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우
이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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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우의 풀뿌리 고유가 시대, 공공교통이 대안이다 기름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 운전면허가 없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아직까지는 체감이 떨어지지만, 곧 교통요금도 오르면 부담이 커질 듯하다. 무궁화호와 같은 일반열차를 타보면 승용차 이용이 쉽지 않을 법한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의 이동권은 누가 보장할까? 가끔 서울을 갈 때 대전역에서 KTX나 SRT로 환승한다. 환승표를 끊어본 사람이면 누구나 느꼈을 불편함이 있다. 코레일앱에서 SRT의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그 표를 예매하려면 SRT앱을 써야 한다. 회사가 다르니 그렇겠지 생각할 수 있지만 자회사와 모회사 관계인 기차를 이렇게 불편하게 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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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우의 풀뿌리 무상급식이면 다 된 건가 우리집 어린이는 학교에 다녀올 때마다 급식 맛이 없다고 푸념한다. 그걸 만드느라 급식실 선생님들이 얼마나 고생하시는 줄 아냐고 타박을 주기도 하지만 소통알리미에 올라오는 급식사진을 가끔 보면 그 푸념이 이해되기도 한다. 식재료도 뭔가 부족하고 조리상태도 별로이다. 그런데 이 학교만 그럴까? 어린이가 다니는 충청북도 내 초등학교의 1인 급식단가는 2280원으로 인건비 빼고 쌀과 후식, 양념이 포함된 단가이다. 학교급식은 급식인원과 지역에 따라 차등 지원되고 있는데, 500명 이상 1000명 이하의 농촌 초등학교에 책정된 금액이다. 도시의 경우 같은 규모면 급식단가가 2220원으로 낮아진다. 이것이 2021년보다 3.8% 인상된 금액이라 하지만, 높은 물가인상률과 비교하면 초라한 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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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우의 풀뿌리 미래와 동떨어진 미래교육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자 2020년 하반기부터 온라인 원격수업이 시작되었다. 그 무렵 우리 집 어린이가 다니는 학교는 수업에 쓸 스마트기기 보유 현황을 조사하고 필요할 경우 스마트패드나 노트북을 빌려주겠다는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고장이나 파손 시 본인이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우리는 집에 노트북이 있어 굳이 빌려 쓸 필요는 없었다. 그렇지만 학교가 이런 부분에도 신경을 쓰는 듯해 좋았다. 모두를 위한 스마트기기? 그런데 지난달 어린이가 학교에서 태블릿PC를 하나 받아 왔다. 우리 집엔 스마트기기가 있다고 했는데 왜 받아 왔냐고 물으니 학생들 모두가 지급받는 기기라고 한다. 최근에 온 가정통신문을 다시 살펴보니 졸업하거나 전학할 때까지 무상으로 기기를 쓸 수 있다고 한다. 학생 개인정보를 수집해야 해서 학부모 동의를 받지만 이 스마트기기로도 수업을 하니 지급받지 않으면 수업 참여에 어려움이 있다는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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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우의 풀뿌리 다른 대안이 없다는 그 말 지난 1월부터 동네의 공동체라디오방송국에서 매주 한 시간 분량의 방송을 녹음하고 있다. 지난번엔 세 번으로 나눠 ‘충청권 광역생활경제권 전략수립 연구용역’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방송에서 읽었다. 송신소 반경 10㎞의 소출력 방송이라 몇 명이 들을진 알 수 없지만 작년 연말에 나온 이 보고서의 내용을 주민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안 되면 그만, 돼도 문제인 메가시티 300쪽이 넘는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하나씩 읽으며 그 타당성을 짚어봤다. ‘초광역 경제권’ ‘광역 생활권’ ‘지역 문화권’을 구축하겠다며 현란한 수식어와 화려한 도표, 그림을 활용한 보고서는 읽을수록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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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우의 풀뿌리 정치의 언어가 사라진 극단의 시대 나라 밖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중국과 대만, 중국과 미국의 갈등도 여전하다. 비핵화, 종전선언, 전시작전권 환수처럼 중요한 과제가 남아있는 남북관계, 북·미관계도 이후를 낙관하기 어렵다. 기후위기 대응을 비롯해 자원을 둘러싼 강대국들의 경쟁이 더욱더 치열해질 것이기에 외교를 담당하는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하다. 일주일 뒤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이는 적합한 인물일까? 이런 위태로운 국제정세를 잘 헤쳐가려면 관련 정보도 잘 수집하고 인맥도 탄탄하고 관료들도 잘 통제할 사람이 필요하다. 대통령 한 명이 이런 역할을 전담할 수 없으니 따끔하고 현명한 조언을 해줄 참모진도 필요하고, 그런 사람을 찾고 쓸 안목도 중요하다. 정권교체니, 정치교체니 하는 양당제에서 만들어진 허구보다는 제 몫을 해줄 정치인이 필요하다. 