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준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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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준의 가타부타 아시아계 미국인을 향한 증오범죄 미국은 마스크를 벗고 일상으로 복귀하고 있다. 한데 예외가 있다. 아시아계 미국인이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거리에서 난데없이 폭행을 당해 죽거나 부상당할 수 있는 상황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은 코로나19 봉쇄 때보다 더 고립감을 느끼고 있다. 증오범죄에 대한 공포로 외출조차 자제한다니 일상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스스로 물을 것이다. “나는 미국 시민인가, 이방인인가?” 지난 2년간 세계는 스페인 독감 이후 최악의 팬데믹으로 위기를 맞았다. 봉쇄로 일자리를 잃거나 삶의 터전이 박살난 사람도 많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코로나19가 실험실에서 유출됐는지 밝혀야 한다고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패권 전쟁 중이다. 미사일과 포탄만 주고받지 않았을 뿐 전쟁이나 다름없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이어 바이든도 틈만 나면 중국과의 대결에서 이기겠다고 말하고 있다. 정치 지도자들이 적대적 언사를 말할 때, 사람들은 구조적 문제가 아니라 눈에 보이는 적을 ‘창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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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경향 글쓰기 여름 강좌를 시작합니다 경향신문 후마니타스연구소는 6월 28일부터 ‘2021년 경향 글쓰기 여름 강좌’를 시작합니다. 노무현 대통령 연설비서관을 역임했던 강원국,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던 백승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자인 소설가 최민석, 동화작가 박효미씨와 베를린에 체재중인 여행작가 이동미씨가 강사로 나옵니다. 모든 강좌는 줌프로그램을 이용, 온라인으로 진행합니다. ■일시 : 2021년 6월28일~8월11일 ■수강료 : 글쓰기 18만원(단 수요일 동화쓰기는 21만원) ■신청방법 : 후마티나스연구소 홈페이지에서 수강신청후 입금 ■납부계좌 : KEB하나은행 071-22-01761-8(예금주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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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준의 가타부타 패러다임의 전환기 자동차회사 중 시가총액 1위는 테슬라다. 테슬라는 스페이스X 우주선 등 다양한 사업을 하지만 지난해 자동차 판매량은 50만대에 불과했다. 2위와 3위는 도요타와 폭스바겐이다. 두 회사는 해마다 각각 900만대 안팎을 판다. 판매량으로 따지면 테슬라가 두 회사의 18분의 1 수준이지만 시가총액은 9대 자동차회사를 합친 것보다 높다는 보도도 올 초에 나왔다. 테슬라의 압도적 우위는 미래를 선도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은 미래에 발 하나를 담그고 산다. 불과 300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요즘처럼 “미래, 미래” 하면서 살지 않았다. 당시엔 오늘이나 10년 후나, 50년, 100년 후의 삶이 거의 비슷했다. 좀 나아졌다 해도 크게 체감하기 어려울 정도의 미미한 차이였다. 전쟁이나 기근이라도 맞게 되면, 한 세대 뒤의 후손들이 아버지 세대보다 더 어렵게 살 수도 있었다. 토마 피케티가 <21세기 자본>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서기 원년부터 1700년 사이의 인구증가율과 경제성장률은 연 0.1% 이하였다. 1인당 생산성 증가는 연 0.002%에 불과했다. 산업혁명 이후 세상이 변했다. 1700년대부터 2012년까지 세계 GDP 성장률을 추산하면 연평균 1.6%였다. 0.1%나 1.6%나 그게 그거다 싶을지 모르겠지만 누적성장률을 따지면 변화는 엄청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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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준의 가타부타 탈진실 시대, 공부하는 이유 책장에 오랫동안 박혀 있던 책에서 아버지의 메모를 발견했다. 아버지가 책 속에 나온 구절을 필사한 것이다. 