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숙
플라스틱프리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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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일본의 음식물 쓰레기 퇴비화 한국이 싫어서 ‘탈조선’ 하고 싶은 이유는 줄줄 읊을 수 있지만 반대로 좋은 점을 떠올리기는 어렵다. 음식을 가위로 썰어 먹는 편리함이나 밖에서 휴대폰을 테이블에 두고 화장실에 가는 안전한 치안 외에 뭐가 있을까. 그중 하나가 한국의 분리배출 제도다. 쓰레기를 돈 주고 배출하는 제도를 이토록 빨리 성공시킬 수 있는 국가는 전 세계 두 곳뿐이다. 전 국토의 요새화가 가능한 북한 그리고 남한이다. 영국 작가가 전 세계 폐기물 처리장을 발로 뛰어 기록한 <웨이스트랜드>라는 책엔 음식물 쓰레기의 지상 낙원이 한국이라고 나온다. 이 대목에서 나는 책을 집어 던져버렸다. 내가 바로 쓰레기 덕후의 성지에 살고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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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올해는 ‘907’ 기후정의행진 덥다. 참 덥다. 에어컨을 켤까 말까 번뇌할 때마다 두통이 심하면 발가락을 세게 찍어버리라는 식으로 서사하라 사막 근처의 마라케시를 떠올린다. 그곳의 40도 온도에서는 숨만 쉬어도 폐가 화상을 입듯 고통스러웠다. 너무 더워서 체내 열을 땀으로도 빼내지 못하면 6시간 내에 사람이 죽을 수 있는데 이를 습구온도라고 한다. 아마 그때 나는 감으로 습구온도를 느낀 것 같다. 그런데 먼 곳의 일이 아니었다. 한국의 기온 상승률이 세계 평균보다 3배 더 높기 때문만은 아니다. 덥고 춥고 더럽고 서러운 일은 공평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라지게 될 직업을 ‘체험리즘’으로 기록한 책 <어떤 동사의 멸종>에는 ‘까대기’라는 작업이 나온다. ‘까대기’는 택배 상하차 일인데, 밤새 한 사람이 25t 정도의 물건을 들어올리고 1590번 정도 굽혔다 일어선다. 이 물류창고에 에어컨이 없다. 땀을 너무 많이 흘려 회사에서 포도당을 지급한다. 이주 노동자가 이주의 자유 없이 붙박이로 일하는 비닐하우스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에어컨을 설치하다 사망한 20대 초반의 노동자가 작업하던 급식실에는 선풍기가 2대 있었다. 이 폭염 속에서 나이 든 급식 노동자들은 불을 써서 요리를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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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친환경 장례 연말 연초에 보통 새해 결심을 한다. 나는 유언장을 들여다보며 ‘새로고침’할 내용을 궁리한다. 이 사람은 올해 나랑 틀어졌지, 장기기증 스티커가 붙어 있던 주민등록증을 분실했으니 유언으로 남겨야지 등등 해마다 변동사항이 생긴다. 억만장자 아니고요. 남길 재산이라곤 개미 코딱지 정도 됩니다만. 죽음을 생각하기에 젊다면 젊은 내가 해마다 유언장을 들여다보는 이유는 나답게 죽고 싶기 때문이다. 인생이란 나답게 산다는 게 뭔지 알기 위해 열라 시간을 쓰다 한참 나답게 살아보려고 하면 끝나는 거 같다. 그래서 나는 거꾸로 나답게 죽는 법을 모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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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모기 퀴즈 인류 역사 대대손손 미움과 혐오를 받은 생명체를 꼽자면 모기, 바퀴벌레, 쥐가 아닐까 싶다. 때마침 여름에 창궐하는 모기에 대한 퀴즈를 풀어보자. 1. 모기는 30m 밖에서도 ㅇㅅㅎㅌㅅ를 통해 사람을 찾아낸다. 모기는 자기 몸길이의 2000배나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사람이 내뱉는 이산화탄소를 통해 사람을 감지할 수 있다. 숨을 멈추지 않는 한 모기의 레이더에서 벗어날 수 없다. 모기는 고성능 이산화탄소 탐지 스펙을 갖춘 생명체다. 2. 모기에게 발 냄새 취향이 있다? 좋아하는 발 냄새가 나는 양말에는 그렇지 않은 양말에 비해 8배나 많은 모기가 달려들었다. 모기에 잘 물리는 사람은 자신이 모기를 유혹하는 페로몬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남들보다 모기를 피하기 위해 더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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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우산 수리’에 깃든 삶의 연속성 내게 ‘쓰레기 흑역사’를 물으신다면 단연코 우산이다. 기차역이나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커다란 쓰레기통을 발견하면 고장 난 우산을 버린다. 여행 갈 때는 일부러 고장이 날 듯 말 듯한 우산을 들고 가서 쓰다 버린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었는지, 한국환경공단이 2021년 1월부터 11월까지 전국 대형마트, 대형할인점 등에서 측정한 우산 폐기물은 무려 1만3000개나 되었다. 