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홍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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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카슈미르 히말라야산맥 서쪽 끝자락엔 고원지대 카슈미르가 펼쳐져 있다. 만년설, 깨끗한 물, 계곡 사이의 초원이 어우러져 풍광이 뛰어나다. 무굴제국 황제 자항기르는 “지상에 낙원이 있다면 카슈미르가 바로 그곳”이라고 했다. 영국 식민지 시절 괜히 ‘아시아의 알프스’라고 불린 게 아니었다.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문명의 교차로에 위치해 문화가 꽃피었다. 카슈미르 지역 산양의 털로 짜 부드럽고 보온성이 좋은 캐시미어는 실크로드를 통해 유럽에 전해지면서 명성을 얻었다. 사람들은 인종과 종교가 달라도 평화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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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한·미 통상협상,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어떤 약속도 말아야” 2001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들어가 글로벌 경제 상황을 분석하고, 자유무역협정(FTA) 등 중장기 통상 전략을 수립하는 데 힘을 쏟았다. 외교통상부 한·EU FTA 전문가 자문위원, 한국EU학회·한국APEC학회 회장을 지냈다. 2020년부터 3년간 KIEP 원장을 맡았다. 현재 고려대 국제대학원 특임교수다.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 방안을 제안하는 <혁신경제 4.0>, 전문가 9인의 경제 성장 비전을 담은 <잘사니즘>에 각각 공저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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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트럼프 미국의 ‘역성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한 후 주요국 중앙은행은 올해 경제 전망을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트럼프의 고율 관세전쟁이 예상보다 강했고 일관성도 없어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3월 올해 유로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말 1.1%에서 0.9%로 내렸다. 트럼프와 ‘전면전’ 중인 중국은 지난 3월 양회에서 올해 성장률 목표를 ‘5% 안팎’으로 내놨지만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그보다 낮을 것으로 본다. 주요 대미 수출국인 한국은 기존 1.9%에서 1.5%로, 인도는 7.2%에서 6.4%로, 대만은 3.29%에서 3.14%로 줄줄이 내려잡았다. 전 세계가 트럼프 정책으로 인한 경기침체(리세션)인 ‘트럼프세션’ 경보를 울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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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내 죽음이 소란스럽길…’ 2023년 10월7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제거하기 위해 군사작전을 시작한 후 가자지구의 사망자가 5만명을 넘어섰다. 부상자는 11만명에 이른다. 230만 가자지구 인구 중 190만명은 피란민이 됐다. 이 전쟁의 참상을 숫자로만 나타낼 순 없다. 사방이 봉쇄된 고립무원 땅에서 죽어나가고 고통스럽게 사는 이들의 삶은 생지옥에 가깝다. 그 참혹함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것도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언론인들이 기록하는 글과 영상이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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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의도 ‘난가병’ 귀울림(이명)은 자기 귀에는 들리지만 다른 사람에겐 들리지 않는다. 코골이(비한)는 본인은 못 듣지만 다른 사람은 듣는다. 조선 후기 실학자 연암 박지원은 <공작관문고 자서>에서 이명을 ‘자신만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에, 비한을 ‘자신의 허물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에 비유했다. 연암은 글쓰기 태도를 논하며 이명·비한을 거론했지만, 이는 다른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이명은 ‘나잘난병(病)’에, 비한은 ‘나몰라병’에 비유되기도 한다. 의학적으로 이명·비한은 일상에서 큰 문제가 아니고 치료도 가능하지만 남의 말을 듣지 않는 ‘나잘난병’ ‘나몰라병’은 여간해선 고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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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김장하 장학생’ 문형배 문형배 헌법재판소 소장 권한대행이 지난 4일 대통령 윤석열 파면을 선고한 뒤로, 한 사람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김장하 선생(81)이다. 김 선생은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중학교를 간신히 졸업한 뒤 한약방 점원으로 일했다. 낮에는 약재를 썰고 밤에는 공부를 했다. 19세에 한약사 시험에 합격했다. 1963년부터 한약방을 운영하며 값싸고 효험 있는 처방으로 큰돈을 벌었다. 1984년 가산을 털어 진주 명신고를 설립해 7년 뒤 국가에 기증했다. 