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홍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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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정치하는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4·10 총선 참패 후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정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말만 놓고 보면 생뚱맞기 그지없다. 대통령은 정치가 일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통령은 정치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정치 지도자이다. 그런데 취임 2년이 지나서야 정치를 하겠다니 만감이 교차한다.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가 되겠다’고 말한다면, 그동안 뭘 했길래 당연한 소리를 하냐는 핀잔을 듣기 십상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2일 ‘정치하는 대통령’의 뜻을 이렇게 얘기했다. “지난 2년 동안 중요한 국정과제를 정책으로 설계·집행하는 데 업무 중심이 가 있었다. 지금부터는 국민들에게 더 다가가서 우리가 나아갈 방향과 정책에 대해 더 설득하고 소통하겠다.” 정책과 정치를 서로 다른 영역으로 나누고 있는 것이다. ‘국정 방향은 옳았지만 소통과 홍보 부족 때문에 (총선에서) 국정운영이 저평가받고 있다’는 독단의 연속선에 있는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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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윤석열은 갑자기 별나라에서 왔나 4시간 뒤 나온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말이 없었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4·10 총선 결과를 모르고 있나라는 의구심이 들 뻔했다. 총선 엿새 뒤 발표된 윤 대통령의 12분짜리 공개 입장 표명은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는 상투적 표현을 빼면 이렇게 요약된다. ‘국정 방향은 옳았다. 최선도 다했다. 그러나 국민들이 변화를 느끼지 못한 건 내 책임이다.’ 여당이 총선에서 이겼더라면 겸손함을 보여줬을, 괜찮은 메시지일 수 있다. 하지만 여당은 처참하게 졌다. 역대 대통령처럼, 자포자기 심정으로 “역사는 나를 평가해줄 것”이라는 임기 말 ‘역사와의 대화’ 증상이 시작됐다고 보일 순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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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전직 대통령의 ‘선거 소환’ 대통령의 퇴임 후 정치적 행보는 한국과 미국이 사뭇 다르다. 미국의 전직 대통령은 선거전 한복판에 뛰어들어 자당 후보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당부한다. 바로 지미 카터·빌 클린턴·도널드 트럼프가 떠오른다. 의원내각제인 일본도 그러하다. 한국의 전직 대통령은 퇴임 후 현실 정치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특히 선거운동 기간에는 정치적 메시지를 자제하고 대중들의 시선도 멀리한다. 현재 생존한 전직 대통령은 이명박·박근혜·문재인 등 3명이다. 세 전직 대통령이 모두 22대 총선을 앞두고 모습을 드러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25일 천안함 피격 14주기를 맞아 국립대전현충원을 참배했다. 퇴임 후 매년 가겠다고 약속한 일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6일 대구 달성군 자택으로 찾아온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만났다. 총선 위기감이 커진 한 위원장이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의도가 읽힌다. 박 전 대통령은 한 위원장에게 “총선에서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한다. 찾아온 손님과 여권에는 덕담하고, 오랜만에 존재감도 느꼈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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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바보’ 박용진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 멤버다. 2011년 범야권 대통합 물결에 몸을 실었다. 혈혈단신으로 진보신당을 떠나 민주당원이 됐다. 민노당 후보로 두 번 총선에서 낙선한 박용진은 민주당 간판을 달고 20·21대 국회의원이 됐다. 20대 국회에서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의 4조원대 차명계좌 문제를 제기해 당국이 과세하도록 하는 등 재벌 저격수로 불렸다. 비리 유치원 명단을 공개했다. 국회를 통과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의 별칭은 ‘박용진 3법’이었다. 