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정묵
비영리공공조사네트워크 공공의창 간사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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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국민권익의 손익분기점 2011년 영국, 경찰은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한 청년이 총을 먼저 발사했고 경찰의 무전기에 총알까지 박혔다고 발표했지만, 무전기에 밝힌 총알은 경찰의 것이고 청년은 한 발도 총을 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2012년 미국, 경찰은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한 청년이 편의점에서 담배를 훔치는 영상을 공개했다가 공분을 샀다. 추가적인 조사가 진행되면서 무고하고 억울한 죽음이 밝혀졌다. 두 사건은 경찰이 보디캠 즉, 몸에 부착하는 영상카메라를 사용하는 계기가 되었다. 올해 인천, 층간소음으로 인한 흉기 난동에 경찰의 부실 대응 의혹이 도마에 올랐다. 반면에 2019년 암사역 흉기 난동 사건에선 경찰의 미숙한 대처가 제기되었지만, 출동한 경찰관의 사제 보디캠 영상이 공개되면서 사그라들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2015년에 경찰이 시범적으로 보디캠을 처음 사용했지만,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사용이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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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판결문, 공공재임이 자명하다 지난달,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판결문의 인터넷 열람제공 제도개선’을 사법부에 제안했다. 제안의 주요 내용은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민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판결문의 확대 개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유사 사건 확인을 통해 불필요한 소송을 줄여 국민의 편익을 증진하고, 국민에 의한 적절한 감시가 가능하도록 하며, 전관예우 관행을 해소하여 사법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법조계는 판결문 확대 개방에 신중한 입장이다. 개인정보 등에 대한 유출 및 악용 우려가 있고, 변호사가 해야 하는 법률 사무를 인공지능이 법·제도를 교묘히 빠져나가 분석·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당사자의 내밀한 사실관계가 담긴 판결문 공개는 당사자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판결문의 개인정보 비식별처리엔 양측 모두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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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고통 줄이는 방역 없나요 코로나19와의 정전협정 체결이 얼마 남지 않았다. 평화가 언제까지 유지될지 알 순 없지만, 인간사회와 코로나19가 공존하기로 합의할 모양이다. 처음 겪는 다급한 상황에서도 중앙정부·지방정부·의료진의 헌신 덕분에 코로나19의 안정적인 억제가 가능했다. 또 자영업자·배달라이더·택배기사 외에도 우리가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수많은 희생으로 공동체의 안전이 지켜졌을 것이다. 그러함에도 코로나19는 한국 사회에 많은 상처를 남겼다. 사회의 아픈 곳은 더 아프게, 취약한 곳은 더 취약하게 만들었다. 최근 정부는 ‘코로나19 일상회복위원회’를 구성하고 경제·민생, 사회문화, 자치·안전, 방역·의료 등 4개 분야로 나누어 국민의 일상회복을 지원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직 상세한 계획이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일상회복위원회가 추가했으면 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고통의 기록’이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방역 과정과 각종 사회문제의 단계 단계에서 겪었을 국민의 고통을 기록하는 일이다.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얼마만큼 고통이 있었고, 어떤 도움이 필요했는지를 계층·시간·공간별로 기록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야, 언젠가 다시 찾아올지도 모르는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노력과 고통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병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병행은 또 다른 측면에서 중요한데, 고통의 기억을 기록하는 일은 코로나19의 성공적 방역의 핵심 역량인 시민의 연대와 협력이 방역에서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보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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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사회적 행동과 도시 도시는 유기체다. 도시의 각 부분이 기능과 역할을 다할 때, 도시는 건강한 유기체가 된다. 하지만 도시가 사람을 품었다고 해서, 인격체가 되는 것은 아니다. 도시 안에서 사람이 서로를 존중하고 조화를 이루며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살아갈 때, 도시는 인격체가 된다. 공동체가 살아 있어야 진정한 도시라고 말할 수 있다. 골목은 도시의 유전자 정보다. 인간의 특성 정보를 전달하는 유전자와 같이, 공동체의 문화적 특성이 도시의 발자국으로 남는 곳이 골목이다. 우리의 골목은 어떨까. 뉴스·블로그·트위터 등에 골목과 어떤 단어들이 짝을 지어 언급되었는지 살펴보았다. 골목의 연관어휘는 주로 맛집·카페·주차 등이었다. 