지금도 우리는 그런 정치인이 잘 보이지 않는 오랜 답답함에 시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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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우의 풀뿌리 무궁화호 대학살과 윤석열차 2014년 2월 충북 옥천군으로 이사했을 때는 서울역을 떠나는 막차 시간이 밤 10시55분이었다. 그래서 서울에서 일을 보고 사람들과 술도 한잔 하며 아쉬움을 남긴 채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일이나 인간관계가 수도권에 있었지만 이주를 결심할 수 있었던 건 다닐 방법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복잡한 서울을 벗어나 옥천역에 내려 인기척 없는 밤길을 걷는 것도 즐거움이었다. 그런데 2017년 7월, 대전역 도착 시간이 늦다는 괴상한 이유로 서울역을 떠나는 막차 시간이 밤 9시50분으로 당겨졌다. 어이가 없었지만 그래, 1차만 마시고 가자는 심정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다 2019년 12월에는 막차 시간이 오후 7시49분이라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 코레일은 철도작업을 위해 막차 시간을 조정한 것이라 설명했지만 정말 대체수단이 없었을까. 이때부터는 술 한잔 하려면 KTX를 타고 대전역에 내려 먼저 떠난 무궁화호로 갈아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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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우의 풀뿌리 지자체의 공허한 ‘탄소중립’, 시민이 지켜본다 2020년 6월5일 환경의날을 맞이해 전국 228개 지방자치단체가 ‘기후위기비상선언’에 동참했다. 이 비상선언은 지방정부가 앞장서서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취약계층을 위한 대응계획을 세우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세계 최대 규모라는 선전이 무색할 정도로 2021년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2021년 5월에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선언이 다시 이어졌을 뿐이다. 짐작컨대 비상선언은 심각한 재난상황을 인식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겠다는 선언일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뭘까? 신속하게 판단하고 정책을 집행할 단체장 직속 부서를 만드는 일이다. 기후위기의 영향이 에너지만이 아니라 산업, 교통, 주거, 먹거리, 폐기물 등에 미치는데, 지금도 여전한 칸막이 행정으로는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사권자이자 결정권자인 단체장이 직접 관장하는 통제소가 세워져야 하고, 2050년까지 꾸준히 해야 하는 일이니 임시조직(TF)이 아니라 강력한 정규 부서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런데 그런 직제가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없다. 지방정부의 상황은 전혀 비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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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우의 풀뿌리 고통의 개인화와 공통감각의 상실 오래전에 빨치산 세대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극단적인 이념 대립과 전쟁, 노골적인 폭력의 시대에 관해 말했다. 무용담과 고통이 뒤섞인 이야기를 들으며 그 삶에 나를 투영하기는 어려웠다. 그런 시대를 살지 않아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들면서도 우리 시대라고 딱히 삶이 편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세대는 의문사와 분신의 시대를 살았다. 국가폭력은 때론 노골적으로 때론 은밀하게 저항하는 사람들을 감시하고 뒤쫓고 생명을 위협했다. 길을 가다가, 말을 꺼내다가 주위를 살피는 시대였고, 자신의 몸을 불태우며 저항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최근 세상을 떠난 노태우, 전두환이 그런 폭력과 희생의 시대를 지배했던 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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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우의 풀뿌리 변경의 소리를 들어라 넷플릭스 영화 <킹덤> 시리즈에서 좀비가 처음 발생한 지역은 함경도의 국경이다. 중앙의 권력다툼에서 잠시 밀려난 이들이 행세하는 완충지대이자 외부의 위협이 가장 먼저 감지되는 경계. 그런 변경의 사람들에게 중앙의 권력은 욕망의 대상이자 생명을 위협하는 공포이다. 그곳을 벗어나려면 권력이 필요한데, 살고자 충성을 바쳐도 중앙의 필요에 따라 변경의 사람들은 언제든 버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저희도 언제쯤 관직을 받을 수 있겠냐고 묻던 변경인은 버림받아 살지도 죽지도 못하는 몸이 된다. 현실에서는 언제쯤이면 농정(農政)이 실현될지 기다리던 열외국민 농민들이,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렵고 같은 일을 해도 적은 임금을 받는 지방의 노동자들이 그렇게 살아 있다. 살아남느라 지친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중앙의 대장동이나 신도시 이야기는 분노보다 열패감을 자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