폭탄 터지듯 부서진 채 넘어졌습니다. 벌레가 먹어 헐거워진 부분을 보고 이유를 짐작했죠. 웅장한 거목도 속으로 썩으면 버틸 수 없습니다. 며칠 전 일하는 미국의 학교에서 이제 출근해도 좋다는 e메일을 받았습니다. 그날부터 10일 전 학교가 코로나19 대처 방안으로 실시하는 코로나19 테스트를 받았습니다. 아무 증상이 없었기에 양성 통보를 받고 놀랐죠. 그 통보에는 보건당국 역학 조사관이 연락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났지만 보건소 등 어디에서도 연락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출근해도 좋다는 그 연락을 받고 이래도 되나 싶었습니다. 실수든 고의든 코로나19에 감염된 채로 출근할 수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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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자유’를 악용하는 종교 코로나19 사태는 현대문명의 취약성과 모순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발전과 부의 상징이었던 대도시와 해외여행은 바이러스 온상이 됐습니다. 빠르지만, 기울어진 경제발전에 소외된 이들의 취약함도 고스란히 드러났죠. 각 나라의 문제도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미국은 시장 위주의 의료체계가 얼마나 허약한지 직면했습니다. 거짓말과 미움으로 나라를 이끈 대통령의 위험도 실감했죠. 바이러스가 보여준 한국 문제 중 하나는 교회입니다. 전광훈 목사와 사랑제일교회는 기도로 치료가 된다, 8·15 집회로 적화통일을 막아야 한다, 야외에선 바이러스 전파가 안 된다 등 뻔한 거짓말로 사람들을 선동했습니다. 그 탓에 코로나19는 무심히 그리고 무섭게 전국으로 퍼졌죠. 전광훈 목사 일당은 치료를 회피하고 방역 노력을 방해했습니다. 자기들 잘못을 수습하느라 진땀 흘리는 당국을 오히려 공격하고 있죠. 바이러스 테러 등 가짜뉴스도 열심히 퍼뜨리고 있습니다. 자기 믿음과 목사님의 미소를 위해서라면 사회 전체의 안녕은 아랑곳하지 않는 행태, 이게 사랑제일교회만의 문제일까요. 지난 주말 마녀사냥 말라며 부산 교회 270여곳이 대면예배를 강행했습니다. 왜 유독 교회에서만 이런 일이 되풀이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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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주호영 의원님께 석 달 전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습니다. 미래통합당 중진으로서 마음이 복잡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통합당은 주호영 의원님 표현대로 “큰 심판”으로 “폭망 수준의 참사”를 겪었죠. 이후 주 의원께서는 이전 지도부와는 다른 선택을 하셨습니다. “당 일각에서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모욕하는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있었고, 아물어가던 상처를 덧나게 했던 일들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며 사과했고, 광주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습니다. 드디어 보수당도 상식선에서 정쟁을 이끌어가려나 보다 하고 반가웠죠. 하지만 요즘 그 기대가 너무 성급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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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미국의 인질, 한국 2019년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나경원은 “문재인 대통령은 모욕과 경멸을 해오는 북한에 대해 안보 스톡홀름증후군에 빠져 한·미·일 삼각 공조 붕괴 위기마저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스톡홀름증후군은 인질이 범인에게 동조하고 감화되는 비이성적 현상을 말합니다. 구출된 인질범들이 범인에 대해 공포, 분노 대신 동일시하고 애착을 보였죠. 작은 배려에 감동하고 감사했습니다. 반대로 범인은 인질을 경멸했습니다. 체포 후 왜 내가 하라는 대로 했냐. 왜 아무도 덤비지 않았냐며 인질을 비난했죠. 나경원은 문재인 정부가 북한 인질이면서 북한 편든다는 비유를 한 셈입니다. 비슷한 비난이 최근까지 이어져 왔습니다. 맞는 비판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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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통일의 실체는 무엇인가, 함께 찾아야 할 때 20년 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 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6·15선언이죠. 하지만 남북관계는 아직 안갯속을 헤매고 있습니다. 여명학교도 그중 하나입니다. 여명학교는 탈북 청소년들을 가르칩니다. 작년 말 은평구로 새 터를 정하자 곧 주민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도 아니고 북한 이탈 학생이 기숙사에서 거주하는 학교다 보니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우려된다”는 주장도 있었죠. 여명학교는 통일여론의 바로미터입니다. 여러 조사를 살펴보면 “긍정적으로 보지만 관심은 크지 않고 경제적 부담에 신경 쓰인다”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여론을 통탄하며, 이런저런 통일교육을 주문합니다. 과연 효과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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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코로나 선진국 속 ‘임계장’ 아수라 백작을 아십니까. 1970년대에 방영된 로봇 만화의 등장인물입니다. 악당 중간보스로 남자, 여자 몸을 반반씩 붙여 만든 충격적 비주얼이었죠. 