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현
미국 솔즈베리대 교수·정치학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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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영화 ‘블랙 팬서’의 발랄한 상상력 영화 <블랙 팬서> 열기가 한국에서도 뜨겁습니다. 한 주요 장면이 부산 자갈치 시장을 배경으로 하니 한국 팬으로서 더욱 반가울 수밖에요. 만화를 기본으로 한 이 슈퍼히어로 영화는 가상의 아프리카 나라 와칸다 안팎의 싸움을 그리고 있습니다. 제작 소식이 알려지면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죠. 미국에 슈퍼히어로 영화가 많았지만, 흑인 영웅은 처음이니까요. 게다가 배우의 대부분이 흑인이고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도 다수가 흑인이어서 더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발랄한 상상력입니다. 영화 속 와칸다는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유럽 제국주의에 희생당하지 않은 나라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비밀 광물인 비브라니움 덕에 상상도 할 수 없는 발전을 이뤘지만, 외부에는 숨기고 살죠. 뛰어난 지도자들도 있습니다. 최고 무사인 왕은 미남에 통찰력과 애타심을 겸비했습니다. 왕비는 우아함을, 공주는 재치와 비범함이 몸에 배어있죠. 천연자원이 풍부함에도 정치 혼란과 내전 등으로 힘겨워하는 아프리카의 현실과 크게 다르죠. 대중매체에서 흔히 묘사하는 흑인들의 모습과도 정반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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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내각제가 ‘촛불혁명’에 걸맞은 이유 개헌 논의를 이어 가보겠습니다. 지난 칼럼을 통해 분권형 대통령제에서 분권이 힘들 수 있다고 지적했죠. 더불어 논의되는 내각제는 여론조사에서 늘 꼴찌입니다. 촛불혁명의 의미를 고려할 때 내각제가 가장 알맞은 정부 형태임을 보면 이 또한 정치의 아이러니라 할까요. 2013년 체코의 네차스 총리가 사임했습니다. 임기를 마친 게 아니라 논란에 휩싸여 더 이상 자리에 있을 수가 없었죠. 최측근들이 군 정보국에 이혼 중에 있던 총리 부인을 감시하라고 명령했고 거액의 뇌물수수 등 전횡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의회 해산, 총선이 이어졌고 야당이 승리하며 정권교체가 재빠르게 이루어졌습니다. 네차스 정부의 전횡은 박근혜 집단에 비하면 그 규모나 죄질이 동네 길고양이 수준이었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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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2018년, 남북관계 ‘회복’의 해로 좀비 영화나 드라마는 오래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워킹데드(Walking Dead)>라는 티브이 드라마는 지난 몇 년간 미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누리고 있죠. 한국에서는 <부산행>이라는 놀라운 걸작이 나왔습니다. 이런 작품은 보통 좀비의 무서움을 묘사하며 시작하지만, 곧 좀비보다 무서운 게 사람이란 걸 보여주죠. 혼란 속에서 그 어떤 괴물보다 무자비한 인간의 얼굴을 그립니다. 그런 무자비함은 무정부 상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습니다. (좀비, 핵전쟁, 외계인 침입 등에서 시작한) 무정부 상태가 숨겨졌던 본성을 깨우는 것은 아닙니다. 본성은 그대로죠. 무정부 상태에서는 다만 서로서로 믿을 수 없을 뿐입니다. 보통 때는 분쟁이 있으면 법원을 갑니다. 공권력은 범죄자를 잡아 격리해 죗값을 묻게 하죠. 내 멋대로 살고 싶지만, 나의 안전을 위해 자유를 어느 정도 포기하고 그 질서를 따릅니다. 덕분에 사람들은 지나가는 저 사람이 갑자기 나를 때리지 않으리라는 안심을 합니다. 계약하면 지켜지리라 믿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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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분권형 대통령제엔 분권이 없다 지난 11월 국회 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투표를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도 11월 말 논의를 시작했죠. 일정이 빠듯하지만, 개헌안에 대한 국민적 합의는커녕 특위 내 논의마저 아직 시작 단계입니다. 개헌의 주요 주제인 정부 형태는 정치 전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기본적 이해조차 부족하죠. 어떤 형태가 있는지, 그 효과는 어떤지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채 국민투표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대통령으로의 권력 집중과 5년 단임으로 요약할 수 있는 현 체제의 수명이 다했다는 공감은 있습니다. 