어떤 맥락에서 서술되었는지 보았는데, 맛집과 카페를 소개하는 내용과 골목의 주차난 문제를 다룬 글이 다수였다. 골목에 새겨진 도시의 유전자 정보는 먹을거리와 그에 따른 지역 문제였다. 특히 지방정부의 지역 문제 중 하나인 골목 주차난은 대개 쓰레기 무단투기, 밤길 안전, 주거지 화재, 크고 작은 폭력 문제 등과 연결되어 있다. 골목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매개가 되거나 먹거리로 채워지는 것도 나쁘진 않다. 문제는 공동체를 훼손하는 요인이 함께 발생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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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자치는 그것 자체로 정상 며칠 전 경기도 100만 도시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공무원과 대화를 한 적이 있는데, 그는 도시 재생, 마을 만들기 사업은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참을 듣다 보니 지방정부의 사업계획과 예산지원이 시민의 자발성과 만나는 사업이었지만, 사업의 과정은 갑을관계에서 벌어지는 용역과정처럼 들렸다. 대개 이러한 사업은 성공적으로 기술된 결과보고서와 극히 제한적인 현장성과만 남는 경우가 많다. 자치와 관련된 지원사업을 중앙(지방)정부가 구체적인 내용까지 다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거나, 사업의 모든 과정에서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부담을 줄이면 어떨까. 그렇게 되면 사업결과의 성패는 당연히 주민의 몫으로 돌아갈 것이고, 그에 따라 사업 성패의 기준도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변화과정에서 인내가 필요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타율로 수백억원의 연봉을 받는 야구선수도 결국은 타석에 10번 들어서면 2~3번밖에 안타를 치지 못한다는 사실이 자치사업에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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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방역, 코로나보다 사람 작년 7월. 코로나19 발생지역을 예측하는 데 기반이 되었던 자료는 독감이었다. 독감과 코로나19를 비교 분석했을 때, 발생지역 예측률은 75%였다. 올해 2월 코로나19를 다시 살펴보았다. 작년과 달리 독감보다는 감기가 코로나19 발생지역 예측률(86%)을 더 높였다. 코로나19 증상도 독감보다는 감기의 초기증상과 비슷해졌다. 이러한 변화는 연령대별 확진자 비율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작년 7월까지만 해도 코로나19 확진자 연령대별 비율은 비교군이 불분명했다. 증상은 독감과 비슷했지만 19세 이하 확진자 비율이 독감과는 큰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확진자의 연령대별 비율이 감기의 연령대별 비율을 쫓아가는 형국이다. 이러한 변화는 무엇을 의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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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대선 후보 판별법 코로나19 발생이 감소세로 접어드는 모양이다. 7~8월엔 확진자가 현저히 줄 것이라고 한다. 백신이 없었다면, 계절 요인으로 인해 9~10월부터 다시 증가세를 맞이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내년부터는 코로나19와 공존하는 데 사회경제적으로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바람직하다고 믿는 이념을 바탕으로 사회를 만들어 왔다. 공동체의 안녕을 위해 노력하는 대신, 독창성과 개성이 외면되기도 했고 흑백논리에 쉽게 빠지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지배와 억압, 자원독점의 시대와 법과 질서, 평등의 시대가 양립·교차하고 있다. 코로나19와 함께하는 세상은 어떨까. 지난 한 해만 뒤돌아봐도 큰 변화가 있었다. 그 이면에선 기술이 더 좋은 삶을 보장할 수 있고, 철학과 예술과 문화가 이전보다 더 소중해졌으며, 물질추구가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들이 싹트기 시작했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좀 더 진화하기 위해 과거와의 단절, 혁신, 과학과 금융의 고도화 등 위험도 감수해야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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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이기적 연대 법치가 정의롭고 평등한 사회를 위해 필요하지만,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법치는 모든 사람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선택한 수단 중 하나다. 오랫동안 범죄자 교육과 상담을 해온 오카모토 시게키 교수는 그의 책 <반성의 역설>에서 이렇게 말한다. “수형자의 책무는 행복해지는 것이다. 죄를 저질러 놓고 뻔뻔하게 행복해지라니 당치도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행복해지는 것이야말로 갱생과 깊은 관계가 있다. 남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행복임을 알게 되면, 다른 사람의 행복에 대해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점점 자신이 피해자의 소중한 그 무언가를 빼앗았다는 사실에 괴로움을 느끼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수형자가 행복을 느끼면 느낄수록 죄책감도 점점 강해진다. 이렇게 모순된 두 감정을 안고 살아가는 것은 괴롭고 힘든 형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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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골목자치가 면역력이다 큰길에서 들어가 동네 이곳저곳으로 통하는 좁은 길, 골목. 