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숙
플라스틱프리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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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폐배터리 재활용 보다 쉽게 일본의 쓰레기 제로 마을 ‘가미카쓰’에 다녀온 후 일회용 건전지를 ‘손절’하고 죄다 충전식으로 바꿨다. 48종으로 재활용 분리배출을 하는 가미카쓰에선 품목마다 플러스, 마이너스로 회계 감사 결과를 써놓는다. 48종 중 가장 돈 많이 드는 재활용 제품은 건전지로, 1㎏을 재활용할 때마다 원료 판매 수익을 고려해도 1000원이나 마이너스였다. 전지를 재활용하지 않고 폐기하면 중금속 오염은 물론 새 전지에 사용될 금속을 캐내면서 엄청난 에너지 소비와 생태계 파괴가 일어난다. 이에 취미이자 취향이 쓰레기인 ‘쓰레기 덕후’들은 국내 전지 재활용을 살펴보려 폐건전지 투어에 나섰다. 2013년까지만 해도 국내산 폐전지를 중국에 보내야 했으나, 이후 폐전지는 국내에서 재활용되고 그 재료도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다. 동네마다 폐건전지 수거함이 설치되고 지자체별로 전지를 따로 모아 재활용 공장에 보내는 체계가 생겼기 때문이다. 폐전지만 따로 수거해 물량을 확보하지 않으면 국내 공장에 납품할 수 없다. 이제 폐전지 재활용은 우리 손에 달려 있다. 나 혼자 실천해봤자 뭔 소용이냐 한탄 말고 그 시간에 동네 폐전지 수거함 위치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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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생수 줄게, 공공음수대 다오 가끔 인터뷰를 하는데 마지막 질문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조직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모범답안은 구체적이지 않아 가성비 높은 개인적 실천도 같이 제시한다. 예를 들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가장 좋은 실천으로는 메탄 가스를 내뿜는 육식을 줄이는 것이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최소 25배 강력한 반면 30년 이내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다. 한편 쓰레기를 줄이는 가장 가성비 좋은 실천으로는 생수를 거절하는 것이다. 월급의 30%를 마시는 물에 써야 생존이 가능한 곳과 안심하고 수돗물을 마셔도 되는 곳 중 어디에서 살고 싶냐고 물으면, 생수 회사 사장만 빼고 모두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그렇지만 정작 더 싼 생수를 선택함으로써 모두에게 안전한 물을 제공할 환경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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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자동차 위한 정책에 반대한다 나는 나이가 들어서도 집안 모임 등 ‘전통적’ 의미에서 어른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결혼을 안 했고 아이가 없고, 결정적으로 운전을 못한다. 나이 50에도 운전을 안 하면 자동차를 거절하는 결심 따위 뭉개지고 덜 떨어진 사람이 된다. 여태 80세 넘은 부모님이 운전하는 차를 얻어탄다.그런데 요즘 운전 연수를 하고 있다. 일회용품 안 쓰는 커피차 ‘쓰레기없다방’을 위해 전기차 트럭을 뽑았기 때문이다. 왜 운전을 안 했는지 8시간 연속 필리버스터 스타일로 말할 수 있다. 요약하자면 통장 잔액과 행복,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랄까. 미국 설문조사 결과 도시 외곽에 살며 긴 통근 거리를 운전하는 사람일수록 만성 통증에 시달리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고, 본인이 불행하다고 느낄 확률이 높다. 심지어 자원봉사나 정치 참여도도 낮고 이혼 확률은 높다. 반대로 통근이 즐겁다고 가장 많이 답한 집단이 도보와 자전거 통근자들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주택가에 자동차 통행을 금지하고 녹지 광장을 만든 ‘슈퍼블록’을 도입했는데, 슈퍼블록 내 정신 건강 치료와 항우울제 사용이 13% 감소했다. 탄소배출량 감소에도 효과적이다. 1년간 모든 백열전구를 에너지 효율이 높은 LED 등으로 교체해 감소시킨 탄소배출량은 일주일간 자동차를 안 타고 줄인 탄소배출량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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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재개발에 반대한다 나는 서른다섯에 집을 샀다. 돈이 많아 집을 산 건 아니고 당시 해마다 2000만원씩 뛰는 전셋값에 쫓겨나지 않고 그 동네에서 살고 싶어서 친구와 공동으로 집을 사버렸다. 남들이 빌라 사면 나중에 안 팔린다, ‘영끌’해서 무조건 아파트를 사라 했지만 호기롭게 작고 오래된 빌라를 샀다. 이로써 내가 살고 싶은 동네에 정착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14년, 재건축을 쉽게 할 수 있게 안전진단 등의 조건이 낮아졌다. 그 결과 우리 동네 여기저기 모아주택이니 가로주택이니, 축 재건축 선정 등의 현수막이 나부낀다. 