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원준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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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경제정책 기조 전환이 절실하다 서민들 물가부담이 크다. 소비자물가의 1년 전 동월 대비 상승률은 2022년 7월 6.3%에서 2024년 3월 3.1%로 떨어졌다. 그러나 그것은 통계 착시였다. 2022년 가파른 인플레이션의 기저효과를 감안해 3년 전 동월과 비교하면 물가상승률은 작년 초 10%에서 작년 10월 13%까지 꾸준히 올랐다. 올해 3월도 12%에 머물러 있다. 물가상승세는 아예 제대로 꺾인 적이 없는 셈이다. 물가가 울퉁불퉁한 길로 내려오는 중이라던 불과 두 달 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말은 틀렸다. 이창용 총재는 4월12일에는 농산물 수입 확대를 주문했다. 그 처방도 틀렸다. 윤석열 정부는 집권 직후부터 이미 매달 농산물 수입을 확대해왔다. 그렇게 해서 물가가 잡힐 것이었으면 벌써 몇번은 잡히고도 남았다. 무관세나 저율 관세로 해외 농산물을 들여오면 독과점 도매상이 농가에 치르는 값만 떨어진다. 유통업체들이 물량을 확보하고도 가격상승을 노려 사재기에 나서는 마당에 소비자가격이 떨어질 리는 없다.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도매상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의 횡재 이익을 누리는 동안 농가의 태반은 생산비도 건지지 못해 밭을 갈아엎었다. 물가를 잡아야지 왜 농민을 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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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조세 국가의 위기와 4월 총선 작년 말과 올해 정부·여당은 다시 감세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완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상속세 완화, 가업승계 증여세 최저세율 적용구간 확대, 대기업 대상 임시투자세액공제 기간 연장, 자사주 소각과 배당 시 법인세 인하,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 등 발표가 이어진다. 대부분 부자 감세다. 눈앞의 선거를 의식하면서 준조세 폐지 감면, 가공식품 부가가치세 한시 경감 등 범위도 넓어졌다. 그러나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여당이 무분별한 매표 감세 경쟁을 부추기는 오늘 현실은 참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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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국가재정법이 나아갈 옳은 방향 지난달 23일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경제부총리는, 감세로 인해 대기업이 일차적 혜택을 보면 결국 고용을 창출해 노동자에게 득이 된다면서도 “그것이 낙수효과라고는 믿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부총리는 윤석열 정부 들어 “부자 감세를 한 적이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부자 감세나 낙수효과가 복잡하거나 신비로운 개념일 리 없다. 부유층이나 대기업에 혜택을 주는 감세가 부자 감세이고 그 결과로 빈곤층이나 노동자도 득을 본다는 것이 낙수효과 아닌가. 부총리의 어설픈 궤변이 부끄럽다. 다행인 것은 일반 시민의 인식이 그런 궤변보다는 수준 높다는 사실이다. 그 점은 3월3일 발표된 참여연대의 조세재정정책 국민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확인되었다. 조사 결과, 시민들 가운데 62%는 경제력에 걸맞게 세금 부담을 나누는 공정과세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의견이었다. 부자 감세라는 지적에는 36%만이 부총리와 의견이 같았고 낙수효과에 대해서는 59%가 부총리와 의견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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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전환의 시대 케인스의 '일깨움' 기후 변화가 전 지구를 집어삼키고 있다. 그것이 자연 생태와 인류 생활에 초래할 되돌리기 힘든 파괴적 위협은 이미 우리 목전에 도달해 있다. 불평등이 야기하는 사회적 위험도 지속 가능한 수준을 넘어섰다. 대자본이 지배하는 오늘의 생산체제는 인간 노동력을 실업과 ‘긱 경제’(사용자의 필요에 맞춰 정규직 대신 초단기 임시직만 고용하는 경제)로 내몰고 신자유주의 민영화로 공공서비스를 망가뜨려 분배를 악화시켜 왔다. 