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승우
이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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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우의 풀뿌리 이 폐허를 응시하자 지난해 말 비상계엄 사태 이후 많은 시민이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 언제 나올지 모를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리며 마음은 지쳐가고, 거리로 계속 나가는 몸도 피곤하다. 그 와중에 무서운 기세로 경북 동북부 지역을 태운 산불은 시민들의 속까지 검게 태웠다. 사회재난과 자연재난을 함께 겪고 있는 한국 사회는 위태롭다. 나라 밖의 상황도 만만치 않다. 트럼프의 등장으로 국제정치와 경제 모두 뒤흔들리고 있는데, 우리는 협상의 파트너조차 정하지 못했다. 경색된 남북한 관계 역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갑작스러운 혐중 정서가 한·중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이렇게 나라 안팎에서 위험신호가 강해지고 있는데 실마리를 찾아야 할 정치는 정쟁의 늪에 빠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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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우의 풀뿌리 차라리 교육부를 AI로 대체하자 오늘부터 2025년의 새 학기가 시작된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 모두가 조금 들뜨고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첫날이다. 우리 집 청소년도 1년을 함께 보낼 담임과 친구들이 누구일까 궁금해하며 집을 나섰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큰 사고 없이 한 해가 잘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그런데 첫날부터 이미 혼란이 예고되었다. 이름만 들어서는 무슨 내용인지 알기 힘든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가 바로 그 혼란의 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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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우의 풀뿌리 계엄으로 드러난 한국 봉건성 작년 12월3일의 비상계엄 이후 두 달이 흘렀다. 그동안 여러 정황이 밝혀지면서 사태가 빠르게 수습될 거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반대로 가고 있다. 단호한 처벌과 신속한 정국 안정은커녕 계엄을 지지하거나 그에 동조해 폭력을 행사하며 공포를 조장하는 무리들까지 등장하고 있다. 한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기득권을 가진 자들의 귀족정으로 회귀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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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우의 풀뿌리 ‘법괴’와 저항권 느닷없던 비상계엄은 곧바로 거리로 뛰쳐나온 시민들과 신속하게 국회로 모인 의원들 덕에 곧바로 해제되었다. 뉴스 시청과 집회의 피로에 시달리며 기다리던 탄핵소추안도 어렵사리 가결되었다. 이 정도까지 했으면 마음이 좀 편해져야 하는데, 헌법재판소로 넘어간 공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어 조마조마하다. 심지어 윤석열과 그 일당은 끝까지 싸우겠다고 선언했고 지금도 정부는 위태로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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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우의 풀뿌리 사회통념과 알권리 지난 10월29일 정부는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정보공개청구를 받지 않을 기준을 마련해 담당자의 업무부담을 줄이고 행정력 낭비를 막겠다는 정보공개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그러자 시민단체들은 이번 개정안이 시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악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시민단체가 정부의 피로도를 무시하고 억지 주장을 펼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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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우의 풀뿌리 정부가 허락하는 시민활동? 11월이 다가오며 시민단체들의 후원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회원으로 회비를 내는 단체도 있고, 외부활동을 하면서 만난 단체들의 초대도 있다. 매년 이맘때면 단체들은 한 해 적자를 메우기 위해 또는 내년 사업을 위해 후원금을 모으는 행사를 연다. 기후위기와 불평등, 평화처럼 다뤄야 할 사안들은 계속 늘어나는데 후원금은 줄고 정부 지원금도 축소되어 단체들의 형편이 나빠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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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우의 풀뿌리 ‘식품사막’은 올바른 표현일까 몇달 전부터 언론에서 ‘식품사막(food desert)’이라는 말을 자주 접하게 된다. 이 말은 가게가 문을 닫아 생선이나 두부, 계란 같은 신선식품을 구하기 어려운 한국 농어촌의 현실을 묘사하는 데 주로 사용되었다. 통계청의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2020년을 기준으로 전국의 행정리 중 73.5%에 식품 소매점이 없다. 시장이 멀고 교통도 불편해 농촌의 밥상이 척박해지고, 관광지가 아닌 시골 마을에는 식당조차 없어 집밖에서 끼니를 때우기 어려운 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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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우의 풀뿌리 누구를 위하여 경보는 울리나 지난 목요일 몇년 만에 서울 광화문에 들렀다. 민방위훈련이 시작될 쯤에 도착해서 지하철 안에서부터 공습경보방송이 들렸다. 방송의 목소리는 사뭇 심각했지만 그걸 듣는 시민들의 표정은 무심했고, 사람들 이동을 통제하던 이들의 표정도 마찬가지였다. 20분간의 훈련이 끝난 뒤 시민과 공무원 모두 내가 왜 여기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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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우의 풀뿌리 무엇이 악성민원을 만드나 얼마 전 많은 비에 멀지 않은 곳에서 인명피해가 났다. 한 남성이 집 주변을 살피러 나갔다가 옹벽이 무너지며 쏟아지는 토사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다. 그 사고가 난 날에도, 그 이튿날에도 행정안전부, 산림청, 한국수자원공사, 충북도청, 군청 등에서 수십건의 문자가 새벽에 쏟아졌지만 쓸모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하천변, 급경사지, 산과 인접한 주택 등은 위험하니 접근하지 말고 대피하라는데, 한밤중이나 새벽에 문자를 받고 어디로, 어떻게, 그리고 얼마 동안이나 대피하라는 걸까? 비슷하게 반복되는 메시지를 받고 알아서 대응할 시민들은 몇이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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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우의 풀뿌리 왜 행정개혁은 얘기되지 않을까 지난달 전동킥보드를 함께 타던 청소년 두 명이 차량과 충돌해 한 명이 목숨을 잃고 한 명이 다쳤다. 늦은 시간 친구와 킥보드를 타고 이동하다 벌어진 불행한 사고였다. 사고가 나자 군청과 학교는 뒤늦게 안전 캠페인을 벌이고 경찰은 단속을 강화했지만 청소년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 차가운 반응에는 이유가 있다. 규정이 없어 발생한 사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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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우의 풀뿌리 에너지 민주주의의 방정식을 새로 짜자 내가 살고 있는 충청북도 옥천군에는 모두 350개가량의 송전탑이 있고 1975년에 만든 변전소도 하나 있다. 변전소가 있는 면에는 송전탑 149개가 집중되어서 주민들의 불만이 많다. 정부와 한국전력은 송전탑이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선거 때마다 송전탑 이전 이야기가 나온다. 전자파가 인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과학적인 설명과 환자가 늘어나는 불안한 현실 사이에는 타협점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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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우의 풀뿌리 부실정부 대한민국 2023년 7월15일 오전, 연일 내린 폭우로 하천이 범람하고 제방이 무너져 지하차도가 물에 잠겼고, 버스 승객을 포함해 14명이 사망하고 16명이 부상을 입었다. 오송지하차도 참사는 갑자기 쏟아진 비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 며칠 동안 많은 비가 내리고 홍수경보가 이미 발령된 상황에서 발생했다. 올여름에도 많은 비가 내릴 거라 예고되는데, 정부는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고 제대로 대책을 세우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