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원준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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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국민연금 기금 운용의 과제 세 가지 올해 6월 말 기준 국민연금 기금은 1147조원이다. 1988년 이후 연금보험료 등 826조원과 운용수익금 680조원으로 1500조원 넘게 조성했고 연금급여 등으로 약 360조원을 지출한 결과다. 이 정도 규모면 GDP 대비로는 세계 최대다. 하지만 국민연금연구원의 전망에 따르면 불과 3년 뒤인 2027년부터는 보험료 수입이 급여 지출을 밑돈다고 한다. 그러니 연금급여 재원을 어떻게든 보험료 기금으로 마련하려는 입장에서는 더 내거나 덜 받는 ‘개혁’을 미룰 수 없다. 그럴 때면 으레 매우 높은 기금운용 수익률에 대한 요구도 함께 등장하곤 한다. 운용수익금을 최대로 늘려 기금 고갈 시점을 늦추자는 계산이다. 그러나 더 많은 재무적 위험을 무릅쓰면서 그 시점을 몇해 더 미룬다고 될 일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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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상속세 감세, 어떻게 볼 것인가 철학자 존 롤스는 사회 전체 이익을 위한 정의의 원칙은 누구도 자신의 출신 배경에 대해 알 수 없는 상태를 전제해야만 합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철저한 ‘무지의 베일’ 상태에서는 자신이 ‘금수저’가 될지 ‘흙수저’가 될지 전혀 알 수 없다. 그 경우 누구도 부모의 경제적 지위가 세습되는 것을 정의롭다고 보지 않는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불운의 책임을 개인이 짊어지는 것이 정의일 수는 없어서다. 사적 소유의 기한을 개인의 일생으로 제한하고 상속재산은 공동체로 되돌려주자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제임스 미드의 문제의식도 맥락이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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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소상공인 대책, 이런 식으론 안 된다 지난 1일 한국은행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양부남 의원실(더불어민주당)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 연체액은 10조8000억원, 연체율은 1.66%로 역대 최고였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는 현 정부 들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15일 공개된 국세통계 기준으로 연간 폐업 사업자 수는 비법인의 경우 2019년 85만명에서 2022년 80만명까지 줄었다가 작년에 91만명으로 늘었다. 그중 폐업 사유가 ‘사업부진’인 경우도 2019년 35만명에서 2022년 38만명으로 소폭 늘었다가 작년에 45만명으로 급증했다.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소상공인 경제생태계가 바닥부터 붕괴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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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수직 감옥과 2025년 최저임금 최근 진보적인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불로소득 자본주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시대에 세계적인 현상으로 고착된 불평등 심화가 상당 부분 부자들의 불로소득 증가에 따른 귀결이라는 주장이 더는 어색하지 않다. 타인이 생산적 활동을 통해 창조한 가치로부터 이자, 배당, 임대료, 자본이득 등의 명목으로 ‘추출’(뽑아냄)해 취하는 소득이 불로소득이다. 그 추출의 과정에서는 대개 공급이 제한된 자산에 대한 소유권이나 통제권이 활용되므로 불로소득은 또한 현대적 개념으로 확장된 ‘지대’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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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한국 경제와 21세기 지정학 2020년대 한국 자본주의는 대외 요인의 규정력이 커진 상태다. 오늘 한국 경제에 대한 새로운 사고는 외부로부터의 지정학적 영향이 점증하는 현실에 대한 인식을 요청한다. 역사로부터 조금이라도 배우겠다면, 우리를 둘러싼 국제정치경제 지형과 그 지형을 형성시킨 국제적 갈등의 구조가 그간에 한국 자본주의 발전을 어떻게 조건지었는지, 그리고 한국 정부와 자본이 그 지형 변화에 축적 전략을 어떻게 조응시켜 왔는지 규명하는 작업을 미룰 수 없다. 바야흐로 지정학의 정치경제학이 경제 분석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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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경제정책 기조 전환이 절실하다 서민들 물가부담이 크다. 소비자물가의 1년 전 동월 대비 상승률은 2022년 7월 6.3%에서 2024년 3월 3.1%로 떨어졌다. 그러나 그것은 통계 착시였다. 2022년 가파른 인플레이션의 기저효과를 감안해 3년 전 동월과 비교하면 물가상승률은 작년 초 10%에서 작년 10월 13%까지 꾸준히 올랐다. 올해 3월도 12%에 머물러 있다. 물가상승세는 아예 제대로 꺾인 적이 없는 셈이다. 물가가 울퉁불퉁한 길로 내려오는 중이라던 불과 두 달 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말은 틀렸다. 이창용 총재는 4월12일에는 농산물 수입 확대를 주문했다. 그 처방도 틀렸다. 윤석열 정부는 집권 직후부터 이미 매달 농산물 수입을 확대해왔다. 그렇게 해서 물가가 잡힐 것이었으면 벌써 몇번은 잡히고도 남았다. 무관세나 저율 관세로 해외 농산물을 들여오면 독과점 도매상이 농가에 치르는 값만 떨어진다. 유통업체들이 물량을 확보하고도 가격상승을 노려 사재기에 나서는 마당에 소비자가격이 떨어질 리는 없다.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도매상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의 횡재 이익을 누리는 동안 농가의 태반은 생산비도 건지지 못해 밭을 갈아엎었다. 