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원준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
최신기사
-
경제직필 광장 민중은 트럼프에 반대한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이 막바지로 치닫던 작년 8월, 전미자동차노조(UAW) 위원장 숀 페인은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를 미국 노동관계위원회(NLRB)에 제소했다. 트럼프가 공개석상에서 파업 노동자를 해고한다고 협박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미국에서는 2017년 이후 젊은 세대의 노동조합 가입이 늘고 있다. 2018년과 2019년에는 교사 파업이 공화당 우위 지역을 휩쓰는 등 수십만 노동자들이 파업 물결에 참여했다. 지금 미국 노동운동은 쇠퇴의 기억을 뒤로하고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조직 노동에 적대적인 입장을 밝혀온 트럼프의 귀환이 미국 노동운동에 미칠 파장이 주목되는 대목이다.
-
경제직필 트럼프 관세와 제국의 욕망 지난 주말 중국과 미국이 상호관세 장벽을 낮추기로 합의하면서 중·미 관세전쟁의 향방에 다시 이목이 쏠린다. 무역 금지령이나 다름없던 양국 간 엄포용 관세율은 유동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향후 트럼프 1기 수준을 기준으로 조정될 수 있어 보인다. 트럼프 2기의 급발진이 중국산 제품에 의존해온 미국 소기업들에 타격을 입히면서 민생고에 발목이 잡힌 셈이다. 그간 소비시장과 안보우산을 제공했으니 고율 관세로 값을 치르라던 동맹국들에 대한 협박도 개별 협상이 진행되면서 나라마다 양상에 차이가 있다. 그러나 중·미 간에 공급사슬이 분리되는 시나리오보다는 첨단 분야의 전략적 경쟁과 기타 분야의 협업 공존이라는 낙관적 시나리오 쪽으로 기울어온 기존 인식의 재검토 필요성은 남아 있다.
-
경제직필 트럼프 관세와 상호주의, 다자주의 미국 건국의 아버지 알렉산더 해밀턴의 추종자였던 19세기 경제학자 헨리 캐리는 당시 영국이 자유무역을 앞세워 미국을 지배하고 있다면서 관세 인상을 부르짖었다. 캐리의 주장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에 의해 연방 정책으로 채택됐다. 남북전쟁은 노예 해방이라는 허울로 장식됐지만 실상은 면화 수출에 의존하던 남부 농장주들의 반발에 따른 관세 내전이었다. 20세기 초에도 미국의 통상정책은 고립주의 전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대공황을 심화시킨 1930년 스무트 홀리 고관세도 그 자장 안에 있었다.
-
경제직필 12·3 계엄과 87년 체제 한국전쟁의 오랜 그늘에 갇혀온 한국 사회에서 군부 파시즘의 억압이 극에 달하자 민중은 6월 항쟁과 그해 7·8·9월 노동자 대투쟁으로 저항했다. 그 과정의 세력 관계 변화를 배경으로 87년 체제가 등장했다. 87년 체제로의 이행은 구체제의 이완을 낳았다. 힘에 밀린 구체제 세력은 제도 정치 영역에서 민주당 계열의 집권을 허용하는 절충을 택했다. 불가능해 보였던 정권 교체는 1997년 외환위기 사태를 계기로 현실이 됐고 이후 10년간 절차적 민주주의의 진전과 남북 간 긴장 완화로 87년 체제는 안착에 성공했다.
-
경제직필 재정 개혁과 광장의 요구 지난 10일 공개된 2024년도 총세입·총세출 마감 결과, 국세수입 실적치는 본예산 세입 전망을 30조원 넘게 하회했다. 재작년에 이은 역대급 세수 결손이었다. 2021년부터 4년간 세수 오차는 평균적으로 세입 결산 대비 15%를 넘어섰다. 이 정도면 전문가들에 의한 전망 결과라고 밝히기 부끄러운 수준이다. 올해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는 양상을 보면 큰 규모의 세수 결손이 벌써부터 점쳐진다. 정상적으로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파면이 결정된다면 이 정권은 결국 재정운영에 있어 역사상 가장 무책임했던 정부로 기록될 운명이다.
-
경제직필 제7공화국과 재정민주주의 현행 헌법은 국가재정과 관련해 조세법률주의를 천명하고 예산을 둘러싼 정부와 국회 간 권한의 배분에 대해 규정한다. 그러나 재정이 헌법 전문의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밝히지는 않는다. 국민의 기본생활 영위나 경제의 성장 안정을 위한 재정 역할을 명시한 다른 나라 헌법과는 차이가 있다. 아울러 우리 헌법은 중앙재정과 지방재정의 관계도 별도로 밝히지 않는다. 무도한 권력자가 파면되고 응분의 처벌을 받고 난 뒤의 제7공화국을 예비하며 그간에 재정정책의 틀을 규율해온 관련법의 근본적인 개정에 관심을 갖게 되는 배경이다.
