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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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비정규직 없는 세상’은 거짓말이다 2017년 5월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일 만에 첫 대외 활동으로 그동안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돼 왔던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했다. 행사 현장에 있던 일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고, 이 뉴스를 접한 일부 문 대통령 지지자들도 눈물을 흘렸다. 오마이뉴스의 관련 기사에 달린 ‘베스트 댓글’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악조건에서, 불안하게, 근무하던, 1만명의 직원들이 정규직이 된다? 내가 다 눈물이 나네요. 대통령의 민생문제 해결의 진정성에, 감동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가 없네요. 더군다나, 정규직화로 인하여, 경비도 3% 정도 절감된다는데, 어찌하여 이제까지 못했었는지… 사랑의 마음으로 들여다보면, 인천공항처럼, 큰 비용 안 들이고도, 노동자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할 수 있는 길도 많이 있다고 봅니다. 좋은 소식 계속되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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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당신들의 말을 믿어도 될까요? 더불어민주당 내 현안 중 하나는 대선 경선 일정이다. 민주당 당헌은 대통령 선거일 ‘180일 전’까지 후보 선출을 마치도록 규정하고 있기에 당헌에 맞추려면 늦어도 7~8월 경선을 치러 9월 초 후보를 확정해야 한다. 그런데 일부 의원들이 야당에 비해 너무 일찍 후보를 확정해서 얻을 이득이 없고, 예정에 없던 4월 재·보궐 선거에 코로나 사태까지 겹친 점을 이유로 들면서 두 달 정도 연기할 것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른바 ‘친이재명 진영’은 당헌대로, ‘친문 진영’은 연기론을 주장하고 있다. 친문 진영이 “연기할지 말지 전 당원 투표로 결정하자”고 한 것에 대해 ‘친이재명 진영’은 “유불리에 따라 정략적으로 경선 일정을 흔드는 순간 내전(內戰)”이라며 반발했다. 지난 2월부터 벌어진 이 갈등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일 경향신문 기사에 따르면 “각 후보 진영의 소리 없는 전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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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다시 문제는 싸가지다 “그렇게 압도적인 지지 속에 개혁 전권을 위임받는 정부가 근시일 내에 또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기적처럼 그런 에너지가 모였을 때 잘 써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고, 그게 너무 아쉽다. 오만·독선 같은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정교한 비전과 철학이 부족했던 게 근본 원인이라고 본다.” 장강명 작가가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비전’이라는 제목의 중앙일보 칼럼(4월14일)에서 4년 전 문재인 정부가 갖고 있던 “한국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한 세대 뒤의 미래를 설계할 힘”이 이젠 사라져버린 걸 아쉬워하며 한 말이다. 문 정권과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잘 표현된 칼럼이다. 나는 칼럼 내용엔 흔쾌히 동의하면서도 마지막 문장이 마음에 걸린다. 반론이라기보다는 내 생각을 보태는 보론으로 이해해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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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문재인 대통령과 넬슨 만델라 “어떤 사람에게 그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이야기하면 그것은 머릿속으로 간다. 그의 언어로 이야기하면 그것은 그의 마음으로 직행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자 세계적인 인권운동가였던 넬슨 만델라의 말이다. 그는 27년간 감옥살이를 하면서 자신을 가둔 남아프리카 태생 백인들의 문화와 역사에 관한 많은 책을 읽었고, 그들이 좋아하는 럭비를 시청하고 그들의 언어를 배웠다. 이게 그가 비폭력운동을 성공시킬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였다. 백인들과의 소통과 상호 신뢰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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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왜 잘못을 잘못이라고 하지 못할까?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잘못이다”라는 말은 데카르트가 했다곤 하지만, 이걸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너무도 당연한 말 아닌가. 그런데 의외로 이걸 잘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그냥 잘못했다고 인정하면 끝날 일인데도 한사코 그걸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을 한번이라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도대체 왜 그러지?”라는 의문을 가져 봤을 것이다. 물론 자신이 져야 할 책임이 워낙 크고 두려워 그럴 수도 있겠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선 잘못의 인정이 꼭 필요하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게 되면 쓸데없는 변명이 늘면서 사실을 왜곡하게 되고, 그래서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고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간 일을 잘해온 사람이 저지른 잘못이라면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으므로 모두 힘을 합해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사람이 자신은 잘못한 게 전혀 없다고 우기면 그간 잘해온 일마저 제대로 인정받기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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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부족국가 대한민국 나의 희로애락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장 든든한 사람들은 누굴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가족, 친척, 친구일 게다. 친구엔 동네(고향) 친구와 학교 친구가 있다. 혹 이름을 꼽아 본다면 거의 대부분 혈연, 지연, 학연으로 맺어진 사람들일 게다. 이런 연고는 개인적으론 행복의 근원이지만, 우리는 사회적으론 연고주의에 대해 좋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른바 ‘공사(公私) 구분의 원칙’ 때문이다. 어느 공직자가 큰 어려움에 처한 친구에게 자기 돈을 주는 건 아름다운 일이겠지만,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금전적 특혜를 주는 건 범죄행위다. 돈뿐이겠는가? 친구에게 줄 수 있는 도움의 유형은 다양하다. 어떤 도움이건 공사를 엄격히 구분해서 줘야 한다는 게 우리 사회의 합의이지만, 그런 합의가 잘 지켜지고 있는 것 같진 않다. 연고주의를 넘어서 아예 부족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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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어용 언론’을 요구하는 문파들께 저는 이 지면을 통해 이런저런 세상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해보고 싶습니다. 오늘은 문재인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들(이하 문파)과 소통을 해보렵니다. 허황된 꿈이라고 미리 내치진 말아 주십시오. 전 문파가 많은 호남에 살고 있기 때문에 문파와의 소통에 비교적 유리한 입장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외람되지만, 문파가 어떤 분들인지 잘 안다는 뜻입니다. 제가 일상적 삶에서 겪은 바로는 대부분 착하고 정의롭고 개혁적인 분들이더군요. 하지만 저와 정치적 대화는 안 통합니다. 문 정권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검찰개혁을 비롯해 주요 현안들에 대한 원론적인 생각은 같지만, 구체적 각론으로 들어가면 문파와 저는 각자 딴 나라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처럼 갈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