재선 걱정이 없는 대통령이 권력을 멋대로 휘둘러도 막기 힘들다는 것을 박근혜가 몸소 보여줬죠. 문제는 대안입니다. 지난 대선 전 문재인 후보는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제시했고 안철수 후보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선호했습니다. 홍준표 후보는 이 둘을 적당히 섞어놓은 듯한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주장했죠. 문재인 대통령의 복안도 명확하지는 않지만, 분권형 대통령제의 면모를 포함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이 분권형 대통령제가 개헌 후 정부 형태의 큰 뼈대가 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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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미국의 쇠락, 한국은 준비하고 있나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1985년 영화 <란>은 한 영주 집안의 비극적 몰락을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는 늙은 영주가 땅을 세 아들에게 나누어주며 시작합니다. 서로 도우라는 당부가 무색하게 내분과 살육으로 이어지죠. 게다가 그 내분으로 가족과 영토를 잃는데, 영주 집안에 며느리로 들어와 복수를 꿈꾸던 이의 계책이었다는 스토리도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동아시아 정세를 살펴보면 강력한 지도자의 강경한 외교가 힘을 얻는 분위기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공산당 내 입지를 굳히면서 더욱 자신감 넘치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아베 일본 총리도 총선 압승을 통해 기존 우경화 외교를 더 밀어붙일 테죠. 북한 김정은 위원장 또한 경제 회복과 군사력 증강에 탄력을 받아 더 큰 목소리를 낼 듯합니다. 여기에 큰 목소리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방문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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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잘못을 고치는 게 잘못’이라는 억지 오래전 한 유명 스님의 말씀에 아주 혼란스러웠습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이렇게 당연한 이야기를 왜 하나 싶었죠. 게다가 사람들이 심각하게 논하기까지 하니 이상할 수밖에요. 아직도 심오한 불교 철학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다만 산을 산이라, 물을 물이라 부르는 일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것은 알게 됐죠. 미국엔 지금 한창 역사 논란이 뜨겁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탓에 안 그래도 악화되던 인종차별 문제가 더욱 날카로워졌습니다. 인종차별 문제가 트럼프 지지자와 반대자를 나누는 잣대와 겹쳐지며 정치 문제 전반에 떠올랐죠. 남부 연합군 장군들의 동상이 철거되는 것은 그 여파입니다. 철거 반대자는 트럼프 지지자와 많이 겹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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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북한의 생존방식 인정 외에 다른 길은 없다 북한 6차 핵실험과 예상되는 추가적 도발에 세상이 떠들썩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핵·미사일 분야 기술을 더 이상 고도화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며 “실제적이고 강력한 조처”를 다짐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북한과 거래하는 어떤 나라에 대해서도 미국과 무역을 중단할 수 있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죠. 이번 실험을 “고립무원 속에서 김정은의 광기 어린 핵무기 집착”쯤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태를 왜곡해 목청 높이기에만 좋을 뿐 해결에 아무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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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미군 없는 한국을 준비해야 한다 지난 6일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안 2371호는 북한 총 수출액의 3분의 1가량 타격을 주리라 예상됩니다. 