법안에 의원 이름 붙는 거, 흔치 않다. 21대 총선 서울 득표율 1위는 그냥 된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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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선거 공천의 ‘NBA’ 총선에서 정당 공천제도가 도입된 건 70년 전이다. 1954년 3대 총선 당시 자유당은 대의원 투표, 시도당 평가, 중앙당 심사를 종합한 최고득점자를 공천하려고 했다. 뜻대로 되진 않았다. 당 총재인 이승만 대통령 재가 과정에서 공천자가 뒤바뀌었고, ‘원조 상향식’ 공천은 흐지부지됐다. 요즘 정당은 ‘시스템 공천’이라고 부른다. 이에 따르면, 먼저 부적격 기준을 내놓는다. 성범죄, 음주운전, 직장 갑질, 학교폭력 이력이 있으면 신청조차 말라는 것이다. 그 후 당이 추구하는 이념·가치에 부합하는지, 이를 구현할 능력이 있는지를 검토한다. 객관적 평가와 주관적 평가가 혼합된다. 정당마다 공정한 기준과 민주적 절차를 강조하지만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공천은 특정 계파의 세력 확대 수단으로 활용되기 일쑤였고, 그래서 매번 ‘내전’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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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푸틴 정적의 의문사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절대권력자들이 정적을 그대로 두는 일은 드물었다. 권력을 위협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그 싹을 잘라내려고 했다. ‘21세기 차르(황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배하는 러시아는 두드러진 예다. 1990년대 주지사와 부총리를 지내는 등 러시아 정계의 주류 인사였던 보리스 넴초프는 한때 지지했던 푸틴이 독재로 치닫자 반체제로 돌아섰다. “푸틴 없는 러시아를 외쳐야 한다”며 ‘반(反)푸틴’ 시위를 준비하던 넴초프는 2015년 2월 크렘린궁에서 불과 200m 떨어진 모스크바 한복판에서 총 4발을 맞고 숨졌다. 전직 스파이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는 2006년 망명국 영국에서 방사성 물질 폴로늄이 들어간 차를 마시고 사망했다. 푸틴의 치부를 들춰낸 언론인과 기업인의 죽음도 이어졌다. 2000년 푸틴 집권 이후 석연치 않은 이유로 숨진 이들이 줄잡아 수십명이다. 그럴 때마다 KGB 출신인 푸틴이 비밀경찰 조직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한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그는 한번도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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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총선 과반 의석 정당 없을 것…격전지선 제3정당 변수 클 듯” 22대 총선이 4월10일 치러진다. 그 한복판에 여론조사가 있다. 중앙선관위 산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여심위)에 등록된 여론조사업체만 80개가 넘는다. 숫자가 제각각인 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진다. 그런데 전화면접과 자동응답전화(ARS) 조사 결과는 왜 이렇게 다른가. 믿을 수 있나. 정당들은 여론조사로 현역 의원을 평가하고, 공천적합도를 알아본다. 정당의 공직후보 경선도 여론조사 몫이다. 그럼 묻게 된다. 여론조사가 ‘국민 눈높이’에 맞는 후보를 공천하는 최선의 선택인가. 지난달 31일 김춘석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총괄본부 부문장을 만났다. 김 부문장은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면접 조사를 가장 신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론조사 생태계에 있는 정치, 언론, 전문가 그룹이 과학적 방법이 아닌 조사 결과는 활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여론조사를 통한 당 후보 결정에 대해선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책임정치 입장에서 맞지 않고, 여론조사가 민심을 온전히 반영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부문장은 총선 전망을 묻자, “과반 의석을 얻는 정당이 없을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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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한동훈이 고른 ‘목련꽃’ 5일 국민의힘 중앙당사 회의실 뒤편에 목련꽃 그림이 배경으로 걸렸다. 장애 예술인 최지현 작가의 작품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이 작품을 직접 골랐다고 한다. 그림 옆에는 ‘봄이 오면 국민의 삶이 피어납니다’라고 적혔다. 이 글귀엔 한 위원장이 이틀 전 “목련이 피는 봄이 오면 김포는 서울이 될 것”이라고 했던 말이 겹쳐 보인다. 목련은 ‘4월의 꽃’으로 불린다. 목련은 말 그대로 나무에서 피는 연꽃이란 이름을 가졌다. 커다란 꽃잎의 자태가 우아하다. 꽃잎 색깔 따라 백목련과 자줏빛 자목련이 대표적이다. 