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원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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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유럽과 한국의 캔슬 컬처 ‘캔슬 컬처(cancel culture)’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공적 인물의 문제적 발언이나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묻는 집단적 실천으로 이해된다. 예매한 표를 취소하듯 사람을 ‘캔슬’하는 태도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배경에는, 확장된 디지털 환경과 즉각적인 도덕 판단을 부추기는 온라인 문화가 있다. 유럽에서 전개된 캔슬 컬처는 흔히 상상되는 무차별적 마녀사냥과는 거리를 둔다. 그것은 개인을 사회에서 제거하는 방식이라기보다, 윤리적 일관성과 공적 책임을 요구하는 압박 장치에 가깝다. 대표적 사례가 ‘해리 포터 시리즈’의 작가 J K 롤링이다. 트랜스젠더 이슈와 관련된 발언 이후 그는 강한 비판과 불매 운동에 직면했지만, 출판이나 발언의 권리 자체를 박탈당하지는 않았다. 논쟁의 핵심은 개인을 사회적으로 지워야 하는가가 아니라, 여전히 문화적,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할 자격이 있는가에 머물렀다. 패션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 역시 유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는 2011년 반유대주의 발언으로 디올에서 즉각 해임되며 패션계에서 사실상 퇴출되었다. 그러나 수년간의 공백과 공개 사과, 성찰의 과정을 거친 뒤 그는 제한적이고 점진적인 방식으로 업계에 복귀했다. 이 경우에도 문제는 ‘존재’가 아니라 ‘행위’였으며, 복귀는 무조건적 용서가 아닌 조건부 회복으로만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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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노동의 새벽’, 유럽도 매한가지 새벽마다 문 앞에 놓인 택배상자는 이제 한국 소비문화의 상징이 되었다. 빠른 배송은 일상의 편리함을 주지만 그 편리함이 누군가의 밤과 건강을 대가로 유지된다는 사실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최근 쿠팡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 사고와 과로 논란은 새벽배송 체계의 현실을 다시 보여주었다. 이러한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현상이 아니다. 전 세계 곳곳에서 비슷한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으며, 특히 블랙프라이데이 같은 대형 쇼핑 이벤트가 다가오면 노동의 취약성은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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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세대 전쟁이라는 착시 요즘 우리 사회에서 ‘영포티’ ‘이대남’ ‘MZ세대’ 같은 세대 구분은 일상적인 언어가 되었다. 하지만 이런 세대 담론은 단순히 사회를 설명하는 언어가 아니라, 오히려 사회적 분열을 조장하는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영국과 유럽에서도 낯설지 않다. 다수의 언론은 “베이비붐 세대가 집을 독점했다” “밀레니얼은 게으르고 불평이 많다”는 식으로 세대 간 대립 구도를 만들어낸다. 최근 몇년간 내가 지도한 석사 논문들에서도 조직 내 세대 갈등, 젠지(Gen Z) 노동자의 조직 적응 문제, 역연령차별(reverse ageism) 등이 자주 다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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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살 빼는 약으로 실업 줄인다? 지난해 10월, 영국 정부는 비만 치료 주사를 실업 대책에 활용하겠다는 파격적인 계획을 내놓았다. 웨스 스트리팅 보건장관은 맨체스터에서 진행될 5년간의 실험을 통해 비만 주사가 단순한 건강 개선을 넘어 구직 활동과 고용 유지에도 효과가 있는지를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다국적 제약사 릴리가 2억7900만파운드(약 4900억원)를 투자하며, 신약 ‘마운자로’가 실제로 삶의 질과 고용 상태를 향상할 수 있는지가 핵심 과제로 다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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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이제는 멈춰야 할 산업재해 최근 한국에서 또다시 안타까운 산업재해로 인해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의 소식이 들려왔다. 2022년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의 경영 책임을 강화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지만, 사고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유럽 주요 국가들의 접근 방식은 우리에게 중요한 반성과 대안을 제시한다. 영국은 1974년 보건안전법 이후, 산재를 예방하는 체계를 꾸준히 발전시켰다. 2008년부터는 기업 과실치사법 및 기업 살인법이 시행돼 중대한 과실로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기업에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유죄 판결의 비율이 높지 않고, 대부분 소규모 기업을 대상으로 한 판결이라 법의 실효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2022년은 예외적인 해였다. 알루미늄 재활용업체 직원이 안전장치 미비로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회사 측에 30억원대(200만파운드) 벌금이 선고됐고, 음식물 폐기물 업체 직원이 탱크 내에서 익사한 사건에서는 회사 경영진 중 한 명에게 13년 실형이 내려졌다. 법원의 판단은 강경했다. 이는 영국이 법을 소극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증거가 명확한 경우 적극적으로 처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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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유럽을 다시 덮친 과잉관광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유럽 관광도시들은 오랜만에 숨을 돌렸다. 