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경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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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옆 식물원 스마트팜 속 키워지는 죽은 나무···주류·정상 지향하는 기술 꼬집다 키가 15층 아파트 높이에 달하던 메타세콰이어 나무가 갑자기 사라졌다. 사방이 아파트로 둘러싸인 우리집 창문의 눈높이에서 보이던 유일한 ‘자연’의 풍광이었던 나무였다. 여름이면 초록빛으로, 가을이면 주황빛으로 물든 잎이 계절의 변화를 일깨워줬다. 나무는 ‘적합한’ 절차를 거쳐 잘려나갔다. 뿌리가 땅 속 깊이 뻗어 배수관을 건드릴 수 있다는 이유로 관리사무소에서 주민투표를 거쳐 베어내기로 한 것이다. 겨울휴가를 다녀오자 나무가 있던 자리엔 커다란 나무둥치와 톱밥만이 남았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미술관 송은에서 열리고 있는 ‘제23회 송은미술대상전’에서 유화수의 ‘재배의 몸짓’이 눈길을 끌었던 것은 그 때문이었다. 그곳에 사람이 잘라버린 죽은 나무가 있었다. 정확히는 스마트팜 시스템을 갖춘 유리상자 안에 죽은 나무토막과 그로부터 왕성히 자라난 버섯이 있었다. 유화수는 조망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베어진 나무를 최첨단 스마트팜에 넣고 ‘재배’하는 작품을 선보였다. 40년 된 빌라의 나이만큼 오래된 나무들의 키가 3층 빌라 높이까지 자라나자 주민들은 반상회를 열어 나무를 없애기로 했다. 느티나무, 아카시아나무, 목련나무, 벚꽃나무 12그루가 순식간에 잘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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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갤러리가 찾은 ‘숨은 보석’ 한국 작가들···소수자 서사부터 재난 이후까지 작열하는 태양의 화려한 빛 아래 원색의 자연 풍광이 강렬하게 펼쳐진다. 그 아래 호랑이가 내장을 드러낸 채 죽어 있다. 춤추는 듯 이글거리는 배경에 대비해 호랑이의 사체는 가련해 보인다. 취약한 부분을 남김없이 드러낸 호랑이의 벌어진 상처는 반짝이는 비즈와 자수로 정성스레 채워넣었다. 서울 용산구 리만머핀에서 열리고 있는 ‘원더랜드’에 전시된 켄건민 작가의 작품 ‘2022-1988’이다. 작가가 유년 시절을 보낸 1988년 서울과 2022년 로스앤젤레스(LA)의 기억을 엮은 작품이다. P-22는 미국 LA 인근에 서식하던 야생 표범으로 2022년 안락사됐다. 할리우드 인근을 어슬렁거리는 표범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P-22가 주택가에 출몰하게 된 것은 개발 탓이다. P-22는 도시와 고속도로로 둘러싸인 공원에 고립돼 살았다. “P-22가 죽고 나서 사람들이 동물들의 삶과 서식지 등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제 기억 속 서울과 호랑이의 모습을 떠올리게 됐죠.” 지난달 14일 리만머핀에서 만난 켄건민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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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생생하게 풀어헤친 ‘여초 직업’ 이야기 14년차 초등교사였던 공동저자 서현주가 ‘철밥통’ 직장을 때려친 것이 시작이었다. 정년·연금, 육아휴직, 방학이 보장되기에 ‘(여자에게) 좋은 직장’으로 꼽히는 초등교사직을 스스로 내려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오래전으로 돌아가야 했다. 초등학교 교실 뒤편 장래희망을 적어놓은 ‘포도송이’에 유독 여학생의 꿈엔 간호사, 선생님이 많았던 이유, “여자는 선생님이 최고”라고 권하던 부모님, 이 말이 한국의 노동시장에서 의미하는 것 등…. 기자 이슬기와 성교육 활동가 서현주는 ‘선때녀(선생을 때려치운 여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서 시작해 간호사·보육교사·승무원·방송작가 등 대표적인 ‘여초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의 광범위한 이야기를 추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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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보지 못하는 화가와 미술관람자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그림을 감상하는 것은 가능할까. 시각장애인이 미술을 감상하는 모습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미술관에도 점자로 된 안내문 등이 제공되며 시각장애인의 전시 접근권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지만, ‘보지 못하는 사람’이 시각적 자극의 덩어리인 미술을 감상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은 남는다. ‘보는 사람’으로서는 경험과 상상 밖의 일이다.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예술을 보러 가다>(다다서재)는 그에 대한 훌륭한 답을 내놓는다. 