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지원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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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영드 ‘소년의 시간’이 던진 질문 지난달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국 드라마 <소년의 시간>이 영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드라마는 13세 소년이 여학생 살해 혐의를 받는 사건을 중심으로, 청소년들 사이에 이미 퍼져 있는 매노스피어(manosphere·남초 온라인 커뮤니티)와 인셀(Incel) 문화, 유해한 인플루언서, 온라인 여성혐오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며 영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학교에서 모든 학생이 이 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제안을 수용하면서 중등교육 과정에서 이를 무료로 접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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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트럼프와 유럽, 교집합 찾을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은 유럽에 새로운 지정학적 도전과 경제적 불확실성을 안겨주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강경한 거래주의와 일방주의를 기반으로 한 대외 정책을 펼치고 있고, 이는 유럽연합과의 전통적인 동맹 관계를 위협한다. 특히 무역과 안보 측면에서 트럼프의 접근 방식은 유럽을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게 만들고 있다. 첫 번째 임기 동안 그가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약화하고 무역전쟁을 벌인 경험이 있는 만큼 트럼프 2.0의 유럽 정책은 더 강경해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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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영국의 압축형 주 4일제 최근 몇년간 다수의 유럽 국가들은 주 4일 근무제 실험을 해왔다. 그중 영국은 가장 선도적인 국가로 꼽힐 만하다. 2022년 영국에서 61개 기업을 대상으로 6개월 동안 진행된 주 4일 근무 실험에서 기업과 노동자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를 보였고, 참여 기업 중 92%가 이 제도를 유지할 뜻을 밝혔다. 이후 영국 내 200개 기업이 동참해 영구적인 4일 근무를 도입하기로 했다. 최근 공공 부문에서도 주 4일제 논의가 뜨겁다. 잉글랜드의 사우스케임브리지셔 의회는 2023년 3개월가량의 주 4일 근무 실험을 마친 후, 본격적으로 4일제 전환을 추진해왔다. 이 밖에도 런던 지하철 기관사들은 단체협상 중 더 나은 임금과 4일 근무제를 포함한 조건을 제안받은 후, 지난해 11월 예정이었던 파업을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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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정신건강을 돌보려는 유럽 유럽에서는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2023년 6월7일 채택한 정신건강을 위한 포괄적 접근 계획(A comprehensive approach to mental health)은 정신건강을 신체건강과 동일한 수준으로 간주하며 그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해당 계획을 통해 20개의 핵심 이니셔티브를 소개했고, 회원국의 정신건강 문제 해결을 위한 12억3000만유로의 지원금도 약속했다. 핵심 이니셔티브는 정신건강 증진, 정신건강 문제 예방, 취약계층 지원, 국가 정신건강 정책 개혁, 낙인과 차별 해결 등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이 행동들의 이행을 추적하기 위한 프레임워크가 2024년 10월10일 세계정신건강의날에 맞춰 업데이트 및 공개되었으며, 회원국의 이니셔티브 진행 상황에 대한 정기적인 자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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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종이교과서로 회귀하는 북유럽 2025년 3월 우리나라에서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가 초등 3·4학년과 중·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도입될 예정이라 한다. AI 기반 교과서가 개별 학생의 학습 데이터를 수집해 학생의 수준과 이해도를 측정한 뒤, 그에 맞는 학습자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교육부는 AI 디지털교과서를 통해 맞춤형 교육을 제공해 