얼추 7~8년 전쯤이었다. “요즘 읽을 만한 책 좀 없냐?” 아버지의 요청에 추천한 책이었다. 그때 아버지 나이가 여든 안팎. 아버지는 지금도 틈만 나면 컴퓨터를 익힌다. 사람은 누구나 배움에 대한 욕망이 있다. 앎에 대한 욕망은 본능이다. 앎이 생존 기회를 넓혀주었기 때문이다. 성에 대한 욕망은 나이가 들수록 줄어들지만, 배움에 대한 욕망은 다르다. 중년이나 노년의 나이에도 불쑥 솟구쳐 오른다. “세상은 변하고 있는데 잘 살고 있는 것일까?” “젊은이들의 생각은 왜 이렇게 다를까?” 이런 생각에 사람들은 다시 공부하고 싶어 한다. 늦게 하는 공부는 먹고사는 데 필요해서가 아니라 좋은 삶을 위해서 한다. 인간은 여느 생물종과 달리 시대와 소통하는 삶, 의미 있는 삶을 위한 욕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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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경향 시민대학 봄 학기와 글쓰기와 그림책 강좌를 시작합니다 3월 8일부터 경향신문 후마니타스연구소는 ‘2021년 봄 시민대학 & 글쓰기와 그림책’ 강좌를 시작합니다. 김호기, 안병진, 백승종 교수 등 경향신문 칼럼니스트와 여성학자 장영은 교수, 민주주의 연구자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 등이 시민대학 강사로 나옵니다. 글쓰기 & 그림책 강좌엔 영화평론가 강유정 교수, 여행작가 채지형씨, 동화작가 김서정씨가 강사로 나섭니다. 모든 강좌는 줌프로그램을 이용, 온라인으로 진행합니다. ■일시 : 시민대학, 2021년 3월8일~4월10일/ 글쓰기 3월15일~4월22일 ■수강료 : 시민대학 11만원(단 수요일은 9만원). 글쓰기 그림동화 18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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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준의 가타부타 존엄한 죽음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사람들이 참 외롭게 죽는다. 감염된 중환자만 외롭게 사망한 것이 아니다. 노화나 질병으로 사망한 사람들도 외롭게 세상을 떠났다. 병원이 가족의 출입까지 철저하게 통제하는 바람에 임종을 못했다는 사람도 여럿이었다. 부모가 떠나는 마당에 마지막 길을 보지 못했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많은 상주들이 코로나 전파 우려에 문상조차 받지 않겠다고 사양했다. 상가는 떠들썩해야 슬픔을 잊기 쉬운 법이다. 젖은 눈을 한 사람들만 모여 서로를 위로해주는 자리에서 슬픔은 더 무거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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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준의 가타부타 누가 우리의 이웃인가 성탄절이 1주일 남았다. 지난 1월 국내에서 첫 감염자가 발생한 코로나19 위기는 지금 최정점에 달했다. 코로나19는 화재, 수해, 태풍 등과는 다른 재난이었다. 어려움이 닥치면 사람은 서로 돕기 위해 뭉치기 마련이지만, 코로나19 상황은 달랐다. 생면부지의 재난 앞에서 따로 흩어져서 홀로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그래선지 코로나19 위기는 공동체란 말을 되묻게 한다. 한국인의 절반 이상이 공동주택인 아파트에 살고, 직장이건 동호회건 각각의 커뮤니티에 속해 있다. 공동체는 서로 기댈 수밖에 없고, 연대해야 한다는 생각을 바탕에 깔고 있다. 우리는 서로를 붙들어주고 있는가? 코로나가 던진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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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준의 가타부타 뉴노멀 시대의 가족 두어달 전 여행작가 이동미씨가 자신의 이름을 딴 책 <동미>를 냈다. 이 책은 독일에서 만난 남자친구와의 사랑 이야기이다. 동미씨의 남자친구는 아이가 둘 있는 독일인이다. “왜 아이가 둘 있다는 얘기까지 썼어?” 동미씨의 어머니는 책이 나오자마자 작가를 타박했다고 한다. 동미씨는 기자였다. 잡지사 편집장도 했다. 서울 경리단길에서 친구와 함께 바까지 운영했다.동미씨는 남자친구를 데이팅 앱 ‘틴더’를 통해 베를린에서 만났다. “천날만날 노처녀끼리 모여서 소주나 마시면 어떻게 남자가 생기겠어?” 친구가 권유했다. 데이팅 앱 깔고 남자 한번 만나보라고. 앱을 통해 연락해온 네번째 남자가 스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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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준의 가타부타 설국열차 승객들에게 묻는 공정과 정의 현대 정의론에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책은 1971년 출판된 존 롤스의 <정의론>이다. 20세기는 정의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던 시대였다. 