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혁
게임칼럼니스트 평론가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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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온라인시대의 2인용 게임 게임계에서는 매년 말 ‘올해의 게임(Game of the Year)’을 선정, 시상한다. 2021년에도 쏟아지는 GOTY 중 권위와 규모를 함께 갖춘 시상식 ‘더 게임 어워드’에서는 올해의 게임으로 ‘잇 테이크스 투(It takes Two)’를 선정했다. 직역하면 ‘두 명이 필요합니다’, 의역하면 ‘2인용’이 될 이 게임은 말 그대로 두 명을 요구한다. 1인, 2인 플레이를 선택할 수 있는 여타의 게임들과 달리 ‘잇 테이크스 투’는 혼자서 플레이할 수 없다. 게임 구성 자체가 한 사람이 발판을 놓으면 다른 사람이 이를 이용해 건너가는 등의 협업으로 난관을 극복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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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위험한 ‘바다이야기의 꿈’ 우리말 ‘놀다’에는 놂과 쉼이 함께 들어 있다. 논다와 쉰다가 가지는 이 불명확한 경계는 둘 모두가 노동의 반대편에 서 있기에 비로소 함께 묶일 수 있는 단어가 된다. 노동하지 않는 상황에도 무언가를 하고 있다면 놀이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휴식이다. 이는 놀이가 독립적이기보다는 노동관계를 이루는 개념임을 보여준다. 쉬지 않고 움직이되, 생산에 관여하지 않는 경우가 놀이다. 지상파 예능 제목으로도 쓰인 “놀면 뭐하니?”를 풀어쓰면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느니 뭐라도 만들어보자’는 의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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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디지털 게임의 접근성 문제 매년 이뤄지는 국정감사는 의회가 정부를 감시하는 자리지만, 단순히 정부의 업무에 대한 감찰에 그치지 않고 오늘날 우리 사회가 떠안은 많은 이슈들의 의미와 그 해결방안을 찾아볼 수 있다는 뜻에서도 중요한 자리다. 게임도 대중문화의 반열에 들어서, 자주 국정감사 자리에 불려나오는 테마가 된 지 오래다. 올해 국감에서 특히 주목을 끈 게임 이슈는 장애인 게임 접근성이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와 콘텐츠진흥원에 던진 질의는 디지털 게임 이용이 갈수록 보편화되는 환경 속에서 장애인의 게임 접근성에 대한 고려가 얼마나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제기였고, 주관 부처와 기관은 이 문제제기에 적극적으로 동의하는 답변을 보여주었다. 장애인의 게임 접근성 이슈는 갑자기 등장했다기보다는 나름 꾸준하게 제기되어온 것이다. 당장 올해 4월만 해도 장애인 게임 접근성 향상을 위한 입법 추진이 시도된 바 있고, 장애인 단체를 중심으로 다른 매체와 마찬가지로 게임에서도 접근성 향상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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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온라인 시대, 팀워크와 트롤링 온라인 네트워크가 등장하기 이전 멀티플레이 게임은 대개 아는 사람과 함께하는 무엇이었다. 대결이건 협업이건 같은 장소에 모여서 하던 오프라인 멀티플레이는 가족이나 친구, 하다못해 오락실이라도 한 다리 건너면 아는 누군가와 하던 게임이었다. 멀티플레이 게임의 외연은 온라인 시대에 크게 넓어졌다. 우리는 네트워크만 연결되면 전 세계의 누구와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 방식의 장점은 내 상대, 내 파트너가 누군지 몰라도 된다는 점에 있기도 했다. 어차피 그냥 게임만 할 건데 어디 사는 누구인지가 무슨 의미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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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게임 속 은행은 망하지 않는다 20세기 초반 미국 철도부설 시기를 다루는 건설경영 시뮬레이션 게임 ‘레일웨이 엠파이어’에서 플레이어는 철도회사 하나를 맡아 역과 철로를 깔고 여객과 화물을 실어나르며 돈을 벌어야 한다. 