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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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캔스피크 ③닭 “평생을 갇혀 치킨과 달걀이 돼요” 📽 [스튜디오 그루] 애니캔스피크 ep.3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어두운 감옥, 그것도 몸을 움직이기도 힘든 철창 안에서 알만 낳다가 사형 당하는 2년 동안의 삶. 풀밭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마음에 드는 먹이를 먹을 수 있고, 피를 빨아먹는 해충을 떼어내기 위한 목욕도 즐길 수 있는 4년 동안의 삶. 전자는 한국의 대부분 산란계가 겪는 삶이고, 후자는 동물복지농장에서 사는 극히 적은 수의 닭들이 겪는 삶의 형태이다. 평생 알을 낳고, 누군가에게 뺏긴다는 것은, 그리고 언젠가 도축당할 운명이라는 점에선 차이가 없지만 두 삶의 방식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도록 선택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 전자를 택하는 이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두 삶은 수명에서뿐 아니라 살아가는 동안 느낄 고통과 행복의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산란계 농장에 사는 닭들 역시 선택이 가능하다면 전자를 고를 것이다. 그나마 산란계들은 2~4년이라는 생존 기간을 보장받지만 고기를 얻기 위해 기르는 육계는 알에서 깨어난 지 불과 6주 만에 도축된다. 도축하지 않고 기르거나 야생에서 천수를 누릴 경우 닭의 수명은 20~25년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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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캔스피크 ②아낌없이 주는 돼지 "내가 더럽고 게으르다는 건 편견" 📽 [스튜디오 그루] 애니캔스피크 ep.2 농장에서 태어난 돼지는 180일이라는 짧은 기간을 산다. 인간의 식탁 위에 오르기 위해 고기로서 존재할 때 그렇다. 지구상 하나의 생명체로 자연에서 자유롭게 존재할 때는 15년에서 17년까지 살아간다. 돼지들은 언제부터 사람 곁에서 살기 시작했을까. 가장 오래된 가축 중의 하나인 돼지는 신석기 시대 인류가 수렵과 채집 생활을 벗어나 정착을 하면서 인간과 함께하기 시작했다.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 “또한 호주에서는 소 또는 돼지를 기르기를 좋아한다”(又有胡州好養牛及猪)는 기록이 남아 있어 우리나라에서 가축이 된 것은 2000년 전으로 추정된다. 식성이 까다롭지 않은 돼지는 잔반을 처리하며 인분을 먹고 비료를 생산하며 농사가 주업이던 우리에게 중요한 자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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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캔스피크 ①비둘기 “도시의 삶, 우리가 선택한 것은 아니었어요” 📽 [스튜디오 그루] 애니캔스피크 ep.1 비둘기는 도시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야생동물이다. 한때 ‘평화의 상징’이었으나 지금은 ‘날아다니는 쥐’ ‘닭둘기’라고 불리며 비둘기 ‘포비아’(공포증)을 겪는 사람까지 나타났다. 야생동물인 비둘기는 왜 도시에 살고 있을까. 인간과 친밀했던 역사는 언제부터 역전된 것일까. 도시에서 흔히 보이는 ‘집비둘기’는 ‘락 도브’(Rock Dove)라는 종이 기원이다. 원래 해안가 근처 절벽이나 물이 많은 산에 살았지만 인간이 가축으로 기르기 시작하면서 도심 속에 들어와 집비둘기가 됐다. 조선 전기의 학자이자 문신인 서거정은 문집 <사가집(四佳集)> 중 <화합>에서 비둘기의 다양한 특성과 함께 키우는 방식을 다룬다. 비둘기를 새장에 넣어 기르고, 꽁지깃에 금방울을 매달아 전서로 활용한 일도 적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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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당신에게 필요한 '멍상' 몸이 아프면 약을 먹고 쉴 수 있지만 보이지 않는 마음이 아픈 것은 관리가 쉽지 않다. 우울증과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나서야 마음이 아프다는 것을 알아차린 이들도 적지 않다. 병이 되기 전의 내 마음 상태를 알고 스스로 적절한 처방을 내리는 방법은 없을까. 