쓰레기 덕후인 나는 설명서를 써도 될 만큼 분리배출 방법은 잘 알고 있다. 우산 분리배출은 다음 5단계에 따른다. ① 우산 살과 연결된 실 제거 ② 손잡이, 우산 꼭지 분리 ③ 우산 천 끝에 달린 작은 팁 분리 ④ 우산 살대 묶기 ⑤ 우산 천은 버리고 비닐이나 고철, 플라스틱은 분리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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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국제 플라스틱 협약 어릴 적 나의 전문직에 대한 ‘인증샷’은 의사 가운이나 판사복이 아니었다. 다크서클이 코밑까지 내려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상태로 해외출장을 다녀온 모습이었다. 막상 어른이 돼보니 해외출장이란 현지 시간에 맞춰 일하고 시차가 다른 한국 시간에도 맞춰 일하는 24시간 노동이었다. 때마침 ‘플라이트 셰임’이라고 환경을 위해 비행기를 타지 않겠다는 흐름이 생겨 자연스레 나의 철없던 로망도 사라졌다. 하지만 최근 해외출장을 떠나고 싶어졌다. 캐나다 오타와에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내용을 정하는 정부 간 협상위원회가 막 끝났다. 각국이 따로 규제하면 서로 눈치나 보다 끝나거나, 보수적 정부가 들어서면 그간 노력이 물 건너간다. 일회용품 규제와 단속이 정지된 국내 상황을 보라. 그래서 전 세계적 문제엔 전 세계 정부에 통용되는 기준선을 정하기로 했다.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 폐기에 걸쳐 전 생애를 규제하는 만국 공통 제도를 정하기로 합의한바, 바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이 성사되었다. 그 협약의 합의안을 5번의 회의에서 정하는데 4번째 회의가 캐나다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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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폐배터리 재활용 보다 쉽게 일본의 쓰레기 제로 마을 ‘가미카쓰’에 다녀온 후 일회용 건전지를 ‘손절’하고 죄다 충전식으로 바꿨다. 48종으로 재활용 분리배출을 하는 가미카쓰에선 품목마다 플러스, 마이너스로 회계 감사 결과를 써놓는다. 48종 중 가장 돈 많이 드는 재활용 제품은 건전지로, 1㎏을 재활용할 때마다 원료 판매 수익을 고려해도 1000원이나 마이너스였다. 전지를 재활용하지 않고 폐기하면 중금속 오염은 물론 새 전지에 사용될 금속을 캐내면서 엄청난 에너지 소비와 생태계 파괴가 일어난다. 이에 취미이자 취향이 쓰레기인 ‘쓰레기 덕후’들은 국내 전지 재활용을 살펴보려 폐건전지 투어에 나섰다. 2013년까지만 해도 국내산 폐전지를 중국에 보내야 했으나, 이후 폐전지는 국내에서 재활용되고 그 재료도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다. 동네마다 폐건전지 수거함이 설치되고 지자체별로 전지를 따로 모아 재활용 공장에 보내는 체계가 생겼기 때문이다. 폐전지만 따로 수거해 물량을 확보하지 않으면 국내 공장에 납품할 수 없다. 이제 폐전지 재활용은 우리 손에 달려 있다. 나 혼자 실천해봤자 뭔 소용이냐 한탄 말고 그 시간에 동네 폐전지 수거함 위치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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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생수 줄게, 공공음수대 다오 가끔 인터뷰를 하는데 마지막 질문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조직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모범답안은 구체적이지 않아 가성비 높은 개인적 실천도 같이 제시한다. 예를 들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가장 좋은 실천으로는 메탄 가스를 내뿜는 육식을 줄이는 것이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최소 25배 강력한 반면 30년 이내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다. 한편 쓰레기를 줄이는 가장 가성비 좋은 실천으로는 생수를 거절하는 것이다. 월급의 30%를 마시는 물에 써야 생존이 가능한 곳과 안심하고 수돗물을 마셔도 되는 곳 중 어디에서 살고 싶냐고 물으면, 생수 회사 사장만 빼고 모두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그렇지만 정작 더 싼 생수를 선택함으로써 모두에게 안전한 물을 제공할 환경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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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자동차 위한 정책에 반대한다 나는 나이가 들어서도 집안 모임 등 ‘전통적’ 의미에서 어른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결혼을 안 했고 아이가 없고, 결정적으로 운전을 못한다. 