음식으로 치면 짬짜면쯤 될까요. 요즘 한국은 이 모습을 연상케 합니다. “BBC도 산케이도 ‘한국 다시 봤다’ ‘K방역’ 호평 기사 5000건” “24개국에서 文에 쏟아진 K방역 러브콜, 국가위상 달라졌다.” 제목만 봐도 뿌듯합니다. 과장도 아닙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한 자릿수까지 내려가고 사회는 안정을 찾고 있습니다. 프로야구 개막, 등교개학, 해외에서 보는 한국은 그저 부러울 뿐이죠. 선진국이란 말이 나오는 게 이상하지 않습니다. 정작 선진국에서는 코로나19 위기가 이어지고 있죠. 특히 미국 사정은 심각합니다. 현재 전 세계 확진자 셋 중 하나가 미국에서 나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방과 책임 전가에 여념이 없습니다. 11월 대선 승리를 위해 벌써 경기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일본도 정부 실수로 온 나라가 위기를 겪고 있죠. 독일을 제외한 서구 선진국 거의 다 코로나19 위기를 호되게 겪었습니다. 그러니 한국을 보는 세계의 눈이 다를 수밖에요. 자긍심이 자연 솟구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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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슬픈 코미디로 전락한 21대 총선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란 말을 자주 듣습니다.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겠죠. 하지만 아무리 중요해도 민주체제의 최소 장치일 뿐입니다. 이 기본만큼은 건전하게 유지돼야 민주체제라는 나무가 잘 자랄 수 있죠. 지금 한국 선거는 그 기본은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선거는 민의를 모아 밝히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발전 대 민주화라는 대결 구도는 허물어진 지 오래됐습니다. 사회적 다양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기존 거대 양당이 담을 수 없게 됐죠. 달라진 세상에 맞는 정치개혁, 이 숙제를 지난해 말 선거법 개정으로 겨우 첫발을 뗐습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신설해 민심을 제대로 의석에 반영하라는 것이 국민의 명령입니다. 민주당은 국민의 명령대로 의석이 크게 줄어드는 손해도 기꺼이 감수하고 선거개혁의 길에 나섰습니다.” 작년 12월25일 이인영 원내대표의 글입니다. 개혁안을 지난 20대 총선에 적용해보면 군소정당의 약진이 눈에 띄었습니다. 덕분에 21대 총선에서 정치 판도가 바뀌리라는 기대가 높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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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종교적 맹신 요구하는 ‘박근혜교’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 사회뿐 아니라 전 세계가 새로운 질병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벌써 많은 분이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었습니다. 고인과 유가족 여러분께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질병과 싸우시는 분들과 그 주변 분들도 용기를 잃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 힘든 싸움에서 앞장서고 계신 질병관리본부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와 의사, 간호사, 응급구조사, 소방대원 등 사회 안녕을 책임지는 모든 분께 고개 숙여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마스크를 나누는 이웃, 힘들어도 힘을 모으는 국민 여러분의 모습을 볼 때마다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에서 보여주시는 용기와 헌신에 저 또한 큰 힘을 얻습니다. 곧 총선이 다가옵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자 정치적 의지를 표현하는 기회입니다. 꼭 선거에 참여해주시기 바랍니다. 걱정과 의견을 후보들에게 전달하십시오. 이 위기를 헤쳐나갈 지혜와 또 다가올 위기를 대비할 혜안도 이들과 나누어주십시오. 그리고 선거가 끝나면 또다시 힘을 모아야 합니다. 정치적 지지를 떠나 지금 이 위기를 헤쳐나가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힘을 보태주십시오. 이 위기가 끝나는 날 밝은 얼굴로 인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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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오스카가 넘은 선, 우리도 넘을 수 있을까 20여년 전 미국 유학생들은 비디오테이프 한 보따리로 향수를 달랬습니다. 구석에서 비디오 복사하는 한국 식료품 가게가 흔했습니다. 한 집에서 잔뜩 빌려다 놓으면 다음 집에서 보고 또 돌려보고 했죠. 돈도 들고 수고스럽기도 하니 한국방송을 보기 쉽지 않았습니다. 이제 세상이 바뀌었죠. 인터넷으로 실시간 뉴스를 봅니다. 한류팬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래도 할리우드의 반대쪽 미 동부 시골이라 그런지 한국영화를 개봉하는 일은 없습니다. <기생충>이 개봉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반가운 마음에 극장에 가서 봤습니다. 직장 동료도 보러왔더군요. 그리고 지난 주말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졌습니다. 감독상을 받은 것도 믿기지 않았지만, 작품상을 받으며 대미를 장식할 땐 함성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저뿐이 아니었죠. 세계 곳곳에서 <기생충>, 봉준호 감독, 그의 예전 작품에 대한 논의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