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일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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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검찰 정권’이 다시 등장하지 않도록 윤석열, 한동훈이 “내가 수사해 봐서 잘 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녀서 조롱거리가 된 적이 있었다. 그것은 두 사람만의 말이 아니라 검사 출신들이 책임 있는 자리를 맡으며 흔히 내뱉는 말이었다. 그걸 듣는 순간 나의 머릿속에는 1960, 70년대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쿠데타 군인들이 했던 얘기가 떠올랐다. 그들은 자신들이 ‘폭력으로 사회적 평화를 강압하는 일에 동원된 경험이 있으므로 민간 정치에 개입하여 자본축적의 위기를 잘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 생각은 당시 군부 조직에 만연했던 일종의 믿음 혹은 문화 같은 것이었다. 그런 조직 문화를 군부 정치 연구자들은 ‘신직업주의(neo-professionalism)’라고 불렀으며 그것을 쿠데타 원인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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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의대 교수들이 참스승이 되려면 지난 주말,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이 한꺼번에 사직서를 낼 계획이라는 소식이 들렸다. 의대 증원에 반대하면서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윤석열 정부가 어떤 제재를 가한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것이다. 제자의 안위를 염려하고 그들을 보호하겠다는 스승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1980년대, 군부독재에 저항하는 학생들을 처벌하라는 정권의 지시를 뿌리치면서 김준엽 고려대 총장은 총장직을 스스로 던져버렸다. 제자들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학교를 떠나기에 앞서 참석한 그의 마지막 졸업식장은 오히려 스승을 지키겠다는 제자들의 절규로 눈물바다가 되었다. 제자를 지키는 일에 자기희생을 주저하지 않았던 그는 또한 제자들에게 절제를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그를 참스승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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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이재명, ‘변방의 장수’ 정신을 잊었나 이재명은 가진 것 없는 ‘변방의 장수’를 자임하며 여의도로 들어왔다. 그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 자리를 거머쥐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는 좋은 점이 많은 정치인으로 보였다. 무엇보다 이재명은 모든 사안에 명쾌한 입장을 냈고, 무슨 일에든 머뭇거리지 않았다. 그에게는, 극한 상황을 견디며 책임윤리를 다한 김대중의 끈질긴 권력의지, 놀랄 만한 용기로 장애물을 돌파한 김영삼의 담대함, 권력 투쟁의 냉정한 현실에서 평상심을 잃지 않은 김종필의 유장함, 역사의 격랑에 주저 없이 몸을 던지는 노무현의 열정이 다 있었다. 간발의 차이로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했으나 그는 훌륭한 지도자였다. 특히 그를 돋보이게 했던 것은 기동력이었다. 의표를 찌르는 신속한 판단이야말로 다른 정치인들을 압도하는 덕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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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굿바이 안철수’ 이후 안철수는 떠났다. ‘청춘 콘서트’의 환호, ‘제3 정치세력’의 전율을 뒤로하고 사라져 버렸다. 그는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을 위해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탕진하고 빈털터리가 되었다. 딸들에게 모든 걸 나누어주고 정처 없이 길을 떠나는 리어왕의 신세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했던 응원도, ‘그랬더라면 지금 의미 있는 대안일 텐데’라는 회한도 이제는 다 부질없는 넋두리다. ‘굿바이 안철수.’ 그에게 정치적 다양성 실현을 기대했던 시민들은 미련 없이 작별 인사를 보냈다. 그의 실험은 성공하지 못하였다. 거대 양당의 진영 대결이 만드는 혐오와 배제 정치가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이 절망의 현실에서 그는 하나의 반면교사로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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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굿바이 안철수’ 이후 안철수는 떠났다. ‘청춘 콘서트’의 환호, ‘제3 정치세력’의 전율을 뒤로하고 사라져 버렸다. 그는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을 위해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탕진하고 빈털터리가 되었다. 딸들에게 모든 걸 나누어주고 정처 없이 길을 떠나는 리어왕의 신세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했던 응원도, ‘그랬더라면 지금 의미 있는 대안일 텐데’라는 회한도 이제는 다 부질없는 넋두리다. ‘굿바이 안철수.’ 그에게 정치적 다양성 실현을 기대했던 시민들은 미련 없이 작별 인사를 보냈다. 그의 실험은 성공하지 못하였다. 거대 양당의 진영 대결이 만드는 혐오와 배제 정치가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이 절망의 현실에서 그는 하나의 반면교사로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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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이재명, 다시 사과하는 일이 없기를 선거제도를 두고 민주당의 시름이 깊어지는 것 같다. 선거제도 문제는 그것이 놓여 있는 맥락과 경로, 그리고 참여자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미묘하게 얽혀 있는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가장 무겁게 생각해야 하는 기억 하나를 깨우치고자 한다. 대통령 선거운동이 뜨거워지던 때다. 2021년 11월11~1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이틀에 걸쳐 고개를 숙였다. 그 전해에 있었던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만든 것이 잘못이라는 사과였다. 사실, 이 후보의 사과는 저강도였다. “우리 당에 잘못이 없다고 할 수 없다”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돌아온 갈채(喝采)는 고강도였다. “민주당과 이재명이 달라졌다. 내로남불이라 했더니 아니구나. 지난날 잘못을 인정할 줄도 아네. 민주당이 변하고 있나 보다.” 이 후보의 사과로 유권자의 호의가 부쩍 커졌다. 내친김에 이 후보는 위성정당을 만들지 못하도록 하는 위성정당방지법 제정을 민주당에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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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비만 고양이’에게 바란다 국민의힘 대구 국회의원들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자기 당대표를 지낸 이준석에게 ‘비만 고양이’라 조롱을 당하고 있다. 