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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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배신의 내로남불 사랑의 배신만 쓰라린 게 아니다. 기업 조직이나 정치판에서도 배신은 늘 일어나며, 배신을 당한 상처가 남녀관계에서 일어나는 배신의 상처보다는 덜할 것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사랑의 배신으로 인한 상처는 다른 이성을 만나 치유될 수도 있지만, 기업 조직이나 정치판에서 당한 배신으로 인해 아예 인간에 대한 환멸을 느낀다면, 이건 치유되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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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아부의 저주 “아부의 친구는 자기만족이고 그 시녀는 자기기만이다.” 이탈리아 사상가 마키아벨리가 <군주론>(1513)에서 한 말이다. 그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아부를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인다면 군주는 아부의 먹이가 되고 만다. 궁정에 아부꾼이 가득하다면 매우 위험한 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 사람이란 자신의 일에 몰입해서 만족하게 되면, 그것에 미혹되어 해충 같은 아부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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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한동훈은 왜 그랬을까 2023년 12월26일 법무부 장관 한동훈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취임했다. 2024년 1월8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으로 영입된 김경율은 KBS와 SBS 라디오에 연이어 출연해 “3·4선 의원도 알고 있고, 대통령실도 알고 있고, 전직 장관도 알고 있음에도 여섯 글자(김건희 리스크)를 지금 말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윤석열 정권이 처해 있는 위기 상황의 핵심을 건드렸다. 그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70% 찬성 여론이 결국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그 자체라기보다는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반응이라는 것을 모두 다 알고 있다”며 “그렇다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납득할 만한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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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이준석의 ‘윤석열 죽이기’ “‘가장 젊은 선거구’라는 특징 하나 보고 화성을에 뛰어든 이준석 대표의 도전은 실패가 예정된 객기로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선거 운동 초기 1위를 달린 공영운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는 20%포인트 이상이었다. 한 달여 만에 이 격차를 따라잡은 비결은 두고두고 들여다볼 만한 연구 대상이다.” 한국일보 기자 송용창이 총선 직후 칼럼에서 한 말이다. 그는 이준석의 지역맞춤형 공약, 주민밀착형 행보, 정치에 대한 열정을 높게 평가했는데, 이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다만 이 칼럼은 성공의 정치적 맥락은 다루지 않았기에 그걸 좀 보완해보자. 내 주장은 이준석의 당선은 8할이 대통령 윤석열 덕분이었으며, 이는 현 한국 정치의 작동방식을 이해하는 데에 중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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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왜 ‘윤석열 타도’를 외치는가? ‘윤석열 퇴진’ ‘윤석열 해고’ ‘윤석열 탄핵’ ‘윤석열 검찰독재 정권타도’ ‘윤석열 정권 타도’ ‘윤석열 타도’ 등등. 지난 1년간 가장 많이 외쳐진 정치 구호들일 게다. 대통령 윤석열이 참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민주화 이전에 자주 듣거나 생각했던 ‘타도’라는 단어를 역주행 유행을 시킨 원인 제공자라는 점에서 말이다. 타도의 국어사전 정의는 “어떤 대상이나 세력을 쳐서 거꾸러뜨림”이다. 도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길래 야권과 야권 지지자들은 출범한 지 만 2년도 안 된 정권 또는 대통령을 쳐서 거꾸러뜨리겠다는 걸까? 이들의 주요 주장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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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박용진도 공천 걱정하지 않는 민주당”을 위해 “민주당은 (…) 박용진 같은 ‘우수의원’에게 납득하기 어려운 최하위 점수를 주는 등 ‘비명 제거’에 나섬으로써 대선 논쟁이 애당초 쇄신이 아니라 이재명의 향후 도전자 제거를 위한 것이라는 의심을 갖게 한다.”