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수
스포츠평론가·한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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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의 오프사이드 답이 있다는 ‘현장’은 어디인가? ‘현장에 답이 있다.’ 자주 쓰이는 말이다. 한 해를 보내고 또 새해를 맞이하는 중에, 불가피하게 일종의 연말결산 같은 몇 군데의 공적 회의에 참가하였는데, 공교롭게도 모든 자리에서 들은 이야기가 ‘현장에 답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네댓 번 들으면서 내내 생각했다. 현장에 답이 있다? 그런데 그 ‘현장’은 어디인가? 우선 문자 그대로 ‘물리적 현장’이 있다. 눈으로 확인이 가능한 현장 말이다. 공연장이라면 무대의 음향이나 조명 시설에서부터 관람객의 동선에 따른 주차장이나 객석 의자를 점검할 수 있다. 스포츠의 경우에는 운동장이나 훈련장의 시설들 그리고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행위 패턴을 분석할 수 있다. 이로써 노후 장비를 보수하거나 교체하고 이용자들의 불편 사항을 개선할 수 있으며 더 적극적으로는 첨단 시설이나 장비를 확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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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의 오프사이드 선수 혐오와 차별, 유럽 축구장뿐일까 다시, 유럽의 축구장이 인종차별로 혼란스럽다. 수년 전부터 국제축구연맹(FIFA)과 유럽축구연맹(UEFA)이 축구장 안팎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 행위를 근절하려 막대한 비용을 들여 다양한 캠페인을 벌여왔으나, 이 끔찍한 악행이 근절될 수 없는 역병처럼 번지고 있다. 최근의 사례를 보면, 지난 8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미드필더 프레드는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와의 원정경기에서 연거푸 모욕을 당했다. 코너킥을 차려는 그에게 맨시티 팬은 원숭이 소리를 내며 조롱했고 어디선가 라이터까지 날아왔다. 성난 얼굴을 한 동료 린가드가 프레드는 감싸안으며 위로했지만 프레드의 고통은 단지 라이터에 맞은 외상만은 아니었다. 안정을 되찾은 프레드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에는 아직 어두운 면이 있다. 지금은 2019년이다. 피부색, 머리카락, 성별에 관계없이 우리 모두 같은 사람”이라고 호소했다. 프레드를 모욕한 남성은 경찰 조사를 받았고 맨시티는 “우리 홈구장 출입을 영원히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상대팀 감독인 과르디올라도 경기 후 프레드를 직접 찾아가 사과하고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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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의 오프사이드 한국 체육 빛낸 100인…‘기승전스타’를 넘어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를 봤다. 트로트 가수로 데뷔하게 된 ‘유산슬’ 유재석씨가 ‘합정역 5번 출구’를 녹음하는 과정을 담았다. 그 ‘업계’의 고수들, 이른바 ‘세션맨’들이 거의 ‘원샷 원킬’로 연주하는 모습은 흐뭇했다. 과연 ‘인생도처 유상수’라, 세상의 모든 분야에는 마땅히 고개를 숙일 만한 고수들이 있다고 했던가. 한편 예능 프로라서 맘껏 웃기도 했지만 또한 그 고수들이 살아냈을 세월을 짐작하니 조금은 숙연한 느낌도 없지 않았다. 어느 분야든 묵묵히 한 길을 걸어온 사람들이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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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의 오프사이드 ‘모든 사람’을 위한 스포츠기본법 2020년 1월부터 지방자치단체장의 체육단체장 겸직 금지가 시행된다. 체육계의 자생력 강화가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동안 한국의 체육은, 국가의 막대한 지원과 일정한 통제 아래 발전해왔고, 특히 각 지자체의 산하에 편재되어 어렵사리 버텨왔다. 이제 겸직 금지로 인하여 그 ‘지원’과 ‘육성’이 축소되거나 최소한 다른 형태로 급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문제의 핵심은 체육계의 자생력 강화이고 이를 위한 방법 중 하나가 ‘스포츠기본법’의 제정이다. 