학생들의 학습능률을 높일 거라 기대한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다수는 디지털기기 사용 증가로 이미 약화된 학생들의 집중력과 통제력, 문해력이 더 저하될 거라 염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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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노스볼트의 불투명한 미래 스웨덴의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인 노스볼트(Northvolt)는 유럽 최대 배터리 생산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16년 설립된 이래, 노스볼트의 핵심 목표는 ‘세계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배터리를 만드는 것’이다. 배터리 원자재 정제, 생산, 재활용 전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최소화한다는 차별점을 앞세워 한·중·일 중심으로 경쟁구도가 형성된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유럽과 스웨덴의 탄소중립, 녹색전환을 이끌 기업으로 기대를 모았던 노스볼트는 최근 심각한 재정 및 경영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 9월, 노스볼트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스웨덴 내 인력 1600명가량을 감원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 세계 노스볼트 직원의 20%, 스웨덴 내 직원의 25%에 해당한다. 이어 10월, 노스볼트는 자회사인 노스볼트 에트 익스팬션 AB(Northvolt Ett Expansion AB)의 확장 프로젝트를 위한 자금 조달에 실패하면서 파산 신청을 했다. 이 확장 계획은 스웨덴 북부 셸레프테오에 있는 공장의 생산을 늘리기 위한 것이었으나, 납기·공급 차질 등의 문제로 BMW와 맺었던 20억유로(약 3조원) 규모 배터리 공급계약이 지난 6월 취소된 데 이어 폭스바겐도 공급계약 재검토에 들어가면서 경영난이 심각해져 결국 전면 중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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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가짜뉴스에 취약한 중장년층 지난 7월29일, 영국 소도시 사우스포트의 한 어린이 댄스 교실에서 벌어진 흉기난동 사건이 영국 전역에서 대규모 반이민, 반무슬림 폭력 시위로 번졌다. SNS를 통해 용의자가 무슬림 망명 신청자라는 가짜뉴스가 퍼지면서 극우 세력들이 자극을 받아 시위를 일으켰다. 알고 보니 용의자는 이민자가 아닌 영국 카디프 태생의 10대 청소년이었다. 그럼에도 시위대는 이슬람 사원과 난민신청자들이 머무는 호텔에 불을 지르고 경찰관을 공격하는 등 폭력적 행동을 벌였고, 일부는 상점 유리창을 깨는 등 약탈까지 감행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시위로 수많은 경찰관이 부상을 당했으며, 그중 일부는 골절과 뇌진탕 등 중상을 입었다. 극우 폭력 시위가 확산되자 이에 맞서 반인종주의 단체들이 여러 지역에서 맞불 시위를 조직하기도 했다. 맨체스터, 리버풀, 노팅엄, 브라이턴 등 주요 도시에서는 반인종주의 시위대가 영국의 대표적 극우 인사인 “토미 로빈슨에 반대”, “인종주의와 파시즘을 멈추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거리로 나섰다. 시위는 대체로 평화적으로 진행되었으나, 일부 지역에선 극우 세력과 난민 지지 시위대 간의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취임한 지 한 달 정도 지나 이와 같은 큰 위기를 경험한 키어 스타머 총리는 8월5일 각 부처 장관들과 경찰, 정보기관 등이 참여하는 코브라 미팅(국가 비상사태를 논의하는 회의체)을 열어 시위 대응책을 논의하고, 검경의 강경 대응을 선포했다. 이번 시위로 인해 영국 전역에서 430여명이 체포되었으며, 그중 140여명이 기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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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파리 ‘친환경 올림픽’의 이유 선수들의 연이은 선전과 기록 경신, 팬들의 응원과 함께 2024 파리 올림픽 열기가 뜨겁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은 다른 의미에서 말 그대로 뜨거운 올림픽이기도 하다. 올림픽이 개막한 주는 역대 가장 더운 날을 기록했으며, 개최지 파리는 기후 변화 여파로 폭우와 숨 막히는 더위의 격렬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이는 선수들 경기력과 올림픽을 관전하는 관중 모두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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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제3의 길’ 귀환하는 영국 7월4일 열릴 영국 총선에서 노동당의 압도적 승리가 예상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노동당은 40%대, 보수당은 20%대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어, 큰 이변이 없을 시 1997년 제3의 길을 내세웠던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압승을 재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보수당의 몰락에는 브렉시트, 경제정책 실패로 인한 경기침체 등이 이유로 꼽힌다. 