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홍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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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마리 앙투아네트 프랑스 왕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1755~1793)는 사치, 향락, 욕정의 화신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 혁명 정부는 재정 낭비, 정부 부패, 반역 행위 등 책임을 물어 앙투아네트를 단두대에 올려 처형했다. 그러나 그는 혁명의 도화선이 됐다는 ‘다이아몬드 목걸이 사기 사건’과 무관했고,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훗날 역사가들은 앙투아네트를 겸손하거나 검소하다고 할 순 없어도, 왕정 시대 왕비들과 견줘서도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인물로 평가한다. 죽을죄를 지은 정도는 아니란 것이다. -
여적 남북 정상의 ‘주적론’ 주적(主敵)은 말 그대로 ‘주가 되는 적’이다. 논리적으론 적들이 여럿 있어야 주적도 존재한다. 하지만 대다수 국가들은 공식 문서에서 ‘적’ 표현 자체를 쓰지 않는다. 어제의 적이 내일의 친구가 될 수 있는 냉엄한 국제질서에서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만도 중국을 ‘주요 위협’이라고 지칭할 뿐이다. 1991년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는 남북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 관계가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 특수관계”로 명시했다. 그러나 관계의 부침에 따라 ‘적’이 들락날락했다. 남한은 1994년 북한이 ‘서울 불바다’ 발언을 하자 1995년 국방백서에 ‘주적은 북한’이라고 처음 적시했다. 노무현 정부에선 ‘주적’을 삭제했고,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 사건을 겪은 뒤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적’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을 특정하지 않고 ‘주권·국토·국민·재산을 위협·침해하는 세력’이라고 했다. -
여적 ‘샛별 여장군’ 김주애 금성은 지구에서 볼 때 태양과 달 다음으로 밝은 천체다. 새벽과 초저녁에만 관측된다. 해질녘 서쪽 하늘에서 보이면 개밥바라기(태백성)로, 새벽녘 동쪽 하늘에서 보일 때는 샛별(계명성)로 불린다. 북한은 ‘백두혈통’에만 별과 행성을 붙이는데, 그중 ‘샛별’은 권력 후계자를 의미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샛별’이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2009년 1월 후계자로 공식화돼 ‘김대장’으로 불리기 전엔 ‘샛별 장군’으로 지칭됐다고 한다. -
논설위원의 단도직입 “DJ의 삶 보고…민주주의 뚝 떨어진 게 아닌 걸 젊은층서 느꼈으면” 부산에서 연극을 중심으로 10년간 문화운동을 했다. 1995년 김성수 감독의 데뷔작인 <런어웨이>의 연출부 조감독을 하며 영화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영화계에서 ‘투명한 존재’로 인식되는 독립영화·예술영화 방면에서 주로 일을 했다. 그래서인지 영화사 이름에 ‘6411’이 붙었다. 2014년 호스피스 병동에서 마지막 이별을 준비하는 <목숨>에 프로듀서로 참여했고, <노무현입니다>(2017), <노회찬6411>(2021) 등 인물 다큐 영화를 여러 편 제작했다. 한국예술영화관협회 회장,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
여적 ‘윤석열 아바타’ 논쟁 ‘나’는 현실 세계에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가상세계(메타버스)에 ‘또 다른 나’가 있다. 이곳에 들어가려면 현실과 이어줄 가상 신체, 즉 분신(아바타)이 필요하다. 아바타는 힌디어 ‘아바타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미국의 SF 작가 닐 스티븐슨이 1992년 출간한 장편소설 <스노 크래시>에 아바타를 처음 등장시켰고, 2009년 개봉된 영화 <아바타>가 전 세계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면서 일상에서 친숙해졌다. 이제 아바타는 온라인 게임·채팅·쇼핑몰에서 나를 대신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욕구를 충족시켜준다. 현실의 K팝 아이돌 멤버와 아바타 멤버가 공존하고, 아바타 관객들이 K팝 공연을 관람하기도 한다. -
