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경
제주대 사회학과 교수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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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필수의료, 무엇을 바라야 할 것인가 대한의사협회(의협)가 17일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의협이 의대 증원에 반발하며 집단 진료 거부에 나선 2020년과 달리 큰 열기는 없어 보인다. ‘총파업 찬반 투표’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일단 2020년 집단 휴진의 주축이었던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적극적이지 않다. 필수의료를 추진할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을 내놔야지, 의사 증원만으로는 대책이 되지 않는다는 견해 정도를 보인다. 개별 의대들 가운데는 의대 증원 자체를 반기기도 하니 통일된 집단행동은 어려울 거라고들 한다. 무엇보다 국민 여론이 압도적으로 의사 증원을 반기는 상황에서 실제 파업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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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돌봄, 예산 복원 넘어 전환의 의제로 한국 사회의 돌봄 위기 자체는 코로나19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없지만, 돌봄이 중심적 가치가 되는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였다.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필수노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라도, 돌봄 노동의 가치를 재평가해야 하며 돌봄을 사회의 중심적 가치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들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제기되었다. 2023년 11월 현재, 한국 사회 돌봄의 현주소는 어느 정도에 와 있다고 해야 할까. 일단 돌봄에 관한 관심 차원이나 돌봄을 얼마나 입에 자주 올리느냐는 차원에서만 보면 여전히 돌봄은 속된 말로 ‘뜨는’ 주제이다. 돌봄에 대한 사회적 지원의 필요성을 넘어서 기후위기와 관련하여 돌봄의 대상을 인간 너머로 확장하자는 문제의식도 확산하는 중이다. 형식적으로 가족의 테두리에 갇히지 않고 내용상으로도 기존 사회규범에서 자유롭고 다채로운 돌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자는 논의를 포함하여 돌봄에 대한 새로운 담론도 많아졌다. 여성의 돌봄 노동과 일자리, 임금 격차를 주류경제학의 시각에서 연구한 클라우디아 골딘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것도 올해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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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규탄만으로 전쟁이 멈추지 않는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충돌이 전쟁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 지역을 기습 공격해 이스라엘 측에 민간인을 포함해 1200명에 달하는 사망자를 내고 150명 이상의 민간인들을 납치했다. 이후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이 감행된 직후 14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사망했다. 23일 현재 가자지구에서 양측을 합한 사망자는 5000명, 부상자는 1만5000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공식적으로 여론의 대세는 공격과 보복이 이어지면서 민간인들의 희생이 커지는 사태를 중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폭력 사태의 원인을 두고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한쪽에서는 오래된 이스라엘의 점령과 폭력의 역사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음을 비판하고, 다른 쪽에서는 하마스의 민간인 공격과 납치가 정당화될 수 없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망자 숫자로 전쟁의 피해를 모두 측정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유엔 발표로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발발 500일 동안 약 9000명의 사망자가 나왔다고 하니, 이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충돌의 참혹함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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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철도파업, 끝이 끝이면 안 되는 이유 철도노조가 18일 오전 나흘간의 파업을 종료했다. 