저자 가와우치 아리오는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전맹인 시라토리 겐지와 함께 미술관을 찾아다니며 전시를 관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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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옆 식물원 ‘퀴어 문화유산’된 게발선인장···척박한 한국에서 꽃 피울까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3전시실 입구에서 게발선인장 화분 하나를 볼 수 있다. 특별할 것 없는 작은 화분이어서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지만, 엄연히 전시된 작품의 하나다. ‘올해의 작가상 2023’ 후보인 이강승의 작품 ‘하비(Harvey)’다. ‘하비’는 작고 연약한 게발선인장이다. 하지만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자면 꽤 나이가 많다. ‘하비’는 1977년 샌프란시스코 시의원에 당선된 미국 최초의 게이 정치인 하비 밀크(1930~1978)가 생전에 키우던 식물의 일부다. 하비 밀크는 2008년 개봉한 영화 <밀크>로 친숙하다. 거스 반 산트 감독이 연출하고 숀 펜이 주연을 맡았다. <밀크>로 숀 펜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영화 개봉 이듬해인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하비 밀크에게 미국 최고 훈장인 대통령 자유메달을 추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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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가 현대에 셋방살이”···커지는 ‘국립근대미술관 설립’ 목소리 “지금 대한민국 국립 미술박물관은 고전과 현대라는 2관체제에 머물러 있습니다. 국립근대미술관을 설립함으로써 고전, 근대, 현대의 3관 체제(국립중앙박물관, 국립근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를 갖출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19일 서울시 종로구 예술가의집에서 ‘2024 국립근대미술관 설립 추진을 위한 전국 포럼’이 열렸다. 지난해 11월 국립근대미술관 설립을 위한 전국연구자포럼(포럼)이 조직된 후 활동을 본격화하면서 열린 창립 기념 포럼이다. 현재 한국의 고전 미술은 국립중앙박물관이, 근현대 미술은 국립현대미술관이 담당하고 있다. 근대 미술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분관이 담당하고 있지만, 규모와 인력 면에서 제역할을 하기 힘들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포럼의 대표를 맡고 있는 미술사학자 최열은 “소장품 규모나 학예인력 구성을 보면 근대·현대·동시대 비례를 따져 볼 때 가장 취약한 영역이 근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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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내 개가 4층에서 뛰어내렸다”···동물의 ‘상처받은 마음’을 이해하기 위하여 우린 모두 마음이 있어 로렐 브레이트먼 지음 | 김동광 옮김|후마니타스|420쪽|2만3000원 이마 한가운데를 가르는 하얀 털을 경계로 양쪽 대칭을 이루며 온몸을 덮은 까만색 털코트, 가슴팍의 넘실대는 하얀 털, 두 눈 위에 콕 찍힌 갈색 점이 매력적인 올리버는 스위스의 목양견인 베른마운틴종이다. 광고에도 등장하는 “견종계의 슈퍼 모델”이다. 과학사학자 로렐 브레이트먼은 파트너 주드와 함께할 반려동물로 베른마운틴종 개를 꿈꿨다. 순종의 가격이 2000달러에 달하는 고급 견종인 베른마운틴종은 ‘그림의 떡’이었지만, 우연찮은 기회에 파양된 올리버를 입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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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총무원장 “K명상 대중화 원년···자승 스님 재산 종단 이관 절차 착수” “올해는 대중적 선명상 프로그램이 시작되는 원년입니다. 불교에서 최고의 마음의 평화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인 명상, 즉 참선을 쉽게 풀어서 일반인들도 가까이 접근하고 수행할 수 있도록 현대적 언어로 풀어내 보급할 것입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17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불교 1700년 역사와 전통을 담은 수행법들을 간추려 정리하고 있다. 국민 정신건강 문제 해결을 위한 선명상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보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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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멈추고 인종차별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꿈꾼다”···이영훈 목사 마틴 루터 킹 기념예배 축사 “우리는 마틴 루터 킹 목사처럼 지금도 여전히 꿈을 꾸어야 합니다. 