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사회적 행동과 도시

도시는 유기체다. 도시의 각 부분이 기능과 역할을 다할 때, 도시는 건강한 유기체가 된다. 하지만 도시가 사람을 품었다고 해서, 인격체가 되는 것은 아니다. 도시 안에서 사람이 서로를 존중하고 조화를 이루며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살아갈 때, 도시는 인격체가 된다. 공동체가 살아 있어야 진정한 도시라고 말할 수 있다. 골목은 도시의 유전자 정보다. 인간의 특성 정보를 전달하는 유전자와 같이, 공동체의 문화적 특성이 도시의 발자국으로 남는 곳이 골목이다. 우리의 골목은 어떨까. 뉴스·블로그·트위터 등에 골목과 어떤 단어들이 짝을 지어 언급되었는지 살펴보았다. 골목의 연관어휘는 주로 맛집·카페·주차 등이었다. 어떤 맥락에서 서술되었는지 보았는데, 맛집과 카페를 소개하는 내용과 골목의 주차난 문제를 다룬 글이 다수였다. 골목에 새겨진 도시의 유전자 정보는 먹을거리와 그에 따른 지역 문제였다. 특히 지방정부의 지역 문제 중 하나인 골목 주차난은 대개 쓰레기 무단투기, 밤길 안전, 주거지 화재, 크고 작은 폭력 문제 등과 연결되어 있다. 골목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매개가 되거나 먹거리로 채워지는 것도 나쁘진 않다. 문제는 공동체를 훼손하는 요인이 함께 발생한다는 점이다.

최정묵 비영리공공조사네트워크 공공의창 간사

지방자치데이터연구소에서 지난달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조사를 했다. 어떤 종류의 도시 유전자 정보가 골목에 새겨지길 원하는지 3개의 질문을 던져봤다. 첫 번째 질문. 골목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거주공간이 연결되는 주민 간 배려와 정서가 교류하는 곳’이라는 응답(69%)이 ‘경제적으로 활성화되어 물건과 재화가 교류하는 곳’이라는 응답(31%)보다 2배 이상 많았다. 두 번째 질문. 선행과 자원봉사 등 자발적인 사회적 행동을 돈으로 보상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경제적 가치로 인정하는 것에 긍정적’이라는 응답이 36%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노동 또는 일자리로 인정하는 것에 긍정적’ 30%, ‘도덕적 취지가 변질할 수 있어 부정적’ 22%, ‘노동 또는 일자리로 변질할 수 있어 부정적’ 12% 순으로 응답했다. 사회적 행동을 경제적 가치로 보상하는 것에 대해 66%가 찬성, 34%가 반대했다. 골목이 존중·조화·배려로 채워질 수 있도록, 지방정부가 사회적 행동에 지역화폐로 투자해 보면 어떨까. 그렇게 되면, 골목엔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적혈구와 상처가 아물게 하는 백혈구가 생산되는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도시는 공동체 의식으로 치유될 수 있을 것이다. 지방정부 입장에선 가장 가성비 높은 협치 사업이 될 것이고, 4차산업·빅데이터 산업화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질문. 앞으로 지방정부가 가장 신경 써야 할 민생 분야는 무엇인지 물었다. 보육 25%, 복지안전망 21%, 어르신 돌봄 16%, 초·중·고 교육 12%, 도시 안전 9%, 범죄예방 9%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보육·복지·돌봄에서 사회적 행동을 시작해 보면 좋겠다. 알지 못했던 주민과 사회적 행동으로 교류한다면, 공동체를 훼손하는 골목의 문제도 어느 정도는 사라질 것이다. 골목에 음식만 배달되는 것이 아니라, 연대와 협력도 배달되는 건강한 도시가 될 것이다. 내년엔 대선도 있지만, 지방선거도 있다. 공약으로 검토해 보면 좋겠다.

시선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