(경향신문 손호철 칼럼) “박용진이 ‘하위 10%’라니, 누가 납득하겠는가. (…) 이재명 대표는 ‘환골탈태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종의 진통이라 생각해달라’고 했다.(…) ‘박용진’을 ‘정봉주’로 환골탈태하는 것이 민주당의 지향인가.”(한겨레 권태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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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왜 정치는 증오·혐오에 미쳐 돌아가나 두 개의 세계가 있다. 하나는 정치권력을 갖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세계다. 다른 하나는 더럽고 위험하다는 이유로 정치 근처에 얼씬거려선 안 된다고 믿으며, 그런 믿음을 실천하는 세계다. 둘 다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렇게 양분된 세계가 우리 현실이다. 윌 로저스라는 미국 코미디언이 오래전 그렇게 양분된 세계의 핵심을 건드리는 한마디를 남겼다. “선거에서 최고의 사람이 선출되기를 바라지만 불행하게도 그런 사람은 출마를 하지 않는다.” 영국 정치학자 브라이언 클라스의 <권력의 심리학>이란 책은 바로 이런 문제를 다루고 있어 흥미롭다. 그는 자신을 정치학자라고 소개하면 사람들이 대개 이런 질문을 던진다고 했다. “왜 그렇게 끔찍한 사람들이 리더가 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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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윤석열의 ‘순애보’를 어찌할 것인가 1961년 4월17일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장비도 허술한 쿠바인 1400여명이 쿠바 피그스만 해안에 상륙했다. 이들은 미국에 망명 중인 반(反)카스트로 세력으로 카스트로 정권을 전복하기 위해 미 해군·공군·CIA의 지원을 받아 나선 것이었지만, 상륙 이틀 만에 쿠바군에 진압당하고 말았다. 참담한 실패 후 대통령 존 F 케네디는 “내가 어쩌다 그런 어리석은 계획을 추진했을까”라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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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한강의 기적’ 축복과 저주 서울에 살면서 지방을 찾는 사람들이 가끔 하는 말이 있다. “이렇게 공기 좋은 곳에서 사시니 얼마나 좋습니까.” 그러면 지방 사람은 웃으면서 맞장구를 쳐주긴 하지만, 내심 “그럼 네가 내려와서 살아봐라!”라고 말해주고 싶어한다. 근데 이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통용되는 법칙인가 보다. 18세기 영국 시인 윌리엄 쿠퍼가 남긴 다음 명언이 의미심장하다. “그는 시골을 무척 좋아한다. 그런데 실은 그가 시골이 가장 좋아지는 것은 도시에서 시골에 관해 배우고 있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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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지역정당’에 대한 잔인한 오해 (1) “한국의 지방선거 제도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거대 양당에 의한, 거대 양당을 위한 지방선거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거대 양당의 공천을 받아야 지방의원이라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지방의원이 주민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공천권자의 눈치를 본다.”(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하승수, <황해문화>, 2022년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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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양비론 혐오’가 ‘정치 개혁’을 죽인다 동인과 서인의 당파싸움으로 패배한 쪽의 선비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피바람 광풍을 여러 차례 겪었던 율곡은 나라가 망하겠다 싶어 양시·양비론을 주장하고 나섰지만 주변의 비난과 조롱만 받았다. 조선이 율곡이 죽은 지 8년 만에 임진왜란이라는 국가적 재앙에 처하게 된 건 오직 ‘반대편 죽이기’에 국력을 탕진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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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우리는 정말 지역균형발전을 원하나 교육경제학을 연구하는 한밭대 교수 남기곤은 2018년 ‘경제학 연구’라는 학술지에 “ ‘지방대학혁신역량강화(NURI) 사업’은 성공적이었는가?: 졸업생의 노동시장 성과에 대한 분석”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아주 좋은 논문이다. 지난 9월13일 중앙일보는 이 논문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 최근 통계까지 곁들이면서 “ ‘지방대 취업률 높이기’ 역설…되레 수도권으로 이탈 늘렸다”라는 제목의 유익하고 흥미로운 기사를 게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