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홍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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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국제형사재판소 2002년 7월 상설 사법기구인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출범했다. 집단살해·반인도·전쟁·침략 등 중대하고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개별 국가의 국내법으로 응징되지 않는 인물을 국제 법정에 세울 수 있게 됐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정의를 구현할 기구가 만들어진 것이다. 현재 ICC가 체포영장을 발부한 대표적 인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2023년 3월, 네타냐후는 가자지구 전쟁 과정에서 발생한 범죄 혐의로 2024년 11월 각각 발부된 ‘국제 수배자’인 셈이다. 이들은 ICC 123개 회원국을 방문하면 체포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치·외교적 부담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은 ICC에 가입하지 않은 데다 그동안 ICC 유죄 판결은 콩고민주공화국과 우간다의 반군 지도자 등 10건 미만이라 실효성에 한계도 있다. -
경향의 눈 전쟁은 더 이상 해결 수단이 아니라는 교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집권 통합러시아당 전당대회 연설에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최근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에너지 시설이 파괴돼 연료가 부족해진 상황을 거론한 것이지만 푸틴이 2022년 2월 전쟁 개시 후 국가적 위기 상황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푸틴은 전쟁이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을 것이다. 집권 후 2000년 2차 체첸전쟁을 마무리했고, 2008년 조지아와 친러 성향 남오세티야 분리주의자 간 전쟁에 개입해 닷새 만에 이겼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추진하는 우크라이나도 속전속결로 진압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면적 28배, 인구 4배, 국내총생산(GDP) 20배 차이인 우크라이나는 누가 봐도 게임이 안 되는 상대였다. 하지만 전쟁은 이미 4년4개월을 넘겼다. 제1차 세계대전 기간 1568일보다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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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두드리면 열릴 것이다’ 끊임없이 노력하면 원하는 바를 얻는다는 것은 보편적인 성공 방정식으로 여겨진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이를 표현하는 말은 많다. 우리 속담에 ‘지성이면 감천’이 있다면, 영미권 속담에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가 있다. 동양 고전 <맹자>의 ‘진심(盡心)’편에 있는 ‘구하면 얻고 버리면 잃는다(求則得之 舍則失之)’는 구절도 새길 만하다. 포기하지 말고 적극적 의지와 실천적 노력으로 어려움을 돌파해야 목표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은 공통된 메시지다. 성경 마태복음의 ‘찾아라, 발견할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열릴 것이다’라는 말도 그러하다. 찾고 두드리는 행위가 전제가 되기 때문이다. -
경향의 눈 동맹과 멀어지는 트럼프 지난달 중순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은 ‘무역전쟁 휴전’을 연장하는 현상 유지 수준에서 끝났다. 국제 정치와 경제의 향배가 달린 ‘세기의 담판’이 될 거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눈길을 끈 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대비되는 태도였다. 트럼프는 공손했고 시진핑은 대담했다. “대만을 공격할 경우 방어할 것인가.” 시진핑이 트럼프 면전에서 이런 질문을 하리란 건 감히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더 놀라운 건 대답하지 못한 트럼프였다. 오히려 대만 무기 판매가 “우리에게 매우 좋은 협상 칩”이라고 했다. 대만은 졸지에 미국의 방어 대상이 아니라 거래 품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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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마가와 중국몽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이 커졌다. 특히 보수 포퓰리스트들은 중산층과 노동자 계층의 쪼그라든 경제적 현실이 이민자와 자유무역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흐름에 올라탄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를 내걸고 2016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반이민, 제조업 부흥, 고립주의를 통해 미국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