-
경제직필 내수 회복은 언제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 경제는 오늘 어디쯤 와 있는가. 코로나19 사태 직전까지의 GDP 성장의 과거 추세를 2020년 이후 시기로 연장하면 2024년 한국 국민들의 실제 명목소득의 합은 추세보다 100조원 넘게 작아진 크기로 계산된다. 비슷한 방식으로 물가 경로를 그리면 2024년 3분기 물가는 과거 추세보다 7% 넘게 더 올랐다. 고용은 어떤가.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 비농업 민간 일자리의 전년 대비 증가 규모는 2022년 50만개였다가 2023년 17만개로 줄었고 올해 들어 10월까지는 9만개가 안 된다. 제조업 고용은 2024년 하반기 들어 작년보다 감소하는 중이다.
-
경제직필 트럼프 귀환과 다극화 전망 오늘날 세계경제는 중국을 위시한 신흥 경제의 성장과 영향력 확대로 빠르게 다극화되고 있다. 그러나 주류 경제학은 다극화를 배태한 내생적 역사 과정에 대한 예측과 설명에 사실상 실패하고 있다. 그 실패는 경제 영역에서 국가 역할의 중대성을 강조하고 세계경제의 역사적 진화를 불균등 결합 발전으로 파악하는 마르크스주의 전통의 지정학적 정치경제학이 동시대 역사를 분석해내는 모습과 대비된다. 후자의 접근법에 따르면 한 계급사회 내에는 물론이고 서로 다른 사회들 간에도 지배와 경합의 관계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 사회들 간의 (격차를 키우는) 불균등 발전보다 (격차를 좁히는) 결합 발전이 우세했던 역사적 계기마다 다극화로의 경향성이 출현했다.
-
경제직필 가업상속공제, 꼼수·변칙 그만 가업상속공제는 상속인의 가업 승계 시 가업에 직접 사용되는 사업용 자산 등의 가액만큼 과세표준에서 차감함으로써 상속세를 감면받는 제도다. 독일, 일본,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 제한된 범위로 시행하고 있다. 동 제도는 개인사업 내지는 그로부터 규모가 확대된 법인 대상이며 제도 취지상 당연히 상속인이 소정 기간 이상 가업을 지속할 것을 요구한다.
-
경제직필 국민연금 기금 운용의 과제 세 가지 올해 6월 말 기준 국민연금 기금은 1147조원이다. 1988년 이후 연금보험료 등 826조원과 운용수익금 680조원으로 1500조원 넘게 조성했고 연금급여 등으로 약 360조원을 지출한 결과다. 이 정도 규모면 GDP 대비로는 세계 최대다. 하지만 국민연금연구원의 전망에 따르면 불과 3년 뒤인 2027년부터는 보험료 수입이 급여 지출을 밑돈다고 한다. 그러니 연금급여 재원을 어떻게든 보험료 기금으로 마련하려는 입장에서는 더 내거나 덜 받는 ‘개혁’을 미룰 수 없다. 그럴 때면 으레 매우 높은 기금운용 수익률에 대한 요구도 함께 등장하곤 한다. 운용수익금을 최대로 늘려 기금 고갈 시점을 늦추자는 계산이다. 그러나 더 많은 재무적 위험을 무릅쓰면서 그 시점을 몇해 더 미룬다고 될 일이겠는가.
-
경제직필 상속세 감세, 어떻게 볼 것인가 철학자 존 롤스는 사회 전체 이익을 위한 정의의 원칙은 누구도 자신의 출신 배경에 대해 알 수 없는 상태를 전제해야만 합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철저한 ‘무지의 베일’ 상태에서는 자신이 ‘금수저’가 될지 ‘흙수저’가 될지 전혀 알 수 없다. 그 경우 누구도 부모의 경제적 지위가 세습되는 것을 정의롭다고 보지 않는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불운의 책임을 개인이 짊어지는 것이 정의일 수는 없어서다. 사적 소유의 기한을 개인의 일생으로 제한하고 상속재산은 공동체로 되돌려주자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제임스 미드의 문제의식도 맥락이 다르지 않았다.
-
경제직필 소상공인 대책, 이런 식으론 안 된다 지난 1일 한국은행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양부남 의원실(더불어민주당)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 연체액은 10조8000억원, 연체율은 1.66%로 역대 최고였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는 현 정부 들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15일 공개된 국세통계 기준으로 연간 폐업 사업자 수는 비법인의 경우 2019년 85만명에서 2022년 80만명까지 줄었다가 작년에 91만명으로 늘었다. 그중 폐업 사유가 ‘사업부진’인 경우도 2019년 35만명에서 2022년 38만명으로 소폭 늘었다가 작년에 45만명으로 급증했다.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소상공인 경제생태계가 바닥부터 붕괴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