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버들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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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내가 뭐긴, 나는 나야” 프란시스코는 조용한 아이다.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말하면, 자기를 싫어할까 봐 늘 걱정이다. 친구들이 하니까 축구를 하고, 내키지 않지만 전학생을 놀리는 아이들 곁에서 억지웃음을 짓는다. 좋아하는 색이 분홍색이 아니라 빨간색이라고 거짓말도 한다. 그럴 때마다 불편해지는 마음은 슬픔으로 가득 찬다. 교장 선생님이 “공주님”이라고 불렀을 때는 갸름하고 하얀 얼굴이 너무 싫어진다. 프란시스코가 자신의 마음과 다르게 행동할 때마다 교실 앞 옷걸이에 걸린 이름표의 이름이 한 글자씩 사라진다. 끝내 한 글자도 남지 않았을 때는 내 안의 내가 사라진 것만 같아서 서글퍼진다. -
그림책 시끄러운 네 마음…들어줄게, 넌 서툴 뿐이야 꽥이는 밉상 거위다. 남이 말할 때마다 ‘꽥꽥’ 끼어든다. 친구들과 컵케이크를 나눠 먹을 때는 맛있는 체리만 쏙쏙 빼먹는다. 입만 열면 자기 이야기만 하고 도서관에서든 극장에서든 장소 불문하고 ‘꽤애애애애액’ 거침없이 소리를 지른다. 책은 찢어야 제맛이라 여기고, 친구의 풍선은 터트려야 직성이 풀리는 꽥이는 친구들에게 기피 대상 1호다. -
그림책 등 돌린 우리, 이대로 걷다 보면…결국 다시 만날 겁니다 총을 든 나와 당신이 서로 등을 돌린 채 앞을 향해 걷는다. 하나, 둘, 셋… 발걸음이 멈추면, 뒤를 돌아 방아쇠를 당겨야 한다. 당신은 나에게 씻을 수 없는 모욕을 주었다. 그대가 했던 가시 박힌 말들은 심장을 꿰뚫는 상처가 되었다. 그렇게 논쟁은 전쟁이 되었다. 하나가 쓰러져야 이 갈등이 끝날 수밖에 없다고 우리는 믿었다. 나는 먼저 공격을 당할까 두려우면서도 도저히 이해되지 않던 당신과의 대화가 떠올라 답답하다. 다섯, 여섯, 일곱… 우리는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된 걸까. 나는 생각을 거듭하며 하염없이 걷는다. 형형색색의 상점, 극장, 골목들을 지난다. 나의 곁으로 분주하고 활기찬 세상이 스친다. 들판과 바다, 우주를 건넌다. 걸으면 걸을수록 처음에 하려고 했던 일이 희미해진다. 내 마음을 장악했던 당신의 뾰족한 말들이 이 넓고 다채로운 세상의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냉담했던 마음은 어느새 꽃처럼 환해진다. 나는 총을 버리고 펜을 들어 편지를 쓴다. ‘친애하는’ 그대에게 이제 무기를 내려놓고 나를 만나러 오지 않겠냐고 적는다. -
그림책 날 수 없는 내게 왜 날지 않냐 묻지 않아준 너에게 날개를 펼치면 아름다운 세상을 만날 수 있는데, 왜 날지 않냐고 아무리 말해줘도 도무지 날고 싶지 않은 파랑새가 있다. 슬픔이 너무 깊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파랑새는 그저 홀로 숲의 그림자 속에서 침잠할 때가 가장 편안하다. 어느 날 수풀 사이를 걷다 사냥꾼에게 붙잡힌 파랑새는 인간들의 눈요기가 되다 버려진다. 도시의 뒷골목에 쓰러져 있는 그에게 다가온 건 발목에 쇠사슬을 찬 플라밍고. 플라밍고는 파랑새를 데리고 도시에서 탈출한다. 다시 숲으로 돌아온 파랑새는 예전처럼 외롭지 않다. 플라밍고는 파랑새가 날지 않는다고 다그치지 않는다. 둘은 함께 걷고, 열매를 따먹고 서로에게 기대어 잠이 든다. -
그림책 엄마와 나, 서로에게 달려가고 있어요 # 트럭에 실린 채 옮겨지던 아기 여우가 우연히 열린 철창을 빠져나온다. 여기가… 어디지? 낯선 도시 한가운데 혼자 남은 아기 여우는 겁에 질린다. 엄마인 것 같아 달려가 보면 옷 가게에 걸린 모피코트이거나 털이 복슬복슬한 커다란 개일 뿐. 이리저리 헤매어도 엄마는 보이지 않는다. 풀이 죽어 공원을 배회하는데 한 남자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나를 트럭에 실었던 남자다! 아기는 자전거 뒤를 쫓아 달린다. 그 남자가 들어간 농장의 문이 잠겨버려 돌아설 수밖에 없는 아기 여우는 숲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아기의 마음은 오직 하나로 가득 찬다. ‘엄마 너무 보고 싶어요.’ -
