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종국
이화여대 사학과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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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현실 베로네세의 최후의 만찬, 종교재판에 회부되다 최후의 만찬은 예수께서 수난 전날 열두 제자와 함께한 마지막 식사로 기독교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이다. 마태복음에 따르면 예수께서 열두 제자와의 마지막 식사 자리에서 ‘너희 가운데 하나가 나를 배신할 것이다’라고 말씀하신 후, 떡을 주시며 내 몸이고, 술을 주시며 내 피니 이를 받아 마시라고 하셨다. 최후의 만찬은 수많은 그림과 조각으로 제작되었으며, 기독교 7성사 중 하나인 성찬식의 근거가 되었다. 성찬식에서 밀빵과 포도주가 각기 예수의 몸과 피로 바뀐다는 성변화(transubstantiation) 교리가 나왔고, 이를 바탕으로 가톨릭에서는 오늘날에도 매주 성찬식을 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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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현실 잠자리까지 통제한 중세 교회 헉슬리의 소설 <멋진 신세계>에서는 남녀 간 사랑이 아무런 도덕적 윤리적 법적 제약을 받지 않는다. 같은 사람과 오래 사귀거나 한 사람만을 사랑하는 행위는 오히려 이상한 행동으로 취급받는다. 매일 새로운 상대와 만나고 관계를 가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관례인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는 너무 파격적이어서 아직은 우리 사회가 수용하기 어려워 보인다. 멋진 신세계에서의 성은 역사 속에서 성을 오랫동안 억압해온 것을 뒤집어보기 위한 과감한 상상일 것이다. 유럽 역사에서 특히 성에 대해 억압적인 자세를 취했던 시대는 중세였다. 중세 기독교의 가르침에 따르면 음욕은 구원 받지 못하고 지옥으로 떨어지게 만드는 7죄 중 하나였고, 성욕은 자연스러운 생리적 욕구가 아니라 철저하게 단죄해야 할 육체적 죄악이었다. 중세 교회가 성에 대해 억압적인 태도를 고수한 핵심적인 이유는 섹스가 원죄의 결과라는 인식 때문이었다. 기독교 초기 교부들은 이러한 개념을 체계화시켰고, 아우구스티누스는 성행위를 통해 원죄가 전달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성행위는 부끄러운 행위로 간주되어 즐거워해서는 안 되며 죄를 뉘우치는 마음으로 슬프게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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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현실 기독교와 이슬람의 공통점과 차이점 얼마 전 프랑스에서 2015년 무함마드를 풍자한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을 소재로 표현의 자유에 관한 수업을 했던 역사교사 사뮈엘이 체첸 출신의 18살 소년에 의해 살해당하는 비극적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교사가 무함마드를 모욕했다는 이유로 그를 살해했고, 살해 현장의 목격자들은 범인이 범행을 저지르면서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외쳤다고 전했다. 범인은 사건 현장에서 저항하다 경찰의 총에 맞아 숨졌다. 국내 언론들은 이 사건을 알라신을 믿는 나이 어린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벌인 테러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설명만으로는 왜 비슷한 성격의 비극적인 사건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지를 이해하기 어렵다.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 간의 갈등과 충돌은 1000년 넘게 지속되어 왔고 이런 불행한 역사의 저변에는 상대에 대한 무지, 오해와 편견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알라신이라는 용어도 그러한 사례 중 하나다. 기독교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쿠란에 따르면 이슬람교도들은 유대교와 기독교인들이 숭배하는 유일신 하나님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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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현실 교황이 고려왕에게 편지를 보냈을까 1333년 교황 요하네스 22세가 고려의 왕에게 쓴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에 관한 이야기를 처음 접한 것은 2016년 9월 무렵이었다. 한 인터넷 기사에 따르면 교황이 고려의 충숙왕에게 서신을 보냈다는 것이다. 이 편지가 사실이면 우리 역사에 굉장히 중요한 발견일 것이라는 전문가의 인터뷰도 함께 실려 있었다. 이후 이 이야기를 다룬 역사 다큐멘터리 영화 <직지 코드>(2017)와 김진명의 소설 <직지: 아모레 마네트>(2019)까지 나왔다. 