이번 철도노조의 파업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마지막으로 한 이후 4년여 만에 공공철도 확대, 4조 2교대 전면 시행, 임금 인상 등을 내걸고 벌인 일이다. 일단 코레일 쪽의 관심은 추석 전에 2차 파업이 재개되는 사태를 막아 내는 데 있어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정부 정책은 협상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여러 현실 여건상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파업을 지속할 경우 산업계나 시민들이 입게 될 피해를 강조하고 있다. 철도노조의 입장은 요구 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추석 전에 할지 아니면 이후에 할지 정도만 내부 협의를 거쳐 곧바로 2차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것이다. 이 선언이 사실이라면, 코레일이나 국토부의 태도로 미뤄봤을 때 개시 시점만 유동적일 뿐 2차 파업은 불가피한 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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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하와이 산불, 식민주의와 물의 문제 한국이 수재로 난리를 겪는 동안 세계 곳곳이 불타고 있다. 미국 하와이에 이어 캐나다와 스페인에서도 대규모 산불 소식이 들린다. 그 가운데서도 하와이에서 발생한 산불은 하와이가 미국 본토에 복속되기 이전까지 하와이 왕국의 수도였던 마우이섬 북서쪽의 해안 도시 라하이나에서 일어났기에 피해가 더 컸다. 지금까지 사망자 114명, 실종자는 최대 1300여명에 달해 지난 100년 동안 미국에서 최대 인명피해를 낸 산불로 기록되게 되었다. 갈수록 규모가 커지는 잦은 산불이 기후변화의 결과임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하와이 산불의 경우에는 하와이라는 지역과 라하이나라는 도시가 갖는 상징성 때문인지 식민주의를 원인으로 지목하는 논의가 눈에 띈다. 화재를 빌미로 토지를 매입하려는 외지 부동산업자들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다. 실제 조시 그린 주지사는 산불 발생 지역에서 토지거래를 일시 정지하도록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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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배우지 않는 어른 사회와 학교의 죽음 기상 관측 역사상 가장 뜨거운 여름이라고 한다. 기록적인 폭우와 더위가 이어지는 와중에 일어난 죽음들은 단지 가슴 아프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각기 정황이나 원인은 다를지 몰라도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사람의 목숨보다 앞선 자리에 놓인 가치들이 많음을 확인시켜 주기 때문이다. 군대에서 일어나는 사고든, 행정에서 반복되는 과실이나 태만이든, 그것들이 반복되는 정황마저도 낯익다는 사실이 주는 무력감은 가뜩이나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더욱 지치게 한다. 학교 현장 역시 답이 어려워 보이기로는 그 어떤 문제에도 뒤지지 않는다. 지난 18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교사가 세상을 떠난 후 교권과 학생 인권, 학부모 갑질에 대한 논란이 뜨겁지만, 교육 현장의 문제가 그뿐만은 아니다. 학교가 위치한 지역이나, 교사와 학생의 나이와 성별, 계층에 따라 학교에서 하게 되는 경험은 매우 다르기도 할 것이다. 이상한 학부모와 다루기 어려운 학생들이 많은 만큼, 교사의 비리나 일탈도 현실이다. 학생인권조례 탓을 하는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현재 학교는 교사의 인권도, 학생의 인권도 모두 지켜지지 않는 공간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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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오염수 방류, 우리가 들어야 할 목소리 지난가을 진도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섬에서 전복을 양식하는 어민들을 만났다. 한 어민이 지속 가능한 어업을 함께 고민해보자는 생태전문가에게 물었다. “그래 봐야, 일본이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를 방류해버리면 도시 사람들은 수산물 안 사 먹을 거고, 그러면 다 망하는 건데 이게 다 무슨 소용이죠?” 이 질문에 대한 전문가의 답변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때문에 수산물을 못 먹을 정도면, 우리 바다에서 나오는 거 다 못 먹는다고 봐야 합니다. 걱정하실 정도는 아닙니다.” 어민의 얼굴빛은 밝아지지 않았고, 전문가는 과도한 우려라면서 계속 답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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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형평사 100년, 차별과 인권을 되씹다 100년 전인 1923년 백정(白丁)에 대한 차별에 맞선 형평운동(衡平運動)이 전면화하기 시작했다. 그해 4월25일 경상남도 진주에서는 조선형평사(朝鮮衡平社)가 창립되었다. 조선형평사는 “공평은 사회의 근본이고 애정은 인류의 근본 강령이며, 계급을 타파하고 모욕적 칭호를 폐지하며 교육을 장려하여 우리도 참다운 인간이 되는 것을 기대”한다는 설립 목적을 내세웠다. 