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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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연금개혁, 시민대표단 선택을 누가 실현할 것인가 2024년 연금개혁 논의의 특별한 점은 연금개혁 방향을 시민이 직접 결정하도록 한 것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시민대표단 다수는 국민연금 보장수준과 보험료율을 함께 올리는 소득보장 강화론을 선택했다. 구체적으로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높이는 안이다. 또한 다수는 기초연금을 받는 노인을 당분간 넓게 유지하는 것을 지지했다. 500명 시민대표단의 선택은 단순한 참고용이 아니다. 국회는 애초에 연금개혁안 결정을 목적으로 복잡한 공론화 절차를 실시했고 이를 존중할 의무가 있다. 또한 시민대표단의 선택은 단순한 설문조사처럼 해석되어선 안 된다. 시민대표단은 연금개혁에 관해 장시간 공부하고 숙고하는 과정을 거쳐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했다. 이는 일하고 공부하고 돌보는 바쁜 일상을 사는 보통 시민이 우리 공동체를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하도록 위임받았다는 사명감 없이는 하기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시민대표단의 선택을 단순히 각자의 선호나 이익에 따른 것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일부 정치인은 시민대표단의 의사결정이 갖는 그 무거운 의미를 외면한 채, 핵심도 잘 모르고 최저보장에 대한 기준도 없이 스웨덴식 연금제도를 도입하자는 등 엉뚱한 이야기를 해서 논의를 흐트러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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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총선 이후, 연금개혁의 방향은 어디? 선거 이후 바로 국회 연금개혁특위가 주도하는 연금개혁 공론화 과정이 본격화될 예정이다. 이번에는 시민대표단이 숙의 주체이다, 시민대표단이 다루게 될 연금개혁 선택지는 국민연금에 대해 ‘더 내고 더 받을 것인가, 아니면 더 내고 그대로 받을 것인가’ 두 가지로 정리되었다. 과연 어떤 결론이 나올까? 초고령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가장 큰 위험은 바로 노인빈곤이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은 노후빈곤의 물결에 대응하는 두 개의 댐이다. 시민의 손으로 이 댐의 높이와 폭에 관한 의사결정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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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의대 증원 사태를 보며 연금개혁을 생각하다 의대 증원을 둘러싸고 극으로 치닫는 갈등을 보며 다음 연금개혁은 어떻게 진행될까 생각해본다. 연금개혁에 관해 국회 주도로 국민 의견수렴 절차, 즉 공론화 과정이 진행 중이다. 연금개혁이 의대 증원 사태가 가는 길을 따르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국민들이 학습과 토의를 거쳐 직접 연금개혁안을 선택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숙의민주주의를 추구하는 것이다. 물론 총선을 앞두고 정부와 주요 정당들이 연금개혁에 관해 침묵하고 넘어갈 수 있게 면책권을 주는 효과도 있다. 공론화 과정에서 노동자, 사용자, 여성, 농민, 소상공인, 청년, 노인으로 구성된 의제숙의단이 국민연금 개혁에 관한 선택지를 두 개로 정리해 발표한 바 있다. 이는 ‘더 내고 더 받는 것’과 ‘더 내고 그대로 받는 것’ 두 가지다. 구체적으로 1안은 국민연금 급여수준을 소득대체율 50%로 올리고 보험료율은 13%로 조정하는 것, 2안은 국민연금 급여수준을 소득대체율 40%로 하되 보험료율은 12%로 하는 것이다. 숙의단은 개혁의 선택지를 제시할 뿐 최종 선택은 500인의 국민대표단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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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소극적 복지의 핑곗거리 된 젊은 세대 우연히 TV에서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녹색정의당이 참여한 총선 정책토론회를 보았다. 극단적인 저출생이 삶의 위기를 그대로 투영하고 있느니만큼, 세 정당은 고용안정, 노동시간 단축, 공공주택을 통한 주거안정, 소득보장, 육아휴직 및 아이돌봄 지원 확대 등을 공약으로 정리할 예정이라 하였다. 총선을 계기로 노동과 복지의 과감한 변화, 우리 사회의 근본적 전환에 대한 여야 간 합의가 가능해 보였다. 그렇다면 여태 왜 안 했을까? 의문은 오래가지 않았다. 출범하자마자 법인세부터 깎아주고 각종 감세정책으로 정부재정 결손을 야기한 윤석열 정부의 조세정책과 복지 확대가 어떻게 함께 갈 수 있을까 질문이 이어졌다. 여당의 답은 증세 없는 복지였다. 증세 없는 복지라… 근거는? 미래세대가 증세를 반대한다는 것이었다. 여당은 현재 20대인 소위 Z세대(의미 없이 이어지는 알파벳!) 대부분이 증세를 반대한다는 조사 결과를 들고나왔다. 