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전쟁을 멈추라

고금숙 플라스틱프리 활동가

“1분에 56억씩 탕진할 사람?”이라는 오디션을 열고 ‘먹방’ 동영상처럼 돈 쓰는 영상을 찍어 올리면 대박 날 것이다. 돈벼락 맞고 싶고 장래희망이 건물주인 분들이 수두룩하지만(저도요), 1분에 56억을 쓰기란 쉽지 않다. 1만원짜리 지폐를 허공에 흩뿌려도 56만장을 1분 안에 던지기는 불가능하고 56억짜리 건물을 계약하는 데도 시간이 든다. 그러나 세상엔 매분 56억씩 써버리는 무서운 존재가 있다. 전 세계가 2022년 지출한 군사비는 약 2980조원으로 1분마다 56억원을 사용한 셈이다. 우리는 전쟁은 나쁘다고 배우지만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다며 어마어마한 세금을 군사비로 내놓는다. 그 결과 세상은 더 위험해지고 그래서 더 많은 군사비가 필요해진다.

지난달 안 신는 신발 200여개를 모았다. 나는 쓰레기 줄이는 가게인 제로 웨이스트 상점을 운영하는데, 평소 실리콘, 고장 난 전선, 양파망 등을 모아 재활용과 재사용하는 곳에 보낸다. 모든 쓰레기를 받지는 않고 새 물건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쓰레기만 수거한다. 그러나 이번에 모은 헌 신발은 참여연대로 보내져 다른 시민들이 보낸 신발 3000개와 함께 보신각 광장에 놓였다. 주인 없는 신발은 이번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학살’에서 죽은 1만명 이상의 사람을 대신했다. 피해자의 75%가 여성과 어린이, 노인이다. 한국 정부는 유엔총회의 이스라엘 휴전 촉구 결의안에 기권표를 던졌다.

1만명의 죽음은 1만명이 죽은 하나의 사건으로 퉁쳐져 56억원보다 덜 중요한 숫자가 되었다. 이게 바로 전쟁의 참혹함이다. 전쟁은 숨을 쉬고 고통을 느끼고 누군가에게 절절하고 전부였을 생명을 사물로 치환시킨다. 문학평론가 신형철님의 표현대로 전쟁은 ‘죽음을 세는 법’을 잊게 하는데, 죽음을 하나씩 셀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

스톡홀름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00년대 이후 세계의 군사비 지출은 급격히 증가했다. 한국 역시 군사비 지출 세계 9위로 2019년 기준 환경부 예산의 약 10배를 군사비로 사용한다. 이 모든 돈은 기름과 자원을 태워 삶을 폐허로 만들고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를 내뿜기 위해 치르는 비용이다. 미 국방부는 단일 조직으로는 세계 최대의 석유 소비자이자 온실가스 배출 당사자이며, 군수업을 국가로 치면 세계에서 4번째로 높은 온실가스 배출국이 된다. 만약 군대가 한 국가나 기업이었다면 지속 가능 사회책임경영(ESG)을 요구받거나 기후변화 당사국협약에 따라 감축할 온실가스를 보고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교토의정서와 파리협정 모두 각국 배출량 집계에서 군사 부문을 보고할 의무조차 제외했다.

전쟁이 비싸질 때마다 기후위기는 더 심해지고 전쟁은 삽시간에 삶 그 자체를 쓰레기로 만든다. 단지 승용차 평균 연비의 2%도 안 되는 장갑차의 연비를 높이거나 군대에 재생에너지를 도입하자는 뜻이 아니다. 군수업과 군사활동은 기후위기의 거대한 원인이자 결과다. 내게 중요한 사실은 국가와 돈은 피 흘리지 않으며 고통받는 것은 느끼는 존재들이란 사실이다. 팔레스타인 어린이가 생일날 소원으로 죽지 않기를 비는 모습을 보았다. 무사히 자라 아흔넷의 나이에 자기 집 정원에서 가지치기하다 숨진 작가 조지 버나드 쇼처럼 올리브나무를 심는 노인이 되길 빌어본다. 이스라엘은 당장 전쟁을 멈추라.

고금숙 플라스틱프리 활동가

고금숙 플라스틱프리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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