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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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왜 정치는 증오·혐오에 미쳐 돌아가나 두 개의 세계가 있다. 하나는 정치권력을 갖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세계다. 다른 하나는 더럽고 위험하다는 이유로 정치 근처에 얼씬거려선 안 된다고 믿으며, 그런 믿음을 실천하는 세계다. 둘 다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렇게 양분된 세계가 우리 현실이다. 윌 로저스라는 미국 코미디언이 오래전 그렇게 양분된 세계의 핵심을 건드리는 한마디를 남겼다. “선거에서 최고의 사람이 선출되기를 바라지만 불행하게도 그런 사람은 출마를 하지 않는다.” 영국 정치학자 브라이언 클라스의 <권력의 심리학>이란 책은 바로 이런 문제를 다루고 있어 흥미롭다. 그는 자신을 정치학자라고 소개하면 사람들이 대개 이런 질문을 던진다고 했다. “왜 그렇게 끔찍한 사람들이 리더가 되는 걸까요?” -
강준만의 화이부동 윤석열의 ‘순애보’를 어찌할 것인가 1961년 4월17일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장비도 허술한 쿠바인 1400여명이 쿠바 피그스만 해안에 상륙했다. 이들은 미국에 망명 중인 반(反)카스트로 세력으로 카스트로 정권을 전복하기 위해 미 해군·공군·CIA의 지원을 받아 나선 것이었지만, 상륙 이틀 만에 쿠바군에 진압당하고 말았다. 참담한 실패 후 대통령 존 F 케네디는 “내가 어쩌다 그런 어리석은 계획을 추진했을까”라고 한탄했다. -
강준만의 화이부동 ‘한강의 기적’ 축복과 저주 서울에 살면서 지방을 찾는 사람들이 가끔 하는 말이 있다. “이렇게 공기 좋은 곳에서 사시니 얼마나 좋습니까.” 그러면 지방 사람은 웃으면서 맞장구를 쳐주긴 하지만, 내심 “그럼 네가 내려와서 살아봐라!”라고 말해주고 싶어한다. 근데 이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통용되는 법칙인가 보다. 18세기 영국 시인 윌리엄 쿠퍼가 남긴 다음 명언이 의미심장하다. “그는 시골을 무척 좋아한다. 그런데 실은 그가 시골이 가장 좋아지는 것은 도시에서 시골에 관해 배우고 있을 때이다.” -
강준만의 화이부동 ‘지역정당’에 대한 잔인한 오해 (1) “한국의 지방선거 제도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거대 양당에 의한, 거대 양당을 위한 지방선거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거대 양당의 공천을 받아야 지방의원이라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지방의원이 주민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공천권자의 눈치를 본다.”(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하승수, <황해문화>, 2022년 가을) -
강준만의 화이부동 ‘양비론 혐오’가 ‘정치 개혁’을 죽인다 동인과 서인의 당파싸움으로 패배한 쪽의 선비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피바람 광풍을 여러 차례 겪었던 율곡은 나라가 망하겠다 싶어 양시·양비론을 주장하고 나섰지만 주변의 비난과 조롱만 받았다. 조선이 율곡이 죽은 지 8년 만에 임진왜란이라는 국가적 재앙에 처하게 된 건 오직 ‘반대편 죽이기’에 국력을 탕진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
강준만의 화이부동 우리는 정말 지역균형발전을 원하나 교육경제학을 연구하는 한밭대 교수 남기곤은 2018년 ‘경제학 연구’라는 학술지에 “ ‘지방대학혁신역량강화(NURI) 사업’은 성공적이었는가?: 졸업생의 노동시장 성과에 대한 분석”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아주 좋은 논문이다. 지난 9월13일 중앙일보는 이 논문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 최근 통계까지 곁들이면서 “ ‘지방대 취업률 높이기’ 역설…되레 수도권으로 이탈 늘렸다”라는 제목의 유익하고 흥미로운 기사를 게재했다. -