복지를 효율화해야 한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복지 확대는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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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민주주의의 위기와 연금개혁의 정치실험 총선을 앞두고도 국회 연금개혁특위는 연금개혁을 위한 단계를 밟아나가고 있다. 얼마 전 연금특위는 시민 500명을 시민대표단으로 선발, 토의를 거쳐 연금개혁안을 선택하도록 하는 ‘공론화’를 추진한다고 발표하였다. 연금정치의 새로운 실험이다.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시민이 주체가 되어 의사결정을 하도록 한다면 이는 숙의민주주의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특위는 2~3월에는 최종안을 발표할 수 있다. 다만 우리 사회에서 민주주의 퇴행 징후가 곳곳에서 관찰되고 있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노동조합, 특히 양대 노총을 기득권 카르텔이라 규정하고 사회정책의 영향력을 차단하고 있다. 일례로 정부는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 사회보장제도 의사결정기구에서 양대 노총의 대표권을 박탈하고 있다. 반면 시장권력을 가진 재벌은 정치무대 전면으로 돌아오고 있다. 거대자본이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할 때 노동조합연맹의 힘은 약화될 때 더 나은 분배와 복지를 위한 사회적 타협은 더욱 어려워진다. 또한 전년에 비해 2023년 언론의 자유지수는 하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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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빈곤과 고립이 없는 세상을 바라며 2024년 새해 아침은 춥지 않아서 일출을 보기에 좋았다. 해가 솟아오르기 전에 이미 하늘은 밝다. 지평선 위로 훌쩍 올라오기 전부터 해는 하늘 어느 한 곳도 빠뜨리지 않고 고르게 비춘다. 하지만 시선을 하늘 아래로, 건물들로, 도로로, 우리가 사는 이곳으로 내려보면 빛은 그다지 고르지 않다. 어느 곳은 햇빛이 가득한 양지이지만 또 다른 곳에는 그늘이 너무나 짙다. 우리가 사는 이 땅에서 100명 중 15명가량은 빈곤하다. 65세 이상 노인이라면 그 비율은 100명 중 약 40명으로 올라간다. 나이가 더 많은 고령노인일수록, 혼자 사는 노인일수록 빈곤할 확률은 특히 더 높다. 일례로 며칠 전 발표된 폐지수집노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평균 나이는 76세로 고령노인이 많은데, 80% 이상이 소일거리가 아닌 생계를 위해 일한다. 그럼에도 약 월 130시간 폐지 줍는 일로 얻는 소득은 16만원이 채 못 된다. 노인일자리사업 임금도 대부분 30만원 이하이다. 빈곤한 노인은 자녀를 비롯한 주변 사람과의 교류가 적어 고립되기 쉽다. 몸의 질병도 문제이지만 외로움 등으로 마음의 건강 역시 챙기기 어렵다. 우리가 흔히 행복의 조건으로 말하는 타인과의 교류, 몸과 마음의 건강은 소득계층에 따라 크게 불평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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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수능이 지나간 자리, 경쟁 피로와 상처 수능 결과가 발표되었다. 국어, 영어, 수학과 여러 탐구 과목 중 이번에는 어렵지 않은 과목이 없었다고 한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수능에서 킬러문항을 없앤다고 하여 기대는 컸지만 어찌된 일인지 시험은 어느 때보다 어려웠고 ‘킬’당한 학생들은 헤아릴 수가 없을 지경이다. 영어는 절대평가제 도입 이후 1·2등급을 받은 학생 비율이 역대 최저이다. 이번 시험으로 아이를 한국에서 낳고 교육시키는 보통 부모들이 사교육으로부터 정말 멀어질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수능이 어려워져 사교육에 더 매달리게 되지 않겠냐는 질문에 당국은 사교육은 개인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했다니, 사교육 문제를 풀어나갈 의지가 없던 것이라면 킬러문항을 없애자는 얘기는 도대체 왜 꺼냈는지 의문스러울 따름이다. 시작과 끝이 왜 이리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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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민의와 총선, 그리고 연금개혁 민심은 천심이다. 오래된 말이지만 노동개혁, 연금개혁과 같은 주요 사회개혁 논의가 안개에 싸인 채 총선을 몇달 앞둔 상황에서는 이 말은 새로운 생각을 하게 만든다. 정부가 반드시 임기 안에 해내겠다고 천명한 연금개혁은 미래 한국사회의 질, 더 구체적으로는 우리의 일상의 모습을 크게 바꿔놓을 수 있다. 개혁 향배에 따라 보통의 시민이 어떻게 일하고 은퇴 후에는 어떤 노후를 보낼 것인가가 달라진다. 