물가를 잡아야지 왜 농민을 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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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조세 국가의 위기와 4월 총선 작년 말과 올해 정부·여당은 다시 감세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완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상속세 완화, 가업승계 증여세 최저세율 적용구간 확대, 대기업 대상 임시투자세액공제 기간 연장, 자사주 소각과 배당 시 법인세 인하,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 등 발표가 이어진다. 대부분 부자 감세다. 눈앞의 선거를 의식하면서 준조세 폐지 감면, 가공식품 부가가치세 한시 경감 등 범위도 넓어졌다. 그러나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여당이 무분별한 매표 감세 경쟁을 부추기는 오늘 현실은 참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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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국가재정법이 나아갈 옳은 방향 지난달 23일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경제부총리는, 감세로 인해 대기업이 일차적 혜택을 보면 결국 고용을 창출해 노동자에게 득이 된다면서도 “그것이 낙수효과라고는 믿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부총리는 윤석열 정부 들어 “부자 감세를 한 적이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부자 감세나 낙수효과가 복잡하거나 신비로운 개념일 리 없다. 부유층이나 대기업에 혜택을 주는 감세가 부자 감세이고 그 결과로 빈곤층이나 노동자도 득을 본다는 것이 낙수효과 아닌가. 부총리의 어설픈 궤변이 부끄럽다. 다행인 것은 일반 시민의 인식이 그런 궤변보다는 수준 높다는 사실이다. 그 점은 3월3일 발표된 참여연대의 조세재정정책 국민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확인되었다. 조사 결과, 시민들 가운데 62%는 경제력에 걸맞게 세금 부담을 나누는 공정과세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의견이었다. 부자 감세라는 지적에는 36%만이 부총리와 의견이 같았고 낙수효과에 대해서는 59%가 부총리와 의견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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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전환의 시대 케인스의 '일깨움' 기후 변화가 전 지구를 집어삼키고 있다. 그것이 자연 생태와 인류 생활에 초래할 되돌리기 힘든 파괴적 위협은 이미 우리 목전에 도달해 있다. 불평등이 야기하는 사회적 위험도 지속 가능한 수준을 넘어섰다. 대자본이 지배하는 오늘의 생산체제는 인간 노동력을 실업과 ‘긱 경제’(사용자의 필요에 맞춰 정규직 대신 초단기 임시직만 고용하는 경제)로 내몰고 신자유주의 민영화로 공공서비스를 망가뜨려 분배를 악화시켜 왔다. 도처에서 지정학적 위기를 고조시키며 제국주의의 전쟁 위협도 불길처럼 번져온다. 팔레스타인과 우크라이나 민중의 목숨값으로 정작 판돈을 챙기는 쪽은 이번에도 미국 군산복합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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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부자들의 ‘패거리 카르텔’ 지난달 공개된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물가를 고려한 가구 실질소득은 전년보다 줄었다. 가구 보유 자산에서 빚을 뺀 순자산의 실질가치도 2023년 3월 기준으로 전년보다 10% 가까이 하락했다. 2023년 들어 사정이 나아진 것도 아니다. 가계동향조사 결과, 2023년 가구 실질소득은 전년 동기에 비해 1분기는 증가율이 0.0%였고 2분기는 3.9% 감소했으며 3분기에도 0.2% 증가에 그쳤다. 더욱이 소득 분위별로 비교하면 2023년 3분기 들어 상위 40% 소득이 4% 넘게 오를 때 하위 20% 소득은 절대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이 불확실성의 해였다면 2023년은 불평등의 해였다는 세계은행의 비유가 한국에서도 빈말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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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조양한울분회의 끝나지 않은 투쟁 2023년 11월28일 사장은 노동자 11명을 2024년 1월1일부로 해고한다고 통보했다. 공교롭게도 그 11명 모두는 노동조합 분회 활동에 참여한 조합원이었다. 사측의 해고 대상에 비조합원은 없었다. 그보다 앞서 같은 달 9일 회사는 업무방해 등 이유로 분회장을 형사 고소하고 해고 처분했다. 그렇게 12명의 조합원들이 지금 집단해고로 내몰리고 있다. 종업원이 30명도 안 되는 노동권 사각지대 ‘작은 사업장’에서 여태 저임금에 부대끼며 가족의 생계를 힘겹게 책임져온 노동자들이 조합원 ‘표적 해고’의 희생양이 되어 이 겨울, 거리로 나앉고 있다. 금속노조 대구지역지회 조양한울분회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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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재정지출이 정말 물가를 올릴까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은 “재정을 더 늘리면 물가 때문에 또 서민들이 죽는다”고 했다. 정부가 나라살림을 긴축하지 않고 지출을 늘리면 물가가 올라 민생이 힘들어진다는 진단이다. 물가가 오르면 민생이 힘들어지는 것이야 두말할 것 없다. 작년 2분기부터 지난 8월까지 소비자물가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평균 4.7% 올랐는데 통계청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임금은 3.2% 상승에 그쳐 실질임금은 5개 분기 넘게 평균 1.5% 하락했다. 이렇게 계속 물가가 임금보다 더 오르면 서민들은 살지 못한다. 그런데 재정지출을 늘린다고 물가가 오를까? 경제학 기초과정을 공부한 독자라면 세로축이 물가인 그래프에서 엑스(X) 자로 포개진 두 개의 곡선을 기억할 법하다. 우상향하는 ‘총공급곡선’과 우하향하는 ‘총수요곡선’이 그것이다. 재정지출을 늘리면 총수요(상품 구매)가 늘어 총수요곡선이 우측 이동한다. 이때 두 곡선이 교차하는 새로운 균형점에서는 물가가 전보다 오르겠구나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면 성급한 판단이다. 경제활동 수준이 기존 성장 추세를 벗어나 침체 상태라면 총공급곡선이 수평선에 보다 가깝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침체 상태에서는 수주 증가에 맞춰 생산을 늘려도 단위노동비용(상품 단위당 인건비)이 오르지 않아서다. 그 경우 재정지출을 늘려도 물가 자극은 제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