이 이야기는 한국 사람의 자긍심과 애국심을 드높일 수 있는 소재임이 분명하다. 14세기 초반에 이미 교황이 고려왕에게 편지를 보낼 정도로 고려의 명성이 유럽에까지 알려져 있었다고 자랑하고, 유럽과 한반도의 교류사를 250년 이상 앞당겨 서술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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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현실 설교와 대중 한국 사회에서 아이돌(idol)은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젊은 연예인, 주로 가수를 이른다. 하지만 원래 이 말은 우상을 의미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했고, 그런 이유로 대중의 맹목적 지지나 인기를 누리는 사람을 뜻하기도 한다. 중세 유럽 사회에도 일종의 아이돌이 있었는데 바로 설교자들이었다. 유명한 설교자들은 대중적 인기를 누렸고 그들의 설교를 들으려고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중세 유럽 기독교 사회에서 설교는 일반 평신도들에게 교리를 전달하고 가르치는 핵심 수단이었다. 하지만 중세 초기엔 지식인의 언어인 라틴어로 설교했기에 일반인들은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 12~13세기 들어 속어로 설교가 이뤄지면서 설교의 대중적 호소력은 높아졌다. 교황 인노켄티우스 3세는 북동 유럽에 복음을 전파하고 십자군에 동참을 호소하고 유럽 내부의 이단을 척결하기 위해 대중 설교를 독려했다. 중세 말 도시를 순회하면서 대중 설교를 주도했던 사람은 프란체스코 수도회와 도미니쿠스 수도회 소속의 탁발 수도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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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현실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용과 거부 한때 세계사 교과서에 토마스 아퀴나스가 신앙과 이성을 조화시켰다는, 관행적으로 사용한 표현이 있었다. 구체적 내용이나 맥락에 대한 보충설명이 없다면 이 문장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여기서 신앙은 기독교를, 이성은 아리스토텔레스로 대변되는 고대 그리스 철학과 학문을 상징한다. 조금 단순하게 이야기하면 중세 기독교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과 학문을 신앙에 해가 된다는 이유로 천년 넘게 배제했다. 그러다 12~13세기 유럽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학문을 배우자는 욕구가 다시 일어났다. 13세기 후반 아퀴나스는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으로도 신의 오묘한 진리를 이해할 수 있다면서 기독교 신앙과 고대 그리스 철학의 이성을 조화시키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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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현실 신의 이름으로 자행된 십자군 전쟁 최근 몇 년 동안 타임 슬립 드라마와 영화가 인기였다. 타임 슬립(Time Slip)은 시간이 미끄러진다는 뜻으로, 과거, 현재, 미래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시간 여행을 뜻한다. 타임 슬립을 한 사람들이 제일 먼저 겪게 되는 어려움은 상호 소통이다. 이러한 소통의 어려움은 다른 시대에 속하는 사람들이 서로 다른 사고방식, 행동양식, 가치관 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오래전에 봤던 프랑스 영화 <비지터>(1993년)는 중세 유럽의 기사와 그의 종자가 20세기로 시간여행을 하는 영화다. 영국과의 전쟁에서 프랑스 왕 루이 6세(1108~1137)를 구한 기사 고드프루아는 마녀의 마술로 미래의 장인을 살해하게 된다. 주인공은 이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사건 이전으로 돌아가는 마법을 활용하다가 잘못되어 미래로 즉 20세기로 타임 슬립하게 되고 웃지 못할 해프닝을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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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현실 기적을 믿고 바라게 된 사회 흔히 서양 중세는 암흑시대로 알려져 있다. 르네상스 시대의 인문주의자들은 중세를 고대 문명의 찬란한 빛이 사라진 시대로 보았고, 이러한 관점은 과학혁명과 계몽주의 시대에 더욱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계몽주의 철학자들에게 중세는 이성으로 타파할 무지, 야만, 몽매, 폭력의 시대였다. 19세기 이후 서양 중세사회에는 어둠만이 아니라 빛도 있었다는 해석이 나타났다. 하지만 현대인의 이성적인 사고와 과학적인 시각에서 보면 서양 중세는 여전히 너무나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운 사회였다. 중세사회에 관한 ‘놀라운’ 이야기 중 하나는 프랑스와 영국의 왕들이 연주창 환자를 손으로 만져서 치료할 수 있다는 집단적 믿음이다. 프랑스의 카페 왕조는 11세기부터, 영국의 노르만 왕조는 12세기부터 이 기적의 치료를 시행했다. 