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원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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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혼란의 세우타, 돌아온 극우 지난달 말, 모로코와 국경을 맞댄 스페인의 북아프리카 자치령 세우타에서 참극이 벌어졌다. 유럽으로 향할 길을 찾아 5만명 넘는 이주민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필사의 탈출 과정에서 수영을 못하는 사람들까지 바다로 뛰어들었고, 서로를 붙잡은 채 물에 빠지거나 혼란 속에서 압사하는 이들이 속출했다. 2일 기준 최소 72명의 사망자가 확인됐고, 희생자 중에는 청소년도 포함되어 있다. 이 비극 앞에서 유럽 전역의 극우 정치인들은 애도를 보내는 대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공포를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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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다시 끓고 있는 유럽 나는 2022년 8월 이 지면에서 기록적인 유럽 폭염과 그것이 노동자 인권에 미치는 위협에 대해 쓴 적이 있다. 그런데 올해 유럽의 폭염은 당시의 경고를 넘어, 일터뿐 아니라 생활 전반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아직 한여름의 절정도 아닌 6월 서유럽 전역에서 기온 기록이 잇따라 깨졌다. 스페인에서는 최고기온이 45.1도까지 치솟았고, 프랑스도 40도를 웃도는 기록적 폭염에 휩싸였다. 영국에서는 수백개 학교가 문을 닫거나 단축 운영에 들어갔고, 철도는 레일 변형과 장비 과열 우려로 속도 제한과 지연을 겪었다. 폭염은 이제 불편한 날씨가 아니라 교통, 에너지, 의료, 교육을 동시에 흔드는 사회적 재난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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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영국 양당 정치 공백 채운 극우 지난 5월 초의 영국 지방선거는 단순한 정권 중간평가를 넘어, 100년 넘게 유지돼온 양당 질서의 균열을 분명히 드러냈다. 잉글랜드에서 개혁당은 1453석과 14개 지방의회를 확보하며 제도권 정치의 핵심 행위자로 부상했다. 반면 노동당은 1068석, 보수당은 801석에 그치며 모두 후퇴했다. 특히 개혁당은 전통적 보수층뿐 아니라, 과거 노동당의 기반이었던 북부와 미들랜즈의 불만층까지 흡수했다. 이는 생활비 위기, 지역 쇠퇴, 공공 서비스 붕괴, 이민 문제를 둘러싼 국민들의 불만이 기존 양당 체제 안에서 더 이상 충분히 대표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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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에너지 충격과 유럽의 선택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소식이 전해졌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전쟁의 참상이었지만 일상에서 체감된 변화는 의외로 빠르게 나타났다. 바로 유가 상승이다. 내가 거주하고 있는 에든버러의 주유소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올랐고, 일부 저가 주유소 앞에는 가격 인상을 우려한 소비자들이 몰리며 긴 차량 행렬이 형성됐다. 현재 유럽이 직면한 에너지 위기는 단순한 가격 상승을 넘어선 구조적 충격이다. 전쟁 발발 후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글로벌 원유 공급의 10% 이상이 차단됐고, 유럽 내 원유와 가스 가격은 각 40% 이상 급등했으며, 항공유 가격 상승으로 항공편이 축소되는 등 실물경제에도 빠르게 전이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에너지기구가 이번 위기를 과거 오일쇼크를 능가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은 과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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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미식 열풍의 그늘 ‘스타주 문화’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흑백요리사>가 큰 인기를 끌었다. 셰프들의 창의성과 철학, 치열한 경쟁을 드라마처럼 담아낸 이 프로그램은 폭발적인 관심을 모으며 요리를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끌어올렸다. 대중의 미식 감수성은 한층 세련되어졌고, 셰프는 단순한 직업인을 넘어 문화 아이콘으로 재조명됐다. 그러나 이러한 화려한 조명 뒤에는 또 다른 현실이 존재한다. 최근 세계 최고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덴마크의 ‘노마(Noma)’에서 제기된 학대 의혹과 오너 셰프 르네 레드제피의 사임은 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다시 환기시켰다. 수십명의 전직 직원들은 언어적 위협과 신체적 폭력, 모욕적 통제가 존재하는 독성적 근무 환경을 증언했다. 이는 단지 한 인물의 리더십 문제라기보다 파인다이닝 산업 전반에 내재된 문화적 특성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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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확산되는 청소년 ‘SNS 규제’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청소년의 소셜미디어(SNS) 사용을 법으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 1월 말, 프랑스 하원은 15세 미만 청소년의 SNS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덴마크, 스페인 등 여러 나라가 유럽연합(EU) 차원의 공동 대응을 촉구하고 있으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전문가 자문단을 구성해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사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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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유럽과 한국의 캔슬 컬처 ‘캔슬 컬처(cancel culture)’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공적 인물의 문제적 발언이나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묻는 집단적 실천으로 이해된다. 