그동안 한국의 체육정책은 ‘국민체육진흥법’에 근거하여 왔다. 1962년 제정된 ‘체육진흥법’에 뿌리를 두고 있는 ‘국민체육진흥법’은 1982년에, 88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대적인 전면 개정을 하였고 그 이후 큰 변화 없이 유지되어 왔다. 일부 부분적인 개정이 있었고 이 법을 모법으로 하여 새로운 경향이나 산업을 반영하는 하위 법이 만들어지기도 했으나, 한 세대 전에 제정된 이 법의 목적과 정의는 그 이후 급변한 국내외 스포츠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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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의 오프사이드 대한체육회의 시간 지난 2일 대한체육회(회장 이기흥)가 자체 혁신안을 발표했다. 만시지탄은 있지만 그래도 기존의 관행에서 진일보한 내용들이 적지 않아서 환영할 만하다. 나로서는 국가대표 훈련 시스템의 개편과 체육인 교육센터 설립에 우선 눈이 간다. 문체부 산하 스포츠혁신위원회에서 집중적으로 살피고 힘줘서 권고한 것처럼 국가대표 훈련 시스템 개편은 한국 스포츠가 비로소 20세기를 끝내고 21세기에 들어서기 시작했다는 것을 뜻한다. 기존에는 장기 합숙형이었다. 국가대표가 장기 합숙을 하니 그 아래 단위에서도 합숙만이 유일무이한 방법인 것처럼 수십 년을 보내왔다. 새벽부터 밤까지 달렸고 주말에도 산악을 오르내렸다. 신년이 되면 국가대표 선수들은 얼음을 깨고 차가운 물에까지 뛰어 들어갔다. 국가대표만이 아니라 국가대표가 될지 안될지도 모를 어린아이들도 컴컴한 합숙실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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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의 오프사이드 올림픽, 보이콧보다 참여와 개입이 바람직 2020 도쿄 올림픽을 보이콧할 것인가? 이런 질문이 대두되고 있다. 결론을 앞질러 말하자면, 그럴 필요가 없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몇 년 동안 올림픽을 준비해 온 지도자와 선수들이 있다. 도쿄 올림픽의 책략적 요소가 있긴 해도 지도자와 선수들이 저마다의 목표를 향해 수년 동안 노력해온 땀방울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국내외의 각종 선발 대회 및 출전권 획득의 과정이 있다. 이는 국제적인 약속이고 절차인 바, 이것이 모두 종료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우리 지도자와 선수들에게 1년 후의 무대는 사라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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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의 오프사이드 스포츠와 도시재생 수도권과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도시들이 쇠락하고 있다. 웬만한 군소 도시마다 구도심은 활력을 잃었고 인구 변동, 주거, 교육, 교통 문제로 몸살을 앓는다. 상황의 심각성으로 보건대 도시재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미 2005년 노무현 정부의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 정책 수립 이후 이명박 정부의 도시 활력 증진, 박근혜 정부의 도시재생 지원사업 등이 전개되었거니와, 각 정부가 바라보는 도시재생의 가치관은 별개로 하더라도 문재인 정부 들어 매년 10조원씩 향후 5년 동안 50조원이 투입되는 것은, 어떤 정파적 관점이 아니라 그야말로 이 나라의 안전하고 안정된 일상이 파괴될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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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의 오프사이드 ‘비정상성’을 없애야 진짜 즐길 수 있다 공자께서는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고 했다. 나름 어떤 분야를 알고자 하였고 그 앎이 휴대폰 두께 정도는 되어 어느 정도 좋아하고는 있으나 실은 즐긴다는 게 무엇인지 가늠조차 못하고 있는 형편이니, 이런 내 경우로 보건대 ‘즐긴다’는 경지는 속없이 히히거리는 것은 아닌 듯싶다. 스포츠는 말해 무엇하랴. 국가대표 출신으로 스포츠혁신위원으로 활동 중인 이영표는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여기서도 ‘즐기다’는 지든 이기든 상관없이 히히거리는 것과는 무관하다. 이영표 자신이 온몸을 던지며 증명하지 않았던가. 