형편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줬는데, 다 합쳐 1000명이 넘는다. 지역 환경운동, 여성 인권, 문화예술 후원도 아끼지 않은 진주 시민사회 운동의 버팀목이었다. 김 선생은 2021년 남성문화재단을 해산하면서 남은 재산 34억원을 경상국립대에 기탁했다. 2022년 한약방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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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내전 속 지진’ 미얀마의 비극 2020년 11월 미얀마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하자, 군부가 다음해 2월1일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했다. 반세기 만에, 불안정하게나마 쟁취한 미얀마의 민주주의는 다시 무너졌다.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세 손가락 경례’로 저항했다. 군부는 평화적 시위조차 무자비하게 진압했다. 2021년 9월 반군부 민주진영인 국민통합정부(NUG)는 군부 정권에 전쟁을 선언했다. 내전이 본격화했다. 올해 1월 기준 수도 네피도와 제2 도시 만달레이 등 주요 도시는 정부군이 장악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론 반군의 통치 지역이 많다. 어느 쪽도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지 못한 내전 중이다. 피란민만 300만명을 넘고, 전체 인구(5400만명)의 3분의 1이 인도적 위기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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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미국이 중국 때리면 어부지리?…한국 ‘G2 대결’ 최전선 되면 안 돼” 중국 정치·외교와 동북아 국제관계를 40년 연구한 중국 전문가다. 2007년 성균관대 교수에 부임했다. 2012년 학내 동아시아지역연구소에서 중국 분야를 특화한 성균중국연구소를 창립해 줄곧 소장을 맡고 있다. 이 연구소는 석박사 연구원 10명이 활동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중국 연구기관으로 평가받는다. 중국 지린대·푸단대·수도사범대·퉁지대 등에서 객좌·겸직 교수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200여 차례 중국을 방문한 중국통이다. 주한 외국 대사관에서도 중국 내부나 한·중관계 동향과 전망을 들으려 그를 자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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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미국의소리(VOA)’ 일제강점기인 1942년 어느 날 경성방송국(KBS 전신)의 기술직원 성기석은 직접 만든 단파 수신기의 다이얼을 돌리다 우연히 한국어 방송 전파를 잡았다. 방송은 ‘자유의 종은 울린다’는 제목으로 매일 밤 애국가와 함께 ‘고국에 계신 동포 여러분’으로 시작해 30분가량 진행됐다. 미국 정부가 지원하는 ‘미국의소리(Voice of America·VOA)’가 1942년 8월29일부터 샌프란시스코에서 송출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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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중국의 동풍과 서풍 마오쩌둥이 1957년 11월 볼셰비키 혁명 40주년을 맞아 세계 공산당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그는 모스크바대학 강당에서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동풍이 서풍을 압도한다”고 연설했다. 이 말은 중국 소설 <홍루몽>의 ‘동풍이 서풍을 압도하지 않으면 서풍이 동풍을 압도한다’는 구절을 인용한 것이다. 동풍은 사회주의 진영을, 서풍은 자본주의 진영을 의미했다. 그 당시 마오쩌둥의 ‘동풍’엔 중국이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한 소련을 누르겠다는 뜻도 있었다. 결국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 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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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우크라이나 전쟁 3년 러시아의 무력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24일로 개전 3년이 된다. 양측 사망자는 130만명으로 추산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가장 피비린내 난 전쟁으로 기록될 것이다. 우크라이나에선 1000만명이 국내외 피란길에 오르고, 주택은 10% 이상 파손됐다. 참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주민들의 삶은 송두리째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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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언론 봉쇄한다고 명품백이 작은 파우치 되나 12·3 내란의 밤, 윤석열이 경찰을 투입해 언론사를 봉쇄하고 소방청을 통해 단전·단수하라고 이상민(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에 지시했다. 대상은 경향신문·한겨레·MBC·JTBC 등 언론사 4곳과 여론조사 꽃, 결행 시간은 ‘자정’이었다. 대통령 집무실에서 이런 조치를 문건으로 전달받은 이상민은 포고령 발령 직후 경찰청장과 소방청장에 전화했고, 소방청장은 소방청 차장에게, 차장은 서울소방재난본부장에게 지시를 하달했다. 검찰의 윤석열 공소장에 적시된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