게다가 이달 중순부터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 연합훈련이 시작되죠. 북한이 추가적 도발을 예고하면서 8월 위기설이 돌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북 제재, 한·미 군사훈련, 북한의 반발, 위기설 증폭 등에도 불구하고 이후 진정국면으로 이어지는 상황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한국 시민들은 평온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서구 언론에서 연일 뉴스로 다루고 있음에도, 이러한 평온함은 남북이 싸울 수 없는 한반도 현실을 반영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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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광주·세월호에서 보존할 기억 찾기 ‘광주사태’를 쉬쉬하던 시대에 자라난 저는 우연히 눈에 띈 ‘금서’를 보고 광주의 1980년을 처음 접했습니다. 그 충격적 상흔이 광주시민 가슴에 아직도 절절히 박혀있음을 알게 되기까지 또 많은 시간이 흘렀죠. 그리고 또 한참이 지난 이번 여름, 마지막 전투가 있었던 전남도청을 찾았습니다. 약간은 더운 평일 아침이었습니다. 텅 빈 광장이었지만 혼자는 아닌 듯했습니다. “그때의 함성이 들리는 듯했다”는 상투적 표현 말고는 달리 말할 수 없는 느낌이었죠. 그 함성은 민주주의를 가능케 한, 그래서 편안히 살아버린 저의 부채의식만큼이나 크게 들렸습니다. 하지만 도청은 깔끔한 ‘아시아문화전당’이 돼 있었습니다. 1980년의 기억을 찾는 저에게 직원은 옆에 있는 기념관으로 가보라고 친절하게 알려줬죠. 그제야 도청을 둘러싼 논란이 기억났습니다. 2008년 시작한 문화전당 공사 탓에 항쟁의 흔적이 훼손되거나 사라져 반발이 심했고 논쟁은 아직 진행형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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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문재인 정부 갈 길, 민의가 나침반 늘 그렇듯 이번 정부 인사청문회도 요란합니다. 비난과 고성이 오가고 사과와 변명이 따릅니다. 지지율이 14%인 제1 야당 대표는 문재인 정부를 향해 ‘위장협치’ ‘독선’을 하고 있다며 비난을 퍼부었죠. 하지만 야당의 고함이 큰 것과는 달리 여론은 문재인 정부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가 80% 안팎에 이르고 있죠. 아주 드문 일입니다. 논란이 되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임명에 찬성이 62.1%로 반대 의견 30.4%에 두 배가 넘었습니다. 대통령의 임명강행을 주문하는 의견도 과반 이상이죠. 민의가 어디 있는지는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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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브랜드 내려놓기 ‘소믈리에’라는 직업이 한국에서도 자리를 잡은 듯합니다. 협회도 있고 자격증까지 줍니다. 식당에서 와인을 추천하는 이 소믈리에들이 많아진 것은 와인 소비가 늘어난 현실을 반영합니다. 어느덧 ‘포도주’라고 부르기도 어색할 정도죠. 화이트와 레드를 구분하는 정도였던 와인에 대한 이해도 아주 깊어졌습니다. 이제는 호주산인지, 칠레산인지도 따지고 각종 브랜드와 생산연도까지 꿰차는 사람도 있습니다. 가격도 천차만별입니다. 5만원 밑에도 인기 있는 와인이 있지만 10만원을 훌쩍 넘기기도 하죠. 수십만원에서 100만원이 넘는 와인도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에겐 100만원은 고사하고 10만원만 넘어가도 쉽게 손이 가지 않죠. 어쩌다 비싼 와인을 마시게 되면 역시 다르구나 싶습니다. 조심스레 한 모금 넘기면 칭찬과 탄성이 튀어나옵니다. 비싼 데는 다 이유가 있겠지 싶죠. 별 차이를 못 느껴도 내가 잘 모르는 것이겠지 싶어 술자리가 끝난 후 와인스쿨을 검색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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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안철수 ‘새정치’의 정체가 궁금하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발 태풍이 한반도에 몰아쳤죠. ‘전략적 인내’가 끝났다며 북한을 압박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말하며 한국을 당황케 했습니다. 그 때문에 한반도 안보가 한국의 아킬레스건임을 새삼 곱씹어야 했죠. 안보를 미국에 맡기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운신 폭이 크지 않다는 현실도 마주해야 했습니다. 그 비좁은 공간에서 최선의 정책은 평화의 확장입니다. 평화는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는 것이고 그럴수록 한국의 목소리는 커질 테니까요. 평화의 공간이 줄고 대결이 고조될수록 우리의 목소리는 강대국의 고함 속에 잠기는 법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