은하계 최고 스타 리오넬 메시가 “축구는 직업이 아니라 즐겁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고 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는 규칙이 제한하고 상대방이 압박하는 상황에서 어느 순간 저 드높은 초월의 세계로 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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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의 오프사이드 스포츠 혁신이 엘리트 살리기다 지난 2월 초, 스포츠혁신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항간에 ‘엘리트스포츠 죽이기’란 말이 떠돈다. 오랫동안 묵묵히 스포츠에 헌신해온 지도자들과 빛나는 성취를 위해 노력하는 선수들 주변으로 이런 표현이 실체도 없이 어슬렁거리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일부 언론도 이런 자극적인 기사를 쓰고 있으니 이는 지도자의 헌신과 선수들의 노력을 왜곡할 뿐만 아니라 그 땀방울을 볼모로 폐습을 유지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낳게 한다. 이참에 스포츠혁신이 ‘엘리트 죽이기’인지 다함께,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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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의 오프사이드 진천선수촌과 ‘뿌리’ ‘뿌리내리다’라는 표현이 있다. ‘뿌리 뽑히다’라는 표현도 있다. 이런 표현이 식물학의 용어만이 아님을 근현대사 100여년을 통해 잘 알고 있다. 박경리의 <토지>는 구한말의 ‘뿌리 뽑힌’ 사람들 얘기를 다루고 있다. 이 기나긴 장강대하의 첫머리는 1897년 추석이다. “까치들이 울타리 안 감나무에 와서 아침 인사를 하기도 전에, 무색 옷에 댕기꼬리를 늘인 아이들은 송편을 입에 물고 마을길을” 쏘다니는 한가위 풍경으로 시작하는데, 말하자면 오랫동안 한마을에 ‘뿌리내리고’ 사는 풍경이다. 그러다가 나라도 잃고 땅도 잃어 북간도로 이주한다. 그곳에 ‘뿌리내리려’ 하지만 쉽지 않다. 평생 호미 한번 잡은 일 없는 김훈장도 북간도 메마른 땅에 엎드린다. 김훈장을, 음풍농월하는 선비로 내심 타박하던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며 눈시울을 적신다. 아무리 망국의 유민 신세라 해도, 한 사람 정도는 마루에 걸터앉아 ‘하늘천 따지’를 해야 사람 사는 형색인데, 김훈장마저 호미를 집었으니 모두가 ‘뿌리 뽑힌’ 신세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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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의 오프사이드 ‘스포츠를 통하여’ 사회를 혁신하자 지난 2월7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스포츠혁신위원회’를 구성했다. 문체부를 비롯해 기획재정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등의 차관 4인과 국가인권위원회의 차관급 상임위원이 참여한, 그야말로 국가 차원에서 혁신 의지가 강력하게 실린 위원회다. 여기에 선수 출신을 중심으로 하여 스포츠와 인권 관련 학자와 활동가 등 15인이 민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출범 초기에는 ‘스포츠를 잘 모르는 사람들’로 구성되었다는 식의 형편없는 마타도어까지 있었는데, 터무니없는 비방은 그 방향이 옳다는 증거라는 니체의 믿음 아래 혁신위는 곧 한국 스포츠의 아름다운 대전환을 위한 각종 권고안을 순차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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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의 오프사이드 운동부 학생들을 교실로 직업 선수가 되길 바라는 운동부 학생이 꼭 교실에 들어가야 되는가?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나의 대답은 한결같다.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수업을 따라가기도 어렵고, 그래서 아마 책상에 엎어져 잠을 자는 수가 많을 텐데 굳이 교실에? 이렇게 또 반문해도 내 대답은 마찬가지다. 그렇기는 해도 일단 교실에 ‘들어가야만’ 한다. 물론 나도 알고 있다. 현행의 학교 또 교실이 어떤 풍경인가를. 이른바 전인교육은 찾아보기 어렵고 결국은 바늘끝만 한 입시 지옥만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곳, 그래서 꽤 많은 학생들이 정규 수업을 따라가지 못한 채 잠을 자는 수가 많고 심지어 학업 능력이 뛰어난 학생들도 부분적으로는 학원에서 맹진한다는 것을. 그럼에도 다들 교실에는 들어간다. 운동하는 학생이라고 해서 교실 밖을 전전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