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설
실업급여, 달콤한 그 맛?
작년 한 해 계약직으로 살면서 첫 칼럼 제목은 연말부터 정해뒀다. 그 이름도 빛나는 4대보험의 테두리 안에서 일한 건 서른 살에 기초생활수급제도에서 ‘탈수급’하고 이번이 처음이었다.
서류상 ‘근로의지가 없다’ ‘근로능력이 없다’고 평가받은 부모를 뒀다. 사적 안전망일 수 있었던 양가 조부모는 일찍 사망했다. 형제 관계는 여동생 하나, 남동생 셋. 누구의 격려도 지원도 없었지만 서울로 대학을 왔다. 그때부터 가능한 한 벌어야 했다.
동시에 내 소득은 ‘걸리면’ 안 됐다. 어머니가 공무원에게 사정해 겨우 들어간 기초생활수급에서 잘리면 의료비도 감당 못하고, 많은 동생들 중 누군가 또 대학에 가게 되면 소득 장학금이나 저금리 대출을 못 받아 모두의 인생을 망칠 거라 생각했다. 4대보험 안 되는 일거리를 찾아다니며 나를 부양했다. 수업보다 일이 먼저였다.
경향신문ㅣ2021. 01. 28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