사무실이 있는 사가정역 근처도, 지난주 들른 광주광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공산당 선언식으로 말하자면 “하나의 유령-재건축이라는 유령이, 전국에 떠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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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이스라엘은 전쟁을 멈추라 “1분에 56억씩 탕진할 사람?”이라는 오디션을 열고 ‘먹방’ 동영상처럼 돈 쓰는 영상을 찍어 올리면 대박 날 것이다. 돈벼락 맞고 싶고 장래희망이 건물주인 분들이 수두룩하지만(저도요), 1분에 56억을 쓰기란 쉽지 않다. 1만원짜리 지폐를 허공에 흩뿌려도 56만장을 1분 안에 던지기는 불가능하고 56억짜리 건물을 계약하는 데도 시간이 든다. 그러나 세상엔 매분 56억씩 써버리는 무서운 존재가 있다. 전 세계가 2022년 지출한 군사비는 약 2980조원으로 1분마다 56억원을 사용한 셈이다. 우리는 전쟁은 나쁘다고 배우지만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다며 어마어마한 세금을 군사비로 내놓는다. 그 결과 세상은 더 위험해지고 그래서 더 많은 군사비가 필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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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환경부는 ‘일회용품 구원자?’ 나는 병이 있다. 친구와 만나든 회의를 하든 허구한 날 늦는다. 새해 아침마다 절대 안 늦겠다고 결심하고서 새해 첫날부터 늦는다. 이젠 ‘지각도 병인 양하노라’ 읊조리며 ‘지각 불치병’을 인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딱 한 번 제 시간에 가다 자전거에서 엎어져 늦었는데도 다들 믿지 않고 또 늦었군 하는 표정이었다. 이번 환경부의 일회용품 관련 발표를 들으며 지각병이 떠올랐다. 자꾸 약속을 어기면 개인도 신용을 잃기 마련인데 환경부는 이제 잃을 신용도 없겠다 싶어서다. 환경부는 매장 내 일회용 컵과 플라스틱 빨대 사용, 물티슈 무상 제공, 장례식장 일회용기 사용을 금지하고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시행할 계획이었다. 특히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대통령 당선 공약에도 자랑스레 나와 있다. 그러나 물티슈와 장례식장 규제를 포기하고, 일회용 컵 보증금제의 전국 시행을 막고, 단속을 유예하는 등 줄줄이 일회용품 관련 정책을 지르밟았다. 급기야 일회용 컵 보증금제에서 발 뺀다고 선언하고,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를 철회하고, 편의점 비닐봉지 사용 단속을 유예했다.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며 “종이컵에 담긴 떡볶이를 먹는 아이들을 내쫓을 수 없어서” “손님에게 어묵 국물을 줄 수 없어서”라고 했다. 보도자료는 네로와 파트라슈가 굶어 죽는 <플란다스의 개>에 필적하는 ‘갬성팔이’로 충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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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나쁜 PVC’가 학교에 사용된다 나는 쓰레기 줄이는 ‘제로 웨이스트’ 상점에서도 일하고 환경단체에서도 일한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는 상점 갈 때마다 없던데 돈 수금만 하냐는 오해를 산다. 반대로 단체에 출근했다 하면 상점 말고 딴 일로 돈 벌어야 하냐고 걱정들 한다. 여러 일을 하는 ‘N 잡러’나 프리랜서들은 주변에 설명할 일이 많다. 정작 내게는 이 일이나 저 일이나, ‘본캐’나 ‘부캐’나, 사장이나 환경 활동가나, 플라스틱 파파라치와 같은 한통속의 일인데 말이다. 제로 웨이스트 상점은 플라스틱 껍데기인 포장을 없애는 데 집중하고, 환경단체는 껍데기 속 알맹이가 유해한 플라스틱인지 캐묻는 활동을 한다. 즉 알맹이든 껍데기든 플라스틱의 자장에서 멀어지게 하는 일이다. 금연 광고를 하면서 담배를 파는 정부나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과자보다 속사정이 단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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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유리병 재사용 시스템은 필수다 쓰레기 줄이는 가게인 ‘제로 웨이스트 샵’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 가게에서는 손님들이 기증해주신 용기를 세척·소독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비치한다. 스스로 펌핑하는 ‘팔뚝’ 리필인데 대개 젊은층은 재밌어하고 중년층 이상은 쩔쩔매거나 힘들어한다. 그런데 손님이 직접 담지 않아도 마트 선반에서 집어든 제품이 재사용 용기에 담겨 있다면? 내 나이대는 재사용 유리병에 담긴 ‘서울우유’를 기억할 테고, 맥주나 소주를 사드신 분들도 이 시스템을 경험했다. 우리는 유리병에 든 맥주를 살 때 새 용기인지 재사용 용기인지 고민하지 않는다. 레버를 당겨 맥주를 직접 따르지도 않는다. 하지만 맥주병은 세척과 소독을 거친 후 다시 맥주를 담아 팔린다. 유리병 회수와 세척, 운송 등에 쓴 에너지를 고려해도 재사용 유리병은 새 유리병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이 약 32% 적다. 또한 새 유리를 쓰지 않아 자원을 아끼고 강과 생태계를 지킨다. 