강준만의 화이부동 지방을 더 이상 ‘식민지’로 묶어 두지 말라 “원정대의 지휘권을 평범한 능력을 가진 한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가장 출중한 두 사람에게 반씩 나누어 맡기는 것보다 더 낫다.” 500년 전 마키아벨리가 한 말이다. 이후 상식처럼 통용된 이 원칙이 새만금에서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5인 공동위원장’ 체제와 이에 따른 ‘컨트롤타워 부재’가 새만금 잼버리 대회 파행 및 부실 운영의 최대 이유가 되었으니 말이다. -
강준만의 화이부동 윤석열·김건희, 왜 직언을 탄압하는가 리투아니아 매체 “스타일 아이콘 김건희, 쇼핑 안 빼먹어” 민주당 “김건희, 호객 행위로 5개 매장서 예정 없던 쇼핑? 대통령실 입장 밝혀라” 박지원 “김건희 여사 명품점 ‘호객’ 행위? 닭 머리 가진 자도 이런 말 못해” 김건희 명품 쇼핑에 “문화 탐방… 하나의 외교” 국힘 쪽 망언 김건희 여사 쇼핑의 또 다른 논란, ‘과잉 경호’ -
강준만의 화이부동 방송의 비정규직 착취, 이젠 끝장내자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게 없다. 눈뜨는 게 힘들고 괴롭다.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다. 억울해 미치겠다.” 3년여 전인 2020년 2월4일 청주방송에서 14년간 일했던 이재학 PD가 세상을 떠나면서 남긴 말, 아니 한(恨)이다. 그는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했고, 근로자 지위확인소송 과정에서 회사와 동료들로부터 거짓증언 등 부당한 일을 당하던 중 1심 패소 직후 “억울해 미치겠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강준만의 화이부동 대화에 열려 있는 팬덤은 가능한가 한국은 정당 민주주의의 선진국이다. 양적 규모로만 보면 그렇다. 2021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각 정당이 보고한 ‘2021년도 정당의 활동개황 및 회계보고’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485만여명, 국민의힘 407만여명, 정의당 5만여명 등 전체 당원 수는 1042만여명에 달했다. 대중 정당의 역사가 100년이 훨씬 넘는 영국·독일 등은 당원이 100만명이 안 되고 감소 추세인데 한국은 1000만 당원으로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이 당원인 나라가 되었으니, 이 어찌 놀랄 일이 아니랴. -
강준만의 화이부동 정당은 ‘증오·혐오를 선동하는 공장’인가 “서울시가를 걸어가려면 무질서하게 나붙은 광고탑과 횡막수막(橫幕垂幕)에 숨이 막힐 것 같다. 조그마한 건물에 어울리지 않는 큰 간판이 즐비하게 늘어섰는가 하면 4, 5층의 큰 건물에는 으레 무슨 무슨 강조 주간이라는 현수막이 매달려 있다.” “시민들이 거리에 울긋불긋 무질서하고 난잡하게 붙어 있는 광고 때문에 광고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다. 건물 전면을 뒤덮다시피 해놓아 서울은 마치 ‘간판도시’처럼 돼버렸다.” -
강준만의 화이부동 ‘중도’가 실패하는 7가지 이유 ①“개혁 과제가 산적한 나라에서 ‘중도화’ 운운은 결국 수구의 길이다.”(남재희, 2015) ②“중도주의란 가치노선을 모호하게 만들고, 수구적 보수의 가치노선에 대해 선명한 경쟁구도를 형성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향을 말한다.”(고원, 2015) ③“중도는 사회조사나 여론조사에만 존재하는 어떤 사회적인 환상이지 실제는 아니다.”(이해영, 2017) ④“중도라는 개념은 보수언론이 만든 프레임의 산물이다.”(이재명, 2017) ⑤“ ‘막말’이 정치생명 연장에 도움이 되니까 ‘막말’을 한다. 저쪽 욕을 먹어도 대세에 지장 없다. 지지자들이 환호한다. 온건·중도파가 되는 것은 정치적 자살 행위다.”(김환영, 2017) ⑥“정치에서, 특히 대통령제 아래서 ‘중도’는 신기루일 뿐이다.”(박찬수, 2017) ⑦“보수와 진보 진영을 극단으로 몰아붙이는 중도 노선은 정치평론가가 할 일이지 현실 정치인의 영역은 아니다.”(정연욱, 2023)