언젠가 전쟁이 멈추고 하나님의 은혜로 평화가 전 세계를 지배할 것과 인종차별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인권이 동등하게 존중받게 될 것을 바라보며 꿈을 꿉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가 15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란타 예벤에셀침례교회에서 열린 마틴 루터 킹 주니어(MLK) 데이 기념예배에 참여해 이같이 축사했다. 이 목사는 “나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된 남북한이 하나님의 은혜로 통일될 것, 모든 사람이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는 날이 올 수 있도록, 자유와 평화를 위해 함께 일하는 날이 오기를 꿈꾸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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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갈라진 작은 손…면화 산업 속 보이지 않는 아동 노동 목화 열매가 터지고 뽀얀 목화솜이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을 보면 놀랍다. 단단한 열매 안에서 터져나오는 보드라운 솜의 대비가 경이롭게 느껴지고 보슬보슬한 표면이 포근한 솜이불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목화솜을 따는 일은 예로부터 악명이 높다. 면의 원료가 되는 목화는 식민지 플랜테이션의 대표 작물이었고, 미국 남부에서 흑인 노예의 노동력을 착취해 수확했다. 오늘날 부드러운 목화솜을 우리가 사용하는 옷과 이불로 만드는 일은 하청의 공급사슬을 따라 먼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뤄진다. <나는 요정이 아니에요>는 면화산업의 공급사슬 맨 끝에서 일하고 있는 아이들을 다룬 그림책이다. 아이들은 세계적으로 3억명이 넘는 사람들이 고용된 면화산업 시스템의 끄트머리에 있다. 고용주들은 작물에 피해를 주지 않는 작고 부드러운 손가락을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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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구입 예산의 20% 해외미술품 투자” 국립현대미술관(MMCA)이 해외 미술작품 수집을 강화한다. 한국 근현대 미술사에 대한 연구를 강화하는 한편, 한국미술에 대한 국제적 담론 형성과 확장을 위한 학술 프로그램 마련에 나선다. 국립현대미술관은 9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2024~2026년 중기 운영 방안과 주요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눈에 띄는 것은 해외 미술작품 수집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부분이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 수는 1만1500여점으로, 90% 이상이 국내 미술품이다. 해외 미술품은 8.5%에 그치고 있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미술관의 소장품은 미술관의 ‘얼굴’이기도 하다. 국립현대미술관의 해외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 소장품 중 국제 미술품 비율을 높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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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을 잃은 화가, 세상은 끝나지 않았다···기억과 촉각으로 그리는 그림 시각을 잃고도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멕시코 출신으로 독일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화가 마뉴엘 솔라노(37)는 “그렇다”고 말한다. 솔라노는 2014년 스물여섯의 나이에 HIV 합병증으로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시각 예술을 하는 화가로서 시력을 잃는다는 것은 모든 것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시력의 상실이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욕망과 의지를 중단시키지는 못했다. 세상이 끝난 것 같은 좌절에 빠졌던 솔라노는 예술만이 자신을 암흑 속에서 구할 것이라는 듯 다시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눈을 감으면 더 잘 보이는 풍경, 즉 기억의 생생한 조각들을 꺼내 캔버스 위에 옮기기 시작했다. 벽에 스테이플러로 캔버스를 고정시킨 후 그리고 싶은 대상의 윤곽을 못과 핀, 줄을 이용해 구획한 후 손에 물감을 묻혀 손끝의 감각으로 그림을 그려 나간다. 기억과 손끝의 감각으로 그린 그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