유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강바닥을 긁어 모래를 퍼내고, 그 과정에서 생태계가 파괴된다. 500개의 일회용 컵을 만들려면 1500ℓ의 물이 드는 반면 도자기 컵을 500번 씻는 데는 그보다 85% 적은 210ℓ의 물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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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쉽게 사고 버리는 세상, 수리하죠 칼이 잘 들어서 삶의 질이 높아졌다. 토마토를 썰다 말고 벼려진 칼날에 감탄한다. 나 지금껏 토마토도 안 썰리는 무딘 칼로 어떻게 밥해 먹고 살았니? 칼 갈아 쓰는 일은 고물 주면 엿 바꿔주는 시대에나 하는 줄 알았다. 그런 내가 칼 갈 결심을 한 이유는 동네에 ‘칼 갈아요’ 업체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칼 가는 시간은 고작 1분이었으나 소독약 트럭 뒤꽁무니를 쫓는 동네 아이들처럼 온갖 동네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 옆 정자에는 대여섯 명이 모여 구멍 난 양말을 프랑스 자수로 수선하는 중이었다. 전 애인이 사줬는데 같은 동네라 ‘당근’할 수도 없어 한동안 방치했던 자전거도 등장했다. 휴대전화의 깨진 액정과 배터리 교체까지 최첨단 수리도 진행됐다. 몇년 전 망원시장에서 비닐봉지 없이 장보기를 시작한 ‘알맹이만 찾는 자(알짜)’들은 양말·선풍기·자전거·휴대전화 등을 고쳐보자며 ‘수리수리다수리’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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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의류 화형(火刑)을 금지하라 중세시대에 ‘마녀’를 불태워 죽인 것처럼 이 시대에도 화형식이 거행된다. 바로 판매되지 않은 멀쩡한 새 옷들이다. 2018년 명품 브랜드 ‘버버리’가 브랜드 가치를 지키려 미판매 재고를 소각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재고를 관리하는 운영비가 들지 않을뿐더러 소각하면 회계상 손실로 처리돼 세금까지 줄기 때문이다. 동네 구멍가게이긴 하지만 나도 사장 반열에 들어서 보니, 이는 지극히 합리적인 경영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장이고 나발이고, 새 옷을 태워 없애는 길이 최선이라면 그런 자본주의는 망하거나 고쳐 써야 하지 않을까. 패션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전 세계 배출량의 최대 10%를 차지하고, 이는 해상이나 항공 교통보다 많다. 섬유는 알루미늄과 함께 재료 단위당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단, 사용 후 알루미늄은 80% 이상 재활용되지만 섬유는 5% 이하만 재활용된다. 전체 의류 중 60%가 합성섬유라서 재고를 태우거나 묻으면 미세 플라스틱과 유해물질이 나온다. 패션산업에서 전 세계 폐수의 20%가 발생하고, 섬유 1t 생산에 평균 200t의 물이 필요하다. 전 세계 관개용수의 약 3%가 의류산업에 쓰이고, 이 중 95%가 면화 생산에 들어간다. 패션산업은 1100명 이상 사망한 방글라데시 ‘라나플라자 의류 공장’ 붕괴 사고처럼 저임금의 열악한 일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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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일본의 쓰레기 없는 마을 며칠 전 일본에 다녀왔다. 왜 이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 시국에 일본을 갔냐고 물으신다면, 전체 주민이 재활용품을 45종류로 분리배출을 하는 현장을 직접 경험하고 싶어서였다. 내가 찾아간 가미카쓰는 일본 최초의 쓰레기 없는 마을로, 약 20년 전 재활용품을 23종으로 분리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45종까지 확대했다. 이곳에서는 주민들이 마당에서 쓰레기를 태우며 셀프로 처리했는데, 점점 쓰레기양도 늘고 태우기 위험한 쓰레기도 많아져 다른 방법으로 돌아섰다. 바로 누군가 쓰레기를 버리기 시작한 곳에 모두 쓰레기를 던져 버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가미카쓰판 ‘쓰레기 산’이 생길 무렵 간이 소각장치가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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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제주에 달린 ‘일회용컵 운명’ 좋은 상사는 중요하다. 스웨덴 남성 3122명을 10년간 추적한 결과 훌륭한 상사 밑에서 일한 경우 심장발작에 걸릴 확률이 20% 줄어들었다고 한다. 말단사원 시절 나는 이런 문구에 밑줄을 그어가며 상사를 훔쳐보곤 했다. 나의 심장발작권을 거머쥐고 있을 당신이여(화르륵). 이젠 직장에서 다른 누군가의 심장을 벌렁거리게 할 상사가 돼버린 나는 직장보다 더 큰 사회의 상사를 떠올린다. 내 직업인 ‘쓰레기’ 업무를 좌지우지하는 자원순환 정책이 바로 나의 상사쯤 된다. 자원순환 정책이 엎어지면 내 심장도 쿵쿵 뛴다. 요즘 내 상사는 좀 문제적이다. 수많은 시민들의 발품을 팔아 ‘플라스틱 어택’을 진행하고 작은 승리를 거둔 순간 그가 등장한다. 나쁜 상사의 취미이자 특징은 뒤늦게 나타나 다 된 일의 방향을 틀어버리거나 미주알고주알 간섭하는 ‘마이크로매니징’을 통해 일을 망친다는 것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