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애
전남대 교수·소설가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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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최소한의 돌봄 엘리베이터 앞에서 한 아이와 마주쳤다. 예닐곱 정도로 보이는 아이는 내가 들고 있던 커다란 사진 앨범이 신기한지 계속 나를 올려다봤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이의 엄마가 앨범의 용도를 설명해주었다.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짧은 시간 동안 내가 앨범 안에 어떤 사진이 있는지 설명해주자 아이도 엄마에게 그런 앨범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엄마의 흔쾌한 허락에 좋아진 기분 때문이었는지, 다정한 기운을 건네듯 아이는 내게 작별인사를 해주었다. 경계와 호기심이 섞인 눈으로 나를 보던 몇 분 전보다 훨씬 따뜻한 얼굴로 내게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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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유럽연합이 가는 길 유럽연합은 공동체성이 견고해지는 동안 끊임없이 도전을 맞이했다. 전 세계가 대립각을 세우는 시대에는 더 그렇다. 지난 2월24일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써 10개월을 향해가고 있다. 전쟁은 올 한 해 내내 전 세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우크라이나와 지리적으로 밀접한 데다 관계설정 등 민감한 사안이 걸려 있었던 유럽연합에는 더욱 그러하다. 주요 가치로 협력과 평화를 위시하며 지켜온 유럽연합의 공동체성 역시 다시 주목받았다. 유럽연합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공동체와 개별 국가 간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얽힌 작금의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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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정당을 무엇으로 특정하는가 몇해 전 몇몇 유럽 국가에서 시작된 극우 돌풍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같은 국가에서 극우 세력이 두각을 나타내긴 했지만 집권은 또 다른 문제였다. 독일에서는 ‘독일을 위한 대안’의 지지율이 녹색당 돌풍에 꺾였고 프랑스에서도 박빙이었지만 마린 르펜을 누르고 에마뉘엘 마크롱이 연임했다. 그럼에도 유럽 내에서 극우 정당은 점차 그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이탈리아의 형제들’을 창당한 조르자 멜로나가 이달 말 취임해 이탈리아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될 예정이다. 9월 중순 치러진 스웨덴 총선에서는 ‘스웨덴민주당’이 득표율 20%를 넘기며 제2당에 올랐다. 우파연합 연정에는 스웨덴민주당이 제외되었지만, 우파 부상의 여파로 마그달레나 안드레손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히는 등 파급은 상당했다. 프랑스에서는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연합’이 우파의 다른 어떤 정당들보다 자주 이슈를 몰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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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혐오의 시대 독일 연방 내무부가 2022년 2월 말부터 9월9일 사이 독일로 유입된 우크라이나 난민의 수를 100만8635명으로 집계했다. 난민이 사회 주요 이슈였던 2015년과 2016년의 시리아 난민 증가 추세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우크라이나 출신의 난민들은 독일 입국 후 90일 동안 별도의 허가 없이 거주가 가능하다. 머무는 동안 장기 거주 허가를 얻으면 일자리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독일에서는 정부가 출신 국가를 따져 난민을 가려 받는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다른 국가 출신의 난민들은 거주 허가를 받기 위한 조건이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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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혼란 중에 살아남기 폭우와 폭염이 반복되는 날씨에도 대한민국 곳곳에서 100여개의 크고 작은 축제가 꿋꿋이 ‘현재진행 중’이다. 수년간 행사를 준비해온 분들의 입장에서 코로나가 겨우 지나가나 싶은 때에 마주한 이 상황이 얼마나 짓궂게 느껴질지. 올여름 기후의 변화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일이라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을 맞이한 유럽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오스트리아 브레겐츠에서 열리는 오페라 축제 ‘브레겐처 페스트슈필레’도 손꼽히는 여름 행사 중 하나다. 이 축제는 호수 위에 무대를 띄워 야외 공연을 올리는데, 올해는 유독 잦은 비 때문에 프리미어 행사부터 취소되는 곤욕을 겪었다. 그 후에도 잦은 천둥 번개 탓에 하루가 멀다 하고 공연이 취소되었다. 그래서인지 한 회 한 회 귀하게 올린 공연이 끝날 때마다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손을 맞잡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후문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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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자유와 질서의 문화 얼마 전 다시 찾은 독일에서 나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변하는 것보다 변하지 않는 것이 많은 이 유럽의 나라는 코로나19가 동반한 대혼란을 겪은 후 안정을 찾아가려고 모두 애쓰는 것 같다. 거리에 나가면 마스크를 쓴 사람이 거의 없다. 코로나 기간 동안 마스크와 백신 등 정부 통제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자주 있었고, 그것의 요지는 국민의 자유를 정부가 통제할 권리는 없다는 것이었다. 도대체 자유란 무엇일까. 