역사상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전쟁들이 이어졌다. 1·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이 터졌고, 핵폭탄도 사용됐다. 전쟁만큼 상처를 준 대공황이 세계를 삼켰다. 혁명의 시대이기도 했다. 멕시코혁명, 신해혁명, 볼셰비키혁명, 쿠바혁명, 문화대혁명, 68혁명이 터졌다. 인간을 이렇게 취급해도 되는 것인가?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정부를 불신한 시민들은 반전운동, 생명운동, 민권운동을 벌였다. 마틴 루서 킹 목사는 흑인 인권운동만 한 것으로 아는 사람이 많지만 기본소득 운동을 시작하다 암살당했다. “백인 전용 식당에 흑인들이 들어갈 수 있어도 돈이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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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준의 가타부타 코로나 우울증 요즘 참 우울하다.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서늘해지고, 가끔 푸른 하늘이 열리는데도 미소 대신 한숨만 나온다. 코로나19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국가트라우마센터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가 지난달 중순 이후 세 자릿수 이상으로 늘어나자 심리 상담 건수가 3배 이상 급증했다고 한다. 지난 1월20일 한국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8개월이 넘었다. 다들 많이 지쳤다. 추석 귀향은? 벌써 귀성을 포기한 사람들도 있고, 좀 덜 북적이는 1, 2주 전에 고향에 다녀오겠다는 사람도 있다. 한 후배는 절에서 지내오던 차례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방역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추석은 또 한 번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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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준의 가타부타 기상이변과 기후악당 비가 참 많이 온다. 세차고 질기게 오는 비가 무섭다. 세상에 물을 이기는 흙은 없다. 물은 금세 흙을 풀어놓아서 장맛비 열흘이면 땅이 주저앉을 수 있고, 산도 무너질 수 있다. 땅이 곤죽처럼 흘러내려 집을 덮치고, 마을이 잠기고 휩쓸려 초토화됐다는 뉴스가 매일 보도된다. 동북아 3개국을 오가며 초토화시킨 장맛비는 기억에 없다. 태풍도 이렇지는 않았다. 집 안에 틀어박혀 있어도 비가 잠시 그쳤는지 금세 안다. 매미 때문이다. 빗줄기가 그쳤다 싶으면 짝을 부르느라 악을 쓰듯이 울어댄다. 7년 동안이나 땅속에서 살다가 딱 한 달 동안 번식을 끝내고 죽는 매미에게 이렇게 긴 장마는 집단의 미래가 걸려 있는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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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준의 가타부타 꼰대 나이 들면 습관을 만든다.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기억하기 위해서다. 매주 토요일 아침이면 1주일 먹을 약을 책상 귀퉁이에 놓는다. ‘내가 약을 먹었나?’ 건망증은 노화의 자연스러운 증상이다. 생물학적으로는 20대 중반이면 벌써 노화가 시작되지만 40대 중반쯤 노안이 나타나야 노화를 실감한다. 그때쯤이면 기억력도 깜빡깜빡하게 마련이다. 습관, 그것은 고집이자 행동 패턴이다. 침대 맡에 약봉투를 놓아두는 노인에게 식사 후 편안하게 약을 드시라고 약봉투를 식탁 위로 옮겨 놓으면 성질을 낼 수도 있다. “내 물건은 내 자리에 놔두라니까!” 이메일·홈페이지 비밀번호를 3개월마다 바꾸라는 권고를 무시하는 것은 해킹에 대한 안전불감 탓이 아니라 자신의 기억력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패턴이 엉키면 헷갈리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자신의 기억을 되짚어나가도 쉽게 답을 찾아내지 못한다. 그래서 생물학적으로 노인의 습관 만들기, 즉 패턴은 적응(생존) 방식이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자신의 패턴 속에 갇히고, 그 안에 사는 것을 편안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