목련은 대체로 3월 중순에 꽃잎이 피어올라 지나가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지만, 변덕스러운 날씨로 4월이 오기도 전 힘없이 져버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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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윤 대통령의 ‘화해법’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후보 때인 2021년 12월4일 이준석 대표를 만나기 위해 울산으로 내려갔다. 이 대표는 선대위 인선·구성 문제 등으로 윤 후보와 마찰을 빚어 나흘째 잠행 중이었다. 두 사람은 2시간 동안 저녁식사를 한 뒤 환한 얼굴로 어깨동무를 하고 껴안았다. 오래가지 못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역할·권한을 보장하는 합의가 이행되지 않자, 선대위를 뛰쳐나갔다. 격앙된 친윤 의원들은 이듬해 1월6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표 사퇴를 압박했다. 이 대표 발언 도중 갑자기 의총장으로 윤 후보가 들어왔다. 윤 후보는 “모든 게 다 제 탓”이라고 했고, 두 사람은 포옹했다. 윤 후보는 이 대표의 승용차를 함께 타고 경기 평택시 공사장 화재로 순직한 소방관들을 조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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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마리 앙투아네트 프랑스 왕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1755~1793)는 사치, 향락, 욕정의 화신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 혁명 정부는 재정 낭비, 정부 부패, 반역 행위 등 책임을 물어 앙투아네트를 단두대에 올려 처형했다. 그러나 그는 혁명의 도화선이 됐다는 ‘다이아몬드 목걸이 사기 사건’과 무관했고,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훗날 역사가들은 앙투아네트를 겸손하거나 검소하다고 할 순 없어도, 왕정 시대 왕비들과 견줘서도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인물로 평가한다. 죽을죄를 지은 정도는 아니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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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남북 정상의 ‘주적론’ 주적(主敵)은 말 그대로 ‘주가 되는 적’이다. 논리적으론 적들이 여럿 있어야 주적도 존재한다. 하지만 대다수 국가들은 공식 문서에서 ‘적’ 표현 자체를 쓰지 않는다. 어제의 적이 내일의 친구가 될 수 있는 냉엄한 국제질서에서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만도 중국을 ‘주요 위협’이라고 지칭할 뿐이다. 1991년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는 남북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 관계가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 특수관계”로 명시했다. 그러나 관계의 부침에 따라 ‘적’이 들락날락했다. 남한은 1994년 북한이 ‘서울 불바다’ 발언을 하자 1995년 국방백서에 ‘주적은 북한’이라고 처음 적시했다. 노무현 정부에선 ‘주적’을 삭제했고,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 사건을 겪은 뒤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적’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을 특정하지 않고 ‘주권·국토·국민·재산을 위협·침해하는 세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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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샛별 여장군’ 김주애 금성은 지구에서 볼 때 태양과 달 다음으로 밝은 천체다. 새벽과 초저녁에만 관측된다. 해질녘 서쪽 하늘에서 보이면 개밥바라기(태백성)로, 새벽녘 동쪽 하늘에서 보일 때는 샛별(계명성)로 불린다. 북한은 ‘백두혈통’에만 별과 행성을 붙이는데, 그중 ‘샛별’은 권력 후계자를 의미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샛별’이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2009년 1월 후계자로 공식화돼 ‘김대장’으로 불리기 전엔 ‘샛별 장군’으로 지칭됐다고 한다. 김정은의 딸 김주애는 2022년 11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 현장에서 처음으로 얼굴이 공개됐다. ‘사랑하는 자제분’에서 시작된 수식어는 ‘존귀하신’ ‘존경하는’으로 격상됐다. 지난해 2월 인민군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선 김정은과 나란히 섰고, 9·9절(정권수립일) 열병식에선 인민군 원수인 박정천이 무릎을 꿇고 김주애에게 귀엣말을 했다. 권력 서열 2위에 준하는 의전이었다. 김주애가 4대 세습 후계자로 내정된 게 아니냐는 말이 무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