도처에서 지정학적 위기를 고조시키며 제국주의의 전쟁 위협도 불길처럼 번져온다. 팔레스타인과 우크라이나 민중의 목숨값으로 정작 판돈을 챙기는 쪽은 이번에도 미국 군산복합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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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부자들의 ‘패거리 카르텔’ 지난달 공개된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물가를 고려한 가구 실질소득은 전년보다 줄었다. 가구 보유 자산에서 빚을 뺀 순자산의 실질가치도 2023년 3월 기준으로 전년보다 10% 가까이 하락했다. 2023년 들어 사정이 나아진 것도 아니다. 가계동향조사 결과, 2023년 가구 실질소득은 전년 동기에 비해 1분기는 증가율이 0.0%였고 2분기는 3.9% 감소했으며 3분기에도 0.2% 증가에 그쳤다. 더욱이 소득 분위별로 비교하면 2023년 3분기 들어 상위 40% 소득이 4% 넘게 오를 때 하위 20% 소득은 절대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이 불확실성의 해였다면 2023년은 불평등의 해였다는 세계은행의 비유가 한국에서도 빈말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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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조양한울분회의 끝나지 않은 투쟁 2023년 11월28일 사장은 노동자 11명을 2024년 1월1일부로 해고한다고 통보했다. 공교롭게도 그 11명 모두는 노동조합 분회 활동에 참여한 조합원이었다. 사측의 해고 대상에 비조합원은 없었다. 그보다 앞서 같은 달 9일 회사는 업무방해 등 이유로 분회장을 형사 고소하고 해고 처분했다. 그렇게 12명의 조합원들이 지금 집단해고로 내몰리고 있다. 종업원이 30명도 안 되는 노동권 사각지대 ‘작은 사업장’에서 여태 저임금에 부대끼며 가족의 생계를 힘겹게 책임져온 노동자들이 조합원 ‘표적 해고’의 희생양이 되어 이 겨울, 거리로 나앉고 있다. 금속노조 대구지역지회 조양한울분회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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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재정지출이 정말 물가를 올릴까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은 “재정을 더 늘리면 물가 때문에 또 서민들이 죽는다”고 했다. 정부가 나라살림을 긴축하지 않고 지출을 늘리면 물가가 올라 민생이 힘들어진다는 진단이다. 물가가 오르면 민생이 힘들어지는 것이야 두말할 것 없다. 작년 2분기부터 지난 8월까지 소비자물가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평균 4.7% 올랐는데 통계청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임금은 3.2% 상승에 그쳐 실질임금은 5개 분기 넘게 평균 1.5% 하락했다. 이렇게 계속 물가가 임금보다 더 오르면 서민들은 살지 못한다. 그런데 재정지출을 늘린다고 물가가 오를까? 경제학 기초과정을 공부한 독자라면 세로축이 물가인 그래프에서 엑스(X) 자로 포개진 두 개의 곡선을 기억할 법하다. 우상향하는 ‘총공급곡선’과 우하향하는 ‘총수요곡선’이 그것이다. 재정지출을 늘리면 총수요(상품 구매)가 늘어 총수요곡선이 우측 이동한다. 이때 두 곡선이 교차하는 새로운 균형점에서는 물가가 전보다 오르겠구나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면 성급한 판단이다. 경제활동 수준이 기존 성장 추세를 벗어나 침체 상태라면 총공급곡선이 수평선에 보다 가깝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침체 상태에서는 수주 증가에 맞춰 생산을 늘려도 단위노동비용(상품 단위당 인건비)이 오르지 않아서다. 그 경우 재정지출을 늘려도 물가 자극은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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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이륙의 역사와 진보의 조건 세계경제의 성장 역사에서 본격적인 이륙은 1820년대에 이루어졌다. 증기기관이 상업화되고도 한 세기가 지난 뒤였다. 그러나 번영은 서유럽 일부 지역에 국한됐다. 국가 간 소득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한 것도 그즈음부터였다. 당시 가장 부유했던 지역은 이후에도 평균 성장률이 가장 높은 축에 들었다. 이륙의 시동을 먼저 건 나라들은 1870년대부터 출산율 하락을 먼저 경험했다. 기술 변화로 자녀 교육비가 늘어난 탓인지 몰라도, 생산량과 비슷한 궤적을 그리던 인구 증가세도 함께 둔화했다. 