피렌체 골목길과 베네치아 운하, 바르셀로나 해변에서 현지인들은 한동안 사라졌던 평온을 되찾았다. 하지만 국경이 재개방되자 전 세계 관광객이 다시 유럽으로 몰려들었다. 과잉관광(오버투어리즘)이 유럽 도시들을 다시 압박하기 시작했다. 과잉관광은 단순히 관광객 증가의 문제가 아니다. 관광객 유입으로 인해 도시 환경이 파괴되고 주거비가 급등하며 지역주민의 삶의 질이 현저히 저하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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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5년 만에 손잡는 영국과 EU 2025년 5월, 브렉시트 이후 처음으로 영국과 유럽연합(EU)이 대규모 협정을 체결했다. 무역, 어업, 국방, 청년 이동성, 탄소세 그리고 식품·동물 위생 협정까지. 양측은 다시 긴밀한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테이블 앞에 앉았다. 이번 협정은 정치, 경제, 외교 측면에서 ‘브렉시트 이후 관계 재설정’의 첫 본격적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재설정’은 이상적인 화해나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다. 오히려 양측이 마주한 경제 현실에 기반한 ‘현실적 접근’이자 트럼프 미국 정부가 야기한 복잡한 국제 질서 속에서 안보와 경제를 동시에 고려한 전략적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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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영드 ‘소년의 시간’이 던진 질문 지난달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국 드라마 <소년의 시간>이 영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드라마는 13세 소년이 여학생 살해 혐의를 받는 사건을 중심으로, 청소년들 사이에 이미 퍼져 있는 매노스피어(manosphere·남초 온라인 커뮤니티)와 인셀(Incel) 문화, 유해한 인플루언서, 온라인 여성혐오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며 영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학교에서 모든 학생이 이 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제안을 수용하면서 중등교육 과정에서 이를 무료로 접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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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트럼프와 유럽, 교집합 찾을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은 유럽에 새로운 지정학적 도전과 경제적 불확실성을 안겨주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강경한 거래주의와 일방주의를 기반으로 한 대외 정책을 펼치고 있고, 이는 유럽연합과의 전통적인 동맹 관계를 위협한다. 특히 무역과 안보 측면에서 트럼프의 접근 방식은 유럽을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게 만들고 있다. 첫 번째 임기 동안 그가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약화하고 무역전쟁을 벌인 경험이 있는 만큼 트럼프 2.0의 유럽 정책은 더 강경해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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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영국의 압축형 주 4일제 최근 몇년간 다수의 유럽 국가들은 주 4일 근무제 실험을 해왔다. 그중 영국은 가장 선도적인 국가로 꼽힐 만하다. 2022년 영국에서 61개 기업을 대상으로 6개월 동안 진행된 주 4일 근무 실험에서 기업과 노동자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를 보였고, 참여 기업 중 92%가 이 제도를 유지할 뜻을 밝혔다. 이후 영국 내 200개 기업이 동참해 영구적인 4일 근무를 도입하기로 했다. 최근 공공 부문에서도 주 4일제 논의가 뜨겁다. 잉글랜드의 사우스케임브리지셔 의회는 2023년 3개월가량의 주 4일 근무 실험을 마친 후, 본격적으로 4일제 전환을 추진해왔다. 이 밖에도 런던 지하철 기관사들은 단체협상 중 더 나은 임금과 4일 근무제를 포함한 조건을 제안받은 후, 지난해 11월 예정이었던 파업을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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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정신건강을 돌보려는 유럽 유럽에서는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2023년 6월7일 채택한 정신건강을 위한 포괄적 접근 계획(A comprehensive approach to mental health)은 정신건강을 신체건강과 동일한 수준으로 간주하며 그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해당 계획을 통해 20개의 핵심 이니셔티브를 소개했고, 회원국의 정신건강 문제 해결을 위한 12억3000만유로의 지원금도 약속했다. 핵심 이니셔티브는 정신건강 증진, 정신건강 문제 예방, 취약계층 지원, 국가 정신건강 정책 개혁, 낙인과 차별 해결 등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이 행동들의 이행을 추적하기 위한 프레임워크가 2024년 10월10일 세계정신건강의날에 맞춰 업데이트 및 공개되었으며, 회원국의 이니셔티브 진행 상황에 대한 정기적인 자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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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종이교과서로 회귀하는 북유럽 2025년 3월 우리나라에서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가 초등 3·4학년과 중·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도입될 예정이라 한다. AI 기반 교과서가 개별 학생의 학습 데이터를 수집해 학생의 수준과 이해도를 측정한 뒤, 그에 맞는 학습자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교육부는 AI 디지털교과서를 통해 맞춤형 교육을 제공해 학생들의 학습능률을 높일 거라 기대한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다수는 디지털기기 사용 증가로 이미 약화된 학생들의 집중력과 통제력, 문해력이 더 저하될 거라 염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