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철
서강대 명예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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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응시 멍청하긴, 해답은 토지공개념이야!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중략)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상식대로 해야 이득을 보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가슴을 뜨겁게 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다. 충격적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는 촛불에도 불구하고 이 땅이 여전히 ‘기회는 불평등하고, 과정은 불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롭지 못하며, 특권과 반칙이 난무하며, 상식대로 하면 손해를 보는 세상’임을 보여주고 있다. 기이하게도 취임사와 달리 공정은 문재인 정부의 취약점이 되어왔다. 평창 동계올림픽 공정시비로부터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부동산투기 의혹, 조국 사태, LH 사태까지 주기적으로 ‘불공정한’ 일들이 터져 정권을 위기로 몰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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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응시 절제의 욕망학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먼저 몸과 마음을 닦아 수양하고 집안을 다스린 뒤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정한다.” 1970~1980년대 군사독재라는 우리의 상황과 관련, 나는 <대학>에 나오는 이 문장이 국민들에게 “나 자신과 가정도 제대로 관리 못하면서 무슨 사회 문제에 대해 발언을 하고 국가정책에 대해 왈가왈부하느냐”는 소시민의식에 묶어두려는 지배이데올로기라고 생각했다. 요즈음 생각이 변했다. 연이은 공직자들의 이탈, 특히 민주화운동을 주도하며 그동안 ‘정의’를 외쳐온 문재인 정부라는 ‘자유주의적 개혁진영’과 정의당이라는 ‘진보진영’의 일탈을 보면서 ‘역시 고전은 옳다’고 생각하게 됐다. 물론 나 역시 <논어>에 나오듯이 “나물 먹고 물 마시며” 살지는 않았고 ‘수신제가’에 성공했다고 자신할 수 없다. 그러나 최소한 ‘욕망’을 절제하려고 노력해왔고, 스스로의 부족함을 알기에 공직을 멀리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와 정의당을 보면, 주요 공직자들이 욕망을 절제하려고 노력하고 스스로를 부단히 돌아다보는 자기성찰을 하는 데 실패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일부는 아예 자기성찰을 포기한 것 같다. 누구나 강남에 빌딩을 갖고 싶고, 자식을 좋은 대학에 보내고 싶고, 성적 욕망과 권력욕, 명예욕을 가진다. 그러나 최소한 진보를 자처하려면, 특히 공직에 나가려면 이에 대한 절제와 성찰을 통해 수신제가를 어느 정도는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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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응시 노동자는 ‘먼지’에 불과한가 ‘사람은 먼지고, 자본이 먼저다.’ “사람이 먼저”라는 국정철학을 내세워온 문재인 정부가 오랜 진통 끝에 누더기 중대재해처벌법을 통과시키는 것을 보고 있자,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이다. 맞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자본이 먼저고 사람은 먼지에 불과하다. 물론 한계는 있지만 이 정도라도 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든 것은 다행이며 성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통과된 법은 정의당안은 말할 것도 없고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안보다도 후퇴한 것으로 너무 문제가 많다. 예를 들어, 일 년에 400명의 노동자가 죽어나가는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한 것은, 이 법 제정을 위해 단식투쟁을 한 김용균씨의 어머니인 김미숙씨의 말처럼, “이들은 계속 죽이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오죽했으면 오래전부터 이 법안 제정을 주장해온 정의당이 투표에서 기권을 했겠는가?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교수 등 전문가들은 이 법이 “기업이 긴장하지 않을 법으로, 없다고 봐야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