나아가 이 개혁은 세대 간, 계층 간의 관계를 변화시키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상상하는 대로의 민주주의라면 주요 정치세력은 책임 있는 개혁안을 내놓고, 이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확장되며, 수많은 토론과 의견수렴 등을 통해 정책 방안에 대한 국민의 선택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개혁을 해내겠다고 천명한 대통령은 물론 어느 정치세력도 연금개혁에 대한 입장을 제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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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국가복지 제대로 해야 서민이 산다 2023년 가을, 추위와 함께 고통이 길어질 것 같다. 고금리와 고물가로 가만히 있어도 소득은 줄고 일자리의 불안정성은 커지고 있다. 새벽시장에서 일거리를 찾지 못해 빈손으로 발길을 돌리는 이들이 늘었다. 씀씀이를 줄여보려 하지만 주거비와 의료비를 줄일 순 없다. 정부는 허리띠를 조르라고 하지만 교통비와 에너지 비용이 올라버린 이상 한계는 있다. 학생들 등록금으로 월급받는 처지이기에 고민이 깊다. 더 오래 일해서 등록금을 내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직과 폐업, 전세사기, 보이스피싱 등 삶을 나락에 떨어뜨리는 위험 속에서 서민들이 이를 버텨낼 수 있는 힘은 갈수록 줄고 있다. 더욱이 경제적 고통은 하층에게 가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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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윤석열 정부의 연금개혁, 저비용 자본주의와의 이별 한때 저임금 노동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한국 자본주의의 생존방식이었으며, 복지 역시 비용 억제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저비용은 이제 경쟁력의 요체가 아님을 모두가 알고 있다. 게다가 저비용 자본주의는 지속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과거와는 다른 형태의 노동과 혁신에 기반한 자본주의로, 구성원에게 적정 임금과 괜찮은 수준의 복지를 제공하는 체제로 나아가는 게 지속 가능한 사회를 향한 유력한 경로다. 21세기 복지국가의 길이다. 한국의 노후보장, 국민연금 개혁의 핵심도 다르지 않다. 국민연금이 초고령사회에서 노후보장제도로 제 역할을 하려면 지금의 보장수준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급여수준을 올리지 않고는 앞으로 수십년 내내 국민연금 급여는 생활 불가능한 낮은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더 오래 일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출산, 군복무 크레딧 확대와 같은 가입기간을 늘리는 전략만으로는 미흡하다. 자본주의 국가 중 한국 국민만 유독 부동산, 주식, 개인연금으로 각자도생해 안정적인 노후를 영위할 재주는 없다. 이렇게 국민연금에 ‘더 내고 더 받는’ 개혁이 필수적이라면, 남은 문제는 어떻게 ‘적정 비용’을 실현할 것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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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당신들의 연금개혁, 당신들의 연금정치 결국 문제는 태도이다. 척박한 현실 속에서 한 발짝의 진전이라도 해내고자 할 때 우리는 대화를 통해 동의의 기반을 넓히고자 한다. 주도권을 가진 다수도 다른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을 포용하고자 한다. 그런데 포용이라…. 말이 아름답지, 이건 사실 서로를 참아내는 일이다. 힘의 불균형이 시소처럼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길목마다 다수는 힘의 논리를 관철시키고자 하는 유혹을 참아내고, 소수는 치사함을 참는다. 힘을 갖지 못한 이들은 잠깐씩 보이는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좁은 길을 찾아보려 애쓴다. 이건 길목마다 좌절이 출몰하는, 수명을 갉아먹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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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청년과 불안정 노동, 연금의 미래 세대를 말하는 것은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렇지 않아도 사회연대가 빈약한 이 땅에서 세대를 나누는 것은 마이너스의 정치가 아닌가 싶고, 이러한 분할은 쉽게 이용당할 수 있어 경계심이 올라온다. 청년세대가 겪는 고용 불안정성을 교묘하게 이용해 청년을 실업급여를 낭비하는 이들로 호도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실제 여러 세대의 삶은 부양관계, 돌봄관계 등으로 연결되어 서로 의존적이고, 생애주기상 우리의 세대 경험은 연속적이고 보편적이다. 계급과는 달리 세대에 관해 우리는 다른 이의 처지에 들어가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각 세대의 경험은 새롭고 고유하기에깊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