밀레니얼의 명상 커뮤니티 ‘왈이의 마음 단련장’을 운영하는 김지언, 노영은 대표는 불안함을 안고 사는 사람들에게 ‘멍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음도 운동이 필요해.’ ‘왈이의 마음단련장’은 이 문장을 모토로 일상에서 마음을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구 홍대 사무실에서 두 사람의 마음을 챙기는 법에 대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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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인간의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이 얼굴은 인공지능이 만든 가상 얼굴입니다.” 고개를 돌려, 미소 짓고, 입을 움직여 노래를 부른다. 팝송을 커버한 영상을 주로 올리는, 노래와 춤이 특기라는 22살 여성의 유튜버 루이. ‘가상’이라는 설명을 보지 않았다면 지극히 평범했을 루이의 여행 브이로그 영상에는 “무서운 세상이다“, ”보고도 안 믿긴다“, ”소름 끼친다“ 등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어떠한 어색함도 없는 얼굴과 표정, 영상 속에 존재하지만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AI가 만든 얼굴. 가상의 인간, 버추얼 휴먼(Virtual human)인 ‘루이 리’는 ‘가상’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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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래요” 놀리고 손가락질…편견 가득한 이 장면 내가 다시 그린다면? 매년 2500명이 넘는 보호종료아동이 보육원과 공동생활가정, 위탁가정에서 나와 자립을 시작합니다. 당사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편견 때문에 보육원 출신임을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경향신문은 지난해 9월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40여편의 영화와 드라마에 등장한 ‘고아’ 설정의 인물을 분석했습니다. ‘사이코패스’ ‘범죄자’ ‘불륜녀’ ‘복수에 집착하는 야망가’ 등 부정적 이미지로 그려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같은 인물 설정에는 결혼한 부모와 이들의 자녀로 구성된 가정만 ‘정상가족’으로 보는 미디어의 시각이 담겨있습니다.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이들에 대해서는 부정적 편견과 선입견을 확대 재생산하는 잘못된 관행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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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장혜영 의원 만난 청소년 기후활동가들…“국감장에 ‘펭수’ 부른다는 의원들, 우리는 외면” “이 편지는 스웨덴에서 최초로 시작돼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따라 지구를 여덟 바퀴 돌았으며, 35일 안에 당신 곁을 반드시 떠나야 합니다.” 편지의 지시를 따르면 행운이 찾아오고, 그렇지 않으면 저주가 내린다는 ‘행운의 편지’가 지금 여의도 국회를 돌고 있다. “(책임과 권한이 있는 당신이 행동하지 않으면) 당신의 이름은 ‘기후역적’으로 역사 교과서에 남을 겁니다. ‘석탄 산업의 경쟁력과 수익성이 떨어지는 와중에도 코앞의 이익만을 챙기려다 환경과 경제를 망친 자’라는 설명이 따라붙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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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에서 ‘성매매’까지, “남성들의 ‘놀이 문화’에 대해 질문해야 할 때” “집단적인 남성의 놀이 문화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 n번방에서 성매매까지 문제의식이 연결되기까지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단축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에서 성매매 과정에서 겪는 피해를 상담하고 여성들의 의료·법률 등을 지원하는 유나 활동가와 혜진 활동가는 현장에서 무기력함을 느낄 때가 있다고 했다. 