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시대, 팀워크와 트롤링

이경혁 게임칼럼니스트 평론가

온라인 네트워크가 등장하기 이전 멀티플레이 게임은 대개 아는 사람과 함께하는 무엇이었다. 대결이건 협업이건 같은 장소에 모여서 하던 오프라인 멀티플레이는 가족이나 친구, 하다못해 오락실이라도 한 다리 건너면 아는 누군가와 하던 게임이었다.

이경혁 게임칼럼니스트 평론가

이경혁 게임칼럼니스트 평론가

멀티플레이 게임의 외연은 온라인 시대에 크게 넓어졌다. 우리는 네트워크만 연결되면 전 세계의 누구와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 방식의 장점은 내 상대, 내 파트너가 누군지 몰라도 된다는 점에 있기도 했다. 어차피 그냥 게임만 할 건데 어디 사는 누구인지가 무슨 의미이겠는가?

같은 게임을 하기만 하면 되는 온라인 시대의 게임 파트너 조건은 손쉽게 팀워크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상황을 만들기도 했지만 동시에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내기도 했는데, 바로 트롤링이다. 같은 팀이지만 협동 플레이는커녕 아군의 플레이를 훼방 놓고 고의로 지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행위를 트롤링이라고 부른다. 트롤링의 이유는 다채롭다. 몇 판을 내리 져서 짜증이 나버려 이번 판은 난장을 부려본다는 심보도 있고, 같이 플레이하는 아군이 엉망이라며 게임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원인이야 여러 가지겠지만, 그 배경을 오프라인 시대의 멀티플레이와 함께 돌아보면 우리는 온라인 네트워크에 의해 만들어지는 팀플레이라는 지점을 만나게 된다.

기존 관계들이 지워진 채 오직 게임 플레이만으로 엮인 팀의 관계는 훅 불면 날아갈 만큼의 가벼운 연결로 엮인다. 인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는 다섯 명이 한 팀을 이루는데, 이 다섯 명은 숫자가 적은 고수 반열이 아닌 한 어지간해서는 다음에 다시 만날 일이 없는 사람들이다. 설령 다시 만나도 그가 그인지 알기 어려울 정도의 이 찰나적인 팀 매칭을 통해 지워지는 것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져야 한다고 이해했던 매너와 에티켓이다. 다섯 명이 손발을 맞춰 만들어내는 재미는 온라인 팀 매칭이라는 방식이 아니면 맛보기 어려운 새로운 엔터테인먼트다. 지인 중심으로 만들어야 했던 과거와 같은 방식이었다면 우리는 특정 게임을 하는 다섯 명을 모으다 지쳐 쓰러졌을 것이다. 그러나 온라인 게임의 팀 매칭은 동시간대 접속자 중 비슷한 실력을 가진 사람들을 지역 전반이 가진 넓은 풀을 통해 순식간에 한 팀으로 만들어내는 기적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 과정은 단순히 풀을 넓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게임 플레이라는 목적 외의 모든 관계를 소거해버리는 작업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전에 없던 새로운 재미를 위해 게임사는 온라인 팀 매칭이라는 편리한 방법을 도입했지만, 일반적인 사회관계가 소거된 채 구성된 새로운 팀은 오로지 특정한 목적만을 위해 만들어진 인스턴트 팀이다. 그로부터 발생하는, 기존의 모든 관계가 소거되며 나타나는 트롤링이라는 양상은 비단 디지털 게임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게임이건 포털이건 특정한 목적만을 위해 구성되며 기존의 사회관계를 소거시킨 모든 플랫폼이 만들어내는 찰나적 관계망들이 적지 않은 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안기고 있다면, 이를 통해 이득을 보는 플랫폼의 주체가 져야 할 책무에 짐을 하나 더 얹어야 할 필요도 있다. 인스턴트 팀 매칭에서 가장 이득을 보는 것은 게이머가 아니라 게임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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