여적 두바이의 ‘툰베리들’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는 15세였던 2018년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 시위를 시작해 청소년 환경운동의 아이콘이 됐다. 인도의 12세 소녀 리시프리야 칸구잠은 ‘인도의 툰베리’로 불린다. 그런데 칸구잠은 “그렇게 부른다면 나를 잘 모르는 것”이라고 말한다. 툰베리와는 다른 방식, 그만의 정체성이 있단 얘기다. 칸구잠은 5년차 환경운동가다. 불과 8세 때 직접 고안한 ‘미래를 위한 생존 키트’ 수키푸(SUKIFU, Survival Kit for Future)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식물을 심은 화분을 재활용 플라스틱에 넣고 튜브로 호흡기 마스크를 연결했다. 일종의 휴대용 산소탱크다. 수키푸를 착용하고 뉴델리 의회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인도의 대기오염이 극심한데, ‘당장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곧 우리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메시지였다. 칸구잠은 정부에 대기오염을 줄일 법을 만들고, 기후변화 수업을 의무화하라고 촉구했다. ‘차일드 무브먼트’(아동운동)를 만들어 지구 보호 캠페인에도 나섰다. -
논설위원의 단도직입 “노란봉투법 거부권? 국제법 준수하라는 헌법 따라 판단하길” 인권변호사 출신 법조인이다. 22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8년간 판사를 하다 1990년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대한변협 인권이사, 민변 회장을 맡았다. 2000년 ‘올바른 국가인권기구 실현을 위한 민간단체 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로 국가인권위 설립에 힘을 보탰다. 대북송금 사건 특별검사(2003년), 헌법재판소 재판관(2007~2013년)을 역임했다. 사법연수원 동기인 문재인 전 대통령 지명으로 2021년 9월 3년 임기인 인권위원장에 취임했다. -
여적 가자의 ‘짧은 휴전’ 2006년 6월25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대원 8명이 지하터널을 이용해 가자지구 경계에서 보초를 서고 있던 이스라엘의 갈리드 샬리트 상병(당시 19세)을 납치했다. 이스라엘은 샬리트를 구출하기 위해 가자지구를 공습한 ‘여름비 작전’을 전개했다. 샬리트가 돌아온 건 5년 뒤인 2011년 10월이다. 그 대가로 이스라엘에 구금된 팔레스타인 수감자 1027명을 내줬다. 1983년에는 이스라엘 군인 6명과 팔레스타인·레바논 수감자 4700여명을 교환했다. 이렇듯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은 인질 교환의 역사이기도 하다. -
여적 휴대전화 보안필름 지하철에서 누군가 휴대전화 화면을 곁눈질하는 시선이 느껴지면 신경 쓰이고, 때론 불쾌하다. 직장에서도 휴대전화로 뭘 하고 있는지 동료들은 몰랐으면 한다. 이럴 때 휴대전화 액정 위에 보안필름을 부착한다. 보안필름에는 미세한 블라인드 패턴이 적용되는데, 좌우 30도 이상 각도에선 화면이 보이지 않는다. 창문의 블라인드 원리를 연상하면 된다. 불편한 점도 있다. 시야각이 좁아 정면에서만 잘 보이고, 화면이 야간 모드를 적용한 것처럼 어둡다. 휴대전화를 들고 사진을 찍으려는데 화면이 안 보일 수도 있다. -
여적 칸막이 대화 식사는 관계맺기의 오래된 방식이다. 특히 정치인들에게 식사는 정치의 일환이다.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불편한 관계를 풀기 위해 함께 밥을 먹는다. 친분을 쌓고 여론을 듣고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밥을 먹는다. 정치문화가 ‘밀실 정치’에서 ‘공개 정치’로 바뀌었다지만, 정치인들은 사방이 막힌 공간에서 만나길 선호한다. 바로 옆 테이블에서 누군가 내 얘길 듣고 있다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누구를 흉보기 어렵고, 은밀한 대화를 주고받기 힘들다. 정치인마다 단골로 가는 밥집이나 술집이 몇곳씩은 있게 마련이다. -
여적 홍범도 ‘80주기 추도’의 쓸쓸함 2021년 8월15일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 묘역에 잠들어 있던 홍범도 장군(1868∼1943) 유해가 공군 전투기 6대의 엄호 비행을 받으며 국내에 봉환됐다. 사흘 뒤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치러진 안장식에서 국군은 ‘대한독립군 총사령관’이라고 쓰인 빨간 천이 덮인 관을 향해 경례했다. 건국훈장을 수여한 박정희 정부, 홍범도함을 진수한 박근혜 정부, 78년 만에 장군을 봉환한 문재인 정부에서도 독립영웅에 대한 역사적 사실은 변한 게 없다. -
논설위원의 단도직입 “재정 역할·건전성 흔들린 윤석열 정부, 두 마리 토끼 다 놓쳤다” 예산이 일과 밥벌이가 된 것은 2004년 시작됐다. 시민단체 참여연대에 들어가 조세·재정개혁센터를 중심으로 활동하면서다. 2010년부터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5년간 일했다. 조세·재정을 다루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만 찾아다녔다. 2015년에는 공공재정의 혁신 방안을 연구하는 나라살림연구소에 합류했다. 그는 “20년 동안 책상만 바뀌었지 하는 일은 똑같다”고 했다. 지난해 경제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는 <경제 뉴스가 그렇게 어렵습니까>라는 책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