브렉시트는 2016년 보수당의 지지층 결집을 위한 수단으로 등장해, 정확한 손익계산을 따져보지도 못한 채 시작되었고, 결국 영국의 무역과 투자에 심각한 타격을 줬다. 최근엔 브렉시트를 후회한다는 여론이 다수가 될 만큼 국민들의 입장도 달라졌다. 브렉시트 결정에서도 알 수 있듯, 보수당은 인기에 영합한 정책을 고수하다가 장기 경제성장 전략을 제시하는 데 실패했다. 지금까지 이어지는 영국 경제의 저성장은 금융·법률 등 서비스 산업 위주의 산업구조와 보수당 정부의 긴축재정으로 인해 줄어든 연구·개발 지원, 교육과 훈련 투자 감소 등 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해진 탓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게다가 올해 리시 수낵 총리가 노동시장에서 자국민 활용을 우선시하기 위해 반이민 성격이 강한 비자법을 도입하면서 우수 해외인력으로 유지돼오던 산업영역에서조차 경쟁력을 잃을 위기에 놓여 있다. 개정된 비자법은 영국 대학 졸업 후, 취업을 꿈꾸던 외국인 학생 유치에도 영향을 줘 다수 대학들이 재정위기를 호소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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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논란의 불협화음 ‘유로비전’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는 유럽방송연합 소속 30여개국의 대표 가수를 출전시켜 우승자를 뽑는 음악 경연대회다. 1956년부터 시작되어 매년 열리는 이 경연은 아바, 셀린 디옹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수를 배출하였고, 결승전 시청자는 약 2억명에 달할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유지해왔다. 또한 참여국 대부분이 유럽연합 소속 국가라서 유럽연합의 연대를 강화했다는 연구도 있을 만큼 이 경연이 끼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나도 해마다 열리는 이 대회를 즐겨 보곤 했다. 현대 대중음악이 추구하는 완성도나 세련됨을 내세우기보다는 각국의 전통 악기와 자국 언어를 활용하고, 문화를 강조한 음악으로 경쟁하는 모습이 신선했고,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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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기후위기는 인권의 위기다 지난 4월9일, 유럽인권재판소는 스위스의 64세 이상 여성 2400여명으로 구성된 ‘기후보호를 위한 노인단체’(KlimaSeniorinnen Schweiz)와 스위스 정부의 기후소송에서 단체의 손을 들어주었다. 기후보호를 위한 노인단체는 기후변화가 여성 노인의 건강권을 위협하고 있으며, 스위스 정부의 기후위기에 대한 미흡한 노력이 인권침해로 이어졌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고령 여성이 폭염으로 인해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건강이 악화되었고, 외출 시에도 질병 및 사망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인권재판소는 스위스 정부가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적절한 전략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밝히며, 이는 유럽인권협약 제8조(사생활과 가족생활을 존중받을 권리)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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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닮은 듯 다른 영국 수련의 파업 2023년 3월부터 시작된 영국 수련의들의 대정부 파업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의 수련의는 의사면허 획득 후 10년 이내의 젊은 의사들로 우리나라의 전공의들과 비슷한 위치에 놓인 이들이다. 지난해 9월과 10월에는 영국 역사상 처음으로 전문의와 수련의가 함께하는 연대 파업을 펼치기도 했으며, 올해 1월에 있었던 6일간의 파업은 국가보건서비스(NHS) 75년 역사상 최장 기간 파업이었다. 영국 수련의들의 파업 여파는 컸다. 영국의사협회(BMA)에 따르면 파업으로 인해 취소 혹은 조정된 진료만 121만건에 달한다. 현재 영국 수련의들의 가장 큰 요구는 임금 인상이다. 이들은 2008년 이후 16년간 물가상승률 대비 임금인상률이 턱없이 낮아 실질임금은 30%가량 줄어들게 됐다며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수련의들은 35.3% 수준의 임금 인상을 주장하고 있으나 정부는 11.8% 인상안을 내놓았고, 수련의들은 지난 2월24일 다시 5일간의 파업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