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
교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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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의 불편한 진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서울시민 위한 정책이다 나는 한국에서 교육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라면 필연적으로 진보적이 된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가장 심각한 교육문제는 과열경쟁인데, 보수는 경쟁을 자연스럽거나 불가피한 것, 심지어 바람직한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저명한 사회생물학자에게 한국의 교육경쟁에 대해 질문하면 ‘인간의 본성상 어쩔 수 없다’는 요지의 대답이 나오는데, 이것이 바로 교육경쟁에 대한 보수의 입장이기도 하다. 진보는 교육경쟁이 어떤 나라에서는 심하고 어떤 나라에서는 약하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즉 사회적 환경과 조건에 따라 교육경쟁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한국의 교육경쟁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모색한다. 나는 한국에서 과열된 교육경쟁으로 인한 사회적 고통과 비용이 워낙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에, 진보적 입장에 서는 것이 논리적으로 당연하다고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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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의 불편한 진실 아무도 장기를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학교’를 개혁하려는 시도는 실패하기 쉽다. 특히 공립학교는 고도로 불안정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교사는 전보 주기가 5년이다. 즉 학교의 교사진은 매년 평균 20%씩 교체된다. 교장 임기는 4년이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평균 33개월이 되면 떠난다. 교사와 교장이 비상한 노력을 통해 의미 있는 교육적 전통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해도, 3년만 지나면 첫해 구성원의 절반도 남지 않으며 교장도 바뀐다. 5년이 지나면 아무도 안 남는다. 연간 퇴사율이 20%나 되는 회사가 장기적으로 역량을 축적하고 발전시키기란 매우 어려운 일 아니겠는가? 이러한 근본적인 불안정성을 외면한 채 학교개혁을 성공시키려는 모든 담론들에 대해 나는 불편함을 느낀다. 혁신학교든 IB학교든 마찬가지다. 그들은 교사를 언제 갈아끼워도 동일하게 작동 가능한 기계부품처럼 여기는 패러다임을 부지불식간에 공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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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의 불편한 진실 펨코와 일베 사이 지난 총선의 지지율을 살펴보면 유난히 ‘튀는’ 집단이 보인다. 50대 이하 연령층에서 여당이 완패했는데, 단 하나의 예외가 존재한다. 20대 이하 남성, 이른바 ‘이대남’이다. 이대남의 지역구 지지율을 보면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을 앞섰다(47.9% 대 46.4%). 개혁신당, 녹색정의당, 새로운미래를 합산해 보수 대 진보를 비교해봐도 보수가 우세했다(49.4% 대 47.7%). 양대 정당의 위성정당 및 조국혁신당을 포함한 비례대표 지지율 역시 보수가 우세했다(48.2% 대 47.7%). 이 데이터의 출처는 지상파3사 공동 출구조사인데, 이번 출구조사에서 보수정당 지지가 과소 집계되었음을 감안하면 보수정당의 실제 득표율은 이보다 좀 더 높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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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의 불편한 진실 국민연금 개혁, 진보의 ‘평등’ 개념을 혁신해야 흔히들 보수 혹은 우파가 ‘자유’를 좀 더 중시한다면, 진보 또는 좌파는 ‘평등’을 좀 더 중시한다고 한다. 그런데 국민연금을 두고 일어나는 지금의 논의를 보고 있자면 한국의 진보 또는 좌파의 평등 개념에 중대한 결함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바로 ‘계층 간 평등’에 치중하고 ‘세대 간 평등’을 경시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진보적 세대 담론은 2007년 나온 <88만원 세대>에서 시작하여 2022년 나온 <그런 세대는 없다>로 한 주기를 마쳤다. <88만원 세대>에서 촉발된 세대론은 뜻밖에 보수 언론에 적극 전용되었다. ‘86’으로 대표되는 기성세대가 고도 경제성장기에 꿀을 빨아놓고는 계층이동 사다리를 걷어차고 청년을 착취한다는 담론으로 비화된 것이다. <그런 세대는 없다>의 저자 신진욱 교수는 한 세대가 다른 세대를 착취한다는 식의 ‘그런’ 세대론이 유효하지 않음을 효과적으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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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의 불편한 진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불길한 공약 나는 이번 총선에 투표하지 못했다. 박사과정을 밟느라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데, 국외부재자 신고 기간을 깜빡 놓친 것이다. 나에게 투표할 기회가 있었다면, 아마도 ‘지민비조’(지역구는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를 선택했을 것 같다. 총선 결과는 내 기대치에 근접하게 나왔다. 하지만 이번 총선 기간에 나온 두 당의 공약들을 보고는 불길한 예감을 피할 길이 없다. 처음 나를 놀라게 한 공약은 3월24일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씩 민생회복지원금을 나눠주겠다는 것이다. 이 정책의 명분은 양극화와 고물가로 인한 국민들의 어려움을 덜어준다는 것이리라. 아울러 감세를 통해 역대급 세수 펑크(2023년 59조원)를 자초한 윤석열 정부의 ‘자해적’ 경제정책을 역전시키고 경기회복의 마중물을 일으키는 계기를 만들고자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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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의 불편한 진실 선진국과 비교해 본 한국의 갈라파고스 대입제도 선진국 대입제도의 핵심은 대입시험과 내신성적이다. 대입시험은 동일한 문항으로 평가하므로 학생들의 실력이 편차 없이 드러난다. 그래서 대입시험만 활용하고 내신성적은 활용하지 않는 나라들이 있다. 핀란드, 영국, 일본이 대표적이다. 한국에 널리 퍼져 있는 ‘내신을 반영해야 공교육이 살아난다’는 주장을 의심할 만한 대목이다. 프랑스도 오랫동안 대입시험(바칼로레아)만 활용했다. 