철도는 인프라 산업으로 막대한 초기투자 비용이 들어가는지라 초기에 주어진 자본만으로는 빠르게 철도망 확장을 가져갈 수 없기에 대부분의 플레이에서 플레이어들은 은행으로부터 크게 대출을 받아 자금을 운용한다. 말 그대로 대출이기 때문에 매달 이자가 줄줄 빠져나가는 관계로 적절한 초기 투자를 통해 수익 창출을 제때 이뤄내지 못한다면 큰 대출은 오히려 게임을 망치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게임 안에서 은행과 대출의 존재는 비단 이 게임 하나에서만은 아니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게임이라면 ‘심시티’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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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독재시대 망령 ‘셧다운제’ 오랫동안 대한민국의 심야는 적막한 시간대였다. 1945년 9월8일 미 군정 치하에서 시작된 야간 통행금지 조치는 1982년 1월5일 해제될 때까지 이 땅의 밤을 더욱 깜깜한 세상으로 몰아넣었다. 시민들이 심야통행의 자유를 누린 것은 기껏해야 40여년밖에 되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통행금지의 강도는 오르락내리락했다. 대체로 0시에서 4시 사이가 통금시간대였지만, 계엄령이 선포되는 등의 상황에서는 22시, 빠르면 21시부터도 통행금지가 시작되기도 했다. 통행금지 시간대에 돌아다니다 순찰 돌던 경찰에게 잡혀 유치장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일이 적지 않았다. 그 시기의 많은 한국 영화들이 통금 사이렌에 길이 막히는 상황들을 그려낸 덕분에 그 시절을 겪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통행금지는 아주 낯설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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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현질’과 메타버스 자고 나면 달라지는 기술의 신세계를 살다 보니, 기술과 관련된 용어들도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모든 정치인들의 공약에 ‘4차 산업혁명’이 빠지지 않던 시절을 지나, 2021년의 중심이 된 트렌드 키워드로는 ‘메타버스’를 꼽지 않을 수 없다. 팬데믹으로 비대면이 익숙하게 받아들여질 즈음에 등장한 메타버스라는 용어는 어느새 사물인터넷과 4차 산업혁명을 제치고 가장 인기있는 키워드가 되었다. 메타버스를 말하지 않으면 시대의 흐름을 못 읽는 사람이 되기 일쑤인 분위기다. 메타버스와 게임이 갖는 관계가 꽤나 두터워, 게임 분야에서도 이야기가 뜨겁다. 가상공간 속에 상호작용을 만들어내는 일은 메타버스가 유행하기 한참 전부터 온라인게임들이 이미 만들어내고 있던 무엇이었다. 20세기 말부터 수많은 온라인게임들이 독자적 세계관으로 가상세계를 만들고 그 속에서 사람들은 모험하고 거래하고 대화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을 메타버스라고 부르지 않았다는 것은 요즘의 메타버스에 다른 의미가 더 있다는 점을 내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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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키메라 스쿼드’가 던진 질문 게임 ‘엑스컴’ 시리즈는 지구를 침략해 온 외계인과 싸우는 지구방위군 이야기라는 전형적인 SF 세계관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텔레파시, 강력한 근력, 말도 안 되게 발달한 가공할 첨단 무기들로 무장한 외계인을 고작 소총 같은 무기로 막아내는 게임의 난도는 상당해서, 수시로 소중하게 키운 아군 베테랑 병사가 쓰러져 나가는 통에 무척 재미있는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화를 내며 다시 불러오기를 반복하는 게이머들이 적지 않다. 강력한 힘을 가진 외계인과 이에 맞서는 인간이라는 구도는 ‘엑스컴’의 상징과도 같은 갈등 구조였고, 이는 2010년대의 리부트 작품에서도 변함없이 이어지며 전투의 의미를 발생시키는 갈등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그러나 2020년 출시된 스핀오프 격 작품인 ‘엑스컴: 키메라 스쿼드’는 시리즈의 핵심 전통이었던 ‘인간 대 외계인’이라는 갈등 구조를 기묘하게 틀어내며 기존 시리즈와는 다른 의미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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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대리전과 위험의 외주화 인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롤)의 초기 세계관을 짧게 정리하면 ‘대리전’이라고 할 수 있다. 