단단하고, 공고하게 쌓아 올려진 성매매 산업의 규모와 구조를 마주할 때다. 분노가 일기도 한다. 성매매 현장에서 이뤄지는 폭력들이 ‘폭력’이라는 범죄로 드러나지 못하고 지워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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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탈성매매’는 가능한 이야기일까 “남성 구매자들은 옅은 화장을 한 여성이 반갑게 자신을 맞아주기를 바랍니다. 성매매 여성들은 구매자의 여자친구인 것처럼 연기해야 해요. ‘오피스텔’의 특성은 ‘여자친구 모드’죠. 여성들의 감정노동은 극대화 형태로 더 긴 시간 이어질 수밖에 없어요. 남성들의 또 다른 판타지를 충족하는 통로를 만든 것이죠.”(유나 활동가) ‘오피’라고도 불리는 이 같은 성매매는 최근 10년 사이 일반화된 업종이다. 오피스텔 건물의 방을 대여해 간판 없이 장소를 옮기며 영업한다. 술을 팔거나 접대는 하지 않는, 오로지 성매매 행위만으로 움직인다. 매매 과정과 후기 공유는 온라인을 통해 이뤄진다. 성을 구매하는 남성들이 현재 어떤 방식으로 돈을 지불하고 욕구를 충족하려는지에 따라 성매매는 방식을 변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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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 정말 당신이 혼자 쓴 것 맞나요?” “이 작품 정말 당신이 혼자 쓴 것 맞나요?” 스웨덴 각본가 소니 요르겐센(54)은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오른 (As It Is in Heaven·2004)의 각본을 썼고, 21년 경력의 베테랑 각본가 겸 감독이다. 그런 그녀의 면전에서 한 제작자가 물었다. “이 작품 진짜 당신이 혼자 쓴 게 맞아요?” 정말 머리가 어질해지는 질문이었다. “그 제작자는 제 각본을 극찬하면서 무척 마음에 들어했어요. 제가 여성이라는 것을 알기 전까지는요.” 각본에는 얼굴이 아니라 ‘소니’라는 이름만 쓰여 있었다. ‘소니’는 한국인 입양아였던 그의 한국 이름을 서양식으로 바꾼 표현이다. 스웨덴에서 이 이름은 소위 말하는 ‘여성적’인 이름이 아니었고 아마 제작자도 으레 남자겠거니 짐작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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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씹뉴스 일본의 신임 총리 스가는 어떤 인물인가 지난 16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건강상의 문제로 사임한 후 새로운 총리가 취임했습니다. 2차 아베 정권이 들어선 후 무려 7년 8개월의 최장수 관방장관을 역임한 스가 요시히데가 그 주인공인데요. 아베 내각의 살림을 도맡아 관리하여 ‘아베의 2인자’라고도 불리던 스가 현 총리는 어떤 정치인이었을까요. 일본 동북부의 한 시골마을에서 태어난 농부의 아들인 스가 총리가 중앙 정치 무대로 들어서게 된 과정, 아베 전 총리와의 인연, 향후 스가 정권의 한·일관계 전망까지, 도쿄 특파원을 지낸 서의동 논설위원과 함께 짚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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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여가부가 회수한 성교육책 읽고 자란 덴마크인에게 물어보니 패트릭 타울버그 크리스티얀센(28)은 책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를 보여주자 바로 알아 봤다. 덴마크 올보르(Aalborg) 출신의 패트릭도 1971년 출간된 이 책으로 성교육을 받았다. 교사이자 성 연구가인 페르 홀름 크누센이 쓴 이 책은 남녀가 만나고 사랑하고 아이가 어떻게 생기며 어떻게 출산을 하게 하는지를 해부학적 요소를 갖춘 그림으로 알기 쉽게 풀어냈다. 출간 이듬해 덴마크 문화부 아동도서 상을 받았다. “학교에서도 배웠지만 부모님이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이 책을 사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부모님은 저에게 성교육을 하는데 관심이 있으셨어요.” 이 책을 둘러싼 패트릭의 기억은 부모님과 선생님으로 이어진다. 패트릭은 “처음 몇 분 동안은 책을 보고 재미있게 웃고 떠들지만, 교육이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선생님은 책을 통해 어떻게 가족들과 함께 지내야 하는지, 엄마·아빠의 역할이 무엇인지, 어떻게 다른지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