사실 왕이 기적의 치료를 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치료되었다고 믿었다. 연주창이라는 병은 결핵성 경부 임파선염으로, 결핵균이 목 부위에 염증을 일으킨 것이다. 병 자체는 치명적이지 않았지만, 치료하지 않으면 고름이 생기고 얼굴에 전파되어 모습이 너무 흉했다. 실제로 당시 기록에는 얼굴이 썩었다거나 상처가 썩은 냄새를 풍긴다는 표현이 많았다. 하지만 이 병은 자연적으로 상태가 호전되거나 없어지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기적을 행하기에 안성맞춤인 병이었다. 그런 연유로 사람들이 왕의 손대기가 병을 고쳤다고 착각하기 쉬웠다. 게다가 사람들은 치료가 되면 왕의 치료 덕분이고, 그렇지 않으면 환자의 신앙심이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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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현실 흑사병과 의사 기 드 숄리아크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퍼지면서 카뮈의 소설 <페스트>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고 책 판매량도 늘었다. 이 소설은 1940년대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의 오랑시에서 발생한 페스트에 관한 이야기다. 페스트와 맞서 싸웠던 소설 속 주인공들에게 관심을 갖는 이유는 그들의 경험이 코로나19와의 싸움에 작은 도움과 위안을 줄지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이 소설은 전염병이 파괴한 평범한 일상, 가공할 공포에 맞선 작은 인간들의 숭고한 연대, 그 속에서 더욱 빛나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의미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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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현실 낙인찍기 2005년 국내 개봉한 알 파치노 주연 영화 <베니스의 상인>은 셰익스피어의 동명 작품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초반부 한 장면은 너무 인상적이어서 여전히 기억에 남아 있다. 베니스의 상인 안토니오(제러미 아이언스 분)는 길거리에서 만난 샤일록(알 파치노 분)을 더러운 오물 취급하면서 침까지 뱉는다. 안토니오가 이런 모멸감을 주는 무례한 행동을 한 이유는 샤일록이 유대인 이자 대부업자였기 때문이다. 유럽 역사에서 유대인이 오랫동안 기독교인들로부터 멸시와 박해를 받아왔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유대인이 기독교 사회로부터 멸시와 박해를 받았던 주된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 박아 죽게 한 죄와 성경에서 금지하는 이자를 기독교인들에게 부당하게 갈취한 탐욕의 죄 때문이다. 돈을 갚지 못한 안토니오에게 1파운드의 살을 떼어가겠다는 샤일록의 억지는 이자 대부업자 유대인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증오와 박해에 공감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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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현실 민주주의와 투표 한 달 후면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실시된다. 투표는 민주주의 제도의 꽃이라고 불린다. 그만큼 투표를 잘해야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한다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투표를 제대로 하기는 여러 면에서 쉽지 않다. 민주정치를 최초로 실시했던 고대 아테네에서도 일부 철학자들은 대중들이 어리석은 선택을 하기에 민주정은 그렇게 이상적인 정치제도가 아니라고 비판했다. 플라톤은 철인 왕이 다스리는 철인정치가 가장 이상적이고, 민주정은 법이 지배하는 정치체제 중 가장 낮은 수준의 정치제도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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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현실 전염병에 대한 공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 여러 지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에 따라 공포도 증가하고 있다. 전염병에 대한 인류의 의학 지식이 크게 개선되었고 전염병을 관리하는 사회나 국가의 대처능력이 많이 향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염병에 대한 공포와 히스테릭한 반응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전염병의 확산 못지않게 우리 사회에서 우려되는 문제는 왜곡된 정보를 퍼뜨리고 전염병에 대한 공포를 과도하게 자극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14세기 중엽 유럽을 강타한 흑사병에 관해서도 당대뿐 아니라 이후에도 많은 억측과 오해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