인구가 정체되면서 인류는 역설적으로 ‘맬서스의 덫(인구 증가로 가난을 면치 못하는 현상)’을 벗어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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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정부 예산안, 이래도 좋은가 현대 국가는 시민의 경제생활과 다양하고 복합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현대 국가가 그와 같은 기능의 수행을 위해 재원을 쓰고 거두는 내역이 곧 정부예산이다. 회계연도 내 정부 정책 목표는 그렇게 예산에 반영된다. 그런데 정책 목표를 구현하기 위한 ‘프로그램(하나의 정책 목표에 대응하는 여러 정책 사업들의 집합)’마다, 그리고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개별 사업마다 지출 비중은 달리 배정되기 마련이다. 정부가 어떤 정책 목표를 공표하든 예산과 관련한 권한이 기획재정부에 주어진 실정에서는 거꾸로 예산이 길을 터주지 않으면 해당 정책 목표의 실제 구현이 불가능한 이유다. 그렇게 프로그램별 예산 비중의 변화는 정부의 정책 의도를 드러낸다. 지난 1일 국회에 제출된 2024년도 정부예산안에 관심을 갖게 되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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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정부 조세정책, 방향부터 틀렸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이 지난 1월 발표한 보고서에는 최상위 1%에 대한 개인소득세와 자본소득세 한계세율을 최소 60% 이상으로 인상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부유층 과세는 심각한 불평등을 세계적 차원에서 극복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간주됐다. 이른바 ‘부유세’의 귀환이었다. 그것은 코로나19가 대유행하던 기간에 새롭게 늘어난 부의 63%를 최상위 1%가 가져간 상황에서, 과거 수십년간 이어져온 부자들과 기업에 대한 감세가 이제는 중단되어야 한다는 호소였다. “실질적 근거가 전혀 없는 허상”인 ‘낙수효과’를 홍보하며 부자들과 기업에 부와 권력을 몰아주는 기득권 정치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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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2024년 최저임금, 유감이다 2024년 적용 최저임금이 9860원으로 결정됐다. 주 40시간 노동에 주휴수당을 더한 월 환산액은 206만원이다. 한국노총의 ‘2023년 단신 가구 표준생계비’ 260만원이나 최저임금 심의 기초자료에 나온 ‘2022년 비혼 단신 실태생계비’ 평균 241만원보다 훨씬 적은 금액이다. 물가도 많이 올랐는데 월 5만원 인상으로 노동자 가구의 생활안정을 기한다는 본래의 제도 목적이 달성될지 의심스럽다. 그런데 진짜 걱정은 또 있다. 어쩌면 내년에는 최저임금 노동자의 실제 급여가 인상은커녕 곳곳에서 삭감될 수도 있어서다. 올해는 최저임금 월 환산액이 201만원인데 정기상여금은 10만원, 복리후생비는 2만원 차감한 만큼이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되지만 내년부터는 차감 없이 전액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되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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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쿠팡 ‘클렌징’은 사회적 합의 부정이다 2020년 3월부터 만 2년 동안 10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던 쿠팡 물류센터에서는 올해도 죽음의 행렬이 이어진다. 야간 택배 분류작업을 수행하던 노동자가 화장실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것이 올해 1월이었다. 2월에는 화물 노동자가 트럭에서 떨어져 유명을 달리했다. 퇴근길 셔틀버스를 기다리다 심장마비로 숨진 사례도 있었다. 3월에는 2020년 10월 산재로 사망한 장덕준의 유족들이 회사 측으로부터 사과와 보상 지원을 끝내 약속받지 못한 채 동부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 회사가 택배 사업을 확장하면서 배송 인력을 자회사로 재배치하는 가운데 일어난 사건들이다. 그런 와중에 최근에는 물류센터가 아니라 택배 자회사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대리점한테서 위탁구역을 회수하는 ‘클렌징’ 제도를 둘러싼 갈등이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