그 말이 참 아픈 모양이다. ‘비만 고양이’란 주는 밥이나 먹고 햇볕 따신 창가에 앉아서 졸기나 하는 게으른 고양이라는 뜻이 아닌가? 주인의 눈치나 살피는 무능한 고양이 꼴이라는 비유다. 이보다 더한 능멸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준석이 쏴붙인 이 모욕에 한마디 대꾸하는 국회의원이 없다는 것이다. 이곳 국회의원들은 정말 어리바리한 살찐 고양이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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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민주당 혁신은 문재인 정부 성찰로부터 다시 찾아온 혁신의 시간이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크게 이겼다. 선거 후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의 ‘차분한’ 변화 지시에 지레 주눅이 들어 변화는커녕 숨만 겨우 쉬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의 지지도는 오르고 있다. 그러나 누구도 이것을 민주당이 잘해서 이룬 성과라고 말하지 않는다. 보궐선거의 승리도 민주당 스스로 말한 바와 같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패배이지 민주당의 승리가 아니었다. 민주당이 혁신해야 하는 까닭이다. 윤 대통령의 폭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부진한 까닭을 밝히는 것은 오랜 화두였다. 민주당 대표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고, 민주당이 용감하게 싸우지 않아서라는 진단도 있다. 민주당의 마음이 한데에 모이지 않아서 그렇다는 설명도 있다. 민주당이 집권했던 시기에 무너진 신뢰가 쉽게 회복되지 않아서라는 분석도 있다. 이에 대안을 찾아 성찰하고 혁신하지 못한다면 민주당의 지지도는 뜬구름과 같은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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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내래 ○○○ 모가지 따러 왔수다” 1968년 1월 어느 날이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한 청년의 목소리에 놀라 나자빠질 뻔했다. 나는 어린 중학생이었지만 그 소리가 북한 말투라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그는 이름이 김신조이며, 북한 민족보위성 정찰국 124군 소속으로 청와대를 기습하고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러 왔다고 말했다. 31명의 게릴라 가운데 한 사람으로 그는 일찍이 우리 군에 생포되었다. 한국전쟁에서 전면전으로 실패한 북한은 1960년대에 들어와 비정규군으로 남쪽을 공격하곤 했는데 김신조 일당의 청와대 습격은 그러한 게릴라전의 대표적 사례였다. 그 일은 너무 충격적이어서 반세기도 더 지난 지금까지 우리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때 김신조의 입에서 나온 “내래 박정희 모가지 따러 왔수다”라는 말은 가슴을 서늘하게 하는 공포, 그리고 분노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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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민주당, ‘조직’ 혁신 보류해야 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여러 가지 혁신안을 제시했다. 가장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 조직혁신 의제다. 혁신위원회는 대의원과 당원의 권력 배분 구조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당원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런 혁신안을 내놓게 된 배경은 첫째, 전당대회에서 불거진 돈봉투 의혹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려면 당직 선거에 숫자가 많은 당원의 권한을 키우는 게 현실적 대안이란 얘기다. 둘째는 민주당 당원의 숫자가 어마어마하게 늘어났으므로 거기에 걸맞은 운영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당원의 규모에 상응하는 참여 기회와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는 말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혁신 의제에 대한 당내 반응이 아주 뜨겁다는 사실이다. 한쪽에선 혁신안은 당원 포퓰리즘을 강화하게 될 것이며 그것을 기반으로 당 지도부의 전횡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비판한다. 다른 한쪽에선 이것이야말로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민주주의 실현에 한 발짝 나아가는 일이라고 열렬히 지지를 표명한다. 이렇게 엇갈리는 반응과 함께 당 내부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조직혁신을 둘러싼 갈등은 일찍이 예상했던 일이긴 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그 정도가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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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홍준표의 이상한 하방(下放) 홍준표가 대구로 ‘하방’하겠다고 했을 때 모두 고개를 갸우뚱했다. ‘하방(下放)’이란 중국 공산당이 고급 간부들의 관료화를 막기 위해 그들을 공장이나 농촌으로 내려보내 현장학습을 하도록 한 것 아닌가? 지도자들이 인민 위에 군림하지 말고 노동을 함께하면서 인민의 삶을 체감하라는 정책이었다. 그런 문제의식으로 대구에 오겠다는 홍준표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하방은 처음부터 이상했다. 그는 배우려고 하지 않았다. 가르치려고 했다.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호통을 즐겼다. 대구의 기득권을 깨겠다고 기염을 토했으나 가장 강력한 기득권은 그 자신이었다. 그의 하방은 허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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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 일단 멈추라 윤석열 대통령이 KBS 수신료 분리징수를 추진하는 속내를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것은 ‘정치적 후견주의’를 제대로 하겠다는 의도다. 정치적 후견주의란 점잖은 표현인데 속된 말로는 ‘정치적 장악’이다. 공영방송을 마음대로 주무르겠다는 계획이다. 그것이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의 본질이다. 그러니 이 정부가 말하는 이유가 타당하냐 아니냐를 가지고 떠들 필요도 없다. 공영방송 길들이기가 KBS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 문제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후견주의란 이런 거다. KBS 이사회 구성은 11명인데 여당이 7명, 야당이 4명 추천한다. 정확히 여야가 이 비율을 ‘나누어’ 가진다. 이렇게 구성된 이사회가 사장, 감사도 선출하고 최종 경영책임을 진다. 문제는 이사와 사장, 감사의 임기 중 정권교체가 되는 경우다. 여야 정당이 바뀌었는데 비율은 과거 그대로이기 때문에 새로 여당이 된 쪽이 유혹에 빠지기 십상이다.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경영진을 다양한 방법으로 흔들어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재구성하려는 ‘악마의 속삭임’이다. KBS 수신료 분리징수를 추진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도는 그런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