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원
청년참여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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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채용청탁을 단죄하지 못하는 ‘법’ 청년기본법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을 때, 국회에서 청년문제를 본격적으로 해결하자며 청년미래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청년 당사자들과 토론회를 연 적이 있다. 기회가 좋아 나도 참관했다. 결국 청년기본법은 우여곡절 끝에 올해 초 통과되었고 8월 시행을 기다리고 있지만, 그날 나는 청년기본법이 통과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절망감을 조금 느꼈다. 청년에 대한 공감능력이 전혀 없는 한 의원을 그 자리에서 만났기 때문이다. 청년은 어떻게 이 사회를 체감하는지, 어떤 제도가 필요한지 진지하게 입법권자에게 전달하러 온 청년 당사자들을 앞에 두고, 그 의원은 듣기도 부끄러운 본인의 성공 신화를 늘어놨다. 시골에서 아무것도 없이 시작한 본인은 열심히, 좌절하지 않고 노력한 끝에 국회 의원회관 한가운데 이렇게 앉아 있다고. 혹시나 청년들이 그 대단한 스토리에 졸지는 않을까 호통까지 치면서 말이다. 나를 비롯해 토론회를 참관한 청년활동가들은 이미 닳고 닳아 유머로 전락해버린 의원님의 ‘라떼는 말이야’ 신화에 작은 웃음 하나 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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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내 삶이 정치”라는 당찬 청년 정치인 대학 저학년 때 종종 ‘비권 총학생회’라는 말을 들었다. 비권은 비운동권의 줄임말이다. 자신은 운동권이 아니니, 정치판과 연결 없는 ‘순수한’ 후보자라는 말이었다. 정치와 순수하다는 형용사가 대치되는 말이었던가, 고민했지만 이런 의문에 속 시원히 답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최근 정치판이란 단어를 다시 들었다. “고3 교실까지 선거판으로 만들고 정치판화해야 되겠습니까”라는 질문에서다. 얼마 전 통과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한 자유한국당 의원이 다그치며 뱉은 질문이다. 이 개정안이 담고 있는 18세 선거권 연령 하향의 내용에 대한 반응이었다. 국회의원은 이 정치체제의 꽃이라는 선거를 통해 직업과 명예, 지위를 얻은 사람이다. 정치판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다른 공간을 선거판, 정치판으로 만들지 말라고 다그친다니 좀 모순적이지 않나. 본인의 존재를 폄하하는 말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