이어 5월20일 전북 김제에서 창립된 서광회(曙光會)는 “백정! 백정! 부합리의 대명사, 부자연의 대명사, 모욕의 별명, 학대의 별명인 백정이라는 명칭하에서 인권의 유린, 경제의 착취, 지식의 낙오, 도덕의 결함을 당하여 왔다”고 선언했다. 1926년의 형평사 선언에는 “인생은 천부불가침의 자유가 있다. 인격과 자유를 억압된 자에게 어찌 생의 의의가 있으랴!”는 외침과 함께 인권 해방을 근본적 사명으로 한다는 강령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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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2023년 우토로에 필요한 것 지난 주말 일본 오사카와 그 인근 지역에서는 재일 코리안과 관련해 두 가지 크게 기념할 만한 일이 있었다. 첫번째는 4월29일 재일 코리안이 많이 모여 살고, 과거 ‘조선시장’으로 알려졌던 코리아타운 상점가를 형성하고 있는 오사카 이쿠노구의 이카이노 지역에 ‘오사카 코리아타운 역사자료관’이 개관한 일이다. 한류 열풍 속에서 연간 200만명 이상이 방문한다고 하는 이 지역은 일제강점기에는 거대 공업도시인 오사카에서 살 길을 찾기 위해 넘어간 조선인들이 삶의 터전으로 삼은 곳이다. 특히 한때 제주도민 4분의 1이 일본에 거주하고 있고, 재오사카 조선인의 60%가 제주 출신이라고 할 만큼 제주와 관계가 깊은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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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4·3, 기억의 전승인가 뜻의 계승인가 4·3은 “제주에 봄이 오고 있습니다”라는 대통령의 말로 기억되는 2018년의 70주년을 기점으로, 아직 제주는 춥다던 71주년을 지나, 2021년 2월 제주 4·3의 완전한 해결 및 희생자 명예 회복을 위한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74주년을 맞은 작년부터 ‘돔박꼿’이 활짝 핀 봄이 왔음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 후로 정권이 교체되고, 올해 들어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의 4·3 모독 발언에 이어 제주 도내 곳곳에 희생자들을 모욕하는 플래카드가 붙기 시작했다. 추념식 당일에는 서북청년단의 집회까지 예고되면서, 과연 벚꽃마저 때 이르게 피었다 져버린 자리에서 맞는 올해의 4·3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염려스럽게 지켜본 사람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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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청정한 자원’은 없다 지난 2월27일은 오글랄라 라코타 부족과 미국 인디언 운동(AIM) 회원들이 사우스 다코타주의 운디드니 언덕을 점거한 지 5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1973년 2월27일부터 5월8일까지 71일간 200여명의 오글랄라 라코타들은 부족 의회와 연방 정부의 부패, 공동체를 위협하는 추장의 폭력, 잇단 인종차별적 범죄행위에 저항하는 투쟁을 감행했다. 미국 연방 정부는 병력과 저격수를 투입하여 도로를 차단하고 식량을 포함한 보급품의 전달을 막았음에도 두 달 넘게 이어진 그들의 저항은 미국 원주민 운동의 새로운 국면, 즉 ‘레드 파워’의 시작을 알리는 전환점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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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난방비 논란, 지원책 넘어서 새판짜기 지난 1월 전기·가스·난방비 등 연료 물가는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고, 식료품도 한 달 상승률이 2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이러한 원가 상승 압박에 따라 대중교통 요금을 포함한 각종 공공요금 역시 덩달아 큰 폭으로 인상되고 있으며, 예전보다 많이 늘어난 금액의 난방비 고지서가 날아들면서 이후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언급되자, 생존을 위협하는 ‘난방비 폭탄’에 대한 대응책을 둘러싸고 논란이 번지고 있다. 일단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월 처음 내놓은 대책은 겨울철 난방비로 어려움을 겪는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 및 차상위 계층 등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에너지바우처 지원 금액을 2배로 상향하고, 가스요금 할인폭도 2배 확대하겠다는 것이었다. 대책이 미약하다는 비판이 일자, 지난 2월1일에는 추가지원책을 내놓았고, 여론이 악화하자 대통령은 중산층과 서민까지 지원하라고 지시했고, 야당 역시 상위 일부를 제외한 전 국민에게 에너지와 물가지원금을 지급하자고 주장했다. 현금성 지원에 치중한 정치권의 대책은 당연히 비판을 불러왔다. 이번 ‘난방비 대란’은 진작부터 예견된 것이었음에도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는 비판부터 시작해서, 가격 산정 체계의 문제점이며 공기업 적자 누적 문제, 취약계층의 주거환경 개선 필요성 문제, 에너지 사용 방식의 형평성 등 현재 사안과 관련된 구조적인 문제들을 도외시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