요즘은 아파트가 즐비하여 골목이 많이 줄었지만, 동네 주민의 일상 속에 크고 작은 만남과 모임에서 골목은 공간적 개념을 넘어, 자치적 개념으로 살아 있다. 골목은 소외된 곳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사람이 모이는 곳이다. 사람이 만나고 활동하는 골목골목엔 가치가 있고 문화가 있다. 수십 수백 가지 서로 다른 삶의 가치들이 왕래하며 작은 공동체를 만들어내는 자치공간이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골목은 시민의 이타성과 복지와 보육이 공존하며, 보이지 않는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 골목은 함께 차도 마시고 밥도 먹고 물건도 나누어 쓰는 이웃과 통하는 실핏줄이자, 작지만 수없이 많은 연대와 협력이라는 적혈구를 만들어 세상으로 밀어내는 대동맥 역할도 한다. 아픈 이웃의 건강을 걱정해주고 이웃의 사춘기 자녀의 변화에도 관심과 배려를 아끼지 않는 골목이 중요하다. 그래서 골목의 세세한 변화에 신속하게 반응하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지방정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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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정책정당 지원법이 필요하다 2004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152석을 얻었다. 국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한 한나라당은 역풍을 맞아 121석에 그쳤다. 총선 직후, 양당의 합의로 정당법이 개정됐다. 정당의 정책 개발과 연구 활동을 촉진하기 위하여 별도 법인으로 정책연구소를 설치·운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열린정책연구원을, 한나라당은 여의도연구소를 재단법인으로 설립했다. 당시 나는 열린우리당 정책기획실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우리는 정책연구소 설립에서 멈추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기로 했다. 얼마 뒤, 지금은 고인이 되신 박세일 여의도연구소장이 ‘정책정당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정당의 국고보조금 일부를 지원받는 방식이 아니라 별도 계정으로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아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고, 연구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자는 취지였다. 양당은 긍정적으로 접근했지만, 박세일 소장이 국회의원을 사퇴하는 바람에 논의는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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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코로나, 외환위기와 달라야 1997년 외환위기. 우리나라는 당시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지원받아 4년 뒤 외환위기에서 벗어났지만, 환란이라 이름 붙일 만큼 고통이 뒤따랐다. 수많은 회사가 부도로 무너졌고 경영위기를 맞았다. 대량해고와 경기 악화로 사지에 내몰린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그런 상황에서도 우리 국민은 나라의 부채를 갚기 위해 집 안에 두었던 돌 반지와 목걸이 등 227t의 금을 내놓았다. 이 일은 국민의 자발적인 희생정신을 대표하는 사례로 지금까지 해외 언론에서 소개되고 있다. 이후 국가적 대전환을 통해 세계적인 정보통신 강국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때부터 생긴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2위의 상처는 지금도 아물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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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초록 전문가를 찾습니다 두 달이 조금 지나면, 서울시장 보궐선거다. 벌써 9번째 선거다. 시민이 시장에게 요구하는 정책도 예전보다는 더 뚜렷해졌을 것이다. 시민은 어떤 시장과 서울을 원할까.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1월 말에 두 개의 문항을 전국조사했고, 그중 서울지역 조사 결과(n=207명)를 들여다봤다. #서울시장 스타일. 사람의 스타일을 알아보는 에니어그램의 9가지 기본유형을 질문의 보기로 만들었다. 조사 결과, ‘실용성과 유능함을 추구하고 성공하는 스타일’(28%)이 가장 많이 언급됐다. 그다음으로는 ‘솔직하고 과감하며 힘이 넘치는 스타일’(14%), ‘공정하고 도덕적이며 자제력이 있는 스타일’(14%), ‘안정과 평화를 추구하는 포용력 있는 스타일’(16%), ‘조직에 충실하고 안전을 추구하며 책임감이 강한 스타일’(1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공교롭게도 역대 서울시장 중 이명박·오세훈·박원순 시장이 위의 결과와 같은 스타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들은 실용과 실적을 중시하며, 자신이 속해 있는 분야에서 얻은 성공을 바탕으로 서울시장이 됐다. 자신감이 넘치고 화술이 뛰어나고 열정적인 스타일이다. 이러한 스타일을 ‘전문가형’이라고 한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난 전문가형 시장에 대한 선호가 뚜렷해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자치단체장의 역할이 자기 삶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체감했기 때문에 이러한 선호는 더욱더 뚜렷해질 것이다. 그 전엔 조순·고건 시장처럼 조직에 충실하고 안전을 추구하며 책임감이 강한 스타일이 선호되었다. 이번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영선 전 장관, 오세훈 전 시장, 안철수 전 의원 등이 넓은 의미에서 이러한 스타일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