경향의 눈 아직도 자주국방을 말해야 하는 나라 미국·이란 전쟁은 시선을 한반도로 옮겨놓는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가는 스스로 지켜야지 왜 의존하냐”고 했다. 한국의 방위 능력이 충분하다며 전쟁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을 다독이고, 자주국방의 필요성도 새삼 강조한 것이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2029년 3월을 전작권 전환 목표 시기로 처음 제시했다. 이재명 정부는 2028년까지 전작권을 돌려받으려 한다. 한국은 1950년 한국전쟁 발발로 미국에 넘겨준 작전통제권을 온전히 환수하지 못했다. 76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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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북한축구단의 방남 축구는 남북 체육교류 역사를 상징하는 종목이다. 그 기원은 일제강점기인 1929년부터 경성축구단과 평양축구단이 두 도시를 오가며 벌였던 경평축구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가 민족정신 고취를 우려해 1942년 모든 구기 종목 경기를 중단시키며 명맥이 끊겼던 경평축구는 해방 이듬해인 1946년 부활했다. 그러나 분단선이 굳어지면서 남북교류가 끊겼고 경평축구도 더는 열리지 못했다. -
여적 어느 이태원 상인의 죽음 2022년 10월29일 당시 33세 A씨는 이태원 해밀톤호텔 부근에서 주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태원은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와 방역 지침이 완화된 이후 처음 맞는 핼러윈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순식간이었다. 인파에 밀린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넘어졌다. A씨는 가게를 뛰쳐나와 쓰러진 사람들을 옮겼다. 159명이 목숨을 잃은 참사 이후 이태원 상권에 인적이 끊기자 A씨는 1년 뒤 주점을 닫고 다른 가게에서 일하며 생계를 꾸렸다. 무엇보다 그날의 충격과 고통이 그를 짓눌렀다. A씨는 지난 19일 집을 나간 뒤 연락이 끊어졌고 29일 숨진 채 발견됐다. -
여적 미국의 ‘차가운 내전’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중산층의 나라’였다. 대다수 시민이 임금으로, 퇴직 후 연금으로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었다. 1970년대만 해도 중산층 비율은 60%가 넘었다. 그러나 1990년대 세계화가 본격화하면서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빈부격차가 심각한 나라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는 비백인들이 자신들의 모든 것을 빼앗아간다는 백인 보수층의 박탈감과 분노를 자극해 2016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
여적 두 해협 이야기 홍해는 북아프리카 동쪽과 아라비아반도 서쪽 사이에 있다. 홍해는 남단에 있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오른쪽으로 꺾여 아덴만과 만난다. 실크로드가 유럽과 아시아를 육상으로 연결했다면, 홍해는 해상으로 잇는다. 이집트 북부의 육지 200㎞를 뚫어 지중해로 통하는 수에즈 운하가 1869년 개통되면서다. 유럽 대륙에서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을 빙 돌아 아시아로 가던 거리가 9000㎞ 줄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세계 해상 무역량의 10%, 컨테이너 물동량의 30%가 지나는 관문이 됐다. 아라비아반도 동쪽에는 페르시아만이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오만만으로 흐른 뒤 인도양으로 간다. 세계 원유 운송량의 25%를 차지한다. -
여적 남북관계, 한조관계 1991년 9월17일(현지 시간) 남북이 유엔에 동시 가입했다. 알파벳 순서에 따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과 대한민국(ROK)은 160·161번째 유엔 회원국이 되었다. 그로부터 석 달 뒤인 12월 “남과 북은 분단된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염원하는 온 겨레의 뜻에 따라”로 시작하는 남북기본합의서가 채택됐다. 유엔 동시 가입은 한반도에 2개의 국가가 존재하는 현실을 반영한 국가 간 보편적 관계를, 남북기본합의서는 동족 간 통일지향적 특수관계를 의미했다. 남북 간 관계는 이중적이다. -
논설위원의 단도직입 “내일 끝나도 문제 없는 전쟁…미·이란 모두 ‘발빼기 명분’ 찾는 중” 한국외국어대 이란어과를 졸업하고 석사를 받은 뒤 1998년 테헤란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첫 외국인이었다. 2019년 9월부터 1년간 이란 알라메 타바타바이대 정치학과에서 교환 교수를 했다. 한국중동학회장을 지냈으며 아시아문화박물관 운영위원과 법무부·해양경찰청 등에서 자문위원을 맡았다. <중동은 불타고 있다>(2011), <시아파의 부활과 중동정치의 지각변동>(2018), <이란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2020) 등을 썼고, <예루살렘 전기> 등을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