게임 속 분쟁은 전쟁 대신 죽어도 다시 살아나는 가상의 마법공간인 ‘소환사의 협곡’에 소환된 챔피언들의 대리전을 통해 이루어진다. 죽음과 파괴라는 페널티가 없는 매직 서클(마법진) 안의 분쟁은 분쟁의 주체인 이들에게 어떠한 피해도 주지 않는 것으로 설정되어 초창기 이 게임의 세계관을 지탱했다. 대리전을 통한 갈등의 분출과 해결은 대중문화에서 자주 나타난다. 포켓몬들 간의 대결로 갈등의 중심을 이동시킨 <포켓몬스터>, 대결장에 마법진을 쳐 현실과 분리시킨 <터닝메카드> 등이 대표적이다. 대결과 갈등이 주는 만족감을 유지하면서도 패배와 부상의 위험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대중문화는 매직 서클 안의 대리전을 활용해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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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밸런스 패치 디지털게임의 플레이는 난이도와 숙련도의 길항에서 나온다. 게임 초반의 도전은 쉽고 간단하지만, 점점 플레이어의 숙련도가 쌓이며 그에 맞춰 게임이 제시하는 난도도 올라간다. 과도하게 어려우면 게임을 포기하게끔 만들고, 너무 쉬우면 즐거운 도전이 되지 못하기에 게임 제작자는 최적의 플레이가 나올 수 있는 난이도·숙련도의 교차점을 고민해야 한다. 이 밸런스는 온라인을 통한 멀티플레이가 게임의 중심이 되면서 조금 다른 의미가 되었다. 사람과 사람이 대결하는 멀티플레이에서는 서로의 숙련도를 대상으로 게임하기 때문이다. 각자 다른 이해와 숙련도를 가지고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들 사이의 밸런스를 조절하는 일은 컴퓨터가 제공하는 퍼즐의 난도를 올리거나 몰려나오는 적의 수를 늘리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민감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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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그레이 게이머에 주목하라 가정에서 게임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라고 하면 흔히들 아이들이 게임하는 모습을 떠올린다. 게임에 빠져 헤어날 줄 모르는 아이들과, 이를 답답해하는 부모 세대의 모습은 많은 사람과 미디어들에서 가장 쉽게 그려지는 장면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모습이 영원히 게임하는 가족의 모습으로 고정될 것 같지는 않다. 디지털게임이 점점 더 보편적인 문화로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이겠지만, 게이머들이 나이를 먹어간다는 변화도 게임하는 사람들에 관한 고정관념을 흔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연세대 게임문화연구센터가 공동 발표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게임 가치의 재발견’이라는 보고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게임문화에서 주목해야 할 새로운 이용자집단 중 하나로 ‘그레이 게이머’를 꼽는다. 노년층 게이머를 가리키는 이 말은 서구권에서는 이미 한 세대를 특정짓는 단어로 자리 잡아가는 추세다. 디지털게임의 출현이 꽤 많은 시간이 지났음을 보여주는 단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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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천수의 사쿠나히메 무언가를 쓰고 말하며 먹고살다 보니, 무언가를 입에 넣을 때 간혹 그 먹거리가 만들어져 나에게까지 온 거리를 생각하곤 한다. 플랫폼이니 머신러닝이니 무언가 새로운 비즈니스를 우리는 손쉽게 먹거리라고 부르곤 하지만, 진짜 입에 넣는 그 먹거리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기도 한다. 좀 더 원론적으로 생각하자면, 그 모든 것들의 기원은 넉넉한 식량 생산이다. 먹고 남을 만큼 만든 농부의 거래는 다른 이로 하여금 먹고사는 것 이상의 세계를 만들 수 있는 힘을 사회에 제공한다. 하지만 복잡하게 얽힌 현대사회의 상거래와 유통, 교환의 장은 우리로 하여금 이 모든 활동의 근본이 어디인지를 잊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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