예매한 표를 취소하듯 사람을 ‘캔슬’하는 태도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배경에는, 확장된 디지털 환경과 즉각적인 도덕 판단을 부추기는 온라인 문화가 있다. 유럽에서 전개된 캔슬 컬처는 흔히 상상되는 무차별적 마녀사냥과는 거리를 둔다. 그것은 개인을 사회에서 제거하는 방식이라기보다, 윤리적 일관성과 공적 책임을 요구하는 압박 장치에 가깝다. 대표적 사례가 ‘해리 포터 시리즈’의 작가 J K 롤링이다. 트랜스젠더 이슈와 관련된 발언 이후 그는 강한 비판과 불매 운동에 직면했지만, 출판이나 발언의 권리 자체를 박탈당하지는 않았다. 논쟁의 핵심은 개인을 사회적으로 지워야 하는가가 아니라, 여전히 문화적,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할 자격이 있는가에 머물렀다. 패션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 역시 유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는 2011년 반유대주의 발언으로 디올에서 즉각 해임되며 패션계에서 사실상 퇴출되었다. 그러나 수년간의 공백과 공개 사과, 성찰의 과정을 거친 뒤 그는 제한적이고 점진적인 방식으로 업계에 복귀했다. 이 경우에도 문제는 ‘존재’가 아니라 ‘행위’였으며, 복귀는 무조건적 용서가 아닌 조건부 회복으로만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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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노동의 새벽’, 유럽도 매한가지 새벽마다 문 앞에 놓인 택배상자는 이제 한국 소비문화의 상징이 되었다. 빠른 배송은 일상의 편리함을 주지만 그 편리함이 누군가의 밤과 건강을 대가로 유지된다는 사실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최근 쿠팡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 사고와 과로 논란은 새벽배송 체계의 현실을 다시 보여주었다. 이러한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현상이 아니다. 전 세계 곳곳에서 비슷한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으며, 특히 블랙프라이데이 같은 대형 쇼핑 이벤트가 다가오면 노동의 취약성은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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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세대 전쟁이라는 착시 요즘 우리 사회에서 ‘영포티’ ‘이대남’ ‘MZ세대’ 같은 세대 구분은 일상적인 언어가 되었다. 하지만 이런 세대 담론은 단순히 사회를 설명하는 언어가 아니라, 오히려 사회적 분열을 조장하는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영국과 유럽에서도 낯설지 않다. 다수의 언론은 “베이비붐 세대가 집을 독점했다” “밀레니얼은 게으르고 불평이 많다”는 식으로 세대 간 대립 구도를 만들어낸다. 최근 몇년간 내가 지도한 석사 논문들에서도 조직 내 세대 갈등, 젠지(Gen Z) 노동자의 조직 적응 문제, 역연령차별(reverse ageism) 등이 자주 다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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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살 빼는 약으로 실업 줄인다? 지난해 10월, 영국 정부는 비만 치료 주사를 실업 대책에 활용하겠다는 파격적인 계획을 내놓았다. 웨스 스트리팅 보건장관은 맨체스터에서 진행될 5년간의 실험을 통해 비만 주사가 단순한 건강 개선을 넘어 구직 활동과 고용 유지에도 효과가 있는지를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다국적 제약사 릴리가 2억7900만파운드(약 4900억원)를 투자하며, 신약 ‘마운자로’가 실제로 삶의 질과 고용 상태를 향상할 수 있는지가 핵심 과제로 다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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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이제는 멈춰야 할 산업재해 최근 한국에서 또다시 안타까운 산업재해로 인해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의 소식이 들려왔다. 2022년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의 경영 책임을 강화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지만, 사고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유럽 주요 국가들의 접근 방식은 우리에게 중요한 반성과 대안을 제시한다. 영국은 1974년 보건안전법 이후, 산재를 예방하는 체계를 꾸준히 발전시켰다. 2008년부터는 기업 과실치사법 및 기업 살인법이 시행돼 중대한 과실로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기업에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유죄 판결의 비율이 높지 않고, 대부분 소규모 기업을 대상으로 한 판결이라 법의 실효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2022년은 예외적인 해였다. 알루미늄 재활용업체 직원이 안전장치 미비로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회사 측에 30억원대(200만파운드) 벌금이 선고됐고, 음식물 폐기물 업체 직원이 탱크 내에서 익사한 사건에서는 회사 경영진 중 한 명에게 13년 실형이 내려졌다. 법원의 판단은 강경했다. 이는 영국이 법을 소극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증거가 명확한 경우 적극적으로 처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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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유럽을 다시 덮친 과잉관광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유럽 관광도시들은 오랜만에 숨을 돌렸다. 피렌체 골목길과 베네치아 운하, 바르셀로나 해변에서 현지인들은 한동안 사라졌던 평온을 되찾았다. 하지만 국경이 재개방되자 전 세계 관광객이 다시 유럽으로 몰려들었다. 과잉관광(오버투어리즘)이 유럽 도시들을 다시 압박하기 시작했다. 과잉관광은 단순히 관광객 증가의 문제가 아니다. 관광객 유입으로 인해 도시 환경이 파괴되고 주거비가 급등하며 지역주민의 삶의 질이 현저히 저하되는 현상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