그림책 꿈을 잃고도 괜찮은 척 하는 당신에게 뉴욕의 ‘차가운 도시 남자’ 알렉상드르. 그는 225번가 340번지 3층에서 매일 아침 일어나 욕실 거울을 들여다보며 주름이 새로 생겼는지 살폈다. 그런 다음 북적거리는 사람들 속으로 섞여 들어갔다. 시계추처럼 오직 세 단어 ‘지하철, 일, 잠’만을 오가며. 여느 날과 같은 어느 날 퇴근길에 알렉상드르는 집보다도 큰 곰과 마주쳤다. 곰은 자기를 모르겠냐고 물었다. “나야 나, 곰돌이! 나를 맨날 그렸으면서 몰라? 너야말로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넌 화가가 되고 싶어 했잖아? 너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알렉상드르는 기운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 아무 일도 안 일어났어. 아무 일도 안 일어나.” -
그림책 할아버지는 노벨상 물리학자…“이야기 들려주세요” 소녀와 마법의 칼조르조 파리시 글·카밀라 핀토나토 그림김지우 옮김 | 공존 | 84쪽 | 2만원 “얘들아, 잘 시간이야”라고 말해도 곧바로 잠드는 아이들은 잘 없다. 말똥말똥한 눈을 하고는 조금이라도 더 놀고 싶어 하는 게 아이들이니까. 이럴 때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며 꿈나라로 이끌어야 한다. 202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과학자 조르조 파리시도 이야기의 효능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자신의 자녀들에게 들려줬던 이야기를 손주들에게도 전하려 동화 쓰는 법까지 공부했다니 말이다. -
그림책 파도에 가만히 몸을 맡기니, 나아갈 힘이 생겼지 내 마음에 파도가 칠 때조시온 글 | 이수연 그림옐로스톤 | 48쪽 | 1만8000원 철썩대는 파도 따라 울렁대는 내 마음/ 꾹꾹 참아도 봤지만, 파도는 불쑥 터져 나오지/ 어두운 그림자를 들키고 싶진 않았는데…/ 흐느낄 때도 파도는 일렁거려. 밀어내도 밀어내도 다시 밀려오지. 그림책 <내 마음에 파도가 칠 때>는 인디밴드의 노랫말 같은 문장이 넘실거린다. 항상 고요한 바다처럼 살고 싶지만, 느닷없이 몰아치는 감정에 흔들리고 잠식되는 마음을 파도에 빗대어 읊조린다. -
그림책 달라도 괜찮아…서로의 외로움 기댈 우리, 친구잖아 반쪽 달이 뜬 봄밤, 흩날리는 라일락 꽃 향기 속에서 그들은 처음 만났다. 엄마와 헤어져 낯선 동네까지 온 작은 고양이는 반달씨가 어쩐지 자신과 닮은 것 같아 신경이 쓰였다. 반달씨도 고양이처럼 외로워 보였다. 서서히 가까워진 둘은 그리운 가족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서로에게 스며들었다. 나무인형을 팔아서 고향에 돌아가고 싶은 반달씨. 하지만 그의 노점을 찾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달빛처럼 환하게 웃는 아이가 다가와 반달씨의 첫 손님이 되었다. 아이는 날마다 눈을 반짝이며 반달씨를 찾아왔다. 언젠가부터 반달씨와 고양이는 아이를 기다리게 되었다. -
그림책 사자의 멋진 포효, 사자의 콤플렉스 덕분이지 사자의 울음소리는 처음부터 무시무시했을까. 이야기는 사자의 포효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라는 엉뚱한 의문에서 시작된다. 옛날 옛적, 빛나는 갈기와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용맹한 모습의 사자가 살았다.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지만, 그에게도 감추고 싶은 것이 있었다. 바로 아주 작고 가느다란 목소리. 자신의 비밀이 알려질까 봐 두려웠던 사자는 절벽 위에 올라가 빌었다. 우렁차고 힘 있는 목소리를 갖게 해 달라고. -
그림책 어떻게든 이길 것인가, 어떻게 이길 것인가 노오올라운 카누 대회마리 도를레앙 글·그림 | 김자연 옮김노란돼지 | 40쪽 | 1만6800원 오늘은 카누 대회가 열리는 날. 강가에는 경기를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 가운데는 지금 막 아빠에게 생일 선물로 스노클링 마스크를 받은 소피아도 있다. 탕! 출발 신호가 울리고 선수들은 물보라를 일으키며 힘차게 노를 젓는다. “대애애단한 실력입니다! 어어어엄청난 속도예요!” 대회는 점점 열기를 더하고 해설자도 흥분한 목소리로 중계한다. -
그림책 “머피 안 돼!” 또 사고쳤네…그럼 어때, 사랑스러운걸 머피의 하루앨리스 프로벤슨 글·그림 | 정원정·박서영 옮김열린어린이 | 40쪽 | 1만6800원 머피라는 이름보다 ‘머피 안 돼’로 더 많이 불리는 강아지 머피는 미국 뉴욕 북부 시골마을의 농장에서 산다. 농장에는 머피 말고도 늙은 사냥개 존과 바보 같은 고양이 톰, 온갖 동물 친구들이 주인 가족과 같이 살고 있다. 해가 뜨면 머피는 가장 먼저 부엌으로 달려간다. 누구보다 빠르게 어제 남은 음식을 먹어치운다. “이건 못 참지.” 머피는 가득 쌓인 신발들을 발견하자마자 쩝쩝 씹어버린다. 이를 본 식구들이 “머피 안 돼!”라고 외친다. 오늘도 머피의 하루는 ‘머피 안 돼’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