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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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이준석을 덮친 ‘성공의 저주’ 2021년 5월31일 36세의 젊은 이준석이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예비경선을 1위로 통과하자 세상은 깜짝 놀랐다. 모두 다 어림도 없는 도전이라고 비웃었으니, 놀라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황했다. 이준석을 히틀러에 비유하면서 비난하는 무리수까지 나왔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굳이 히틀러까지 동원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만큼 당혹스럽고 두렵다는 뜻이었을 게다. 당시 민주당 원로인 전 국회 사무총장 유인태는 “이준석 돌풍을 정치권이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특히 민주당 쪽 사람들은 굉장한 위기감을 느끼더라”며 “이준석이 되면 내년 대선 끝난 거 아니냐고 걱정하는 목소리들도 있다”고 전했다. 그 이유로 그는 “젊은 이준석 후보는 그동안 방송이나 매체에 나와서 상식에 근거한 얘기들을 많이 해왔기 때문”이라며 그가 국민의힘 대표가 되면 국민의힘이 ‘늙은 꼰대’ 정당의 이미지를 벗을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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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한류의 주역’ X세대에 경의를 표한다 “김은희, 김태호, 나영석, 박진영, 방시혁, 서태지, 싸이, 양현석, 연상호, 황동혁.” 위 10인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을 던지면, 우선 대중문화 종사자라는 답이 나올 게다. 그다음엔? 이 질문엔 생각이 좀 필요하겠지만, 대중문화 애호가라면 ‘X세대(1970년대생)’라는 답을 내놓을지도 모르겠다. 1990년대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당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X세대 열풍’을 기억하실 게다. 1975년생 작가인 김민희가 최근 출간한 <다정한 개인주의자: K-컬처를 다진 조용한 실력자 X세대를 위하여>는 X세대가 K컬처(한류)의 주역임을 밝힌 책이다. 위에 언급한 10인의 이름은 화려하지만, 그럼에도 이들은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대한민국 대중문화는 거의 X세대가 움직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감독의 경우 봉준호(1969년생)와 이병헌(1970년생)처럼 한 살 위아래까지 X세대의 속성을 지녔다고 한다면, X세대 감독이 1000만 관객 영화 15개 중 13개를 만들었다는 통계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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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다양성에 대한 집단적 위선 “진화적 관점에서 보면, 다양성은 유전적 ‘보험증서’ 같은 기능을 한다.”(레베카 코스타) “다양성을 수용하려는 의지가 약할수록 진정한 자기 인식 능력도 떨어진다.”(마이클 린치) “너무 유사한 집단은 새로운 정보를 논의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배우기 어렵다.”(제임스 마치) “동질성이 강한 집단은 다양성이 강한 집단에 비해 더 쉽게 결집하며, 응집력이 높아질수록 외부 의견과 고립되고 집단에 의존하는 성향이 강해진다. 그 결과 집단의 판단이 옳을 수밖에 없다고 확신하게 된다.”(제임스 서로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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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복합쇼핑몰은 ‘광주 정신’을 훼손하는가? 지난 대선 기간 중 광주에서 복합쇼핑몰 유치가 선거 쟁점으로 부각되었을 때 나는 착잡했다. 5년 전인 2017년 내가 사는 전주에서 비슷한 논란이 벌어졌을 때 나는 그간 내가 갖고 있던 복합쇼핑몰 반대 입장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전통시장 상인들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내 주변엔 찬성파가 더 많았다. 나는 젊은 대학생들의 생각은 좀 다를까 싶어 수업 중에, 그리고 개인적으로 학생들에게 이 문제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놀랍게도, 아니 어쩌면 당연하게도, 쇼핑몰 유치에 반대하는 학생보다는 찬성하는 학생이 압도적으로 더 많았다. 