비록 그 시위가 독일인 전체 의견을 대변하지는 않았더라도, 그것은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문제를 대하는 한 나라의 태도였으므로, 나는 시위를 지켜보며 자유에 대해 자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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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인공지능이 공존할 미래 얼마 전 식당에 갔다가 로봇이 배달해주는 요리 접시를 받았다. 처음 경험하는 일이 아니었는데, 다른 식당에서 같은 종류의 로봇을 마주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확하고 신속하게 테이블로 음식을 가져다주는 회색 몸피의 로봇은 다시 봐도 신기했다. 두 식당은 지역도, 취급하는 음식도 완전히 다른 곳이었는데 로봇 직원만큼은 똑같은 모습이었다. 생김이 낯선 로봇에게 고객들이 불만을 터트리는 경우도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황의 행간과 고객 개개인의 뉘앙스를 파악할 정도로 로봇의 개별성이 확보된 후라면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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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우리 모두의 상담소 요즘 게스트의 개인적 문제를 상담해주는 방송 프로그램이 유독 눈에 많이 띈다. 게스트가 고민이라고 생각하는 자신의 문제를 가져와 패널들과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하고, 그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전문 상담사와 함께 풀어내기도 한다. 연예인뿐만 아니라 인플루언서나 영향력이 있는 일반인들도, 심지어 평범한 사람들도 방송에 나와 자신의 사생활을 숨김없이 공개한다. 사생활 공개 차원을 넘어 자신의 내밀한 가정사와 성장배경, 생활습관과 사고방식까지 낱낱이 알려준다. 마치 상담센터를 찾은 내담자의 역할을 기꺼이 도맡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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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국가 거버넌스의 안정성 성과가 금방 나타나지 않는 데다 개인이 하기에는 버거워 국가가 나서야 하는 일이 있다. 대부분 공익적 목적에서 수행되는 일이 그렇고, 국제개발협력이 대표적 분야가 아닐까 싶다. 우리에게 공적개발원조(ODA)라는 단어로 더 잘 알려진 국제개발협력은 개발도상국의 경제 발전과 사회복지 증진을 목표로 제공하는 원조를 의미하는데, 이를 위해 국가는 자금 지원이나 기술 협력 같은 다양한 방법을 활용한다. 국제개발협력을 수행하는 다른 나라들의 공공기관 이름은 ‘원조’라는 뜻의 ‘Aid’가 포함되어 있다. 미국(USAID), 캐나다(CIDA), 호주(AusAID)가 그런 예다. 한편 독일은 국제개발협력 정책을 설계한 시점부터 ‘수혜국 자립기반 조성을 지원하는 실무 협력’을 위주로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래서 독일의 관련 공공기관 이름으로는 단순히 자금을 지원한다는 의미의 ‘원조’가 아니라 기술이나 지식을 공유하여 협력한다는 뜻의 ‘개발협력’이라는 단어가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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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기차가 멈춰 섰다 택배 파업이 일단락됐다고 한다. 최근 들어 택배 보낼 일이 많은 나로서는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파업이 길어지며 관련 업체들의 상황이 전체적으로 어려워지는 중이었다. 배송기사님들의 코로나 확진과 자가격리에 배송이 지연되는 지역은 물론이고 접수가 중지되는 지역도 늘고 있었다. 택배를 보내기 전에 목적지까지 배송 인프라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 와중에도 전국을 오가며 배송해주는 분들이 계셨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내게는 파업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은 하얀색 열차에서 시작하는데, 열차 안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고, 나는 유리창 너머를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독일을 가로질러 오스트리아로 가는 길이었는데, 기차가 어느 역에 멈춰 서더니 한참 동안 아무런 후속 조치도 일어나지 않았다. 안내방송도 없었고 승무원이 와서 자초지종을 설명해주지도 않았다. 친절한 서비스에 길들여진 한국인인 나는 그 상태로 40분 정도 지났을 즈음에 인내심을 잃고야 말았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 열차 안을 둘러보고 복도로 나가 상황을 살폈다. 잠시 뒤에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는데, 앞으로도 이 열차가 출발하는 시간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말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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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밥상머리 교육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이후 2년 만에 독일에 다녀왔다. 내가 독일에 도착해 가장 먼저 궁금해했던 것도, 만나는 사람들마다 내게 물었던 것도 역시나 코로나19에 대한 국가 대응 정책이었다. 유럽 국가들의 정책 역시 우리만큼 수시로 변하고 있는 차에, 독일에서는 정부의 백신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가장 큰 논란거리였다. 백신 접종이 의무화될 가능성까지 생기면서 시위의 수위도 점점 거세지고 있었다. 한국에 있을 때도 독일 국내외의 소식을 접하면서 시위의 배경과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했는데, 독일에 머물며 현지 사람들과 종종 식사를 함께하면서 시위의 맥락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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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어느 탈북민의 고독사 새해 첫날 아침, 습관처럼 우리나라와 독일의 코로나19 상황을 번갈아 검색했다. 주변 국가들이 초유의 오미크론 사태를 맞이하고 있는 요즘, 독일 코로나19 분석 자료를 살피다 보면 2년 동안 거의 변화가 없었던 한 가지 상황을 마주할 수 있다. 거의 모든 지표에서 동쪽과 서쪽이 구분된다는 것이다. 과거 동독이었던 지역은 확진자 수와 백신 접종률, 그 밖의 모든 면에서 과거 서독보다 훨씬 악화한 상황을 꾸준히 보여준다. 동독과 서독, 그 경계가 이미 30년 전에 사라진 것이 무색할 정도로 또렷하다. 이것은 오늘날까지도 독일에서 ‘사회 통합’이 시대적 과제인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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