그러다 2021년 내신성적을 10% 반영하도록 바꿨다. 과거에도 내신성적을 반영하려다가 학생들의 반대로 무산되었는데, 반대 이유는 ‘어떤 교사에게 배웠냐에 따라 대학 입학 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마크롱 정부가 학생들의 반대를 뚫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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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의 불편한 진실 의대 정원, ‘좋빠가’에 맡길 것인가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릴 계획을 밝히자, 진보 성향 커뮤니티들의 반응은 ‘팝콘각’이라는 게 주류다. 문재인 정부 시절 의대 정원을 늘리려다가 의사들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어서 열받았었는데, 이제 윤석열 정부가 증원을 폭압적으로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되니 팝콘이나 먹으며 재미있게 싸움구경을 하자는 것이다. 나는 정책의 기본 방향에 대한 찬반과는 별개로, 정책의 추진 방식에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일단 증원의 규모가 예상보다 크고 급작스럽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 증원하려던 정원은 400명이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에서 증원하려는 정원은 2000명이다. 무려 다섯 배다. 현재 의대 정원이 3058명인데 갑자기 5058명으로 65%를 늘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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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의 불편한 진실 정시의 종말 수능에서 이과 수학이 사라진다. 지난해 12월 말 발표한 2028학년도 수능 확정안에서 심화수학을 빼버리고 문·이과 공통수학만 남겨둔 것이다. 수능에서 과학·사회 선택과목을 없애고 통합과학·통합사회(고1 과정)만 남기는 방안 또한 확정되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하는 일이다. 세계적으로 대입시험은 주로 고교 후반에 배운 것을 중심으로 출제되고, 선택과목이 많다. 그런데 한국 수능의 경우 이과 수학은 없어지고, 과학·사회는 고1 과정만 남는다. 선택과목은 제2외국어만 남고 사라진다. 이제 수능은 불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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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의 불편한 진실 친명과 친문에게 나는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기본적으로 불건전한 타협에 기초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근거는 무엇인가?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하고 나서 평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20여년 동안 처음 있는 일이다. 1997년 대선 이래로 민주당은 대선을 치르고 나면 이기든 지든 공식적으로 평가 작업을 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백서 형태로 발표했다. 그런데 유독 지난 대선만은 예외였다. 민주당의 역사에서 오점이자 퇴행이 아닐 수 없다. 대선 평가를 하자는 주장이 당내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놀랍게도 비주류가 아니라 주류 일각에서 이런 주장을 하는 정치인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개별 정치인의 주장과는 별개로, 집단적으로는 친명과 친문 모두 ‘가리고 싶은 것들’이 있었던 것 같다. ‘친문’은 문재인 정부의 실책을 드러내는 게 싫었을 것이다. 이를테면 부동산, 최저임금, 검찰개혁, 타다 금지법 등 말이다. ‘친명’도 대선에서 드러난 뜨거운 감자들을 재론하기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이대남, 기본소득, 사법 리스크 등이 대표적이다. 이미 상당한 교집합을 갖고 있는 이 두 세력은 이것들을 ‘덮기로’ 암묵적으로 합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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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의 불편한 진실 대입 ‘3차 대전’을 예고하는 수능 개편안 지난 10월10일 발표된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에는 내가 ‘예상 가능했던 부분’과 ‘예상 불가능했던 부분’이 섞여 있었다. 일단 예상 가능했던 부분을 살펴보자. 일각에서는 수능에 논·서술형 문항이 도입될 것이라고 내다봤으나, 나의 예상대로 개편안에서 빠졌다. 논·서술형 도입의 걸림돌은 사교육이다. 한국 학생들에게 논·서술형은 객관식보다 어렵게 느껴지고, 더 많은 ‘개별 지도’를 요구한다. 따라서 논·서술형 시행은 사교육업계에 대형 호재다.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대부분 국가에서 대입시험은 객관식 없는 논술형이다. 하지만 이를 한국에서 행할 때 벌어질 사교육 대란을 감당할 정치세력은 한국에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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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의 불편한 진실 진보는 왜 교권을 외면했나, 보편적 약자의 종말 ‘교권 침해’라는 개념은 오류다. 교권은 원래 없었기 때문이다. 교사에 대한 존중은 문화적 전통이었을 뿐, 교권을 보장하는 법령은 빈약하기 짝이 없었다. 나는 10여년 전 교육청에 근무하다 법령상 교권이 없음을 절감한 적이 있다. 첫째로 교사가 자신이 담당할 학년과 과목을 개학하기 겨우 1~2주일 전에 통보받는다. 창의적인 기획, 충실한 준비를 하기에는 턱없이 촉박하다. 둘째로 교사가 학생을 방과후에 남겨서 개별적인 보충지도를 할 권리가 없다. 학부모가 아이를 보내달라고 하면 당장 귀가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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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의 불편한 진실 이민이냐, 혁신이냐 2010년대에는 저출생을 걱정하면 “인구가 줄어들면 좋은 거 아냐?”라고 되묻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이를 반전시킨 사람을 꼽자면 유튜버 슈카일 것이다. 무려 275만명의 구독자를 가진 슈카가 “저출산 ‘원 툴’이라고 욕을 먹는다”고 자조할 만큼 이 주제를 여러번 다루면서, ‘인구 감소’ 자체가 아니라 ‘인구구조의 변화’가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인구구조를 예측해보니 청장년 대비 노년 비율이 전 세계 유례없는 수준으로 높아지고, 그로 인해 경제가 침체되고 세금이 치솟으며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도 위험에 빠질 것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