그들은 쇼핑몰을 소비공간인 동시에 문화공간으로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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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확신은 ‘잔인한 사고방식’이다 “양비론은 양측을 똑같이 비판함으로써 누구의 과실이 얼마나 되는지를 가리기 어렵게 한다. 찬성과 반대를 분명히 가리거나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찬반의 대립구조 자체를 부정하기 때문에 의사결정에 장애가 될 수 있다. 중도적인 입장으로 양측을 모두 존중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과실이 더 큰 쪽을 유리하게 만들어준다.” 위키백과에 나오는 ‘양비론 비판’이다. 아울러 ‘양비론 비판에 대한 비판’과 ‘양비론 비판에 대한 비판에 대한 다른 견해’를 소개함으로써 양비론 논의의 균형을 취하려고 애쓴 점이 돋보인다. 양비론! 과거에 양비론을 비판하는 글을 쓰기도 했지만 최근엔 양비론적 글을 쓴다는 지적을 받기도 하는 나로선 할 이야기가 많은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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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언론인으로 살아가기 어려운 세상 “본격적인 정치의 계절을 맞아 하루 전까지만 해도 신문사 편집국장과 논설위원 등으로 일하면서 ‘정치 중립’ ‘공정 보도’를 부르짖었던 중견 언론인들이 바로 다음날 대선 주자 캠프로 출근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폴리페서’처럼 정치(politics)와 언론인(journalist)의 의미를 합친 ‘폴리널리스트’란 이름을 붙일 수도 있겠다.” 15년 전 경향신문(2007년 7월6일)에 게재된 “ ‘폴리페서’와 ‘폴리널리스트’ ”란 제목의 사설이다. 그 이전에 사용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알기론 ‘폴리널리스트’란 신조어가 탄생한 최초의 기록이다. 약 보름 후 한겨레는 사설을 통해 폴리널리스트를 언론계의 ‘산업 스파이’라고 부르면서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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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경제’를 대선에 이용하지 말라 “선진국 가운데 지난 2년간 가장 높은 평균 성장률”, “세계 10위 경제 대국으로 위상을 굳건히”,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며 무역 강국, 수출 강국으로”, “우리 정부에서 처음으로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연 데 이어… 4만달러 시대를 바라보게”, “세계를 선도해 나가는 신산업 분야가 날로 늘어나고”, “문화콘텐츠 산업까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 “소득불평등과 양극화 문제가 지속적으로 개선”…. 대통령 문재인의 신년사다. 대통령을 한 번 더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년사는 긍정과 낙관의 기운이 충만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딴 세상 인식의 자화자찬”이었다고 비판했지만, 이 신년사가 나온 시점의 여론은 사실상 정권 연장을 더 바라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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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갈라파고스 정당’이 만든 ‘김종인 현상’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 김종인이 4번째 선거지휘를 맡았다. 여야를 넘나들면서 선거지휘를 하고, 선거가 성공적으로 끝나고 나면 사실상 배신을 당하거나 갈등을 빚어 퇴장한 그의 이력에 대한 평가는 크게 엇갈린다. 긍정적 평가 못지않게 부정적 평가가 많은 탓인가? 지난 6일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전성인이 경향신문에 쓴 칼럼의 제목이 ‘김종인을 위한 변명’이다. 변명? 김종인이 이번엔 국민의힘을 지휘하는 탓에 불편하게 생각할 경향신문 독자들의 기분을 고려한 것인가? 그런 의아심이 들긴 했지만, 내가 보기에 전성인의 칼럼 내용은 좋았다. 무엇보다도 왜 김종인이 ‘몽니 부리는 꼰대’ 소리를 들으며 권한과 자리를 요구했는지,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이 설득력이 있다. 그건 바로 ‘경제 민주화’라는 ‘미완의 꿈’을 이루고 싶어하는 김종인의 열망이다. 