나이 50에도 운전을 안 하면 자동차를 거절하는 결심 따위 뭉개지고 덜 떨어진 사람이 된다. 여태 80세 넘은 부모님이 운전하는 차를 얻어탄다.그런데 요즘 운전 연수를 하고 있다. 일회용품 안 쓰는 커피차 ‘쓰레기없다방’을 위해 전기차 트럭을 뽑았기 때문이다. 왜 운전을 안 했는지 8시간 연속 필리버스터 스타일로 말할 수 있다. 요약하자면 통장 잔액과 행복,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랄까. 미국 설문조사 결과 도시 외곽에 살며 긴 통근 거리를 운전하는 사람일수록 만성 통증에 시달리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고, 본인이 불행하다고 느낄 확률이 높다. 심지어 자원봉사나 정치 참여도도 낮고 이혼 확률은 높다. 반대로 통근이 즐겁다고 가장 많이 답한 집단이 도보와 자전거 통근자들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주택가에 자동차 통행을 금지하고 녹지 광장을 만든 ‘슈퍼블록’을 도입했는데, 슈퍼블록 내 정신 건강 치료와 항우울제 사용이 13% 감소했다. 탄소배출량 감소에도 효과적이다. 1년간 모든 백열전구를 에너지 효율이 높은 LED 등으로 교체해 감소시킨 탄소배출량은 일주일간 자동차를 안 타고 줄인 탄소배출량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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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재개발에 반대한다 나는 서른다섯에 집을 샀다. 돈이 많아 집을 산 건 아니고 당시 해마다 2000만원씩 뛰는 전셋값에 쫓겨나지 않고 그 동네에서 살고 싶어서 친구와 공동으로 집을 사버렸다. 남들이 빌라 사면 나중에 안 팔린다, ‘영끌’해서 무조건 아파트를 사라 했지만 호기롭게 작고 오래된 빌라를 샀다. 이로써 내가 살고 싶은 동네에 정착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14년, 재건축을 쉽게 할 수 있게 안전진단 등의 조건이 낮아졌다. 그 결과 우리 동네 여기저기 모아주택이니 가로주택이니, 축 재건축 선정 등의 현수막이 나부낀다. 사무실이 있는 사가정역 근처도, 지난주 들른 광주광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공산당 선언식으로 말하자면 “하나의 유령-재건축이라는 유령이, 전국에 떠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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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이스라엘은 전쟁을 멈추라 “1분에 56억씩 탕진할 사람?”이라는 오디션을 열고 ‘먹방’ 동영상처럼 돈 쓰는 영상을 찍어 올리면 대박 날 것이다. 돈벼락 맞고 싶고 장래희망이 건물주인 분들이 수두룩하지만(저도요), 1분에 56억을 쓰기란 쉽지 않다. 1만원짜리 지폐를 허공에 흩뿌려도 56만장을 1분 안에 던지기는 불가능하고 56억짜리 건물을 계약하는 데도 시간이 든다. 그러나 세상엔 매분 56억씩 써버리는 무서운 존재가 있다. 전 세계가 2022년 지출한 군사비는 약 2980조원으로 1분마다 56억원을 사용한 셈이다. 우리는 전쟁은 나쁘다고 배우지만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다며 어마어마한 세금을 군사비로 내놓는다. 그 결과 세상은 더 위험해지고 그래서 더 많은 군사비가 필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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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환경부는 ‘일회용품 구원자?’ 나는 병이 있다. 친구와 만나든 회의를 하든 허구한 날 늦는다. 새해 아침마다 절대 안 늦겠다고 결심하고서 새해 첫날부터 늦는다. 이젠 ‘지각도 병인 양하노라’ 읊조리며 ‘지각 불치병’을 인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딱 한 번 제 시간에 가다 자전거에서 엎어져 늦었는데도 다들 믿지 않고 또 늦었군 하는 표정이었다. 이번 환경부의 일회용품 관련 발표를 들으며 지각병이 떠올랐다. 자꾸 약속을 어기면 개인도 신용을 잃기 마련인데 환경부는 이제 잃을 신용도 없겠다 싶어서다. 환경부는 매장 내 일회용 컵과 플라스틱 빨대 사용, 물티슈 무상 제공, 장례식장 일회용기 사용을 금지하고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시행할 계획이었다. 특히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대통령 당선 공약에도 자랑스레 나와 있다. 그러나 물티슈와 장례식장 규제를 포기하고, 일회용 컵 보증금제의 전국 시행을 막고, 단속을 유예하는 등 줄줄이 일회용품 관련 정책을 지르밟았다. 급기야 일회용 컵 보증금제에서 발 뺀다고 선언하고,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를 철회하고, 편의점 비닐봉지 사용 단속을 유예했다.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며 “종이컵에 담긴 떡볶이를 먹는 아이들을 내쫓을 수 없어서” “손님에게 어묵 국물을 줄 수 없어서”라고 했다. 보도자료는 네로와 파트라슈가 굶어 죽는 <플란다스의 개>에 필적하는 ‘갬성팔이’로 충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