그런데 이 열망은 자주 권력욕과 혼동되곤 한다. ‘희대의 거간 정치인’이라느니 ‘노욕의 정치기술자’니 하면서 험담을 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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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법조 공화국’ 대통령이 갖춰야 할 덕목 한국은 민관 합동으로 세운 ‘법조 공화국’이다. 고소·고발과 ‘정치의 사법화’가 왕성하게 일어나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른 나라가 아닌가. 법을 사랑하지 않으면 대통령 되기도 힘들다. 지난 6월 중앙일보는 대통령 후보 여론조사의 상위권을 법과대학 출신 정치인이 싹쓸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이재명, 이낙연, 홍준표, 추미애, 최재형이 그러하며, 이외에도 정세균, 이광재, 원희룡, 황교안 등 죄다 법대 출신이라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어떤가? 대부분 법대를 나온 법조인 출신이 16대 국회 41명, 17대 54명, 18대 59명, 19대 42명, 20대 49명, 21대 46명 등 늘 전체 의원의 15~20%를 차지해왔다. 너무 많지 않은가? 그럼에도 정당들은 인재 영입 시 법조인을 우대하는 걸 어이하랴. 더불어민주당이 2020년 2월 총선을 앞두고 외부인사를 영입했을 때 전체의 약 30%가 법조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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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의전’을 죽여야 나라가 산다 지난 8월27일에 일어난 ‘무릎 꿇고 우산 씌워주기’ 사건은 이미 흘러간 역사가 되었지만, 되짚어 볼 점은 있다. 이 사건은 처음엔 ‘과잉 의전’으로 비난을 받았지만, ‘좋은 그림’을 만들기 위한 취재진의 무리한 요구로 인해 빚어진 일이라는 반론이 나오면서 비난의 강도는 좀 수그러들었다. ‘언론 탓’은 일리는 있지만 전적으로 타당하진 않다. 공무원들은 언론의 요구에 무조건 복종하는 게 당연하다는 전제를 수용할 경우에만 타당할 뿐이다. ‘무릎 꿇고 우산 씌워주기’가 8분 이상 지속되었음에도 주변에 있던 간부급 공무원들이 이걸 그대로 방치한 무감각마저 ‘언론 탓’으로 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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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정파적 통계’가 갈등을 부추긴다 19세기 프랑스의 공학자이자 자유주의자인 미셸 슈발리에는 “훌륭한 통계는 협박과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증언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세상은 그가 원하는 것처럼 돌아가진 않았다. 통계는 늘 조작의 위협에 시달리느라 훌륭해질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국 정치가 벤저민 디즈레일리는 “거짓말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라는 말을 하기에 이른다. 그럼에도 여전히 통계의 힘은 강하다. 정치인이 통계 수치를 잘 활용하면 유권자들에게 매우 강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똑똑하다는 인상과 더불어 성실하다는 느낌도 줄 수 있다. 무엇이 “엄청나게 많다”고 말하는 정치인과 개략적인 통계수치를 제시하면서 말하는 정치인을 비교해 보라. 누가 더 똑똑해 보이며 누가 더 신뢰할 만한 정치인이라고 여기게 되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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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능력주의를 보는 좀 다른 시각 ‘능력주의(meritocracy)’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뜨겁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능력주의를 내세움으로써 논쟁의 확산에 기여한 점은 있지만, 사실 논쟁은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돼 온 것이다. 지난해에 출간된 <능력주의와 불평등>이란 책이 그런 논쟁의 대표적인 성과물이다. 10명의 필자가 참여한 이 책은 “능력에 따른 차별은 공정하다는 믿음에 대하여”라는 부제가 시사하듯이, 능력주의를 심도 있게 비판한 탁월한 작품이다. 나는 그간 능력주의에 대해 많은 글을 써왔는데, 내 입장 역시 단호한 비판이었다. 그런데 능력주의와 관련된 ‘갈등’이나 ‘사건’이 터졌을 땐 좀 다른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이론적이고 일반론적인 비판을 현실 세계의 개별 사례에 곧장 적용해도 괜찮은가 하는 의문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